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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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프랑스]     도시분류 : [에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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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중세의 시간을 품은 에즈 빌리지

Cote d'Azur :: Eze

Time Travel to Medieval Days, Eze Village
중세의 시간을 품은 에즈 빌리지

산꼭대기에 자리한 천연 요새마을 에즈에는 오래된 시간이 흐른다.
미로처럼 이어진 좁은 골목을 거닐고 발아래 펼쳐진 푸른 바다를 조망하며 중세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글 김수현 기자 사진 임성훈 기자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france.fr, 한진관광 www.kaltour.com


라 투르비La Turbie 마을로 이어진 2차선 도로 위에서 에즈를 처음 보았다. 누가 그랬던가, 바위산 절벽 위에 독수리가 둥지를 튼 모습이
란 게 사실이었다. ‘누구도 이곳을 침범할 수 없다’ 방금까지 대도시에 있다 온 내게 이 작은 마을은 그 주변을 휘감은 성벽으로 이방인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내는 듯했다. 하지만 스스로 세상과 자신을 격리한 것 같은 이미지 는 첫인상에 불과했다. 에즈는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안고 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펼쳐 보여준다. 그곳에서 나는 중세의 시간을 품은 아름다운 동화 속 장면들을 만났다.


코트다쥐르의 작고 아름다운 중세마을

주말 아침, 입구는 산꼭대기에 위태롭게 자리한 마을을 만나려는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운 좋게 관광 안내 사무소 뒤편에 주차를 마치고 천천히 몸을 풀기로 한다. 가까이에서 보니 고개를 젖혀야 끝이 보일 정도로 꽤 높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두 다리에 힘을 싣고 한참을 걷자니 아래서부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올라오던 이들의 걸음이 서서히 느려졌다. 얼 마 못가 나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 풍경에 시선을 두기로 한다. 해발 429 킬로미터에 자리한 에즈의 길은 언덕과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높 은 곳에 집을 둔 것이 이해가 잘 가지 않을 일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지형적 특히 이곳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단다. 그러니 힘들다는 이유로 언덕을 마냥 원망할 수는 없는 노릇. 13세기에는 로마의 침략을, 14세기에는 흑사병을 피해 주변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며 에즈는 점차 마을의 형태를 갖추었 다. 에즈의 상징인 좁은 골목은 단 한 마리의 노새만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터키군을 포함해 적의 공격이 있으면 마을 위편으로 포탄을 실은 노새를 보냈고, 미로처럼 이어진 길을 헤집고 올라오는 적들을 향해 거침없이 대포를 쏘았다. 나처럼 가파른 언덕 때문에 미처 마을 중심부에 닿기도 전에 적들이 지치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더불어 모든 건물이 요새로 사용될 만큼 튼튼하게 건축된 까닭에 에즈는 오늘날에도 14세기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최소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들의 안쪽에서는 부티크샵, 장인의 제작공방, 기념품 상점 등을 만날 수 있다. 마을은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발길 닿는 대로 걸어도 1시간이면 핵심을 둘러보는 데 무리가 없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모두 정복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시간도 중요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도 끄떡없는 체력이 필수다. 그러나 에즈를 걸을 때면 숨이 차고 심장이 쿵쿵 뛰는 것쯤은 문제 되지 않는다. 진정 우리의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는 것은 지중해의 황홀함이다.


젊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는 에즈를 좋아했다. 점차 시력이 감퇴하고 우울증까지 겪었지만, 손끝으로 느껴지는 나무와 돌의 흔적을 더듬으며 에즈에서 기쁨을 찾고자 했다. 오늘날 니체의 길 Chemin de Nietzsche 이라 써 붙인 작은 화살표 간판은 그가 걸었던 길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길을 걸으며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Also Sprach Zarathustra >의 세 번째 부분을 완성했다. 3부 ‘방랑자’는 이 문장과 함께 시작한다. “마침내 산꼭대기에 올랐을 때, 그는 바라본다. 그의 앞에 다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그는 그곳에 서서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킨다.” 바닷가에서 독수리 둥지 끝까지 오르는 길, 그의 이름이 붙은 산책로를 걸으면 이 길이 니체의 훌륭한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정상에는 각종 식물과 선인장으로 꾸며놓은 열대정원 Le Jardin exotique d'Eze 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이국적인 열대식물이 아닌, 한 계단 오를 때마다 두 눈 가득 들어오는 지중해 풍경이다. 1920년대에 스웨덴의 윌리엄 왕자는 이 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에 매혹돼 30년간 매년 여름 에즈의 고성을 찾았다. 현재 이 고성은 샤토 에자 Chateau Eza 라 불리는 럭셔리 호텔로 운영 중이며 마을의 또 다른 호텔인 샤토 드 라 쉐브르 도르 Chateau de la Chevre d'or 는 비욘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이 머무른 것으로 유명하다. 중세 요새마을의 밤 풍경이 궁금하다면 두 호텔 중 한 곳에서 하룻밤 묵어보기 를 권한다. 옛날식 가로등이 불을 비추고 고운 꽃향기가 공기 중에 가득한 에즈의 밤을 만났더라면 나는 아마 이곳을 떠나기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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