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enhagen :: Cuisine
New Nordic Cusine

뉴 노르딕 퀴진에 반하다

“코펜하겐에 먹으러 갑니다.” 요즘은 이 한마디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 4번이나 등극한 노마의 등장 이후로 코펜하겐은 미식의 천국으로 거듭났다. 오로지 자연의 재료에 집중하며, 모던한 테크닉으로 완성시키는 뉴 노르딕 퀴진. 오가닉하고 로컬이며 제철인 재료들로 심플하게 차려내는 코펜하겐의 식탁은 판타스틱하다.
글 함희선 기자 사진 진하정 기자

“노마가 첫 시스터 레스토랑을 오픈해요! 7월 27일이 그 역사적인 날이랍니다.” 코펜하겐에 오기로 결정하자마자 코펜하겐 관광청 헨리의 추천으로 레스토랑 108에 저녁식사를 예약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코펜하겐의 미식이 유명하더라’는 소리는 몇 년 전부터 들어왔지만, 아는 건 별로 없었다. 노마의 셰프와 그 팀이 만든 새로운 레스토랑에서 첫 포크를 쥐는 일이 얼마나 영광인 일인지도.

1 레스토랑 108을 이끌어가는 셰프와 매니저,그리고 소믈리에. 
2 크리스티안 바우만. 한국계 덴마크인으로 노마에서 일하다가 노마 팀과 함께 108을 새로 오픈했다. 
3 심플한 디자인의 간판.
4 세심하게 디자인된 커트러리. 
5 재료의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노르딕 다이닝이 108이 추구하는 것. 
6 크레이프에 포크 밸리를 올리고 다양한 허브와 와사비 소스로 독특하게 마무리한 요리. 맛은 상상 이상이다. 
7 레스토랑 108의 러프하면서도 단순한 인테리어.

Kristian Baumann  레스토랑 108의 셰프

국제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코펜하겐의 뉴 노르딕 퀴진New Nordic Cusine. 해산물, 버섯, 베리, 허브 등 자연에서 얻는 재료 본연의 순수한 맛을 추구하는 조리기법이 특징이다. 겨울이 아주 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주어지는 제철의, 로컬의, 그리고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대단한 일이다. 이 노르딕 퀴진이라는 새로운 요리분야를 개척한 이가 바로 노마noma의 셰프 르네 레드제피Rene Redzepi다.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 4번이나 등극한 노마는 세계에서 가장 예약하기 힘든 레스토랑으로 명성이 나있다. “노마에서 밥 먹으려고 코펜하겐에 간다.”라는 말은 절대 허풍이 아니다.

그리고 이제는 레스토랑 108, 노마에서 일했던 셰프 크리스티안 바우만Kristian Baumann이 헤드 셰프로서 노마의 새로운 가족을 이끈다. “늘 나의 레스토랑을 꿈꿨어요. 노마의 정신을 따르면서도 창의적인 메뉴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아이디어에서부터 오픈하기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 마침내 현실이 되니 흥분되네요.” 오픈하기 하루 전날, 운 좋게도 정말 우연히 마주친 그의 얼굴에선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 6개월 동안 농부들을 만나 관계를 쌓고, 베리와 꽃을 따고 채소와 너트를 수확해서 소금에 절이고, 피클을 만들고 발효시켰던 과정들을 처음 만난 내게 숨도 안 쉬고 털어놓았다. 그것도 아주 상세하게 말이다. 그동안 노마에서 쌓은 커리어가 자신의 것으로 폭발되는 순간을 기다리는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어찌나 순수하던지. 나도, 그 자리에 있던 포토그래퍼도 완벽하게 그에게 반했더랬다.

108을 향한 코펜하게너들의 기대는 꽤 높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108의 팝업 레스토랑을 노마가 있는 자리에서 운영했었는데, 어땠었는지 아나. 티켓 예매를 시작한 지 단 90초 만에 4달치 저녁 예약이 전부 매진되어버렸다. 노마 스타일로, 우리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메뉴의 가격은 75크로네부터 180크로네까지. 한국 돈으로 3만 원을 넘기지 않는다. “지금 이곳이 어디이고, 어느 계절인지 알 수 있죠.” 르네의 노마처럼 크리스티안의 108도 그러하다. 내 접시에 올라있는 요리의 식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알 수 있는, 대자연의 섭리가 그대로 담긴 건강하고 아름다운 요리. 사실 알라까르떼 메뉴를 살펴보면 글씨를 읽고 있어도 실체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넙치 어란을 곁들인 로메인 줄기 샐러드, 구스베리를 올린 소금에 절인 고등어, 푹 삶은 소꼬리, 지난해의 피클과 함께 먹는 날것의 양고기, 그릴에 구운 쥬키니 호박, 캐러멜레이즈드 한 크레이프에 싸먹는 그릴에 구운 삼겹살과 와사비 소스. 맛을 자세히 표현하기엔 내가 너무 부족하고, 그건 마치 이국적인 북유럽의 땅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듯한 환상이랄까.

