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Kadavu
Untouched Island Kadavu 

자연속에서의 삶, 칸다부 

8년전인 것 같다. 친한 현지 분이 손에 들고 가던 푸른 바다의 수면위로 올라온 각색의 산호초 위를 스노클링 중인 커플이 담긴 사진 엽서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어디야?” “어, 칸다부”. 이때부터 칸다부는 내게 꼭 방문해봐야 하는 장소 중 하나로 정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다녀온 칸다부는 마타바Matava 리조트의 ‘Untouched’ 단어 하나로 다 설명이 된다.
글과 사진 박재협자유기고가(코코투어대표)

 
칸다부 군도Kadavu Group와 칸다부 섬Kadavu Island
피지의 330여개의 섬 중 면적 411km2로 4번째 큰 섬인 칸다부는 수도인 수바Suva에서 남쪽으로 약 8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칸다부 군도에 위치하고 있으며, 2007년 인구 조사 기준 10,167명이 거주하고 있다. 스쿠버 다이빙포인트로 유명한 그레이트 애스트로라베 리프Great
Astrolabe Reef를 기준, 북쪽에 칸다부Kadavu 섬, 오노Ono 섬, 갈로아Galoa 섬을 비롯한 작은섬들이 모여 이루어진 칸다부 군도는 1800년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출발하는 미국 행 증기선의 중간 기착 였으며, 갈로아섬에 위치한 갈로아 항구는 포경선의 기지 역할을 담당 했다고 한
다. 지진벨트와 피지의 사이클론 경로에 위치한 지리적인 위치 덕분에 많은 지진과 태풍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에 따른 본토로부터의 고립 같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어온 칸다부 군도 주민들Kadavuans은 그 어려움을 극복하며 몸에 익힌 진보적인 삶의 자세 때문인지
전 외무장관, 법무장관, 대법원장을 비롯한 정부인사, 유명 럭비 선수, 가수 등 피지의 각계 각층으로 진출하였다고 한다.
난디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40분정도 날아가면 푸른 수면 밑으로 보이는 산호군이 보이고 곧장 비행기의 기수가 내려간다. 칸다부에서 제일 큰 타운이며, 유일한 비행장이 있는 부니세아 Vunisea이다. 칸다부에는 없는 것들이 많다. 일단 은행과 식당이 없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
도 없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기도 제공되지 않는다. 주 교통수단은 화이버Fiber로 제작된 롱보트이다. 이 보트를 타고 마을과 마을로 사람과 물자들을 나르고 바다 낚시를 한다. 비행기나 페리를 타고 부니세아 타운으로 와서 롱보트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해야한다. 사
전에 미리 알고 왔음에도 제일 먼저 당황을 한 것이 이 롱보트 탑승이다. 공항에 도착을 하면 항공기에서 짐이 내려 지고 본인 짐을 찾고 나서야 공항 청사로 들어 갈 수 있으며, 여기에서 각 리조트에서 마중 나온 직원들을 만나 이동을 한다. 당연히 택시는 없고 마을에서 운영하는 4륜
픽업차량이 기다리고 있었다. 난디부터 함께 타고 온 미국인 한 커플, 그리고 혼자 온 미국인 남자 1명,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이 같은 리조트에 묵는다. 공항에서 출발한 후 처음으로 마주친 상점에서 직원들이 차를 세우더니,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여기서 구입을 하라며, 자기들도 빵과



