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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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그리스]     도시분류 : [산토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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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산토리니의 보석 같은 마을들

Cover Story :: Greece
The Most Unforgettable Moment In My Life,Greece
Discover the Beauty of Santorini


산토리니의 보석 같은 마을들


그리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비행기를 타고 열두 시간을 날아 그리스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아테네 도심에서 오늘의 그리스를 만났고, 델피와 메테오라에 올라 역사의 장면 속을 걸었으며, 산토리니의 동화 같은 풍경에 대책 없이 빠졌다. 어디론가 떠나고픈 당신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새 출발을 앞둔 그대들을 위해 그리스에서의 아름다웠던 시간들을 오롯이 담아왔다.
관 김수현 기자 사진 진하정 기자 문의 호텔티라닷컴 02-2039-5285 www.hoteltira.com


왜 산토리니일까
처음 광고를 접한 것으로부터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난 그리스를 생각하며 이온음료 광고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아니, 반대일지도 모르겠다. 이온음료를 말하며 광고 속 배경이었던 그리스 산토리니Santorini를 떠올리려나. 파란색과 하얀색으로만 꾸며진 음료의 패키지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푸른빛 바다와 새하얀 집이 있는 산토리니의 이미지가 즉시 머릿속에 그려진다. 평소 스타일과는 정반대인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으로 파란 지붕 교회 사이를 다소곳이 걸어보는 것. 나의 그리스 여행이란 으레 이래야 한다는 오래된 공식은 도무지 깨질 기미가 없었다.

에게Aegean 해 키클라데스Cyclades 제도 최남단에 위치한 섬. 아테네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45분이면 과장 조금 보태어 세상에서 가장 동화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리스 현지인들은 비행기로 12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 사는 우리처럼 ‘일생에 꼭 한번 가고 싶은 곳’으로 산토리니를 말한다. 그들의 평균 소득을 고려하자면 1박에 수십만 원 하는 럭셔리 리조트와 여행에 드는 비용은 턱없이 비쌀 수밖에. 7월과 8월 그리스 여행의 성수기에는 리조트 가격도 껑충 뛴다. 대다수 유명 관광지가 그러하듯 지극히 관광지답고 상업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일 년에 한두 달 반짝 판매하는 전세기 패키지 외에는 아테네까지 직항편도 없으며 산토리니까지는 또 다시 비행기나 페리를 타고 가야한다. “가까운 곳에도 좋은 리조트가 많고 깨끗한 바다가 있는걸. 게다가 풍경 예쁜 곳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꼭 산토리니일 이유는 없지!” 비슷한 느낌의 다른 여행지들을 비교하며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산토리니 같은 곳’을 발견할 심산으로 몇 날 며칠 새로운 곳을 물색 중이라면 포기하시길. 산토리니의 분위기를 가진 곳은 오직 딱 한곳, 산토리니뿐이니 말이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오로지 이 섬 한 곳에서만 머무른다고 해도 나는 찬성이다. 4월부터 10월까지 산토리니 여행이 활기를 띠는 시기, 섬은 오롯이 여행객들의 차지다. 재밌는 사실을 말해볼까. 실제로 섬 안에는 커플뿐만 아니라 가족 또는 친구들과 여행 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물론 몇몇 장면들은 허니무너에게 가장 로맨틱하게 다가오겠지만, 커플이 아니면 안 될 금단의 구역 같은 게 아니라는 거다. 배낭을 메고 혹은 진짜 휴식을 찾아서. 그리스 산토리니는 일생에 어느 순간이든 한 번 이상 떠날만한 곳이다. 제주도의 약 1/4 크기인 작은 섬이지만 화산활동이 만들어낸 칼데라 지형과 에게 해를 만나고자 하는 여행자들이 끊이질 않는다. 이아Oia와 피라Fira는 섬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 그러나 섬의 다른 곳에도 두 곳 못지않게 아름다운 풍경이 기다린다. 혼자든 둘이든 가족과 함께든 좋다. 살다가 어려운 순간이 찾아올 때 산토리니에서 찍은 사진을 꺼내보며 “이땐 이랬지” 흐뭇하게 미소 짓는 내 모습을 상상해봤다. 그 아름다웠던 시간을 회상하며 다시 현실을 열심히 살아보겠단 캔디 같은 이야기도 함께. 엉뚱하지만 거짓말이 아니다. 내가 그랬고, 행복한 기억을 안고 이 섬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래서 우리는 산토리니에 가야 한다.