108에서 역사적인 첫 식사를 마친 후, 뉴 노르딕 퀴진에 푹 빠져버렸다. 계절이 바뀌면 기필코 코펜하겐에 먹기 위해 꼭 가겠노라. 열정적인 크리스티안 셰프가 보고 싶기도 하고, 108의 겨울 메뉴가 미치도록 궁금하기도 해서다. “단지 108에서 밥 먹으려고 코펜하겐에 왔어요.”라고 크리스티안 셰프에게 말할 날이 기대된다.
주소 Strandgade 108, København K   문의 +45-3296-3292, 108.dk/en

Søren Wiuff  덴마크에서 가장 중요한 농부

코펜하겐에서 북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웨스트 질랜드West Zealand 지역의 농장으로 향했다. 덴마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농부를 만나기 위해서. 넓은 평야에 폭 안겨있는 새하얀 벽돌집에서 환한 미소를 날리며 등장한 백발의 농부. 구겨진 티셔츠에 반바지, 스냅백을 쓰고 크록스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나타난 농부 할아버지의 독특한 첫인상에 반가우면서도 말문이 막혔다. 옆구리에 끼어놓은 핑크색 플라스틱 바구니와 쇠꼬챙이까지, 나는 그의 이곳저곳을 관찰하기에 바빴다. 과연 진짜로 덴마크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찬사를 받는 농부가 맞는지 의심하면서 말이다.

코펜하겐 최고의 레스토랑,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노마를 이야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쇠렌 위프Søren Wiuff. 핑크색 플라스틱 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 있는 농부 할아버지가 바로 그 사람이다. 10년 전만 해도 코펜하겐 음식이란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할 수준이 아니었다. 오로지 노마 덕분에, 뉴 노르딕 퀴진을 창조한 노마 레스토랑의 오픈 이후로 코펜하겐의 미식 세계가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그리고 ‘제철, 로컬, 오가닉’을 추구하며, 대자연을 접시에 올리는 깐깐한 르네 레드제피가 선택한 농부가 쇠렌 위프이기에, 그 역시 마찬가지로 덴마크 최고의 농부로 우뚝 섰다. 노마는 레스토랑을 오픈할 당시 쇠렌 위프의 농장에서 흙에서 건져낸 채소들을 뚝뚝 씹어 먹으며 엄청난 영감을
받았다고 전한다. 둘의 콜라보레이션이 시작된 건 그때부터다. 쇠렌 위프 역시 작은 땅에서 새로운 작물들을 심고 실험하며 노마의 수준에 맞는 좋은 식재료를 재배하면서, 자신이 좀 더 좋은 농부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리고 내가 키운 자식들이 누구의 손에서 요리되고, 어떻게 끝을 맺는지 알수 있으니 참 행복한 농부라고도.

“시즌에 재배된 내 아스파라거스는 노마에서 다 가져갔지. 주문이 들어오면 아침 일찍 수확해서 바로 보내는 거야. 얼마나 싱싱하고 맛있겠어.
내가 생각해도 그래.” 그는 시즌의 끝에 다다른 아스파라거스를 밭고랑에서 휙휙- 노련하게 쇠꼬챙이로 뽑아내면서 황폐해 보이는 흙을 한줌
집어 내게 건넸다. 조개껍데기가 잔뜩 섞여있는 모래. “이 동네가 옛날에는 바다였어. 이속에 미네랄이 얼마나 풍부하다고, 나는 그냥 착하게 농사만 짓는데 자연이 훌륭하니 절로 맛있는 아스파라거스가 자라더라고.” 라메피오르드Lammefjord의 비옥한 땅에서 쇠렌 외프가 키우는 채소의 종류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아스파라거스, 당근, 양배추, 콩 등. 한 명의 셰프와 한 명의 농부. 그들이 만들어가는 코펜하겐의 미식 세계라고 해도 과함이 없다. 앞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더 혁신적인 노르딕 다이닝을 위해 르네와 쇠렌의 파이팅이 계속되기를.