과일들을 구입한다. 리조트들에 물건들이 풍족하지 않으니 당연하다. 덕분에 잠시 타운 전경을 간단히 사진에 담고, 마지막 날 타운 답사 계획을 세우며, 우리가 타고갈 배를 찾아 부둣가 쪽을 훑어보았다. 근데 웬걸 리조트 배가 안보이는 것이 아닌가. 할 수 없이 각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출발해 왼쪽에 보이는 부둣가가 아닌 오른쪽으로 언덕으로 향한다. 학교 및 병원 등 정부 청사가 모인 언덕을 넘어가니 조그마한 선착장이 보이고 두 척의 롱보트만이 눈에 들어온다. ‘설마 저 배가 우리가 타고 갈 배?’ 직원들은 당연하다는 듯 차에서 짐을 내리며 우리들에게 가능하면 신발을 벗고 걸어가 배를 타라고 한다. 잠시 멈칫한 미국인 커플은 신발을 벗고 배로 향하고 현지인 수준인 필자는 당연히 맨발로 터벅터벅…… 다만 직업병에 따른 고민 한가지가 떠올랐다. ‘과연, 다이버를 제외한 아시아 여행객들이 저 롱보트를 타고 40분을 갈 수 있을까?’
칸다부 동쪽을 배로 돌아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비행장이 위치한 부니세아 타운은 칸다부 섬의 1/3지점, 북쪽과 남쪽의 양쪽으로 인체의 허리 곡선처럼 움푹하게 들어온 만이 형성되어 있는 지리적인 안전지대에 위치하여 일주일에 한번 수도인 수바에서 들어오는 페리선과 국내선을 통해 들어온 사람과 물자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로 운반 할 수 있다. 제일 먼저 묵었던 섬 남쪽에 위치한 마타바 리조트에서 섬 동쪽을 통해 북쪽으로 돌아오니 30노트의 빠른 배의 속도로도 1시간이 넘게 걸린다. 바람을 맞으며 달리다 보니 저 멀리 넓은 바닥이 다 들여다 보이는 카바카라와Kavakarawa(옥빛) 바다가 보인다. 이제야 칸다부 바다에 온 느낌이다.
☞ 피지어로 얕은 옥빛 바다는 카바카라와Kavakarawa라고 하며, 망망대해 푸른 깊은 바다는 타카리Takali 라고 부른다.

1 바닥이 보이는 맑은 바다이지만, 썰물에는 수심이 매우 얕아, 이렇게 롱보트 앞에서 뱃길을 봐주어야 한다. 
2 비행기에서 이렇게 산호군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칸다부 Kadavu이다. 3 사람이 살지 않는 암석으로 이루어진 무 인도 
4 마타바Matava 리조트 객실 전경 5 물이 빠진 바닷가를 산책 중인 미국에서 오신 모녀, 저 해변을 쭉 걸어서 칸다부 코로Kadavu Koro 마을로 갈 수 있다. 
6 전통 부레 아래 설치 된 피지안 드럼 랄리Lali, 매우 중요한 식사 시간을 알려 준다. 7 마타바Matava 리조트 부레 전경, 모든 부레의 발코니에서는 각각 다른 모습의 바다 전경을 볼 수 있다. 
8 바닷가 만물 상회, 허름해 보이지만 시원한 음료를 제외하고 필요한 물품들은 다 갖추고 있다.

마타바Matava 리조트
섬 남단을 돌아 마타바Matava 리조트로 가는 길은 옥빛 바다, 푸른 다소 깊은 바다, 그리고 썰물 시 물살이 세서 강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여울을 지나야 한다. 다이빙이나 스노클링 트립을 위해 타고 다니는 큰 보트로는 지나 갈 수가 없는 지역이다. 오른쪽으로는 다양한 푸른빛의 칸다부 바다를, 왼쪽으로는 열대 우림 속에 간간히 보이는 피지언 마을들과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크고 작은 섬들을 지나쳐 가다 보니, 개인 요트와 ‘Dive Me’라고 적인 알루미늄 다이빙 보트가 보인다. ‘Fiji…. Untouched’ 라 표현하는 마타바Matava 리조트이다. 앗, 그런데 배가 리조트까지 못 들어간단다. 썰물이라 물이 빠져 드러난 바닥, 다이브 보트도 물위가 아닌 바닥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게다가 푸른 바다와 어울리는 산호 모래의 해변이 없다? 다소의 실망감과 함께 다시 신발을 벗고 터벅터벅 걸어 가니 공항부터 함께 온 리조트 직원이 메인 빌딩으로 안내를 해 준다. 간단한 리조트 정보가 적혀 있는 시트를 돌려 보며 맨 하단에 본인의 이름과 체크인 날짜를 적고 나면, 각 숙박객들에게 못 먹는 음식이나 음식 알레르기는 없는지, 특별히 원하는 방식의 음식이 있는지를 꼼꼼히 물어본다. 대부분의 칸다부 리조트는 객실료에 식사가 포함이 되어 있다. 다만 다른 프라이빗 리조트 처럼 다양한 선택 메뉴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매일 가능한 재료를 가지고 투숙객들에게 맞는 식사를 만들어 제공해준다. 음식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즉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피지와 남태평양의 많은 리조트를 다녔지만, 처음 겪어본 선택이 없는 식사, 하지만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매일 다른 메뉴가 제공되며 여기에 리조트에서 직접 재배하는 유기농 야채들과 과일들이 매 식사 마다 나온다. 아침 식사는 매일 직접 구운 빵과 과일 접시 그리고 본인 선택에 따른 계란요리 또는 베이커, 점심 식사는 직접 재배한 야채로 만든 야채 샐러드와 파스타, 그리고 빵, 저녁 식사는 매일 다른 전채요리/메인 요리/디저트의 3코스 식사를 제공한다. 마타바 리조트는 허니문 부레를 제외하고는 가격이 모두 동일하다. 바다를 향해 위치한 전통적인 피지언 부레 형식으로 지어진 객실들이 언덕 위에 각각의 프라이버시가 가능하도록 위치하고 있다. 각각 바다가 보이는 발코니와 퀸사이즈 침대, 거실 탁자와 의자, 그리고 수납장, 욕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처음 언급 했듯이 전기가 정해진 시간(오후 5시부터 9시)까지만 제공된다. 당연히 에어컨은 없으며, 천장 선풍기가 있을 뿐이다. 각각의 부레에는 태양광판이 설치되어 더운물과 LED 전등 두개를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목욕 비누와 세숫비누만 제공하며, 샴푸와 린스도 제공이 안된다. 이건 다른 리조트들도 마찬가지이다.

