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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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필리핀]     도시분류 : [바탕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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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FIELD] 당신이 원하는 힐링, 필리핀

Travel :: Philippines

Healing that you want, Philippines

당신이 원하는 힐링, 필리핀

철저하게 한가로운 자연, 놀랍도록 세련된 도시. 상반된 분위기에서 보낸 며칠의 기억은 편안함이었다. 우리가 힐링이라고 부르는 그것, 몸도
마음도 구속됨 없이 자유로웠다. 꾸미지 않은 로컬들의 미소는 친근했다. 세포처럼 담고 있던 스트레스의 편린들이 스르르 지워졌다.
글과 사진 임성훈 기자 취재협조 필리핀 관광청 www.7107.co.kr

안다. 최근 여행지로서 필리핀이라는 세 음절이 주는 망설임을. 이 나라에 관한 부정적인 소식이 많다는 것도, 그에 따른 설왕설래도 다 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몇 번을 경험한 필리핀 여행은 오히려 즐거웠다. 분명히 예민하게 신경 써야 할 것은 있었지만, 어떤 여행지로 향하든 으레 해야 하는 조심이었다. 평균을 기준으로 논하자면 영어도 잘 통하고, 미소로 다가가고 예의 바르게 목례하면 환히 웃어주던 사람들. 내게 필리핀 여행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풍성한 과일의 당도만큼 달콤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떠나기에 앞서 걱정은 없었다. 다녀와서가 문제였다. 우리는 간혹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오류를 자주 범한다. 언제나처럼 좋은 기억으로 돌아와서 써 내려간 글이 신뢰받지 못할까 염려를 한 건 그래서였다. 그건 진심을 고백하고 퇴짜맞은 썸남의 심정만큼 괴롭고 처량할 테니까. 우습게도 나의 발길을 가볍게 해준 건, 어느 회사의 광고문구였다. “치킨은 살이 찌지 않는다. 살은 내가 찐다” 맞는 말이다. “필리핀은 문제 없다. 문제는 사람이다.” 결론은 사람이었다.

우리가 꿈꾸던 휴식을 만족시키는, 더 팜 앳 산베니토 The Farm at San Benito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 바탕가스 Batangas 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이곳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좋은 기후와 고지대에 위치한 탓에 커피 재배가 잘 되고, 아름다운 해변을 가지고 있어 필리핀의 셀럽들이 휴양을 위해 선택하는 곳. 오는 동안 현지인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판단한 내용은 힐링스팟 이었다. ‘그저’ 바다에서 잘 쉬고 오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타고 온 차는 산으로 둘러싸인 울창한 밀림의 한가운데에 나를 내려놓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더 팜 앳 산베니토 The Farm at San Benito (줄여서 ‘더 팜’)라는 이름을 가진 리조트다. 재잘대는 새소리 외에는 불필요한 소음과는 완벽하게 단절된 채 사방이 조용하다. 전체면적 5십만㎡, 큰 규모다. 내가 머물게 된 곳은 정원이 딸린 2층 구조의 빌라다. 키를 받고 숙소의 현관문을 열다 깜짝 놀랐는데 이는, ‘놀라지 마시라!’ 바로 공작 때문이다.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작들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빌라 주위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신기해 한참을 바라보았다. 목조로 된 내부는 천장이 높아 시원한 느낌이다. 위, 아래로 침대가 4개나 되는 여유로운 공간. ‘풀빌라’를 포함해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더 팜’에서 만나게 되는 숙소의 타입이 모두 이렇다. 자유가 보장되는 프라 이빗 빌라 말이다.


