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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rael Opera Tour

이스라엘로 떠나는 오페라 여행

누군가 덜컥 씌운 이미지를 벗겨 내보고 싶었다. 오페라의 본고장이 아닌 이스라엘로 오페라 여행을 떠난 유일한 이유다. 트렌드에 뒤떨어진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외면했던 오페라를 오페라 축제에서 원 없이 감상하고 마음 따뜻한 이스라엘 사람과 그들의 일상도 만났다. 낯선 장르 오페라와 더 낯선 나라 이스라엘을 동시에 만난 꿈같은 시간을 되짚어본다.
글과 사진 김수현 기자 취재협조 이스라엘관광청 www.goisrael.kr

낯선 도시나 나라를 볼 때 자신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스라엘에도 깨기 힘든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이스라엘에 간다고 말하면 다른 지역을 갈 때처럼 부러움을 사는 게 아닌 조심하라는 둥 걱정 담긴 인사말이 돌아오곤 했으니. 고작 한번 다녀왔지만 이스라엘을 보는 나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지난해 성지로서의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둘도 없는 멋진 여행지들을 경험하고 온 이유에서인데, 그 후 한동안 그곳의 더운 날씨마저 참 많이 그리워했더랬다. 여행 기자에게 돌아오는 흔한 질문인 “어디가 제일 좋았어?”에도 주저 없이 이스라엘을 꼽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 이스라엘에서 살고 싶어.”

이번에 다녀온 아주 특별한 이스라엘 여행에 앞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친구들을 데리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든 생각이 있다. 대다수 여행자가 다른 여행자들이 경험했던 것들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일까, 오페라를 보러 이스라엘로 향하는 나의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이탈리아도 아닌 이스라엘에서의 오페라 감상, 조금은 무모한 도전처럼 느껴진 게 사실이다. 본 적도 손에 꼽을뿐더러 스스로도 그다지 아는 게 없다는 생각에 “왜 뮤지컬 비슷한 거 있잖아.”라며 제대로 대답을 못 한 장르가 오페라였으므로. 게다가 이 오페라 여행의 목적지가 이스라엘이라면 고개를 한 번 더 갸우뚱하게 된다. 이스라엘과 오페라의 관계에 대해 한순간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아름다운 아리아의 시작

그러나 ‘뮤지컬과 비슷한 음악 장르’로 대강 정리하는 건 오페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현대에 들어 국내에선 오페라보다 뮤지컬이 흥행하고 주목받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에 탄생한 것이 오페라이니 말이다. 오페라의 어원은 ‘작품’이라는 뜻의 라틴어 Opus의 복수형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러 작품의 합성을 의미한다. 그리스 연극 재연이 시초이지만 현재 오페라는 연극, 음악, 무용, 미술 그리고 문학이 만난 종합예술로 평가된다. 대본이 있는 연극과 달리 오페라의 대사는 전부 노래로 표현한다. 이 때문에 음악이 주도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화합을 이룰 때에야 비로소 박수가 터져 나오는 것이 오페라라는 장르이다. 그렇다고 노래와 연기를 도맡은 솔로이스트만 주목을 받는 장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인공과 관객의 감정을 함께 노래하는 합창단도 없어선 안 될 존재이며, 19세기 이후 오케스트라 범위가 커짐에 따라 음악을 해석하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전문 지휘자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무엇보다 초연부터 현재까지 수천 번 공연되며 구성, 결말, 아리아가 모두 공개되었음에도 관객들이 같은 작품을 몇 번이나 보러 가는 이유는 역시나 매번 다른 연출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오늘날에는 음악을 맡는 지휘자와 더불어 공연의 수준을 결정하는 연출가로 영화감독, 연극 연출가 등을 기용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오페라라는 놀라운 장르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틀린 것이 아니지만, 의외로 잘 모름에도 한순간에 푹 빠질 수 있는 게 오페라이므로 어렵다고 생각하거나 한 번도 접하지 않았단 이유로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성스러운 도시에서 만난 오페라 축제