1 아무도 살지 않는 해변에서 물놀이 중인 현지 가족들이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고 있다. 
2 이른 아침 잔잔한 마타바Matava 리조트 앞 바다, 카약을 타고 출근하는 직원과 어슬렁거리는 벨로 Belo(흑로) 한 마리 
3 "다들 앉으셨지요?" 롱보트 출발 전 마지막으로 승객들을 점검하는 애로니



전파차단, 세상과의 단절?
카메라 장비 베터리와 핸드폰 베터리, 그리고 충전기들 들고 메인 로비로 향했다. 메인 로비에는 아침 9시에서 저녁 7시까지 태양열 발전기를 이용해 전기가 공급되며, 저녁에는 투숙객이 다 들어갈 때까지 유류 발전기를 사용해 전기를 공급해 준다. 머무는 내내 한쪽 구석에 멀티 탭을 꽂아 사용 했다. 메인 로비는 리조트 내에서 유일하게 유료 와이파이 인터넷이 연결된다. 리조트 해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핸드폰은 신호도 안 잡히고, 당연히 모바일 인터넷도 사용 불가능하다. 리조트를 완전히 벗어 나던가, 해변을 기준으로 5분거리에 있는 보다폰 록Vodafone Rock까지 걸아 가야 전파가 잡힌다. 미리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너무나 다른 리조트 환경에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며, 해변으로 걸어가 보니 조금씩 물이 들어오는 해변에 임시 네트가 설치되어 있고 직원들과 투숙객들이 어우러져 비치 발리볼 경기를 하고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저녁
시간 담당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퇴근을 하고, 투숙객들은 각자의 객실로 돌아 갔다가 6시부터 시작되는 칵테일 시간이나 7시에 시작되는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추어 나온다. 피지 발리볼은 하루를 마감하는 매일 행사였던 것. 서서히 어두워지는 하늘과 함께 메인 빌딩이 조금은 분주해 진다. 저녁 준비와 함께 특별한 셋팅을 한다. 곳곳에 정성스럽게 꽃으로 장식을 하고 호롱불을 식탁을 비롯한 곳곳에 켜기 시작한다. 날이 저물어 갈수록 점점 아늑한 분위기로 바뀌어 간다. 

