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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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일본]     도시분류 : [아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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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걸어서 만난 풍경들, 아키타시 도심 산책

Cover Story :: Akita
On the Way to Find Happiness in Akita

아키타에서 나만의 행복 찾기
겨울이면 어김없이 하얀 눈이 발목 넘게까지 쌓이는 곳, 아키타. 아키타현의 찾아온 겨울 안에서 조금 특별한 여행을 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천천히 도심을 걷고 잡화점을 쇼핑하며 아키타를 내 방안으로 옮겨왔다. 좋은 재료로 만든 풍성한 한 끼 식사 후에는 예쁜 커피숍에 들러 추위로 꽁꽁언 몸을 녹였다. 아키타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한 귀한 순간, 며칠 머물다 가는 여행자에게는 과분했던 행복한 시간의 기록.
글 김수현 기자 사진 진하정 기자 문의 아키타현 한국 코디네이터 사무소 akita.or.kr


Getting Around Akita City
걸어서 만난 풍경들, 아키타시 도심 산책

아키타 시내를 걷다 보면 종종 버스나 택시가 눈에 띈다. 그러나 며칠 머물다 가는 이방인에겐 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걸어서도 충분히 도심을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아키타시에서 3일을 머물며 산책에 나섰다.
글 김수현 기자 사진 진하정 기자 문의 아키타현 한국 코디네이터 사무소 akita.or.kr


딱 작년 이맘때부터다. 밤사이 내린 새하얀 눈과 맑은 공기로 아침을 시작하는 이 계절에 푹 빠진 건. 떠나기 훨씬 전부터 내 마음은 눈으로 둘러 싸인 풍경에 가버렸다. 머릿속엔 계절을 막론하고 늘 사랑받는 곳이 떠올랐다. 다자와코 호수, 가쿠노다테, 뉴토 온천향과 같은 아키타의 대표 명소. 정작 아키타현 한가운데 위치한 아키타시에 대해선 아는 게 없었다. 아키타현의 아키타시. 두 번이나 같은 이름이 반복되는 이유로 한 번쯤 눈길이 갈 법도 한데 말이다. 그래서 아키타시 도심 한복판에서 3일 밤을 묵었다. 호기심도 있었지만 남들이 잘 모르는 어떤 매력이 있겠지, 그런 기대감을 안고. 아키타시를 두고 관광지로서 매력이 없다는 건 틀린 말이다. 고즈넉한 골목길과 소박한 동네를 느리게 걸으며 만난 풍경은 누군가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들이었다.

아키타시의 핫플레이스, 에어리어 나카이치

도심에서 머문다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눈에 밟히는 에어리어 나카이치エリアなかいち. 역을 등지고 일직선으로 뻗은 길을 걷다 보면 왼쪽편에 광장과 새로 올린 듯한 건물이 등장한다. 그곳이 에어리어 나카이치다. 도심 한복판에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에어리어 나카이치는 아키타시니기와이교류관, 아키타현립미술관, 상업-레스토랑동, 주택동까지 총 네 개의 시설과 광장이 있는 지역을 말한다. 맛집도 많고 볼거리도 풍성한 까닭에 아키타 지역 시민뿐만 아니라 나처럼 짧게 머무는 여행자의 발길도 이끈다. 전체를 둘러보는 건 느린 걸음으로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소문난 향토 맛집에서 식사하고 카페에 들러 커피도 마시며 미술관 구경까지 한다면 반나절도 부족하다. 에어리어 나카이치를 이루는 네 개의 동 중에서 아키타 현립미술관.立美術館은 에어리어 나카이치를 예술과 문화 교류의 거점으로 만드는 공간이다. 이곳의 대표 작품은 후지타 쓰구하루의 <아키타의 행사>. 가로 20.25미터, 세로 3.65미터 크기의 벽화 안에 아키타의 4계절 행사를 담은 작품이다. 작품이 완성된 시기는 1937년이지만 그림 속에 등장하는 아키타의 행사들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으로만 본 축제들을 그림 속에서 만나는 건 또 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현립미술관은 이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작품 60점 이상을 전시 중이다. 물론 그중에서 이목이 단연 집중되는 건 1930년대~1940년대 사이 후지타 쓰구하루가 남긴 작품들이지만 말이다. 더불어 1층에는 특별 기획전이 열리는 퍼블릭 갤러리가, 2층에는 연못 전경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카페 겸 기념품숍이 자리한다. 퍼블릭 갤러리와 카페는 별도의 관람료를 내지 않아도 누구나 입장 가능하므로 부담 없이 들러 짧은 시간 미술관 나들이를 즐겨도 좋겠다.