1 아스파라거스를 손에 한가득 들고 있는 쇠렌 위프. 그의 캐주얼한 스타일이 인상적이다.
2 7 쇠렌 위프의 아스파라거스는 드렉스홀름 성의 레스토랑에서도 맛볼 수 있다. 
3 아스파라거스 밭을 걷고 있는 쇠렌 위프. 
4 흙 위로 볼록 솟은 아스파라거스다. 
5 핑크 바구니를 가득 채운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6 그는 수확 중에도 싹을 잘라 맛을 보는 등 진지하게 밭을 거닌다.

코펜하겐 노르딕 다이닝

제대로 된 미식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코펜하겐에서 노르딕 다이닝을 경험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네 곳 뽑았다. ‘오가닉, 로컬, 제철’의 재료를 철저하게 따르는, 자연을 통째로 접시 위에 올려놓은 듯한 그들의 밥상 앞에 앉아보자.}
밤이 되면 반짝이는 전등 불빛 아래로, 600제곱 미터의 정원에 둘러싸인 온실 속에서 특별한 만찬이 차려진다. 스테드산스 외스터그로의 저녁 메뉴는 에코 프렌들리 메뉴Eco Friendly Menu. 애피타이저부터 메인과 디저트까지 5-6종류의 요리를 식탁에 올리는데,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다. 정확한 메뉴는 매주 수확되는 신선한 재료에 따라 결정된다. 오로지 로컬이고, 오가닉하며, 제철인 재료들로만 철저하게. ‘클린, 로컬, 심플’을 모토로 삼는 이들의 식탁은 전반적으로 채소와 글루텐-프리 푸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마치 자연을 통째로 흩뿌린 듯한 음식들은, 재료 본연의 맛만으로도 눈이 뒤집어질 정도다. 식사 방식도 아주 특이하다. 미리 예약한 20명의 사람들과 긴 테이블에 모여 앉아 가족처럼 나눠먹는 스타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시 30분, 8시 15분 단 두 차례만 식사 가능하기 때문에 예약은 늘 몇 달 전부터 꽉 차기 십상이라 미리 서둘러야만 한다. 참고로, 예상과 다르게 요리 재료는 레스토랑이 위치한 외스터그로 정원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옥상 꼭대기에 흙을 채우고 싹을 틔운 루프트 탑 가든은 근처 이웃들이 공동으로 가꾸는 밭일뿐이다. 도시농부의 꿈, 그리고 자급자족의 큰 포부를 가진 코펜하게너들의 공간. 옥상
텃밭 덕분에 저녁 식사의 낭만적인 분위기는 물론 플러스다.
주소 Æbeløgade 4, 2100 Copenhagen Ø   문의 info@stedsans.nu

Stedsans ØsterGro

북적거리는 시티 센터에서 건물 안의 중정으로 들어서면 완전히 성숙한 분위기의 가이스트가 나온다. 세련되게 옷을 차려입은, 향수 냄새 폴폴 풍기는 로컬 사람들과 코펜하겐에서의 우아한 저녁을 즐기기 위해 찾아온 여행자들이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잘 나가는 레스토랑. 가이스트 역시 자연적인 재료에 심혈을 기울인다. 애피타이저나 메인디시의 개념이 없고 서른 개의 알라 까르뜨 메뉴가 있어서 스페인 타파스처럼 여러 개의 요리를 주문해 먹으면 된다. 고로 두 명이서 하는 데이트보다는 서너 명이 함께 가서 즐기는 것이 ‘미식의 경험’이라는 키워드에 어울린다. 요리가 꽤 단출해서 처음엔 분명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가이스트의 재미이자 하이라이트다. 거기에 살짝 트위스트 된 맛까지. 접시 위에 덩그러니 올라오는 요리는 ‘지금 무엇을 먹는지’를 아주 정확하게 보여준다. ‘재료가 곧 요리’임을 보여주는 셈인 거다. 티라미수나 와사비 초콜릿 등 디저트 메뉴까지 어느 하나 포기하기 어렵다. 양을 떠나서 맛을 탐험하는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1인당 3-4메뉴 정도 시키는 게 현명하다.
주소 Kongens Nytorv 8, 1050 København K   문의 +45-3313-3713, www.restaurantgeist.dk