오후 6시, 칵테일 시간, 서로 모르던 투숙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자, 술을 주문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객실에 냉장고가 없기에 가방에 넣어오더라도 차게 마실 수가 없다. 칵테일 시간대에 주문을 해야만 시원한 맥주가 가능하며 맥주도 딱 두 종류뿐. 피지 비터Fiji Bitter와 하이네 켄Heineken, 호기 좋게 피지 골드Fiji Gold를 찾았던 필자에게 당연하다는 듯 “우린 두 종류의 맥주 밖에 없는데 어떤 거 줄까?” 라는 직원의 말에 결국 피지 비터를 주문했다. 그래도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피지에서 만드는 바나나 피지 럼Banana Fiji Rum 이 있어 조금 더 선택폭이 있었다. 물론 리스트에 있는 칵테일은 주문하면 만들어 준다. 혼자 맥주 한잔을 마시며, 난디에서 함께 온 커플들과 인사를 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허니문으로 왔단다. 원래 머물던 투숙객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저녁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마타바에는 두 번째, 매번 3주를 머무
시는 캘리포니아에서 온 존John아저씨 커플, 은퇴하고 바다 환경 보호 단체 일을 도와 주면서 여행을 다니는 조Joe 아저씨, 스웨덴에서 온 다이버 커플, 미국에서 온 모녀, 다음날 도착한 호주 신혼 여행 커플, 캘리포니아에서 온 신혼 여행 커플 등 이렇게 최대 12명이 매일 저녁 다른 커플들과 식사와 대화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1 코니스Connies에서 스노쿨러Snorkeler들 
2 코랄 원더랜드Coral Wonderland의 수지맨드라미 
3 코랄 원더랜드Coral Wonderland의 부채 산호

펄떡 살아 숨쉬는 바다에서의 스쿠버 다이빙
마타바 리조트는 쥐 가오리Manta Ray를 볼 수 있는 만타 리프Manta Reef를 비롯 22개의 다이빙 포인트가 있다. 제일 유명한 만타 리프의 경우는 1년 내내 쥐 가오리를 볼 수 있는 포인트이며 칸다부 군도에는 두개의 쥐 가오리 포인트가 있다고 한다. 남쪽은 마타바 리조트에서 서쪽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만타리프, 북쪽은 오노Ono 섬 위쪽에 있는 부리아 섬Bulia Island으로 날씨만 허락한다면 언제든지 볼 수 있다고 한다. 다이빙 첫날, 스노클링을 하는 팀들이 많아 함께한 스노클링 포인트이자 다이빙 포인트인 코니스Connies와 리차드 보미Richard Bommi에서 코랄다이빙을 마치고, 둘째 날 만타 리프로 이동을 하였다. 마타바 리조트에만 장기로 2번째 머무는 존 아저씨 부부는 평생 볼 쥐 가오리를 다 봤다면 그냥 스노클링 팀에 합류 했다. 필자와 스웨덴에서 온 커플은 쥐 가오리를 꼭 봐야 하기에 달랑 셋이서 포인트로 향했다. 수면 밑으로 보이는 산호초 안쪽에 위치한 두개의 높이가 다른 피나클Pinancle이 쥐 가오리들의 클리닝 스테이션이다. 입수 후 주위를 감상하며 천천히 피나클로 이동을 하고 나니 우리를 인도하던 다이빙 마스터가 주위를 둘러본다. ‘앗 여기가 포인트인가 보다’ 함께 두리번두리번거리던 필자에게 마스터가 수신호를 보낸다. ‘어디요? 어데?’ 언덕 너머로 서서히 다가오는 쥐 가오리 한 마리, 그리고 두 마리, 세 마리…… 유유히 헤엄을 치며 한바퀴 돌더니 옆쪽으로 돌아가 버린다. ‘앗 안되. 제대로 못 찍었다구’ 열심히 쫓아 가보지만 유유히 사라지고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다. 작은 동굴 탐험도 하고 수면으로 올라갈 시간이 되어 안전 정지를 하고 있는 중 밑으로 다시 지나가는 쥐 가오리 두 마리, 생애 처음으로 자연에서 본 쥐 가오리지만 제대로 된 사진은 못 건졌다. 큰 아쉬움과 함께 때에 따라서는 최대 20마리 이상 볼 수 있다는 만타 리프를 출발 하여
다음 포인트로 이동을 했다. 남태평양을 시작으로 바다 속만 구경을 해본 많은 사람들이 다녀온 다른 바다 속 풍경은 경험 해보지 못한 필자이지만, 칸다부의 물속은 필자보다 일주일 먼저 다녀간 한국 강사 분의 “아직도 살아 있는 바다 내요” 라는 말로 다 설명이 된다. 다양한 산호들과 크고 작은 해양 생물들을 볼 수가 있는 정말 살아있는 바다이니까. 마타바 리조트의 다이빙 포인트 중 대양을 향해 산호군 밖에 위치한 스몰 코너Small Conner는 타이거 상어, 고래 상어 및 짧은 시즌이기는 하지만 북극에서 오고 가는 혹등고래들이 잠시 쉬어가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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