1 아키타 시내 어느 곳보다 밝은 아키타역 주변. 날이 추워 이른 저녁이지만 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다.
2 아키타 현립미술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가 설계했다.
3 센슈공원을 둘러싼 해자. 물에 비친 아키타시 아침 풍경이 아름답다.
4 아키타역 앞 버스정류장은 노란 조명이 들어오는 밤에 보면 더욱 예쁘다. 밝은색의 나무로 만들어 밤 풍경에 운치를 더한다.
5 아키타에도 게이샤의 전통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센슈공원 내 마쓰시타 건물 2층에서는 게이샤 견습생인 마이코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아키타 민요에 맞춘 춤을 선보이며 공연이 끝나면 아키타 마이코와 사진 촬영이 가능 하다.
6 아키타 시내의 소문난 향토 맛집은 에어리어 나카이치의 앳 욘노산@4の3에 모여 있다. 건물안에는 총 17개 점포가 자리하며 1층에서는 아키타의 다양한 특산품을 구입할 수 있다. 1층에서 맛볼 수 있는 간장 아이스크림. 간장 맛이 나는데 신기하게도 달콤하고 맛있다.

낮과 밤, 다른 모습의 도시

안타깝게도 인천과 아키타를 오가는 직항이 운휴 중인 까닭에 아키타에 가기 위해선 센다이 공항에 내려 차나 기차를 이용해야 한다. 도쿄, 센다이 등에서 출발하는 아키타행 신칸센을 탄다면 여행자가 아키타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아키타역秋田.이다. 경험상 역은 두 번은 가야 그 매력을 제대로 안다. 한번은 여러 쇼핑센터가 문을 연 낮 시간에, 다른 한 번은 나무로 만든 예쁜 버스 정류장에 환하게 불이 켜진 밤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늦은 오후에 숙소에서 출발해 오샤레칸 아르스, 포러스, 세이부 백화점, 폰테 아키타 등 대형 쇼핑센터들을 둘러보고 저녁을 먹은 뒤 역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밤 산책에 나서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낯선 곳에서, 그것도 꽤 늦은 시간까지 안전을 보장 받는다는 건 아키타를 비롯한 일본 여행의 장점 중 하나. 대도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도심이지만, 역 주변의 상점과 술집들은 신기할 정도로 분
주하고 활기차다. 역에서 출발해 오른쪽 길을 따라 십 분 정도 걸으면 도시의 자랑거리인 센슈공원千秋公園이 등장한다. 아키타 영주이자 재력가 사타케가 살던 구보타 성의 성터로 화재로 소실된 성 일부를 복원하고 주변을 정비해 공원으로 만들었다.
4월에는 벚꽃, 5월에는 철쭉이 피고 10월에는 단풍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경관덕에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지난 6월에는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목조 건축물인 마쓰시타松下가 문을 열었다. 왼쪽에는 카페가 오른쪽에는 사케바와 문화 공간이 자리를 잡았다. 특히 사케 바가 있는 건물은 1900년대 초반에 요정이자 연회장으로 사용된 곳으로 이전 모습을 잘 보존한 상태로 복원했다.
현재 2층 연회장에서는 예약 손님을 대상으로 아키타 게이샤의 맥을 잇는 마이코 공연을 선보인다. 불과 큰길과 도보로 10분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이지만 센슈공원 안을 걸을 때면 다른 시간대를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술 한잔이 그리울 때 아키타 시민이 찾는 곳은 가와바타도리川反通り다. 아사히 강 건너 길게 뻗은 길과 그 길을 가로지르는 작은 골목들까지 모두 가와바 타도리라 부른다. 과거 가와바타센켄이라 불렸던 이 공간 위에 오늘날엔 술집을 포함한 각종 유흥시설이 들어섰다. 술집이 많은 골목이지만 군데군데 카페와 괜찮은 숍도 눈에 들어온다. 평일 이른 저녁에 갔더니 인적이 드문 것이 아마 밤이 더 깊어져야 혹은 주말에나 사람이 모이려나 보다. 그래도 출출함을 달래려는 이들이 있어 라멘집만큼은 만석. 이제부터 한잔을 기울이려는지 아니면 집으로 귀가하려는 사람들인지 뒷모습만으로는 짐작이 불가능했다. 그들의 다음 목적지에 호기심이 생긴 건 이 거리가 내게 미처 보여 주지 못한 무언가를 알 수 있을 듯한 느낌 때문이었으려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도서관

