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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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아이슬란드]     도시분류 : [레이캬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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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FIELD] 대서양의 진주, 아이슬란드

Travel :: Iceland
Pearl of the Atlantic Ocean, Iceland 

대서양의 진주, 아이슬란드

사람마다 모든 것에 나름대로의 취향이 있듯 내게는 특별히 선호하는 여행지가 있다. 세상이 만들어진 당시 태고의 모습에서 하나도 바뀌지 않아, 조물주의 숨결과 손길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한, 인간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자연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그런 곳이다. 내가 다녀 본 곳 중에도 그런 곳이 개몇 있다. 겨울에는 얼어서 도로가 나 있어 차가 다닐 수 있던 곳이 여름이면 얼음이 녹아 늪지로 바뀌기에 헬리콥터로만 접근 가이능한 러시아의 북부 극지대에 가까운 동토 툰드라 지역이 그중 하나고 스코틀랜드하고도 가장 북쪽 북해 해변으로 가는 하이랜드 황무지 이길 바로 그런 곳들이다. 이제 거기에 아이슬란드 하나를 더해야 할 듯 하다. 그만큼 아이슬란드는 공룡이 나돌아 다니고 화산이 터지고 있태던고 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글과 사진 권석하 편집위원(유럽문화탐사 저자)

스카프타팰 국립공원 요쿨살론

천혜의 절경을 보라

“ 아이슬란드! 바람이 휩쓸고 간 고대의 돌
바람이 휩쓸고 간 이 돌을 위해서 마시자. 대서양의 진주!”

브라이언 청이라는 아이슬란드 시인의 시 ‘아이슬란드’이다. 바로 ‘대서양의 진주’가 바로 그런 곳이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 그 산들의 계곡 사이에 긴 혀처럼 내려 온 빙하, 이름 모를 들꽃과 풀들이 만발한 원시의 들판, 물 위에 하늘과 구름이 내려 앉고 산들이 떠 있는 빙하호수, 멀리로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일렁이는 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싸 안고 때로는 휩쓸기도 하고 때로는 어루만지기도 하는 바람. 바로 이런 산, 빙
하, 들판, 빙하호수, 바다, 바람들이 한 곳에서 한 눈에 보이는 곳이 바로 이 아이슬란드이다. 아이슬란드 대표 도로인 1번 도로는 이런 천혜의 경치를 좌우에 끼고 도는 2차선의 해안일주도로이다. 만일 레이캬비크에서 출발해서 동해안을 끼고 아이슬란드 전체를 돌기로 했으면 여행 내내 오른쪽으로는 바다, 왼쪽으로는 산을 끼고 가야 한다. 어느 한 곳 버릴 곳이 없지만 가다가 보면 도저히 더 이상 무시하고 달려
만 갈 수 없는 숨막히는 절경을 만나게 된다. 그 때는 차를 세워 하늘을 보고 산을 보고 바다를 보고 들판을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겨울 해는 11시에 뜨고 오후 4시에 진다. 하루 겨우 5시간의 밝은 날을 가지고 그런 사치를 매번 부릴 수가 없었다. 정말 주마간산으로 스치고 지나가면서 목적지를 향해 달려 가야만 했다. 여행 내내 달려가서 도착한 목적지에서도 뛰다시피 하면서 돌아 보고 다음 행선지로 서둘러 갈 수 밖에 없었
다. 그렇게 해서 나마 겨우 5박6일 동안 아이슬란드 남해안의 전형적인 관광객 코스를 섭렵 할 수 있었다. 

