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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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중국]     도시분류 :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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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홍콩에서 일주일을

7 Days in Hong Kong

홍콩에서 일주일을

"나 홍콩에나 갈까?". 시시콜콜한 소식을 나누던 카톡창이 돌연 바빠졌다. 홍콩에서 직장을 다니는 언니와 근황을 주고받던 중 장난삼아 한 마디를 건넨 것이 시작이었다. 말이 나오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비행기 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여행의 시작은 예매라고 믿기에. 몇 시간 뒤 발권된 티켓을 바라보며 이미 마음은 홍콩으로 향하고 있었다.
글과 사진 양수복 에디팅 이소윤 기자

 

4학년 2학기를 목전에 둔 여름방학. 나의 여름방학 계획은 첫 단계부터 미끄러졌다. 지원했던 인턴십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계획했던 일들이 모두 도미노처럼 우수수 밀려나 손 쓸 틈 없이 비어버렸다. 그 덕분에 시간이 남아돌았다. 여행을 떠날 시간은 충분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날들이 계속 되었고 내가 속해있는 시간과 공간의 굴레가 버거워 참지 못하게 되었을 때, 자연스레 '이곳에서 떠남'이라는 옵션을 마음에 두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그 옵션을 선택했다. 새벽 5시 반에 공항에 도착해 눈을 비비며 체크인 줄에 섰다. 제주공항에 가득한 중국인들의 붉은 여권을 보면서 홍콩에 벌써 도착한 걸까 갸우뚱했을 때부터 여행은 시작되었다.


미식천국, 차찬탱의 나라
홍콩의 첵랍콕 공항에서 A21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작열하는 태양에 하얗게 빛나는 구름과 다 올려 보지도 못할 것처럼 높은 고층 빌딩숲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조던Jordan역에서 내린 후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김밥천국 같은 종합음식점 ‘차찬탱’이었다. 가지각색의 메뉴를 취급하는 '차찬탱'은 홍콩의 어느 거리에나 있는 보편적인 음식점이기 때문에 메뉴를 고민할 필요 없이 빠르게 식사를 해결하기 편리했다. ‘미식천국’ 홍콩은 첫 맛부터 남달랐다. 새우 완자가 든 완탕면과 버터를 발라 구운 빵, 새우 볶음밥, 밀크티, 예스러운 병 콜라까지 어느 하나 수준 이하인 음식이 없었다. 깔끔하게 접시를 비웠다. 이후 맛봤던 딤섬, 에그퍼프, 에그타르트, 밀크타르트 등 모든 음식이 완벽하게 맛있었다. 홍콩은 역시 미식천국이 맞았다.


근심은 잊고 해풍과 스르르
첫 행선지는 홍콩 섬에 위치한 '셱오비치Shek O beach'였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고운 모래에 눕자마자 "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 도착해 불볕더위에 길을 헤맸던 모든 일들이 아득했다. 지인이 있더라도 이국이고 초행길인지라 딱딱하게 긴장하고 있던 근육들이 살랑이는 해풍과 함께 이완되는 게 느껴졌다. 몇 번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하다 잠이 들었다. “한 시간 지났어"라는 언니의 알람에 퍼뜩 깼다. 꿈도 없이 한 시간을 내리 자고 일어났지만 피부가 탄다거나 해가 져서 어두워진다거나 하는 일들은 하나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여기 누워 입을 벌리고 멍하니 해변을 보고 있다는 사실만 있었다. 이완된 몸과 마음으로 신나게 놀았고 돌이 많아서 '돌 석' 자가 들어간 '셱(석石)오비치'의 마을을 걸었다. 파스텔톤 건물과 예쁜 정원으로 꾸며진 마을이 아기자기하니 예뻤다.


