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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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3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포르투갈]     도시분류 : [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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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내 마음대로 포르투갈 여행

Reader's Essay :: Portugal

내 마음대로 포르투갈 여행

이번이 두 번째 유럽여행이다. 첫 번째 여행은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을 주로 갔다. 파리와 뮌헨처럼. 그런데 이번 여행은 정말 오롯이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만 꾸몄다. 고흐의 흔적을 찾아 남프랑스에 들리고, 플라멩코를 찾아 스페인도 들리고, 성지순례로 이스라엘도 들렀다. 물론 겨울 여행의 묘미인 끝내주는 야경을 보기 위한 여행지도 몇 가지 넣었다. 그리고 유럽 남부의 획을 긋기 위한 출발지로 아주 딱 맞는 닉네임을 지닌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 포르투갈을 찾았다.
글과 사진 박에스더 에디팅 이소윤 기자

박에스더 l 부산광역시 동구 망양로
대학생이 되어 처음 여행을 시작해서 여행 덕에 후회 없는 20대를 보내고 있습니다. 뚜벅이로 처음 여행길에 올랐던 생각을 할 때면 언제라도 행복해서 앞으로 더 행복할 일을 많이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굴곡지고 깔끔한 포르투의 거리 

 
리스본의 바다 내음 가득 안고 시작

부산의 작은 마을에서 유럽의 작은 도시로 가기 위한 비행이 시작되었다. 아마 마을에서 마을을 잇는 편이라 그런지 직항이 없었고, 참 오랜 비행과 경유 끝에 리스본을 만날 수 있었다. 무겁지 않은 짐을 공항 리무진에 태우고 까이스 두소드레Cais do Sodr e로 향했다. 숙소가 있는 벨렘 지구로 가기 위해서이다. 소드레역에서 트램을 타고 벨렘Belem으로 꾸역꾸역 들어갔다. 나의 몸도 트램속으로 꾸역꾸역 들어갔다. 포르투갈의 중심지답게 많은 사람들이 타 있었고 키가 길쭉길쭉, 눈이 초롱초롱한 남자들 사이에 끼어 있으려니 좋을 줄만 알았는데 유럽의 냄새에 코가 마비될 것 같았다. 게다가 덜컹거리는 것도 마치 탬버린처럼 생긴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었다. 아마도 걸어 다니기에는 분위기 있는 비좁은 골목 탓인 듯하다. 체감으로 2시간 남짓, 실제로는 20분을 가서야 벨렘에 도착했다.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엄청 힘들게 왔는데, 뭐 이렇게 힘든게 순식간에 풀리는 건지. 아까 소드레에서는 사실 부산항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좀 더 과장되게 말하자면 부산항보다 훨씬 작은 항구를 보고 유럽의 느낌은 커녕 우리 집 앞바다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리스본이 이제야 까꿍 하는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이 들게 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트램 정류장에서 마주 보이는 '제로니모스 수도원Jer onimos Monastery' 때문이다.

 

제로니모스 수도원의 노을.
한적한 까이스두소드레의 앞바다.
바다를 향해 진격해 나갈 것만 같은 형상, 발견의 ..

모르는 게 틀린 것은 아닌 것

제로니모스 수도원 옆구리쯤에 있는 나의 첫 번째 숙소는 햇빛을 등진 수도원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짐을 풀어 보니 로션이 터져 있었지만 여행흥이 더욱 터져, 그냥 두고 나왔다. 에그 타르트를 어서 먹어야지 벨렘에 숙소를 잡은 걸 더 이상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뭐 딱히 찾을 것도 없다. 트램 속에 껴서도 볼 건 다 보면서 왔다. 지나는 길에 보이는 영롱한 파란색 간판과 유일하게 줄지은 사람들까지, 누가 봐도 유명한 곳이라고 알 법하다. 이곳은 바로 ‘빠스떼이스 데 벨렘Pasteis de Belem’. 에그 타르트의 원조로써 170년의 전통을 지닌 가게라고 한다. 맛은 뭐 다른 표현 방법이 없다. 정말 맛있다. 도톰, 바삭, 달달, 촉촉, 부드러움… 디저트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수식어를 다 붙여도 과언이 아니다. 동영상으로 먹는 걸 찍으니 오디오에서 ‘바사삭’ 소리가 아주 경쾌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맛도 달달했다.
오후쯤 도착해 여유 부리며 에그 타르트와 셀카 삼매경에 빠져 있다 보니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지려나보다. 유럽은 해가 지는 척하다가 잘 안지기 때문에 좀 더 걸어 볼까 하고 수도원 앞 바다로 갔다. 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저기도 유명한 곳인가 보다. 거대한 조형물이 보이기 시작했고, 눈살을 찌푸려 보니 오, 대단한 조각상이 있다. ‘발견의 탑Padrao dos Descobrimentos’이라고 불리는 이 조각상은 바다를 향해 아주 용맹한 기운을 표출한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찾아 떠날 때 마치 저랬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바다 쪽으로 치우친 구도가 예술이었다. 거기서 직진으로 걸어가면 이내 ‘벨렘탑Torre de Bel em’을 볼 수 있다. 벨렘탑은 쇠사슬에 연결된 짤막한 다리를 건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날 바람이 많이 불어 파도가 철썩여서 타이밍 잡느라 그 앞에서 몇 분을 서성였다. 앞서간 아저씨의 발이 파도의 습격을 당했기 때문에 더욱 신중했
다. 14시간 비행 끝에 내려 부산에서 보던 바다를 또 유럽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그래도 겨울에 따뜻한 햇빛 아래서 치맥 대신 에그 타르트를 먹으며 보는 맛이 꽤나 새로웠다.


