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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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일본]     도시분류 : [구마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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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FIELD] 구마모토에서의 특별한 2일, 아마쿠사 제도

Travel :: Amakusa
Amakusaa special two days in Kumamoto
 
구마모토에서의 특별한 2일, 아마쿠사 제도

눈앞에서 튀어 오르는 돌고래에 환호했다. 산해진미에 부른 배를 다스리며 밟는 규슈 올레는 호젓했다. ‘쉼’만으로 만족하기엔 전해져 오는 스토리도 깊다. 특별한 기억을 만들기에 이틀은 짧다. 여러 번 찾고 나서야 진가를 아는 곳도 있다. 하지만 아마쿠사에선 그 정도로 충분했다.
글과 사진 임성훈 기자

구마모토 현의 남서부에 위치한 아마쿠사 지역은 우리에겐 낯설지만, 일본인들에겐 인기 있는 여행지다. 제 주도의 절반보다 조금 큰 면적, 군소 120여 개의 섬이 속해 ‘아마쿠사 제도’로 불린다. 리아스식 해안이 연출하는 풍경은 장관이다. 음식도 정평이 나 있다. 특히 해산물의 천국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보리새우부터 성게, 광어, 문어, 전복, 복어, 랍스타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깊이 다가온 건 이 지역의 정서다. 내가 아는 구마모토가 아니었다. 십자가가 낯선 일본, 이곳은 예외다. 역사로 남은 한과 애환이 걸음마다 소곤거렸다. 나는 귀를 기울였다. 어색했던 아마쿠사가 친밀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고작 이틀 만에 이곳에 매료되었다.

DAY 1

아마쿠사로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만 한다. 나가사키의 ‘구치노츠’항과 아마쿠사의 ‘오니이케’항을 연결하는 시마테츠 페리다. 아침 일찍 인천공항을 출발해 후쿠오카 공항을 거쳐 다시 3시간을 버스로 달려온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다. 오는 동안 평화로운 풍경이 이어졌다. 부담 없는 높이의 산과 잔잔한 바다의 앙상블. 가옥은 산기슭을 의지해 오밀조밀 몰려 있었고, 계단식으로 조성한 전답은 돌을 쌓아 경계를 표시해 놓았다. 부산의 원도심, 그리고 제주도가 번갈아 떠올랐다.

사키츠 교회, 그리고 아마쿠사의 역사

아마쿠사에서의 첫 목적지는 가와우라마치에 위치한 ‘사키츠’마을이었다. 조그만 어선들 사이로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작은 어촌 특유의 한적함이 묻어 나왔다. 낮은 집들 사이로 고딕양식의, 높고 커다란-상대적으로 회백색 건물이 주위를 압도했다. 사키츠 교회다. 카톨릭 교회의 건물로 우리 식으로는 사키츠 성당이다. 콘크리트와 목조가 혼합된 현재의 형태는 1934년에 완성되었다. 나가사키의 건축가 테츠가와 요스케와 프랑스인 신부 하루부가 협력한 결과다. 다다미로 되어있는 되어 실내는 특히 인상적이다. 일본전통양식을 적절하게 반영했다는 평가다.
일본에서는 드물게 과거의 사키츠는 천주교인이 많았다. 종교 때문에 많은 탄압을 받은 그들, 박해를 피하고자 은밀하게 신앙생활을 한 기록도 남아있다.
그전에 아마쿠사를 이해하려면 천주교와 함께 하나의 사건을 기억해 두는 게좋다. 일본 최대 농민의 난으로 회자하는 아마쿠사-시마바라의 난이다. 1589년을 전후로 아마쿠사는 천주교의 황금기를 맞는다. 신자가 2만 5천 명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곧, 에도막부에 의해 전국에 금교령이 선포된다. 천주교 신자들은 탄압받고, 선교사는 추방되었으며 순교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1637년, ‘나가사키’의 시마바라에 위치한 ‘아리마초’에서 농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과중한 세금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여기에 지역의 정서였던 천주교의 탄압에 대한 불만까지 더해졌다. 결국 당시 나이 16세인 ‘아마쿠사 시로’를 총대장으로 해서 대규모 농민군이 봉기하기에 이른다. 그들의 최후는 처참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서 번이 운영되지 않을 정도였다. 사키츠 마을에는 유독 고양이가 많다. 골목마다 가득하다. 서로에게 익숙한 듯 사이도 좋다. 불교, 신교, 천주교가 공존하고 있는 이 마을의 현재와 닮은듯 해서 절로 미소가 흐른다.

1 형형색색의 조가비를 걸어 시선을 모았던 사키츠 마을의 어느 상점 모습
2 아마쿠사 도자기 공방에서는 그릇 제작 체험뿐 아니라 좋은 품질의 도자기류도 구입이 가능하다
3 해수의 힘으로 형성되었다고 알려진 ‘옵빠이 바위’의 독특한 모습. 썰물 때만 볼 수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4 유난히 고양이가 많았던 사키츠 골목의 소경
5 아마쿠사로 향하는 페리 안에서 보았던 바다의 풍경.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6 7 규슈 올레의 ‘아마쿠사-레이호쿠’코스의 하이라이트였던 토미오카성의 모습. 아마쿠사 시로가 이끄는 농민군이 공격 했다는 일화가 남아있는 곳으로, 이 곳에서 보는 전망이 특히 좋다

