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Japan
Theme 3. Nature & Culture

Tokushima, Kobe Culture Trip

청출어람이어라, 도쿠시마·고베 문화 여행
일본을 이루는 4개의 섬 중 가장 작은 시코쿠. 일본 사람들도 한번쯤 가고 싶은 여행 버킷리스트에 올려둔다는 이곳은 선명한 문화와 맑은 자연을 지니고 있다. 고로 오직 한 곳에서만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에 목말라 있다면 시코쿠의 도쿠시마를 잊지 말 것. 도심조차 한적한 이곳의 여유로움 속에서 더욱 온전히 문화생활로 반짝일 수 있다. 거기에 첩첩산중의 자연 속에 고립되었다 세계적인 건축가의 온실에도 들러보는 시간. 도쿠시마와 다리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효고현의 고베로 잠시 넘어가 미각적 즐거움으로 가득 채우는 하루를 만드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글 사진 이소윤 기자

맑은 공기를 기대하다 순수한 문화에도 반했고, 문화생활을 하려다 시원스런 자연경관에도 마음을 빼앗겼다. 처음엔 짙은 푸른빛을 띠다가 빨래를 거듭할수록 부드러워지는 색이 더 아름답다는 쪽빛 옷감이 떠오른다. 내가 일본에서 찾은 도쿠시마(지명)가 이처럼 만나면 만날수록 여행이 더 아름다워지는 곳이었다. 지역 고유의 춤을 배우며 신명이 났다가도, 첩첩산중 숲과 물에 빠져 노곤해지고, 과거 쪽 상인의 집에서 파랑색 쪽 빛깔에 홀렸다가, 건축가의 온실 속에서 지구 위 모든 초록색을 감상했다. 거기에 기름지고 건강하고 달달한 모든 음식을 맛깔나게 맛볼 수 있는 도시 고베까지 곁들이니 매일매일 새로운 즐거움이 배어 나온다. 빨수록 아름다운 색이 드러나는 쪽빛 옷감처럼 알면 알수록, 머무는 시간이 하루씩 늘어날수록 그곳에서의 시간이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자연과 문화라는 테마 아래 일본의 도쿠시마와 고베에서 보낸 시간의 조각들을 소개한다. 좋은 여행이란 그곳 땅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 사람들의 멋진 문화가 함께 해야 한다 믿는 나와 같은 여행자들에게.

우리 모두 춤추는 바보가 되어, 아와오도리

나와 참으로 인연이 깊은 춤이다. 어쩌다 보니 도쿠시마의 아와오도리 회관에 발을 디딘 일만 세 번째이다. 도쿠시마는 물론, 일본 국내와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춤 아와오도리 공연을 연중 내내 감상할 수 있는 아와오도리 회관. 처음이 아닌데도 이곳을 찾는 마음은 회를 거듭할수록 더 설렌다. 아와오도리만의 음악과 몸동작은 더 알면 알수록 애정이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래 도쿠시마의 옛 지명인 ‘아와’에 춤을 뜻하는 ‘오도리’가 붙어 불리는 춤. ‘손을 들고 발을 움직이면 아와오도리’라는 말처럼 그 누구도 곧바로 춤추는 아이로 만드는 것이 아와오도리의 매력이다. 두 손을 위로 든 채 발과 함께 2박자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이 춤은 남녀의 동작이 명백히 다르다. 남자가 추는 ‘오토코오도리’는 허리를 낮게 떨어뜨리고 용감하게 춤을 추는 반면, 여자가추는 ‘온나오도리’는 삿갓을 쓰고 나긋나긋하되 날렵한 춤을 춘다. 본래 선조나 돌아가신 이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추석에 추곤 했던 춤을 유래로 하고 있지만 1945년 종전 이후부터 춤에 경쾌함과 흥이 부쩍 더해져 서서히 지금처럼 추는 이뿐만 아니라 보는 이까지도 즐거운 춤으로 변화하게 됐다. 그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모든 아와오도리를 추는 집단인 ‘렌’의 일원인 ‘샤미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5가지 악기로 한결 같은 선율을 만들어내는데 특히나 악기 ‘종’소리의 반복적인 쾌청함과 ‘피리’의 홀리는 듯한 멜로디가 백발백중 모든 이를 중독시킨다. 그 매력과 중독성은 두 말하면 입만 아플 수준. 일본 전역 어디에서든 아와오도리 집단인 렌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를 이끄는 많은 이들이 도쿠시마 출신이 아니며, 한참 성인이 된 후에 직접 배울 기회를 찾아 렌의 일원이 되는 것이라 한다. 렌에 정식으로 소속되기 위해 거쳐야할 약 3년의 훈련 기간도 불사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진정으로 아와오도리 속 한 사람이 되기 위해
춤추고 있다. 이날 회관에서 감상한 아와오도리는 렌의 수장인 렌조 ‘호리노 지토’의 지도하에 구성된 ‘아후렌’의 작품이었다. 현재 렌조를 맡고 있는 본인 역시 도쿠시마 출신이 아님을 밝히며 아와오도리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이들의 범위는 이미 도쿠시마 이상으로 국경마저 넘고 있음을 이야기해주었다. 매년 8월에 열리는 ‘아와오도리 축제’에 참가자로 임하기 위해서는 렌에 소속하길 원하는 타지인들도, 관람객으로서 더 즐겁기 위한 단기 강습을 원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과연 낯설기만한 춤사위에 왜들 그리 매료되는지 궁금하다면 직접 감상해보는 것이 유일한 답인 듯하다.