정말 어원 대로 ‘연기의 만(Bay of Smoke)’ 레이캬비크를 떠나 동진을 하는 첫날은 하루 종일 연기 같은 안개속의 여정이어서 목적지에 도착해야 겨우 사물을 분간할 정도였다. 오가는 중의 연변의 경치는 정말 오리무중이었다. 앞의 길만 보고 가니 완전히 흰색의 벽이 둘러싸인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었다. 굳이 다행이라고 한다면 사진은 안개를 머금어서 그런지 상당히 분위기 있게 나오긴 했다. 그렇게 출발한 첫날 여정은 폭
포 뒤쪽에서 쏟아지는 물을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폭포인 ‘셸야란드 포스’, 엄청난 물량이 직각으로 쏟아지는 폭포인 ‘스코가 포스’, 민속박물관, 통신장비 박물관을 돌고 나니 하루 해가 저물어 버렸다. 아이슬란드 상징중의 하나인 펭귄을 닮아 흰 배에 검은 등의 주홍색부리 퍼핀이 해안에 많이 서식한다는 비크에서 실제 여행의 첫째 둘째 날 밤을 묵었다.

1 도로변 경치
2 셀야란즈포스 폭포 전면
3 스코가
포스 폭포
4 도로변 무명의 폭포
5 민속박물관의 전통 가옥

유럽에서 가장 큰 빙하를 품은 곳

둘째 날은 검은 모래와 코끼리 바위절벽으로 유명한 디르홀레이 해변, 주상절리와 촛대바위의 해변인 레이니스 피아라를 돌고 나니 끝이었다. 디르홀레이 해변의 검은 모래 해변은 직접 내려가 볼 수는 없었지만 멀리서 봐도 우주의 어느 행성에 온 것 같기도 했다. 그 검은 모래 해변과 멀리서 달려 와 부서지는 흰색 파도를 담았는데 분명 칼라 세팅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흑백 사진이 되어버린 정도였다. 그 다음의 주상절리 바위의 레이니스 해변도 마침 적당하게 끼인 안개 덕분에 아주 신비스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셋째 날은 아이슬란드 지도를 보면 남해안에 바로 하얀 색깔의 엄청나게 큰 부분이 보이는데 여기가 바로 빙하 바트나요쿨이다. 면적이 8100평방킬로미터로 유럽에서 가장 큰 빙하이고 아이슬란드 면적의 1/13을 차지할 정도이니 그 크기는 감히 상상을 초월한다. 정말 그 빙하 중간에 한번 서 보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이루지 못했지만 반드시 한번 여기서 빙하 트래킹을 해보자는 꿈이 생겼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유럽의 관광지 중에는 다른 곳 어디 보다 특별 나게 이색적인 곳은 별로 많지 않다. 그래서 한 나라를 휙 돌아 한번 다녀 오면 나면 굳이 그 곳의 못 가본 구석구석을 찾아 다녀야 할 필요성을 별로 못 느낄 정도로 유럽의 이 마을 저 마을 혹은 이곳 저곳의
경치는 대개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북아일랜드 자이언트 코즈웨이 주상절리와 아일랜드 서부해안의 모허절벽은 유럽 어디에도 비슷한 곳이 존재하지 않으니 반드시 거기만 정해 놓고 찾아 가 봐야 할 정도로 특이한 곳이다. 그런데 아이슬란드는 섬 전체는 다른 어느 유럽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곳이다. 실제 아이슬란드에는 130개의 화산이 있고 그 중 30개가 지금도 활동을 하고 있는 활화산이다. 남한 만한 크기에 30개의 불을 뿜은 활화산이 있는 곳이 세상에 아이슬란드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바로 여기는 정말 구석구석을 찾아 다녀도 결코 싫증이 나지 않을 곳이 분명하다.