1 피라의 골목을 거닐다 발견한 뷰포인트. 깎아지른 절벽에 하얀색 집이 빼곡히 들어선 피라다.
2 피라는 카오산 로드의 산토리니 버전이다. 가벼운 차림의 여행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3 경치 좋은 카페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 무슨 이유로 에게 해를 등지고 계시려나.
4 피라의 오후 8시, 바에서 맥주를 마시기 좋은 시간이다.
5 산토리니 섬에서 만날 수 있는 동키비어다. 색깔별로 도수가 다른 것이 특징

Fira
생동감 넘치는 산토리니의 수도

잠시 눈을 감고 산토리니의 이미지를 떠올려보길. 그림 같은 교회, 하얀 집들을 따라 자리한 화려한 리조트. 그 뒤로 길게 뻗은 길목에는 분위기 있는 고급급 레스토랑과 부티크샵. 맞다, 산토리니 여행자들이 가장 자주 보는 장면이라 함은 바로 이런 것일 테다. 산토리니를 이야기하며 배낭여행을 결심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나의 다음 산토리니 여행컨셉은 아마 배낭여행이지 싶다. 피라 안에서 나는 태국 방콕의 카오산 로드를 떠올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카카오산 로드의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버전이랄까. 섬의 그 어느 곳보다 여행자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이 있다면 바로 이곳, 피라다. 섬의 서쪽 해안, 화산섬이 한눈에 보이는 칼데라 절벽 서쪽에 자리한 피라는 산토리니의 수도다. 18세기 말, 지금의 이메로비글리Imerovigli에 위치한 스카로스Skaros가 수도의 역할을 상실하며 로마 카톨릭계 부자들의 이동과 함께 경제의 중심이 피라로 옮겨졌다. 현대에 들어 피라는 산토리니의 문화와 상업의 중심지다. 물론 섬의의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인 관광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처음엔 당연히 원피스와 챙이 넓은 모자로 꽃단장할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피라에서는 편한 운동화와 백팩 차림도 잘 어울린다. 길을 내려오는 사람과 올라가는 사람이 동시에 ‘익스큐즈미’를 말하며 지나갈 좁은 골목 사이로 맛있는 음식점과 시선을 사로잡는 기념품 상점이 빼곡히 들어섰다. 낮부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고픈 기분이 드는 건 내가 워낙 남달라서가 아니다. 그만큼 피라의 신나는 여행자 골목이다. 허니문의 로맨틱한 낭만 등은 잠시만 뒤로 밀어두길. 한 손엔 오벨릭스Obelix에서 파는 저렴하고 맛있는 수블라키Souvlaki를, 다른 한 손에는 산토리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동키 비어Donkey beer를 들고 골목 산책을 나서는 게 피라식 여행법이다. 워낙 많은 여행자들이 방문하는 마을이기에 관광지 특유의 냄새가 폴폴 풍기기 마련이지만, 이런 점이 피라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버스로 섬 여행을 한다면 피라는 반드시 오게 되는 곳이다. 산토리니의 수도답게 섬 곳곳으로 가는 버스가 피라를 중심으로 오간다. 산토리니의 버스 배차 간격은 기본 20분에서 30분 사이. 정류장이 맞긴 한 건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출근길 못지않은 만원 버스를 탄 여행과 피라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참 잘 어울린다.

. 피라의 진짜 매력은 밤에 비로소 드러난다. 낮 시간 쇼핑센터와 갤러리 등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낸 이들이 밤이 되면 본격적으로 나이트라이프를 즐기기 해 피라의 골목을 메우는 것이다. 산토리니 섬의 밤은 대체로 조용하다. 하얀 집들에 하나둘씩 불이 켜지고 머지않아 한밤중인 듯 정적이 흐른다. 단, 피라만은 정반대다. 한나절 한산했던 펍은 바에 걸터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 차고, 굳게 닫혀 있던 문 안쪽은 주말 밤이면 핫한 클럽으로 변신. 그래서 피라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시간대는 낮과 저녁 분위기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늦은 오후부터 밤까지다. 물론 그사이 멋진 선셋을 감상하는 것은 산토리니에 는 한 매일 챙겨야 할 중요한 일이다. 일몰은 활기 넘치는 마을과 피라의 분위기에 들썩들썩 취한 사람들이 멈추는 유일한 시간. 해가 바닷속으로 모습을 췄다면 제2라운드 시작이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걸었던 피라를 다시금 탐닉할 차례다.