1 남자의 아와오도리인 오토코오 도리는 자세를 낮추고 팔을 자유자 재로 움직이는 고유의 멋이 있다.
2 아와오도리 회관에 소속되어 있는 40여 개의 렌. 각 렌의 이름으로 회관 내 한 벽이 가득 메워져 있다.
3 이날 멋진 공연을 선보인 아후렌의 렌조, 호리노 지토. 4 단아한 듯 비장한 아와오도리 전통 복장.
4 이 춤의 중독성을 완성시키는 
5 종 악기 샤미센이다. 특히 중앙의 피리 멜로디와 그 옆의 종이 내는 쨍한 음색이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룬다.
5 음악이 시작되면 발가락이 땅에 닿도록 굽을 세워 춤을 춘다.

1 3 카즈바라시 아래로 흐르는 계곡의 황홀한 빛깔. 하지만 그 어여쁨도 들쭉날쭉한 발판 사이로 보일 땐 무서울 따름이다. 
2 오보케쿄 유람선
4 다리는 안전을 위해 3년마다 대대적인 보수 작업에 들어간다. 

산 넘고 물 건너 이야 계곡으로

산 좋고 물 좋은 섬 시코쿠에서 자연에 한번 취해보지 않은 이, 유죄이다. 이를 위한 무대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곳이 바로 ‘시코쿠의 배꼽’이라는 ‘이야 계곡’이다. 섬의 중앙쯤 위치하며, 태고의 자연을 조화롭게 잘 유지하고 있어 이 섬의 허파와도 같은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특히 평온한 도심과 아와오도리의 흥을 즐긴 도쿠시마에서 시간을 보낸 후 이야 계곡에 닿는다면 그 반가움은 배가 될 것이다. 보이는 것이라곤 켜켜이 겹치는 가파른 산봉우리와 빼곡한 나무들뿐이니 그 안에 머무는 시간은 오직 자연에만 집중할 수 있다.
도쿠시마에서 차편으로 2시간 정도 달리면 닿게 되는 이곳에서 이야 계곡만이 자랑하는 첫째는 ‘오보케고보케’ 계곡이다. 요시노 강이 시코쿠 산맥을 가로지르는 곳에 형성된 이 계곡은 계곡을 감싸는 결정편암이 침식되며 그리는 절경이 독특하다. 맑은 초록빛으로 반짝거리는 계곡물과 그 주변에서 하늘을 향해 솟은 옅은 하늘색의 암벽 무리가 매일의 날씨마다, 또 각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특히 단풍의 천연색이 시야를 메우는 가을이 유독 아름답다. 유람선 위에서 짧은 유랑을 마친 후에는 계곡 아래를 벗어나 위를 향해 올라보자. 험준한 지형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그 악명을 더욱 떨쳤던 과거를 기억하는 이야의 ‘오줌 누는 아이상’을 찾아서 말이다. 200미터 높이의 아득한 V자 계곡 위로 마치 그 바닥을 조준하듯 세워져 있는 이 아이. 개구지고 귀여운 모습이지만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더 다가갈수록 아찔한 계곡의 높이가 발목을 잡는다. 산중에 도로를 만들 당시에도 폭발시키지 못한 큼직한 바위 위에서 동네 아이들이 담력을 겨루며 오줌 누던 모습을 재현해놓은 것이다.