이제는 다른 나라의 대학을 둘러보는 여행 코스가 낯설지 않다. 유럽과 미국에서 얼굴 모르는 이의 모교에 들어가고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는 건 이미 많은 사람이 경험한 여행이다. 2년 전, 타이완 가오슝에서 현지 친구들과 하루 동안 도심을 함께 둘러본 적이 있다. 그들이 자신 있게 내게 안내한 마지막 목적지는 다름 아닌 도서관이었다. ‘미술관도 아니고 하물며 전시회가 열린 것도 아닌데 웬 도서관?’ 내색하진 않았지만 얼마나 보여줄 게 부족했으면 이곳에 왔나,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입장과 동시에 난 대출대로 뛰어가 관광객도 언제든 올 수 있는지, 대여는 가능한지 한바탕 질문을 쏟아냈다. 유럽, 미국의 대학과 도서관만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국제교양대학.際.養大. 안에 자리한 나카지마 기념도서관Nakajima Library에 들어서며 생각했다. 세계 곳곳의 도서관만 둘러보는 여행이 있다면 아마 나를 포함해 단골 고객이 적지 않을 거라고. 물론 ‘일본의 도서관 탐방 패키지’를 만든다면 이곳이 빠져선 안 된다. 아키타 시내에서 차로 20분 떨어진 곳에 있는 나카지마 기념도서관에는 학생들의 예습과 복습을 지원하는 학술서, 인문ㆍ사회과학 관련 양서와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한 일본 서적 등 총 7만 7천권의 책이 있다. 서적과 별도로 눈길이 가는 건 콜로세움을 닮은 웅장한 실내 디자인. 진작에 여러 건축상을 받았을 정도로 아름다운 데다 정교하기까지
하다. 도서관에는 일본인 특유의 세심함이 잘 드러난다. 이용 동기, 목적, 조건에 맞게 테이블 크기와 조명 밝기, 의자 높이에 차별을 두었으니 이곳에서만큼은 자리가 불편해서 집중을 못 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듯. 학생과 교직원에게는 365일, 24시간 도서관을 오픈하는데, 일반인의 출입 또한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학이 지역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다 도서관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단, 학생이나 교직원이 아니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토요일, 일요일 및 공휴일은 오전 9시 45분부터 오후 6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이만하면 여행지에서 값진 시간을 보내기엔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도서관 외에 카페, 학생회관의 학생식당 등도 갈 수 있어 국제교양대학의 학생이 된 기분도 느낄 수 있겠다. 하루의 반 이상을 머물러도 마냥 행복할 곳. 그냥 가는 게 아쉬워 30분을 더 있었지만, 그마저도 모자라 떠나는 내내 자 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1 나카지마 기념도서관 내 300개의 열람석과 책장은 모두 아키타 삼나무로 만들었다. 특히 일본 우산살을 닮은 지붕에 눈길이 간다.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150센티미터 적설에도 견딜 정도로 튼튼하다.
2 가와바타도리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꽉 찬 라멘집. 안과 밖의 온도 차 때문에 유리창에 김이 서렸다.
3 괜찮은 숍과 카페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 이번에는 낮시간 가와바타도리로 향했다. 길 초입에 있는 가와바타 주오川反中央ビル빌딩에는 카페, 잡화점, 티셔츠숍, 작은 전시 공간인 고코라 보라토리ココラボラトリ. 등이 들어섰다. 평범한 낡은 건물처럼 보이지만 뜻밖에 볼거리가 가득한 곳.
4 나카지마 기념도서관이 보유한 책은 양서가 65퍼센트, 일본서가 35퍼센트 총 7만 7천 권에 이른다. 나무로 꾸민 인테리어 덕에 책으로 만든 숲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방학 기간이라 책을 읽는 것 외에도 노트북 작업을 하거나 열심히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이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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