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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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3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대한민국]     도시분류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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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URMET] PLACES, THE AFER

Gourmet :: Space
PLACES, THE AFER

달라진 공간들
한 공간의 과거와 현재가 단번에 느껴지는 곳들이 있다.
오래된, 옛 것에 대한 가치를 우선시하지 않는 서울에서 시간의 나무 테를 자랑스럽게 드러낸 장소를 만나면 나는 반갑다.
거기에 이국적인 맛과 향이 가득하다면 더더욱. 100년도 전에 지어진 병원 건물을 리모델링한 ‘베리 스트릿 키친’과 수십 년간 이발관이던 장소를 펍으로 개조한 ‘명성관’은 그래서 유독 반짝인다. 그 속의 나조차 더 특별하게 만드는 달라진 두 공간으로 그대를 초대한다.
글 이소윤 기자 사진 남아현 기자


베리 키친, 고즈넉한 건물 속 모던 캐주얼 다이닝

젊은이들은 생각했다. 왜 서울에서 흡족한 저녁식사를 가지려면 둘 중 하나를 감수해야만 하나. 비싼 가격, 혹은 덜 아름다운 환경. 그 속에 들어만 가도 만족스러운,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들은 대체로 조금은 무거운 가격이 메뉴판을 채우고 있고, 연륜과 노하우로 응집된 맛 승부사들은 대체로 그릇을 비운 후 금세 자리를 뜨게 되는 환경을 제공한다. 물론 그들 각자의 장점이 확고하지만 그 중간쯤 어딘가에 적절히 위치하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었다. 베리스트릿 키친은 그렇게 조금씩 지금의 윤곽을 완성시켰다. 미각 역시 편안할때 가장 기쁠 수 있다고 믿으며 각 나라들의 소박한 길거리 음식들을 모티브로 다국적 메뉴를 짰다. 프랑스 김치찜, 카오산 바지락 볶음, 오슬로 연어 브라운 등 주요 식재료는 한국의 것을 살리되 특정 소스나 조리법 등은 세계의 식탁들에서 영감 받았다. 유독 역사 깊은 옛 건물을 찾아보기 힘든 도시 서울에서 1910년에
지어졌다는 지금의 공간을 발견한 것도 한 사건이다. 약 100년 전 ‘전치병원’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던 이 2층 건물은 시간이 지나며 인쇄소,
창고 등으로 사용됐다. 그렇게 시간 속에 묻혀 있던 공간이 지금은 본래의 내벽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며 매일 저녁 들뜬 손님들을 맞는다. 
마침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방문한 베리 키친은 예약이 빈 테이블을 찾기 힘들었다. 그들의 낭만적일 시간이 샘나서 잔뜩 욕심 내 주문한 음식들. ‘프랑스 김치찜’을 필두로 ‘쓰촨 마라새우’, ‘카오산 바지락 볶음’, ‘로마 치즈 파스타’로 한 상을 그득히 채웠다.


아끼는 친구들을 우르르 끌고 와 이 음식들을 동시에 나눠 먹으면 즐겁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여행과 이국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화이트와인과 오레가노 등과 함께 푹 삶은 큼직한 고기 덩어리를 묵은지로 둘둘 말아 파마산 치즈를 더한 프랑스 김치찜은 나이프로 썰어 먹는 퓨전 한식이다. 비계마저 달콤할 만큼 익숙하지만 훌륭한 맛, 거기에 파마산 치즈가 무척이나 어울리는 조화가 만족스럽다. 태국식 양념으로 매콤함과 감칠맛이 더욱 진한 조개 육수가 밥을 부르는 카오산 바지락 볶음에서 마늘종 집어 먹는 재미에 푹 빠졌다가, 이내 쓰촨 마라새우와 꽃빵을 한 번
에 입에 넣는 재미에도 빠졌다. 한 상 위에 프랑스와 태국, 중국, 한국이 모두 올라와 있는 느낌이다. 더불어 합리적인 가격에 세련된 와인을 주문할 수 있어 또 기쁘다. 베리 맛있고, 베리 행복한 저녁식사가 필요할 때면 늘 생각날 장소다.