돔루이스 1세 다리에서 내려다본 마을
리스본에서 신트라로 가는 길.
포르투갈에서 먹은 가장 유럽스러운 음식, 프란세자냐.
옛날 사람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했을 바다 앞.
포르투의 돔루이스 1세 다리

 

호까곶에서의 시작 혹은 끝

신트라Sintra라는 곳이 있다. 서울로 치면 인천, 부산으로 치면 김해쯤 되는 거리에 있는 지역인데, 바다를 끼고 있는 마을이다. 여기가 바로 내가 리스본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이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보기 전부터 줄곧 버킷리스트에 있었던 곳인데, 사실 서쪽 끝이라 해봐야 뭐 다를 게 있겠냐는 생각이었다. 다만 옛날 사람들은 정말 여기가 끝인 줄 알았겠지 하며 괜시리 설렐 뿐이지. 버스를 타고 주구장창 들어가면 호까곶이 나온다. 까쓰까이스에 가는 사람도 많았는데 나는 오롯이 호까곶이다! 가는 길이 오르락내리락, 비포장도로처럼 울퉁불퉁한데도 해안 도로를 끼고 가니 경치는 끝내준다. 그렇게 따뜻한 햇빛을 맞고 있자니 잠이 솔솔 왔다. 시간이 좀 흘러 깼는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바로 전 정거장에서 깨어나 부랴부랴 버스기사님께 “호까? 호까?”하며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내렸다. 와 태양이 내 눈앞에 있는 건가, 더워 죽겠다. 아무리 그래도 2월인데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다. 근데 더 심한 건 빨간 등대가 상징인 호까곶, 그 자체였다. 설렐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설렌다. 걸어 가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광대가 1센티미터씩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뭐가 그렇게 좋았냐고 하면 할 말은 딱히 없지만 그 느낌이 참 좋았다. 드디어! 호까곶의 두 번째 상징인 탑이 보인다. 십자가의 모습이 마치 순례자의 길이 여기서 끝났음을 알리는 모양 같았다. 달리 말하자면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진짜 별거 없는데도 거기에서 3시간을 넘게 있었다. 그리고 진짜 별 거 아니지만 11유로라는 거금을 주고 증명서도 샀다. 내 이름이 적힌 증명서, 어떻게 구겨지지 않게 한국에 가져가야 할지 리스본으로 돌아오는 내내 고민했다.

실망하더라도 기대할 용기, 포르투

이제 포르투갈의 두 번째 도시 포르투Porto로 간다. 이름은 마치 수도일 것 같은데, 제2의 도시 치고도 작은 마을이다. 포르투는 저렴하게 바르셀로나로 넘어가기 위해서 넣은 일종의 경유지인데, 리스본에서 버스로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사실 이틀 정도면 통틀어 구경할 수 있을 작은 도시이다. 화려함과 심플함이 공존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의 론다에는 누에보 다리가 있는데 협곡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웅장해서 아주 멋지다고 한다. 포르투에도 그 못지않은 다리가 있다. 도우루강을 가로지르는 ‘돔루이스 1세 다리Ponte de Dom LuisⅠ’는 크기도 매우 크지만, 도우루강 양쪽 마을 위에 지어져 있어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이 다리가 정말 좋았다. 

다리 아래로 보이는 겹겹이 쌓인 집들과 도우루강 어귀에 정박해 있는 배, 윗마을과 아랫마을을 잇는 푸니쿨라까지 포르투의 상징들이 여기에 차곡히 쌓여 있다. 물론 ‘렐루서점’이나 역사와 성당을 뒤덮은 ‘아줄레주’ 타일 장식도 멋졌지만 말이다. 포르투가 좋았던 이유가 또 있다면 음식 때문이다. 사실 리스본에서는 해물밥이라고 불리는 ‘아로즈데마리스코Arroz de Marisco’말고는 밥이라고 할 만한 걸 찾아 먹지 않았는데, 포르투에서는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이것저것 찾아보고 프란세자냐와 청어구이를 먹었다. 근데 정말 맛있었다. 

프란세쟈냐는 중간에 도톰한 스테이크가 들어있고 샌드위치를 치즈에 절인 듯한 생김새다. 원래느끼한 걸 잘 못 먹는 입맛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완벽했다. 근데 더 잭팟은 청어구이였다. 좁은 계단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은 도우루강을 내려다보면서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식전빵과 함께 간이 잘된 청어와 야채구이 모두가 일품이다! 포르투갈 여행에서 최고의 맛집은 이곳이었다. 나의 여행은 식도락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지만, 사람들이 즐기는 이유를 알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음식덕에 기분이 더 좋아진 채 도우루강을 바라보고 있자니,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흥분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닌 이후, 좋은 여행이나 참된 여행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어떤 여행이 좋은 여행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 졌기 때문이다. 여행만큼은 자유로우면 좋을 텐데 또 좋은 여행을 애써 만들어가려는 모습이 조금 씁쓸했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지금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이 가장 좋은 여행이에요. 좋지 않았다면 다시 한 번 떠나게 될 이유가 생긴 것이니 여행에 다급함을 담지 맙시다!


독자 여러분의 여행기를 기다립니다!
 

여행기를 쓰다 보면 여행할 때의 흥분과 설렘이 그대로 되살아
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즐거웠던 여행의 시간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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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것처럼 수준급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느낀 대로, 생각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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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는 다른 독자들에게도 좋은 정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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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실 곳 - 이소윤 기자(soyun.lee@tourdemonde.com)

*투고해 주신 여행기는 웹상에 추가로 실릴 수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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