Geist  Manfreds

맨프레즈의 메뉴판 가장 맨 앞에 쓰여 있는 문구는 ‘90-100퍼센트의 오가닉’이다. 뭔가 건강만을 고려한 밍밍하고 맛없는 음식이 예상되겠지만, 글쎄, 전혀다. 코펜하겐에서 오가닉이라는 단어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맨프레즈가 유난하긴 하지만, 매일의 최상의 재료에
집중하는 것일 뿐, 허세 떨지 않으며 꾸밈이 없는 캐주얼한 분위기 속에서 최고의 유기농 밥상을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메뉴는 ‘그릴에
구운 오이’처럼이나 간단하다. 맨프레즈에선 머리를 굴려 시키기 보다는, 셰프의 메뉴를 고르자. 날것의 재료에 모던한 테크닉을 선보이는 셰프들을 온전히 믿길. 키친의 셰프들은 골목 건너편에 있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인 렐레와 같은 팀이니 말이다. 맨프레즈는 코펜하겐에서 가장 트렌디한 동네 뇌레브로에서도 가장 힙한 스트리트, 예어스보겔에 있다. 셰프의 메뉴에 소믈리에가 페어링 해주는 내추럴 와인들도 꼭 마셔야 한다. 익숙하진 않겠지만, 맨프레즈의 유기농 밥상과 궁합이 훌륭하므로.
주소 Jægersborggade 40, 2200 København N  문의 +45-3696-6593, www.manfreds.dk

Fiskebaren

1995년부터 미슐랭 가이드는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Bib Gourmand’로 소개하고 있다. 피스케바렌은 2016년
코펜하겐에서 뽑힌 10개의 빕 그루망 중에 하나다. 다이닝으로 힙한 지역인 미트 패킹 디스트릭트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데, 거기에서도 코펜하게너의 애정을 독차지하는 곳. 정육점이었던 넓은 홀을 그대로 살린 거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라 실내에서 구경하며 식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픈된 키친과 천장까지 연결되어 있는 둥근 기둥 형태의 수족관, 정리되지 않은 듯한 소파와 바의 배열도 정신없지만 묘하게 매력 있다. 피시와 시푸드는 피스크바렌의 모든 것이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는 ‘Sustainability’, 곧 지속 가능성이다. 모든 재료는 자연에서 얻는다. 양식된 생선도 절대 노. 멀리서 가져오느라 소비되는 ‘운송 오염’에까지 신경 쓰고 있다. 음식을 테이블 위에 올리는 순간이면 웨이터의 설명이 거의 1분을 넘어간다. 함께 곁들여지는 와인에 대한 지식까지 더하면 3분은 거뜬히. 그들의 자부심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내내 재료 이야기만
했는데, 맛과 퀄리티는 기본이라 생략한 것.
주소 Flæsketorvet 100, 1711 København V  문의 +45-3215-5656, www.fiskebaren.dk

스뫼브레드, 리얼 데니쉬 한 조각

덴마크에 가서 스뫼브레드Smørrebrød 하나 먹어보지 않는 건 한국에서 김치를 맛보지 않은 것과 똑같은 일이다. ‘국민 점심’이라고 애칭을 붙여줘야 할 정도로 덴마크 사람들의 점심을 스뫼브레드가 꿰차고 있으니 말이다. 영어로 간단히 설명하자면 오픈 샌드위치다. 납작한 호밀빵 위에 여러 가지 토핑을 올린 것. 뚜껑 없이 아래쪽에 빵만 깔아서 오픈 샌드위치라고 부른다. “시작은 17세기 초 덴마크 농부들의 음식이었죠. 19세기에 산업화가 되면서 공장에 노동자들이 점심 도시락으로 싸가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어요. 공장에 일하러 간 게 곧 농부들이었으니까요.” 이게 스뫼브레드의 유래다. 그때부터 스뫼브레드가 덴마크 사람들의 음식문화로 자리를 잡았단다. 빵 위에 토핑으로 올리는 건, 그야말로 무제한이다. 정어리, 연어, 새우, 계란, 감자, 육회, 아보카도 등 무엇이든 올려먹는다. 덴마크 사람들의 미적 센스는 알아주는 법이다. 색의 대비와 질감의 조화에 어떤 스뫼브레드라도 참 예뻐서 눈으로 보고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빵이 한쪽에 불과하고, 대신 영양 많은 토핑을 듬뿍 먹게
되니 배도 덜 부르고 건강에도 좋다. 코펜하겐 여행에서 점심은 꼭 스뫼브레드로 시키는 거다.