5 카즈바라시 곁에서 가녀리게 흘러내리는 비와노타키 폭포.
6 이야 전통 민요를 부르는 여성. 
7 8 케이블카를 타고 하늘 노천탕에 닿는 호텔 카즈라바시. 
9 10 호텔에서의 저녁 가이세키에는 지방 특색 메뉴로 고소한 은어 구이와 순수 메밀소바가 포함되어 있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야의 휴식

‘이 경치를 바라보며 온탕에 몸 담그고 싶다’. 아주 멋진 자연경관을 볼 때, 왠지 일본 사람들은 이 생각을 가장 먼저 할 것 같다. 그런 발상을 시작으로 구현된 꿈만 같은 노천탕들은 이미 무수하고, 이야 계곡 역시 마찬가지다. 이토록 순수한 산의 절경을 앞에 두고 어찌 노천탕에 몸 담그지 아니 할까. 고로 사람 손닿기 힘든 이 첩첩 산중에서도 10여 곳의 온천 호텔을 찾을 수 있다.
이번에는 일명 ‘하늘 노천탕’으로 유명한 ‘호텔 카즈바라시’에서 하루를 묵었다. 소박한 규모의 료칸이지만 건물 3층과 연결되어 있는 야외 케이블카를 타면 탁 트인 하늘과 산의 풍경에 훌쩍 다가가는 곳에 마련된 꿈결 같은 노천탕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이 료칸을 찾으면 그러하듯 하루에 세 번의 온천욕을 실천했다.
호텔에서 저녁을 먹기 전 잠시 올라가 몸을 데우고, 저녁식사를 마친 후 푹 자기 위한 목욕을 진득이 다시 한 후 이른 아침 눈을 떠서 바로 다시 찾는 세 번의 온천욕. 처음은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날리더니, 둘째는 밤하늘에 그득한 별빛에 자지러지게 하고, 셋째는 이른 아침 산이 뱉는 가장 향기로운 공기를 내 몸속 깊숙이 넣어주는 느낌이다. 거기에 이야 계곡만의 향토요리로 즐긴 저녁식사까지, 진정한 힐링도 단 하루면 충분하구나 싶다. 저녁 가이세키를 즐기는 동안 지역 토박이 여성이 애절하게 불러준 이 지방의 민요 역시 이 휴식에 큰 몫을 했다. 특히 호텔 인근에 위치하는 오랜 역사의 넝쿨 다리 ‘카즈바라시’가 가사 속에 등장하는 노래였다. ‘바람에도 흔들리는 카즈바라시이지만 내 님이 손 잡아주면 무섭지 않아요’. 고운 민요를 듣고, 별밤의 온천 덕에 숙면을 취했으니 내일은 카즈바라시가 그리도 위태로운 다리인지 찾아가 볼 생각이다.