1 이아에 오직 한 곳뿐인 서점의 이름은 아틀란티스다. 책장을 가득 채운 책과 그 앞을 한참 서성이던 한 남자.
2 이아의 예쁜 골목을 걷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3 리조트 안에서 일몰을 기다리는 사람들.
4 아틀란티스 서점의 위층. 누군가 놓고 간 책의 책장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5 아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은 고양이다. 아무렇게나 걸터앉아도 여행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한 몸에 받는 스타다.
6 이아의 메인 스트릿 중앙에 있는 교회. 이아를 걷는다면 몇 번이나 이 앞을 지나가게 된다.
7 적갈색 절벽으로 둘러싸인 아무디 베이. 에메랄드 물빛을 따라 그리스식 레스토랑인 타베르나가 들어섰다.


Oia
광고와 엽서 속 풍경의 주인공
산토리니 여행자면 백이면 백, 모두가 가는 곳이 있다. 이 섬을 이야기하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의 주인인 이아마을이다. 산토리니에 간다고 했을 때만큼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 적이 없었다. 그들은 좋겠다는 말을 몇 번 반복한 뒤 하나같이 이아에 가냐고 물었다. 그리곤 광고, 사진 속에서 본 이아와 한술 더 떠 그리스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인의 이아 감상평까지 줄줄이 꺼내놓았다. 초승달 모양의 섬, 그 북쪽 끝자락에 있는 이아는 누구나 꿈꾸는 그리스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곳임이 분명하다. 한 줄로 쭉 이어진 메인 스트릿을 따라 30분만 걸으면 어느새 반대편 끝자락에 도착할 정도로 작은 마을이지만, 건물 하나하나와 그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아름다워 몇 시간이고 계속 걷고 싶어진다. 이아에서 여행자의 하루는 대개 이렇다. 에게 해 전망의 럭셔리 리조트 안에서 눈을 뜨고 객실 안까지 가져다주는 풍성한 식사로 아침을 시작한다.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한들, 오늘 하루를 온전히 이아에서 보낼 예정이라면 부지런히 외출할 필요가 없다. 아침의 거리는 밤 못지않게 조용하므로. 점심 전까지 문을 열지 않은 곳도 많다. 이아에서는 서두를 필요도 없다. 마을 자체가 그런 분주한 분위기를 만들지도 않는다. 물론 여행자가 몰리는 7월이나 8월에는 오전부터 좁은 길목마다 어마어마한 인파로 북적이지만, 이는 산토리니 슈퍼스타 마을의 숙명이다. 오전엔 리조트 안에서 경치를 즐기다 점심쯤 어슬렁 구경에 나선다. 기념품 상점, 갤러리 등을 둘러보고 예쁜 카페나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오후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선셋을 감상한 뒤 일찌감치 리조트로 돌아가 와인 한잔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한다. 휴양지로 유명한 곳들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아의 하루. 그런데도 왜 이아에 가냐고 묻는다면, 답은 하나다. “이아에 가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이아는 본래 산토리니 북부의 전통적인 정착지다. 해수면으로부터 약 150미터 떨어진 평범한 마을. 200년 전만 해도 정통 그리스 식당인 타베르나Taverna들이 자리한 아무디 베이Amoudi Bay는 로컬 제품을 러시아와 유럽 각지로 수출하는 항구였다. 

하지만 1956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산토리니 일부와 이아의 상당 부분이 심하게 훼손됐다. 이아 주민들은 1970년대 시작된 그리스 관광붐을 따라 섬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기로 한다. 짙고 붉은색 땅 위에 아기자기한 하얀 집들을 가지런히 지어 올렸다. 좋은 위치의 건물들은 섬에서 가장 럭셔리한 호텔들로 거듭났다. 허니무너라면 고급 레스토랑 및 럭셔리 리조트가 많은 이아를 베이스로 섬을 둘러보는 게 정석. 늘 이아를 따라오는 말 중 하나가 ‘피라의 축소판’인데, 에게 해의 전통 건축 양식인 사이클라딕Cycladic 건물이 있다는 공통점뿐이지 사실 두 곳의 분위기는 꽤 다르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이아와 피라를 모두 여행해야 한다. 어느 곳을 갈까 고심하며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지도를 켰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천천히 산책하는 것이 이아마을을 잘 둘러볼 수 있는 여행법이므로. 그래도 꼭 한번 가볼 만 한 곳들은 있다. 절벽 끝자락에 위치한 아무디 베이는 보통 선셋 요트투어를 위해 찾게 되는 곳이지만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이아의 아름다운 스팟이다. 멀리 보이는 바다와 확연히 구분되는 발아래 파란 물빛을 감상하고, 이아마을을 올려다보며 해산물 요리를 즐기기 좋은 곳. 또한 이아의 유일한 서점인 아틀란티스 서점Atlantis Books도 빼놓아선 아쉽다. 