1 디르홀라이 해변
2 3 스카프타팰 국립공원 요쿨살론 해변의 유빙
4 스카프 타팰 국립공원 요쿨살론

영화 ‘인터스텔라’ 촬영지, 스비나펠스요쿨

그래서 셋째 날은 직접 빙하를 만져 볼 수 있는 바트나요쿨의 아래부분 빙하 일부인 스비나펠스요쿨을 가보기로 했다. 스비나펠스요쿨은 2014년 우주공상 과학영화 ‘인터스텔라’를 촬영한 곳이다. 남자 주인공 죠셉이 우주복을 입고 빙하 위를 걷는 영화 포스터 사진에 나온 빙하가 바로 여기다. 언제 내린 비로 만들어진 빙하인지는 몰라도 옥색 빙하는 정말 신비스럽다. 마침 기온이 영상 10도라 빙하가 녹아 내려 아래 부분은 호수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는 바로 문자 그대로 빙하조각 유빙이 떠 다니는 빙하호수와 유빙이 떠내려와 모래사장에 올라 와 있는 바다가 직접 만나는 요쿨살룬으로 갔다. 마침 황혼이 지고 있어서 바다와 하늘은 놀라운 색깔로 불타고 있었다. 바닷가로 가면 바다에서 해변 모래사장으로 파도에 밀려 흘러 들어 온 빙하가 지는 햇살에 크리스탈 보다 더 빛나고 있었다. 이제 여기서부터 숙소가 있는 400킬로미터의 레이캬비크로
돌아 갈 일만 남았다. 가로등 하나 없는 칠흑 같은 밤길을 6시간 달려가야만 한다. 다행이 안개가 끼이지 않았으나 헤드라이트에 빛나는 길 양쪽의 노란 도로 기둥만을 보고 2차선 시골 도로를 달려가는 일은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길이었다. 정말 우리 차 앞뒤로는 차들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6시간동안 밤길을 달려 가는 중에 스쳐 가는 차들은 10대가 넘지 않았다. 그만큼 도시간 왕래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래서인지 하늘의 별이 더욱 선명했다. 어디서고 인공불빛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원시의 암흑의 밤이었다. 별이 쏟아진다는 표현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실감했다. 차를 세우고 밤하늘을 즐기고 싶었지만 중간에 바닷가 언덕 위 멋진 호텔에서 정찬을 하는 바람에 밤이 너무 늦어
갈 길을 재촉 할 수 밖에 없었다. 호텔 식사는 예상대로 비쌌다. 늦은 점심을 한 탓으로 별로 식욕이 일지 않아 전식도 생략한 채 양고기 차콜 그릴 한 접시만 시키고 후식도 일행들과 나누어 먹고, 마신 포도주도 한 병 뿐이었는데 식사비는 1인당 거의 70파운드 였다. 유럽에서 식사비가 가장 비싸다는 런던 보통 레스토랑의 2배는 족히 되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영국 최고 셰프 고든 렘지 레스토랑 정도의 가격 수준이었다. 물론 가격대비 음식은 나무랄 데가 없었음을 위안으로 삼을 수 밖에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블루라군

다음 날은 미루어 두었던 레이캬비크 근교의 골든써클을 돌아 보았다. 모스크바에도 골든링이라는 모스크바 인근 중세 도시를 돌아 보는 비슷한 이름의 코스가 있기는 하다. 아이슬란드의 골든써클은 스트로쿠르의 게이사르 간헐천, 황금폭포라고 불리는 놀라운 수량의 굴포스 폭포,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판과 아메리카 대륙판이 갈라지고 있다는 싱벨리어 국립공원 주로 자연을 돌아 보는 코스이다. 이 코스는 워낙 잘 알려져 있어 설명은 생략하자. 단지 레이캬비크로 돌아 오는 중간에 들린 아담한 분화구 케리드는 보너스였다. 원래 일정에 들어 있지 않았다. 제주도 오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담한 분화구 주위의 흙이 진한 자줏빛이라 아름다웠다. 북부 아이슬란드에 있는 휴화산 혹은 사화산의 분화구에 비하면 ‘에게!’라고 할 정도라고는 하지만 언젠가 ‘진짜’를 보기전까지는 이 정도로라도 ‘나는 분화구를 보았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
고는 레이캬비크를 지나 남쪽 근교의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야외 온천 블루라곤으로 항했다. 블루라군에 입장했을 때가 물론 이미 해가 진 뒤인 밤이라 온천 전체를 볼 수 없는 탓이기도 했지만 명성에 비해 퀄리티에 상당히 실망했다. 우선 탈의실이나 라운지 등의 편의시설은 한국의 고급 사우나에 비하면 거의 동네 목욕탕 수준 밖에 안 되었다. 특히 수온이 40도라고는 하지만 원래 뜨거운 물 목욕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 내게도 물 온도는 너무 뜨뜻미지근하여서 좀 더 따끈한 물이 나오는 곳을 찾아 다니기도 했다. 한국의 고급 대형 사우나에 익숙해져 있을 한국인들이 왜들 블루라군을 칭찬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지막 날, 저녁 런던으로 출발하기 전 하루 종일은 아이슬란드에 와서 6일째인데 정작 보지 못한 레이캬비크를 돌아 보았다. 아기자기 집들로 이루어진 조그만 도시 레이캬비크는 따로 소개하기로 하자.