인간이 창조한 자연의 별, 아와지유메부타이 

이번 여행의 두 번째 목적지인 고베. 도쿠시마에서 두 개의 대교를 건너면 닿는 효고현 고베로 가는 길에 만난 문화와 건축, 예술, 휴식, 자연의 결합체가 있다. 시코쿠 섬과 고베 사이 바다에 떠 있는 아와지 섬 속 ‘아와지유메부타이’ 이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과 식물을 모두 좋아한다면 당장 찾지 않을 이유가 없는 이 거대한 복합문화 리조트 시설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에만 3년의 시간을 들인 곳이다. 아와지의 북쪽, 오사카만이 보이는 해변을 따라 펼쳐진 8만 평 이상의 거대한 부지 위에 본래의 계획이었던 골프장을 조성하는 대신, 인간의 손으로 자연을 되살리고 싶던 안도 타다오의 꿈을 토대로 구성되었다. 이 안에는 호텔, 국제회의장, 야외극장 등 다양한 시설들이 공존하고 있지만 그중 단연 특별한 곳은 ‘기적의 별 식물원’ 과 ‘이와지시마 아카시해협공원’이다. 꽃과 초록, 또 꽃과 사람의 교류를 온실 속에 실현시킨 기적의 별 식물관은 이른바 실
험창조형 식물관이다. 계절에 민감한 식물을 따라 매 계절마다 그에 맞는 특별전과 쇼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식물관 내부를 크게 9가지의 테마로 나눠 제각각 다른 주제의 식물들을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전시해놓았다. 내눈에 특히 아름다웠던 공간은 ‘초목 갤러리’와 ‘양치식물 룸’이다. 투명한 유리건물 내부에서 각기 다른 규모로 독특한 개성을 뽐내며 자라나고 있는 다육식물이 초목 갤러리의 주인공이었다. 건조한 땅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모던한 오브제와 함께 구성해 ‘드라이 가든’이라는 콘셉트가 더욱 생소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반나절은 그 속에 머물고 싶던 양치식물 룸은 어두운 공간에서도 잘 자라는 양치식물들이 빼곡이 생명을 꿈틀대고 있는 작은 분리공간이다. 인공적인 빛 아래에서도 잘 자라는 내음성 식물들만을 골라 그리 넓지 않은 실내를 온통 초록빛과 촉촉한 물소리로 가득 채웠다. 이외에도 일본의 전통
적인 원예 문화를 소개하는 ‘꽃과 초록이 있는 생활’ 전시실이나, 세계의 꽃 문화를 전하며 1년에 6번 새 옷을 입는 ‘플라워 쇼 스페이스’도 식물원 속 신나는 볼거리다. 두 눈이 쉴 틈 없는 식물원 건물을 나오면 곧 아와지시마 국영 아카시해협공원이라는 지상 위 천국을 마주하게 된다. 역시나 계절마다 다른 옷을 갈아입는 거대한 꽃밭과 호수, 남국의 정취가 느껴지는 시원시원한 나무들이 벌판 위에서 이루는 조화가 대단하다. 마치 극도의 행복을 표현한 낙천적인 명화 한 점을 감상하고 있는 듯한 기분. 넉넉히 시간을 잡고 함께 방문해야 할 ‘백단원’이나 야밤의 야외극장 공연 등도 놓치지 말자.
주소 4 Yumebutai, Awaji-shi, Hy.go-ken 656-2306
문의 +81-799-74-1200, www.kisekinohoshi.jp

1 식물관에서 조금만 걸으면 닿는 아와지시마 아카시해협공원의 전경.
2 안도 타다오가 유메부타이를 건설한 목적이 담긴 장식.
3 8 양치식물관은 마치 자연의 꿈속을 걷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4 6 아카시해협공원에서는 오사카만을 바라보며 남국의 정취를 온연히 느낄 수 있다.
5 안도 타다오 특유의 노출콘크리트벽과 식물들이 그리는 조화.
7 9 다육식물만이 모인 초목 갤러리를 비롯한 구석구석에서 독특한 식 물들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나만의 청출어람 손수건

도쿠시마현의 아와 지역은 예로부터 천연 쪽 염색의 본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천연염료인 풀 쪽을 재배하기에 적합한 땅이 바로 아와였기에 쪽의 시대가 융성하던 때 아와는 쪽 상인들이 상주하며 거래를 이루는 무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붐볐을 거리에 지금은 쪽 염색 박물관이자 체험장인 ‘아이노야카타’만이 남아 쪽의 아름다움에 눈 뜨고 싶은 이들을 반기고 있다. 이미 바다의 것보다 더 매력적인 그 푸른 빛깔에 매료되었기에 이날은 나만의 쪽빛 손수건을 남기기로 했다. 원하는 모두가 소정의 참가비로 체험할 수 있는 쪽 염색 체험장은 과거 번성했던 쪽 상인의 오래된 저택 한쪽에서 진행된다. 쪽 잎을 수확해 말린 후 이를 빻아 100일 정도 발효의 시간을 거치면 완성되는 쪽 염료는 멋진 그 색과는 달리 액젓과도 같은 찌릿한 냄새를 풍긴다. 체험장 내부에는 온통 그 냄새가 코를 찌르 지만 그저 하얗던 천이 지도만 따르면 멋진 색의 그라데이션을 갖게 되는 일이 신기해 금세 잊히고 만다. 원하는 디자인에 따라 제각각 막대기나 고무줄을 이용해 틀을 잡은 후 쪽 염료에 그대로 담가두고 1분 후 꺼내 손으로 염료를 최대한 짜낸 채 아니 1분을 기다린다. 이런 작업을 3~5번 반복하게 되는데 횟수를 올릴수록 쪽빛의 색이 더욱 진하게 나온다. 

1 염색 체험 중. 
2 손수건 염색 모델.
3 쪽 염료.
4 전문 염색작업.
5 쪽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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