우리에겐 낯설디낯선 이스라엘의 음악 그리고 오페라. 이스라엘에서 두 눈과 귀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이스라엘 음악 장르엔 다양성이 존재하며 그중 오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오페라를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던 건 지난 6월 22일부터 6월 25일까지 진행된 예루살렘 오페라 축제Jerusalem Opera Festival에서였다. 2016년은 예루살렘에 자리한 술탄 풀Sultan's Pool에서 오페라 축제가 열린 두 번째 해. 지난 축제의 메인을 장식한 공연인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이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에 힘입어 올해 2회를 맞이했다. 낯선 땅으로 오페라 여행을 떠날 수 있던 것은 축제의 영향이 컸다. 어디서 이스라엘의 음악을 만나야 할지,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을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을 감싸고 있는 역사 또는 종교 이야기를 한 겹만 걷어 내면 끊임없이 열리는 음악 축제가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재즈, 일렉트로닉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 축제가 매월 각기 다른 곳에서 열린다. 예루살렘의 오페라 축제 역시 연간 캘린더를 꽉 채우는 수많은
음악 관련 축제 중 하나이다.

올해 축제의 메인 공연은 최고의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의 명작인 <리골레토Rigoletto>가 차지했다. 베르디는 프란체스코 피아베에게 당장 대본 작업을 시작해 달라 요청할 정도로 빅토르 위고의 원작 ‘왕은 즐긴다Le Roi s'amuse’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오페라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광대 리골레토가 호색한인 만투아 공작에게서 아름다운 딸을 지키려 했지만 실패하고 복수심에 든 칼날이 만투아 공작을 사랑한 질다에게 향하는 비극. 이 정도만 알고 있다면 오페라 감상에 문제 될 게 없다. 무대 위와 양옆에 놓인 화면에 히브리어와 영어자막이 표기되며 배우들의 몸짓으로 자세한 스토리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휘자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오케스트라 앞에서 지휘봉을 흔드는 순간, 올드 시티의 벽을 옆에 둔 술탄 풀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공연장이 됐다. 오페라를 감상하는 이들의 옷차림은 캐주얼했지만 그들의 시선은 사뭇 진지했다. 6천 명을 수용하는 넓은 장소임에도 소란스럽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1 <오페라 파라디소>의 한 장면. 관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이 나오는 순간 더욱 집중해 공연을 감상했다. 
2 대기실에서 만난 <리골레토>의 지휘자 Francesco Cilluffo. 마에스트로라는 글자를 보지 못한 채 배우라 지레짐작하여 그의 등장을 한참이나 기다렸었다. 
3 술탄 풀의 입구는 락이나 일렉트로닉 재즈 페스티벌의 것과 비슷하게 보인다. 
4 히브리어로 쓰여 있는 까닭에 읽을 수 있는 건 시작 시각과 지정된 자리뿐. 
5 일반적으로 공연 중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잠시 카메라를 내려두고 소리에 아름다운 음악에 기울여보기를. 
6 작은 유대교 예배당 안에서 일당백을 한 피아노.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던 오 솔레 미오의 악보가 보인다.

첫날의 공연에서 오페라의 매력에 푹 빠지고선 다음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다른 공연에도 시간을 내 참석했다. 술탄 풀에서 열린 둘째 날 공연은 <오페라 파라디소Opera Paradiso>. 명작 영화 속 등장했던 아리아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으로 오페라와 헐리우드 영화의 완벽한 만남을 두 시간 안에 가득 담았다. 프리티우먼, 문스트럭, 제5원소, 대부3, 아마데우스, 인생은 아름다워 등 추억의 영화가 스크린에 등장하면 솔로이스트와 오케스트라가 아름다운 곡을 노래하고 연주한다. 오페라는 어렵다 또는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이들이라도 나와 그때 그 시절을 함께 한 음악을 들으며 오페라와 가까워지는 시간. 개봉 후 20년에서 30년 이상이 넘은 영화들이지만, 단 한 곡으로 영화가 주었던 감동이 마치 어제의 것처럼 생생히 되살아났다. 더불어 영화를 본 순간과 그날의 분위기가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특별한 경험에 심취한 건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관객 모두가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공간이 바뀌어도 선율은 계속된다