1 케리드 분화구 2 노천온천 3 특이한 이끼 들판 4 전통가옥

아이슬란드로 다시 와야 할 이유

5박6일로는 아이슬란드의 남해안 일부만 겨우 봤다고 할 정도이다. 1번 국도 전체 길이의 1/6 지역 정도만 주파했을 뿐이다. 길이가 1332킬로미터인 이 도로만 따라 돌면 아이슬란드를 한바퀴 돌 수 있다. 워낙 간단한 도로망이라 특별하게 나비게이션의 신세를 질 필요도 없고 그냥 표지판만 잘 보고 가면 된다. 가다가 옆으로 빠지는 표지판이 있으면 따라 들어가면 반드시 소득이 있다. 혹은 표지판이 없더라도 차들이 주차를 하고 있으면 일단 들어 가 볼일이다. 사실 아이슬란드에 비수기인 겨울에 온 이유는 오로라가 첫번째 목적이고 두번째가 눈 덮인 산천을 보는 것이었고 마지막이 얼음 동굴이었는데 세 가지 모두를 이루지 못했다. 이유는 예년과는 달리 유난히 날씨가 따뜻해서 이다. 덕분에 추
위 고생은 하지는 않은 것이 역설적인 위안이었다. 가지고 간 방한복은 꺼내 보지도 못했다. 오로라는 마지막 날 저녁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한번 더 시도를 해 보기로 했다. 오로라 앱 지수가 3이라 가능성이 낮기는 했으나 하루 종일 날씨가 맑았고 블루라군에서 야간 온천욕을 할 때는 별까지 떠서 였기 때문이다. 11시경에 레이캬비크에서 주위가 가장 어두워 오로라 지역이라는 숙소에서 30분 거리의 호숫가의 대통령 관저 근처에 차를 대었다. 그런데 차를 세운지 5분도 안되어 유리창에 빗방울이 우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비로는 도저히 그칠 것 같지 않아서 결국 포기를 하고 철수했다. 언감생심이지 그 귀한 오로라를 5박6일로 보려고 했느냐고 자위를 하면서 말이다. 

아이슬란드는 도시를 찾아 가는 곳이 아니다. 레이캬비크의 건물은 거의 가건물 수준의 양철집이고 루터교가 국교라는데 오래된 성당도 없다. 아이슬란드는 그래서 산천을 보러 오는 곳이다. 그래서 아이슬란드를 제대로 즐기려면 ‘트래킹’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반드시 반드시’라고 두 번 강조해도 좋을 만큼 아이슬란드 산천은 트래킹을 하면서 보아야 한다. 내가 평소에 강조하는 여행은 천천히 하면 할 수록 많이 본다 라는 말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차를 타고 하면 많이 보는 것 같아도 거의 점만 찍고 눈에만 담고 올 뿐이다.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 오면 눈에 담고 온 반은 이미 날아 가버리고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는 것은 사진 뿐이라고 하는가 보다. 겨울에 와서 겨울 것을 못 보고 왔지만 그래도 다음 기회에 아이슬란드를 온다면 이제는 봄의 아이슬란드를 보고 싶다. 산 정상에는 눈이 있고 들판에는 흐드러지게 야생화가 핀 아이슬란드를
제대로 걸으면서 보고 싶다는 말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반드시 아이슬란드를 다시 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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