스뫼브레드가 맛있는 집

코펜하겐에서 스뫼브레드 잘하는 레스토랑을 추천해달라는 말은 두통을 부르는 일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치찌개 맛집을 찾아달라는 말이므로.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펜하게너가 자신 있게 추천한 스뫼브레드가 맛있는 집 두 곳.

Fru Nimb

코펜하게너는 놀이공원 티볼리 가든Tivoli Garden 안에 위치한 레스토랑 프루 님브를 주저 없이 꼽는다. 여기서 스뫼브레드를 먹는다는 건 참으로 클래식한 코펜하겐을 경험하는 것이라며. 싱그러운 잔디밭이 앞에 펼쳐지고, 온통 하얀색으로 장식된 우아한 분위기에,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완벽한 슈트를 차려입은 멋진 웨이터들까지. 테이블 위에 접시가 하나씩 올라올 때마다 귓가에 읊어줄 때면 어찌나 친절한지 공주가 된
착각에 빠져든다. 메뉴판에 올라오는 스뫼브레드의 종류만 50개. 루이스 님브Louise Nimb라는 여인이 쓴 100년 전의 레시피를 따르는 진정한 클래식 스뫼브레드를 맛볼 수 있다. 스뫼브레드 토핑의 재료는 모두 건강한 오가닉이다. 로컬이 아니거나 유전자 조작한 재료는 절대 취급하지 않는다. 계란도 방사해서 키운 닭들이 낳은 것을 선택하고, 북대서양에서 잡아온 정어리도 반드시 손으로만 손질한다. 손바닥만큼 작은 오픈 샌드위치 위에 올리는 최고의 정성이 아닐 수 없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즐겨 마시는 증류수 아쿠아비트Aquavit를 곁들이는 것도 잊지 말자. 30-60도에 이르는 아쿠아비트가 좀 세다 싶으면 티볼리 가든에서 직접 양조한 맥주로 목구멍을 깨끗이 할 것. 코펜하게너가 알려준 리얼한 비법이다.
주소 Bernstorffsgade 5, 1577 København V  문의 +45-8870-0020, frunimb.nimb.dk

Royal Smushi Cafe

로얄 스무쉬 카페는 2007년부터 덴마크의 전통적인 오픈 샌드위치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아주 특별한 스뫼브레드를 선보이고 있다. 이름하여 스무쉬Smushi. 일본의 스시에서 영감받아 창의적으로 탄생시킨 것으로 아직 로컬들도 잘 모르는 스타일의 스뫼브레드다. 초밥에서의 밥처럼 밑에 깔리는 호밀빵이 보통의 것과 다르게 앙증맞은 크기. 그 위에 오르는 토핑도 알차고 섬세하지만 꽤 작다. 한 입에 넣어도 무리 없을 정도지만, 고상하게 포크와 나이프로 반으로 잘라먹는 게 보기에 좋다. 물론 맛이나 재료에 있어서 퓨전은 절대 아니니 거부감은 갖지 말길. 크기만 작을 뿐 정통 데니쉬 스뫼브레드다. 스무쉬 메뉴는 두 개부터 네 개까지 한 접시로 시킬 수 있다. 치즈, 레몬, 허브, 어란을 올린 연어 스무쉬, 계란, 허브 마요, 워터 클래스를 올린 에그 쉬림프 스무쉬, 양파, 타라곤 마요, 차이브 잎을 올린 포테이토 스무쉬, 피클 양파, 허브 마요, 워터 클래스를 올린 아보카도 스무쉬가 가장 클래식하면서도 추천하는 메뉴다. 샐러드, 수프, 팬케이크, 오트밀 등도 갖췄다. 로얄 스무쉬 카페의 모든 음식과 음료는 로얄 코펜하겐의 도자기 담겨 나온다. 커트러리 역시 조지 젠슨. 데니쉬 디자인과 데니쉬 푸드의 환상적인 궁합이 감동적이다.
주소 Amagertorv 6, 1160 København K   문의 +45-3312-1122, www.royalsmushicafe.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