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eal for December

이웃 나라 가정식, 12월엔 가정식이 그립다. 추운 계절 탓인지 한 해가 져가는 시기 탓인지, 한 상 풍성하게 차려 놓고 다 함께끌 시벅적 나눠먹는 집밥이 유독 고프다. 이에 대한 애틋함은 만국 공통이다. 멀리 티베트도, 머나먼 프랑스도 12월이면 북적이는 가정식을 즐긴다. 온 가이족나 친구 무리를 이끌고 가 함께 그 온기를 만끽하고 싶다.
글 이소윤 기자 사진 남아현 기자

종로 포탈라Potala 온화한 맛으로 마음을 데우다

히말라야 산맥을 따라 이어지는 세 나라 티베트와 네팔, 인도. 크고 작은 차이들은 존재하지만 식문화에서 비슷한 부분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 특히 티베트에서 소비하는 식자재의 70퍼센트 이상이 인도에서 공수해오는 것이기도 하다. 나라 전체의 평균 해발이 3,000미터나 되는 고산 국가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바다가 융기하며 생긴 산맥 히말라야의 호수들은 가끔 신비로운 소금을 선물하기도 한다. 하얗게 반짝이는 보석 같은 티베트 소금을 이곳 포탈라에서는 직접 볼 수 있다. 계절이나 가축들의 사정을 따라 이리저리 이동하며 사는 유목문화가 여전히 진하게 남아 있기에 그들의 음식이란 결 코 복잡하지 않다. 뚝딱 만들기 쉽고, 쉽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단출한 음식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인도와 네팔의 음식에 비해 향신료와 조미료가 적게 들어가 한국인에게 익숙한 맛을 품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뗀툭Than Thuk'
와 ‘모모Momo’가 있다. 소와 닭 육수에 얇고 일정한 크기의 수제비와 납작하게 썬 감자와 채소들을 넣고 푹 끓인 영락없는 우리네 감자 수제비와 같은 모습과 맛을 띠는 뗀툭. 보다 거창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 조리하는 티베트 음식들 가운데서 진정한 티베트 집밥의 느낌을 느끼고 싶어 이를 택했다. 허옇고 진득한 국물이 조금 지루해질 때면 함께 나오는 고춧가루와 생강, 마늘 등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여도 좋다. 더불어 티베트에서는 온가족이 한 날 한 시에 다 같이 만들어 먹는다는 그들만의 만두 ‘모모’도 정겹다. 간이 잘 밴 소고기와 채소로 알차게 채워진 모모는 손으로 빚은 만두다운 투박한 매력이 있다. 그 두 음식만으로도 티베트 집안의 공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마치 오랜만에 찾아뵌 할머니가 뚝딱 차려주신 밥상 같은 훈훈함. 인도와 네팔 음식에 비해 온화한 맛을 내기에 세 나라의 음식을 모두 다루는 포탈라에서는 나와 같이 티베트 음식을 가장 먼저 맛봐야 한다. 인도와 네팔 특유의 향신료가 내는 화려한 맛은 인도 사람들의 백반인 ‘탈리Thali’ 세트와 네팔식 소고기 볶음인 ‘초일라 Chhoila’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화덕이 없는 인도의 가정에서는 난 대신 고슬고슬한 밥과 몇 가지 커리, 볶은 채소, 요거트가 함께 동그란 쟁반에 먹기 편한 양으로 차려진다. 네팔 사람들이 즐기는 가장 일상적인 밥상 역시 이와 같다. 다만 ‘달밧떨까리’라는 호칭만이 다를 뿐. 허나 전반적으로 인도 음식에 비해 단맛이 적고 매콤한 편인 네팔 음식의 특징을 초일라를 먹으며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계천로 99 수표교빌딩 포탈라 종로점
영업시간 매일 11:00~22:00
가격대 티베트 음식 1만 원대, 인도·네팔 음식 1만~2만 원대, 차 3천 원대 

 
이태원 라플랑끄La Planque  프랑스 집밥을 위한 안식처 

가벼운 지갑 사정에도 편안한 프랑스 음식과 와인 한 잔이 고플 때 찾는 곳이 있다. 식사 중에도 허리를 꼿꼿이 세워야 할 것 같은, 거대한 접시에 점을 찍듯 나오는 프랑스 음식을 상상했다면 오산. 프랑스에서 금방 날아온 친구 집에서 우리끼리 편하게 차려 먹는 상차림이 이곳 ‘라플랑끄’에는 있다. 멋있는 음식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려는 요리사의 마음이 그득한 라플랑끄의 음식들은 무조건 고급스럽고 까다롭다는 프랑스 음식에 대한 편견을 한풀 꺾어준다. 한국 사람들이 큰 냄비에 보글보글 끓인 찌개를 나눠 먹듯 프랑스 사람들도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식탁 위에선 넉넉한 양의 몇 개 요리들을 서로 나눠 먹는다. 라플랑끄는 몇 개의 고정 메뉴를 제외하고는 셰프가 원하는 때 원하는 음식들로 메뉴를 바꿔가며 이와 같은 프랑스 가정식을 매일 재현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신선하고 정겨운 프랑스 집밥을 직접 맛보고 나면 이런 음식을 요리하는 사람은 필히 풍채도 마음도 넉넉한 할머니일 것만 같다. 하지만 라플랑끄의 안톤 셰프는 젊고 훤칠한 청년이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내에서도 유명한 휴양지라는 따뜻한 섬 코르시카에서 나고 자란 그에겐 어린시절부터 할머니의 음식을 먹고 함께 요리하는 일이 일상이었다. 나이가 든 후에 요리를 시작하기 위해서 프랑스 리옹Lyon으로 터전을 옮기고, 뒤이어 영국과 호주 등 여러 나라를 돌며 레스토랑의 셰프로 일했지만 지금은 우연히 여행으로 찾았던 한국에서 문 연 라플랑끄에서 추억 속 할머니의 레시피를 재현해낸다.

사랑이 담긴 음식이라면 기본에만 충실해도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안톤 셰프의 믿음. 디종 머스타드와 올리브 오일, 식초, 와인이라는 단출한 재료로도 입에 착착 감기는 홈 샐러드가 탄생하니 이곳에서는 매우 타당한 신념이다. 먹기 좋게 다진 채소에 드레싱까지 버무려져 나오는 샐러드와 함께 라면 식전빵조차 맛있다. 곧이어 등장한 대표적인 프랑스식 소고기 스튜 ‘뵈프부르기뇽’을 뭉근한 시간마저 맛볼 수 있는 메뉴다. 놀랄 것 하나 없는 아주 편안한 맛이지만 그래서 그로 향하는 손길을 막을 수가 없다. 여기에 푹 익은 감자를 대충 으깨서 식감까지 좋은 ‘매쉬드 포테이토’를 곁들이면 더 바랄 게
없다. 집에서는 유독 한 가지 음식에만 집중하는 대신 여러 음식들을 이리저리 조합하며 먹길 즐기는 프랑스 사람들. 라플랑끄에서는 누가 그러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모두가 자연스레 그런 식으로 식사를 즐기게 된다.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26길 26
영업시간 12:00~23:00 (브레이크 15:00~18:00, 일요일 휴무)
가격대 사이드 5천~8천 원대, 메인 요리 1만~2만 원대, 디저트 7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