문득 책이 생각나거나 굳이 읽지 않아도 산토리니에서 산 책 한 권쯤을 기념으로 소장하고 싶을 때 클래식한 분위기의 서점으로 향해보기를. 아틀란티스 서점으로 가는 길, 머리를 높게 묶은 예쁜 소녀가 돌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 아래서 눈을 감고 잠에 빠지는 그녀의 여유가 부럽다. 이아 여행은 이렇게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연신 사진을 찍기 위해 바쁘고, 또 다른 이는 살랑대는 바람과 여행자들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달콤한 낮잠을 즐긴다. 이아를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행복했다. 손에 쥔 가이드북과 스마트폰을 잠시 가방 속에 넣고, 자연이 만들어낸 빛깔과 그림같이 하얀 집들 아래에서 몇 시간쯤 넋을 놓고 싶게 만드는 행복한 마을 이다.

이아의 하이라이트, 선셋
산토리니 섬에서 보내는 날 중, 하루 이상은 오후 5시 전에 이아로 가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선셋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가 지기 한 두시간 전부터 사람들의 발걸음은 모두 한곳을 향한다. 이아마을에서 선셋 포인트로 가장 유명한 굴라스 성채Goulas Castle로. 넓은 메인 도로에서 쭉 이어진 좁은 길을 따라가면 산토리니 섬의 북쪽 끝, 굴라스 성채가 등장한다. 어디가 최고의 뷰포인트인지 아는 건 뛰어난 안목 없이도 가능하다. 멀리서 한눈에 봐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명당이다. 호텔에서 미리 안내 받은 일몰 시각을 기억해 1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이미 좋은 자리는 팔뚝만 한 렌즈를 장착한 포토그래퍼와 발 빠른 여행객들의 차지였다. 바다 위 크루즈와 요트들은 해가 지기 시작하자 선셋이 잘 보이는 방향을 찾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한참의 기다림 후,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석양이 펼쳐진다.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할 때 하얀 집들은 분홍빛깔으로 새 옷을 입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나 아름다울 수가 없다. 해가 지고 서서히 어둠이 내려올 때 태양이 쏙 숨은 바다 반대편에서 달이 뜨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분홍빛, 주황빛,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황홀한 광경. 어느 빛깔이 더 멋진지는 개인 취향의 차이다. 많은 사람이 이아의 선셋 포인트로 굴라스 성채를 꼽지만, 개인적으로 장소는 크게 중요치 않다고 본다. 평생 기억될 마법 같은 순간을 사진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두 눈으로 만났다면 그대의 이아 여행은 성공이다.

 

1 피라에서 10분 거리인 피로스테파니. 사람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는언제나 예쁜 식당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2 이메로비글리에서는한참이나 길을 헤맸다. 아무리 봐도 차로 들어갈 수 없는 골목 안을 내비게이션을 믿고 간 까닭에 빠져나오는 데 꽤나 고생했다.
3 이메로비글리리조트에서 휴식을 취하던 남자는 오랜 시간 동안 미동 없이 바다를 응시했다.
4 이메로비글리의 풍경은 피라와 이아마을 못지않게 아름답다.

Imerovigli &Firostefani
이아와 피라 사이에 자리한 예쁜 두 마을

이메로비글리와 피로스테파니Firostefani를 들어본 적 있는지. 이아에서 피라까지 4시간가량 이어진 하이킹에 도전한다면 스쳐 갈 일은 있어도 본격적으로 모험에 나설지는 미지수인 마을. 굳이 이곳 호텔을 예약하지 않으면 발길 닿을 일이 희박하다. 혹여나 섬을 렌터카로 오가면 종종 마을 이름이 쓰여 있는 파란 표지판을 보게 되지만, 이아와 피라의 압도적인 인기 때문에 아쉽게도 목적지 순위에서 밀린다. 하지만 어느새 여행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과거보다 이메로비글리와 피로스테파니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몇 개의 레스토랑과 작은 상점이 전부이기에 조용하고 평온한 휴가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지역이다. 특히 일상뿐만 아니라 여행에서도 분주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메로비글리와 피로스테파니로 가는 것이 현명하다. 피로스테파니는 피라 북쪽에 있는 작은 마을로 피라에서 도보로 10분이면 만날 수 있다. 현지인의 집들만 모아놓은 듯한동네에서 멋진 뷰를 차지한 건 역시나 호텔. 피로스테파니에서 다시 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나타나는 이메로비글리 역시 마찬가지다. 환상적인 선셋을 볼 수 있기에 ‘에게 해의 발코니’라 불리는 이메로비글리에서 그나마 관광지다운 것은 스카로스 바위Rock of Skaros다. 과거 산토리니에 있던 다섯 개의 요새 중 하나로 지금은 바위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이곳에서 이아마을의 전경과 섬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단, 바위까지 가는 길이 꽤 험준하므로 가벼운 하이킹에 필요한 복장을 갖추길.