축제 기간 예루살렘 곳곳에서는 앞서 언급한 두 개의 메인 공연 외에도 다채로운 오페라 관련 이벤트와 공연이 이어졌다. 술탄 풀에서 본 것과 같은 대규모 오케스트라는 없지만, 편안한 분위기의 오페라 콘서트가 24일과 25일 양일에 걸쳐 펼쳐졌다. 온 가족이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쉬운 작품부터 콘서트 형식의 오페라 등 오직 축제의 프로그램만 따라가도 이스라엘의 다양한 오페라 음악을 만날 수 있던 셈. 탁 트인 야외 공연장 술탄 풀에서의 공연이 웅장함과 화려함을 자랑했다면, 오직 피아노 한 대와 솔로이스트의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운 유대교 예배당에서의 공연은 독특하고 또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백 명 남짓만이 옹기종기 모여 앉을 수 있는 작은 예배당. 그러나 청중에게 전해지는 감동의 크기마저 작은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다른 테마, 특색 있는 장소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오페라 공연이 이어지니 그다지 친숙하지 않았던 장르에도 서서히 마음이 기우는 것은 당연했다. 이스라엘에서 만난 오페라 축제에 대한 나의 감상은 이렇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오페라란 장르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에게도 활짝 열려있다는 것. 올해 예루살렘 오페라 축제는 끝이 났지만 2017년 여름, 베르디의 <나부코Nabucco>와 함께 다시 관객들 곁을 찾아온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히브리인들의 바빌론 유수를 바탕으로 하는 이 작품을 무려 예루살렘에서 감상할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 2017년 축제의 메인 공연인 나부코는 6월 21일과 22일에 예정되어 있다.

1 두 시간 공연을 위해 이른 시간부터 꽃단장에 나선 배우들. 단 하루 공연을 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을 것이다. 
2 오페라 공연 특성상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키파를 쓴 할아버지가 시작 훨씬 전 자리에 앉아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3 일반 축제보다는 엄숙한 분위기이지만 역시나 축제는 축제다. 맥주, 간식 등의 먹거리도 판매하는 것을 보니. 
4 멋진 음악을 위해 매분 매초 고생한 음향 스탭에게도 박수를. 
5 <리골레토> 공연을 위해 예루살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나섰다.
6 유대교 예배당이 자리한 이 건물의 정식 명칭은 The U. Nahon Museum of Italian Jewish Art. 르네상스와 바로크시기에 제작된 유대교 관련 미술품 등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7 예배당 안에서는 명성 높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 오페라의 미래

직접 경험해본 예루살렘 오페라 축제는 뛰어난 수준뿐만 아니라 규모 면에서도 놀라웠다. 이번 축제를 위해 예루살렘 발전 당국, 예루살렘 지방 자치 단체, 예루살렘 관광청 그리고 이스라엘의 오페라 하우스인 이스라엘리 오페라Israeli Opera 등 관광을 비롯해 문화, 예술을 담당하는 기관들이 힘을 모았다. “예루살렘에서 열린 오페라 페스티벌은 이스라엘 문화의 힘을 매우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말하는
힘이란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영감과 즐거움을 주는 무형의 모든 양상과 뉘앙스를 뜻합니다.” 이스라엘리 오페라의 대표인 한나 무니츠Hanna Munitz는 이스라엘 문화 범주 내 오페라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축제 기획 및 제작에 참여한 관계자들 역시 이번 축제가 국내 외로 예루살렘의 삶의 질 향상과 도시 자체의 위상을 드높이는 문화적 혁신이었다 말했다.