로컬을 느낄 수 있는 시장의 매력
둘째 날의 테마는 시장이었다. 홍콩 시내를 다니는 초록색 트램을 타고 타이윤Tai Yun 마켓과 근처에 위치한 ‘옐로 하우스’, ‘완차이 마켓’을 구경했다. 타이윤 마켓은 길을 따라 늘어선 노점에서 옷부터 시작해 식재료, 기념품까지 온 종류를 망라한 물건을 파는 5일장과 비슷한 시장이었다. 파는 물건보다도 활발하게 거래하는 지역 주민들의 모습이 재미있어 계속해서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사람들을 관찰했다. 바로 옆 거리에 있는 옐로 하우스는 이름 그대로 건물 전체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실은 블루 하우스를 찾아간 거였는데, 아쉽게도 블루 하우스는 공사 중이라 옆에 위치한 옐로, 핑크, 민트 등 파스텔톤이 빛나는 건물들을 눈에 가득 담고 왔다. 또 길을 하나 건너니 완차이 마켓이었다. 완차이 마켓은 식재료만 취급하는 실내 시장이었다. 새빨간 고기를 써는 정육점 아저씨부터 까맣게 변해가는 망고를 저렴한 가격에 가져가라 손짓하는 부부까지. 사람 냄새가 푸근했다. 사람 사는 건 거기서 거기라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장소는 시장이다. 물건을 팔고 사는 장소임에는 다를 바 없지만 식재료, 사람들, 다른 언어, 시장 자체가 주는 지역적인 특색이 좋아 가장 이국적인 여행지로 매 여행마다 꼭 찾게 되는 대표 여행지이다. 홍콩에서도 잊지 않고 시장에서 열심히 부대끼고 열정적으로 상인들과 눈을 맞춰가며 망고 2개를 1천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흥정에 성공했다. 시장투어가 테마인지라 길거리 음식점 중에서도 꼬치구이로 단연 유명한 ‘미식점’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오징어, 완자, 고추 등 흔히 보던 꼬치구이가 매콤한 소스에 덮이자 홍콩스러운 별미로 탈바꿈했다. 홍콩의 거리는 별천지였다.

자유분방함을 뽐내는 거리, 소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소호Soho지구에 도착하니 소호만의 색취가 느껴졌다.이국적이고 자유분방한 소호에 있자니 어깨를 펴고 더 당당하게 걸어야 할 것만 같았다. 발은 아파도 이 골목, 저 골목 쏘다니며 사람들과 상점과 풍경과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홍콩의 이케아라 불리는 숍인 ‘G.O.D(God of Desire)’에서 아빠에게 선물로 줄 화려한 프린트의 트렁크 팬티를 건졌다. 가장 홍콩스러운 선물이 아닐까 싶어 뿌듯했다. 소호에서 이어지는 홍콩의 골동품 거리, 일명 ‘캣 스트리트’에서는 어쩐지 그날따라 경찰들이 들이닥쳐 세관 단속을 하는 바람에 무엇 하나도 건지지 못했지만 그 또한 즐거웠다.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캣 스트리트에서 벗어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완탕면으로 하루의 여독을 풀었다. 역시 홍콩에서 내 소울 푸드는 완탕면이었다. 집에 돌아가며 친구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사람들은 홍콩을 '한 번 오는 여행지'라고 하던데, 나랑 홍콩은 꽤 잘 맞는 것 같아." 친구는 말했다. “그냥 거기서 살지 그래?”

일주일을 보내고 그러는 새 일주일이 흘렀다. 저물어가는 일주일을 앞두고 피크트램을 타고 홍콩의 꼭대기에 올랐다. 거리에 있을 때는 몰랐던 홍콩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역시 ‘별천지’ 홍콩의 밤은 낮보다 화려했다. 몇 시간 동안 홍콩의 야경에 물씬 젖어 있었다. 화려함의 극치, 도시 문화의 극치인 홍콩의 밤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수많은 불빛과 사람들이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언가 아득하기까지 한 도시의 풍경이었다. 사실 나의 홍콩 여행에 특별한 이유와 이색적인 경험은 없었다. 다만 이 여행을 통해 빈속을 채웠다는 생각만이 든다. 나는 사람이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외부의 자극이 어떤 식으로든 변형이 되어 양분처럼 저장 된다고 믿는다. 매일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말만 듣고, 같은 일을 하다 보면 고인 물처럼 사람도 썩어 버릴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여행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었다. 사람이라는 물을 흐르게 하기 위해. 홍콩은 고여 있던 나를 다시 흐르게 했다. 여전히 알지 못하는 내 미래의 선택지 중에서 더 아름다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 살자는 다짐을 하게 했다. 홍콩 첵랍콩 공항의 깊은 밤을 날아가면서 더 나은 사람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삶의 여정을 계속 해보자는 용기를 품었다. 이래서 나는 여행이 좋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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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내실 곳 - 이소윤기자(soyun.lee@tourdemon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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