Pyrgos
나만 알고 싶은 정감 가는 동네

“무슨 일로 피르고스Pyrgos까지 왔어요? 여기서 볼 건 딱 세 가지 인걸요. 교회, 옛 가옥 그리고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마을과 산토리니 섬의 전경 정도요. 마을을 이만큼 둘러봤으니 알겠지만, 관광지의 느낌이 거의 없죠. 그냥 작은 마을이니까요.” 특별히 볼 게 없단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한 그녀는 아이러니하게도 언덕 중턱, 좁은 길목에 자리한 기념품 상점의 주인이다. 산토리니에 관광객들이 하나둘 모이기 전까지, 섬의 작은 마을들은 농업과 소규모 제조업을 겸했다고 한다. 피르고스에는 아직 이런 모습이 남아 있다. 여름에는 이곳에 별장을 두어 놀러 오는 현지인도 있다지만, 관광객에게는 딴 나라 얘기일 뿐. 600명의 주민이 사는 피르고스는 지금까지 본 마을들과 비교하는 게 낯설 정도로 조용하다.피라에서 남쪽을 향해 차로 15분을 달리면 피르고스에 다다른다. 광장 앞 작은 공터 한편에 차를 세워놓고 여행을 시작했다. 상점 주인의 말대로 마을의 랜드마크 중 하나라는 테오토카키는 교회Theotokaki Church도 입구에서 고개만살짝 들면 보인다. 올라가는 길은 두 개이지만, 마을을 둘러보기엔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지도나 안내판 없이도 걷는 데만 집중하면 30분도 채 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테니. 물론 미로처럼 이어진 좁은 길에서 잠시 헤매고 우연히 만난 예쁜 집 대문 앞에서 한참을 기웃대는 것은 이방인의 몫이다. 

절벽 바로 아래 바다가 있던 풍경과 달리, 두 눈 가득 들어온 초록색 포도밭은 전히 다른 곳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신선함을 안겨준다. 비도 맞고 바람도 견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낡은 느낌의 옛 가옥도 마음에 든다. 문고리를 잡으면 마치 현지인의 온기가 바로 전달될 것 같은 집들이다. 골목들은 빙 돌아 결국 한 곳으로 이어진다. 파란 지붕으로 단장한 교회들를 지나 더 올라갈 수록 성채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폐허로 남은 성 구경보다 여행자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쪽은 역시나 전경 감상이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비슷한 속도로 길을 올라왔던 커플은 어느새 프랑코 카페Franco’s Cafe에서 최고로 좋은 자리에 앉아 풍광을 만끽하고 있었다.여행을 하며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어떤 여행지에서든 그곳의 대표 명소가 늘 모두에게 완벽한 건 아니라고. 세상에 나쁜 여행지는 없다. 나의 여행 스타일과 맞지 않거나 내가 기대한 모습이 아닌 곳이 있을 뿐. 누군가 피르고스에 왔을 때 “에이, 별 볼 일 없는 곳이네”라며 몇 분 만에 쿨하게 뒤돌아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산토리니의 대표격인 이아와 피라의 안에서 받은 감동의 크기만큼을 나는 피르고스에서 느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거리, 이른 아침 장을 보고 돌아가는 멋쟁이 할머니, 살짝 만졌을 뿐인데도 들어오라는 손짓하는 듯 열리고 마는 낡은 문 등 구석구석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단 두세 시간을 둘러본다고 피르고스와 이곳 사람들의 일상을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어쩐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 교회의종탑과피르고스의풍경. 하얀색, 초록색 그리고 에게 해의 파란색이 뚜렷이 구분된다. 피르고스는 산토리니의마을 중에서도 높은 곳에 위치해 맑은 날은 섬의 먼 곳까지 내려다볼 수 있다. 
2 피르고스의 좁은 골목은 때론 훌륭한 전시장이 되기도 한다. 
3 언덕을 올라갈 땐 길을 막고 자고 있더니, 내려올 땐 대문앞에서 졸고 있다. 
4 여행자로 추정되는 길쭉길쭉한 커플. 피르고스 마을 입구에서 만났다. 
5 과나무를보면알수있다. 같은 자리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견뎌왔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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