주소 서울 중구 만리재로 205
영업시간 18:00~23:00 (일요일 휴무)
가격 메인요리 1만~2만 원대
와인 병 4만~8만 원대, 맥주 6천~1만 원대

명성관, 침 고이는 요리와 중후한 술에 취하는 시간 

‘명성이발관’이라는 빛바랜 간판 아래로 문 열고 들어선다. 앞치마를 두른 건장한 청년 둘이 나를 반기는 이곳은 허나 더 이상 이발관이 아니다. 매무새를 만져 주던 이의 앞치마에 이제는 요리 기름과 술 방울이 튄다. 지난 해 11월, 상수동의 소소한 식당과 술집들 사이에 자리하던 30년도 넘은 작은 이발관이 차이니즈 펍 ‘명성관’으로 재탄생되었다. 본래 이발관이 되기 이전에는 건물 1층이 전부 가정집이었단다. 이 장소를 발견한 명성관의 고건 대표는 이발소 사장님과 잠시 나눈 이야기 속에서 느낀 긴 기억들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 서 이발소 간판부터 회전등, 굵직한 틀은 그대로 존중한 채 세세한 부분의 인테리어만을 손보아 지금의 명성관을 완성시킨다. 메뉴는 6가지의 중화요리를 필두로 대표의 취향을 담아 진과 버번 베이스의 칵테일들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다소 독창적인 이곳의 칵테일에는 고량주와 같은 백주 계열의 중국 술 대신, 숙성을 통해 풍미가 깊어진 황주 계열의 소흥주를 자주 사용한다. 도수는 낮추고 향은 돋군 소흥주 칵테일인 ‘차이니즈 하이볼’과 보드카와 생강 시럽 향
이 달큰한 칵테일 ‘상수동 뮬’, 3월부터 추가될 ‘고수 진토닉’으로 먼저 취기를 채웠다.

그 사이사이를 장식한 요리는 ‘명성 마파두부’와 ‘췅칭윙’. 무엇보다 이곳 음식들에서 가장 뚜렷이 느껴지는 훅은 산초의 얼얼함이다. 산초는 명성관 영혼의 식재료라 칭해도 무리가 아닌 식재료. 이날 맛본 마파두부와 췅칭윙 역시 산초로 침샘이 더욱 바빠진 요리였다. 마파두부는 부드러운 순두부와 다진 버섯, 돼지고기 등이 고추기름에 풍덩 빠진 채 산초 등의 주장 강한 향신료를 품고 있다. 숟가락에 넉넉히 떠 올려 오물오물 씹으면 행복한 콧바람이 절로 나온다. 특징 있는 메뉴들만을 단출하게 선보이고 있는 명성관의 중화요리는 사실 길고 긴 정성의 산물이다. 췅칭윙은 푹 익힌 윙을 10시간가량 자연건조 후 튀기고 시즈닝을 입으며, 또 다른 인기 메뉴인 동파육은 돼지고기를 삶고 튀기고 찌는 과정을 매번 거친다. 고춧가루를 한 보따리 들여 직접 내리는 고추기름이나, 각종 칵테일에 가미할 향을 위해 매장에서 담근 생강 시럽 등 주방 안에서 뚝딱 해낸 듯한 음식들이 사실은 오랜 시간과 정성을 토대로 완성 된 것들이다. 귀한 음식이 혀를 얼얼하게 데우고, 곧 술로 이를 달랠지니 누군 들 기쁘지 아니할까.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길 32
영업시간 평일 18:00~02:00, 금·토 18:00~04:00 (월요일 휴무)
가격 중화요리 1만~2만 원대,
칵테일 4천~8천 원대, 각종 샷 3천~1만 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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