한 가지 기억할 점은 이스라엘의 오페라 산업이 예루살렘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예루살렘 오페라 축제는 올해로 2회를 맞이했지만, 몇 년 전부터 이스라엘 전역에서 다채로운 테마의 오페라 축제들이 줄지어 펼쳐지고 있다. 특히 2010년부터 이스라엘 대표 역사 유적지인 마사다Masada에서 열리는 축제는 이스라엘 오페라 산업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행사. 관광객과 이스라엘 사람들은 오직 오페라 감상을 위해 늦은 밤 헤롯왕이 남기고 간 위대한 유산인 마사다로 모인다. 비록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스타급 오페라 가수는 아직 탄생하지 못했지만, 200개가 넘는 학교와 스튜디오가 아이와 청소년이 오페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며 오페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올해 7월 28일부터 30일까진 고대 도시 아코Akko에서 3일간 오페라 축제가 열리는 등 오페라를 향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관심은 정부 차원의 지원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1 4 백스테이지 투어를 통해 둘러본 이스라엘리 오페라. 공연이 시작될 때쯤이면 객석은 관객들로 메워질 것이며 세트장은 공연의 분위기를 고조시킬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줄 테다. 
2 예루살렘 기차역에서 금요일 오후에 열린 유대 음악 공연의 한 단어 감상평은, ‘특별했다’. 흰 옷을 입은 유대인이 책자에 실린 노랫말을 연주에 맞춰 따라 부르는 풍경을 어디에서 또 볼 수 있을까. 
3 이스라엘리 오페라에서 그동안 선보인 공연의 포스터. 
5 오페라 하우스 밖에는 유명 작곡가들의 동상이 자리했다. 올해와 내년 예루살렘 오페라 축제의 메인 공연을 책임질 작곡가 베르디의 조각상. 
6 사진 속엔 둘 뿐이지만 사진 밖에는 감독, 선생님, 피아니스트 등이 한 자리에 있었다. 물론 투어를 통해 이를 지켜보는 나와 일행들도 함께.

365일 음악과 함께 사는 이스라엘 사람들

오페라 축제에 맞춰 이스라엘을 여행한다면 더욱 풍성한 오페라를 경험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스라엘 여행 중 오페라에 관심이 생긴 경우에도 둘러볼 만한 곳이 있다. 텔아비브에 위치한 이스라엘리 오페라는 이스라엘의 유일한 오페라 하우스로 오페라 교육과 공연을 동시에 제공하는 기관이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 솔로이스트의 상당수가 이곳 출신이라고. 오페라 하우스는 매월 상연하는 메인 오페라를 교체하는데,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본국의 언어로 공연하며 무대 옆 스크린에 히브리어와 영어 자막을 띄워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이스라엘리 오페라에서 공연을 감상할 경우 추천할 만한 것이 하나 더 있다.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 가능한 백스테이지 투어에 참여해보는 것. 무대에서 사용된 의상과 소품이 있는 공간, 공연 전 고요한 세트장 등을 가까이에서 보고 피아노 연주, 모의 공연 등 곧 무대에 오를 공연을 연습하고 또 가르치는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 멀리서 볼 때는 미처 몰랐던, 오페라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공연을 향한 열정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 두 시간 남짓의 공연이 때로는 흡족할 만큼 재밌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들의 노력만큼은 결코 과소평가할 게 아닌 것이다.

오페라 축제에 맞춰 여행하고 상상 이상의 감동을 받았기에 오페라에 대한 기록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다양한 음악 장르가 공존하는 곳이다. 예로부터 이스라엘 음악은 유대인적인 것과 유대인적이 아닌 것으로 나뉘는데, 세기를 거듭하며 두 가지가 만나 조화를 이루며 특색 있는 음악 문화를 만들었다. 현재 음악계에서 이스라엘 클래식 작곡가의 작품들이 전 세계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되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뮤지션 중 이스라엘 출신이 꽤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이스라엘의 음악은 때론 국가적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신들이 믿는 성스러운 무언가를 향해 노래하는 히브리 음악 모임 등은 지역 사회의 주도로 곳곳에서 장려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안식일이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 현재는 랜드마크가 된 예루살렘 옛 기차역The First Station에서는 안식일을 축하하기 위해 유대교 신자들이 모여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두 번째 이스라엘에서 나는 깨달았다. 첫 번째 여행에서 내가 알던 이스라엘은 매우 단편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듯이, 도시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평범한 것들에서 이스라엘의 일상을 발견하는 일은 성지로서의 이스라엘을 만나는 것 이상으로 흥미롭다는 것을. 오페라는 이 땅에 있는 수많은 즐거움 중의 한 페이지이며 다음 장을 넘기는 데 필요한 건 오로지 나의 열린 마음 하나로 충분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