DAY 2

느낌 좋은 산책, 규슈 올레 아마쿠사 레이호쿠 코스

방향을 안내하는 표식도, 리본도 익숙하다. 과연 제주 올레와 형제처럼 닮았다. 아담한 산을 오르다 능선을 즐기고, 해변 길을 걷다 보면 다시 오르막이 나타난다. 11km에 달하는 산책로가 지루함 없이 편안하다. 규슈올레의 아마쿠사-레이호쿠코스. 아마쿠사에 있는 세 개의 올레 코스 중 하나다. 출발점은 ‘토미오카’항. 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도석이 많이 나기로 이름난 땅이다. 하긴 이번 올레 코스의 중심이 되는 레이호쿠지역이 대부분 그렇다. 에도시대부터 도석하면 레이호쿠였다. 항구를 뒤로하고 몇 걸음. 울창한 숲길이 나타났다. 그리고 잠시 후 신사의 입구를 지키는 ‘도리이’들이 겹겹이 서서 나를 반긴다. ‘이나리 신사’들에서 발견되는 붉은색 도리이다. 길은 다시 토미오카성으로 이어졌다. 아마쿠사-시마바
라의 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역사적인 장소다. 아마쿠사 시로가 1만2천 명의 병력을 이끌고 이곳을 공격했지만, 함락시키는 데 실패했다. 다시 싸움터는 시마바라의 '하라'성으로 옮겨졌고, 여기서 모두가 몰살당한다. 하라성이었기 때문에 난이 빨리 종료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역사에 만일을 가정하면 안 될일이지만, 토미오카성이 함락되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전망대처럼 넓고 시원한 풍경, 여러 시대의 양식들이 골고루 혼합된 축성방식도 성에 얽힌 사연만큼 흥미롭다. 고백하자면 아마쿠사 레이호쿠의 모든 코스를 직접 걷지는 못했다. 시간관계상 일부 구간만 걷고, 대부분은 차를 이용해 도착지점인 ‘온천센터’까지 갔다. 아쉽지만 이 정도면 됐다. 길을 따라 제주를 느꼈고, 이 땅이 우리와 아주 가깝다는 것을 확인했다. 규슈 올레 덕분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그릇, 분명 매력적이다. 아마쿠사의 도자기 공방, 초벌구이만 된 원형의 도자기를 골라서, 거기에 직접 칠을 하고 그림도 그려 넣을 수 있는 체험장소다. 몇 번의 손놀림과 붓질에 따라 완성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묘하다. 개인의 수준에 따라 결과물은 천차만별. 솜씨 좋은 작품에는 박수가 절로 나온다. 체험이 완료된 그릇은 공방에서 유약을 발라 구운 후, 집으로 배송해 준다. 약 한 달의 기간이 소요되 지만 ‘나만의 것’을 기다리는 설렘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감동의 향연, 이루카 워칭

아마쿠사의 ‘츠우지시마’ 앞바다엔 돌고래 무리가 산다. 일대의 바다는 기복이 심한 해저와 조류를 가지고 있다. 대개 이런 곳엔 돌고래의 먹이가 되는 작은 물고기들이 많다. 어업방식도 돌고래에 친화적으로 운영된다. 일절 망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여기에 터를 잡은 돌고래만 약 200마리. 상어도 감히 근접하지 못하는 숫자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이루카 워칭’이 활발하다. 이루카는 돌고래를 의미하는 말이니 돌고래 관찰쯤 되겠다. 별일 없다면 돌고래를 볼 확률은 90%가 넘는다.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 이유다. 솔직해지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부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 육지 가까이에서 돌고래가 움직일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내 무지함에 민망해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갑자기 눈앞에서 돌고래 한 마리가 팔짝 뛰어올랐다. 뒤를 이어 몇 마리가 경쟁적으로 날아올랐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물속에 있는 녀석들도 지느러미를 드러낸 채 존재감을 보였다. 그렇게 2시간. 평생 볼 수 있는 돌고래를 모두 본듯하다. 부두로 돌아가는 길, 작별 인사라도 하듯 돌고래들은 더 높이, 더 연속적으로 날아올랐다. 잊을 수 없는 감동의 퍼포먼스,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눈과 입을 사로잡는 아마쿠사의 음식

아마쿠사에서는 먹는 재미를 뺄 수 없다. 명불허전, 진정한 산해진미의 고장이다. 눈으로 한번, 입으로 두 번 먹는 비주얼과 맛의 조화는 흐뭇하다. 시모다 온천의 료칸 ‘보요가쿠 에서의 저녁식사가 그렇다. 선도 높은 해산물과 환상적 식감의 콜라보레이션, 차원이 다른 가이세키였다. 일본 3대짬뽕의 하나로 불리는 아마쿠사 짬뽕, 나가사키 짬뽕에서 전래하였지만 맛은 또 다르다. 특히 뒤끝 담백한 국물이 일품이다. 아마쿠사 프린스 호텔의 저녁 식사는 잊지 못한다. 화려한 데코레이션, 아낌없는 양, 그리고 솜씨 좋은 셰프가 선보이는 비밀스러운 맛까지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최고의 요리였다.

 

1 눈앞에서 펼쳐지는 돌고래들의 군무에 가슴이 벅차 올랐던 이루카 워칭 
2 붉은색 도리이가 겹겹이 서 있던 이나리 신사의 모습. 요소요소마다 볼거리가 숨어 있는 규슈올레였다 
3,4 시모다 온천의 료칸, 보요가쿠 望洋閣’에서 접한 가이세키 요리는 정말 최고였다 
5 귀국하기 전 잠시 들른 아마쿠사 아리아케 타코가이도의 풍경. 대형 문어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6 일본 3대 짬뽕의 하나로 불리는 아마쿠사 짬뽕. 담백한 국물이 일품이다 
7 아마쿠사 돈부리 페어에서 경험한 ‘카이센동’. 입안에 감기는 식감과 함께, 재료를 아끼지 않은 인심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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