새와 나무와 사람이 하나되어 쉬는 곳

숲이 우거진 산, 야자나무, Birds of Paradise 와 같은 트로피컬 플라워, 그리고 넓은 호수가 어우러진 ‘더 팜’은 지금까지의 세상과 별개로 존재하는 또 하나의 세계로 다가온다. 발리의 우붓에서 감탄했던 풍경과 흡사해 고개를 끄덕거리던 찰나, 빨간 파라솔을 가진 목재 테이블에 시선을 빼앗겼다. 또 다른 무리의 공작, 오리, 닭들이 식사하는 사람들과 경계 없이 어울린 풍경. 이색적이지만 자연스러워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내추럴한 ‘더 팜’의 분위기에 방점을 찍는 것은 레스토랑 ARIVE!다. ‘No, meet! No, fish’를 원칙으로 선보이는 이곳의 요리들은 전부 오가닉 푸드다. 보통이상의 채식주의자들도 감탄을 쏟아낼 만큼 신선한 재료들을 사용하는데, 알고 보니 리조트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이란다. 눈과 입, 건강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요리들에 내내 허기가 기다려진다. 더불어 요가 체험, 만다라 플라워 어레인지먼트 강습 또한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색다른 추억이다.

14 더 팜 앳 산베니토 리조트를 산책하다 보면 이런 거대하고 기이한 모양의 열대 수목을 자주 만나게 된다
2. 더 팜 앳산베니토 리조트의 수영장 모습. 열대 야자수에 둘러싸인 채 즐기는 물놀이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된다
3 바탕가스에서 따가이따이로 이동하던 중 들렀던 도로변의 과일가게. 달고 맛 좋은 과일들로 넘쳐 나는 필리핀에서 과일가게를 그냥 지나칠 순 없다.
5 소냐스 가든에 피어있던 트로피컬 플라워. 
6 새와 나무와 사람이 하나 되어 쉴 수 있는 장소. 그곳이 더 팜 앳 산베니토 리조트다.

작은 스위스, 따가이따이 Tagaytay

해발 600m의 고원지대에서 맞는 바람은 확실히 시원했다. 카비 테Cavite 주에 위치한 따가이따이 Tagaytay. 오래전부터 이곳이 휴양지로, 신혼여행지로 필리피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은 이 서늘한 공기의 지분이 크다. 이에 더해 길이가 무려 25㎞ (염분 5% 미만의 프레시 워터 호수로는 네 번째 크기다)에 달하는 따알호수Taal Lake나 화산 속의 화산이자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활화산인 따알화산 Taal Volcano 같은 아름다운 자연도 한몫 한다. 유럽의 어느 지역을 떠올리게 만드는 예쁜 집들에도 눈길이 간다. 적당한 크기,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감. 작은 스위스
Small Swiss 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다. 바탕가스처럼 이곳 또한 커피가 많이 생산되고 채소의 재배 또한 활발하다. 고지대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꽃의 재배지로 유명한 것도 같은 이유에 서다. 로컬들에게 입소문이 자자한 열대 식물정원 ‘소냐스 가든 Sonya’s Garden’ 을 들러보는 건 그래서 당연했다.

아름다운 열대정원 소냐스 가든 Sonya’s Garden , 그리고 Stand by me


2만㎡에 달하는 넓은 정원 안에는 이름도 알 수 없는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알록달록한 열대 식물들이 뿜어내는 ‘낯선’ 원색의 향연은 정신이 아찔할 정도다. 조용한 시골 마을 알폰소 시에 위치한 소냐스 가든, 전직 은행원이었던 ‘소냐 가르시아 Sonya Garcia ’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개인 정원이다. 정원 사이로 문득 보이는 건물들, 순수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레스토랑, 펜션 등이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모두 유기농일 뿐만 아니라, 일체의 디지털 설비를 배제한 객실을 자랑한다. TV는 물론 에어컨이나 냉장고조차 없다.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는 꽃의 향기와 더불어 건강하면서도 로맨틱한 경험이 가능할 듯하다. 소냐스 가든을 나와 따가이따이에 위치한 체인 레스토랑 맥스 Max’s 를 찾았다. 주식으로 할 만큼 치킨을 사랑하는 필리피노들도 아끼는 이 브랜드는 1945년부터의 긴 역사를 자랑한다. 평균적으로 짜게 느껴지는 필리핀 요리들, 메인 음식보다는 빙수를 연상케 하는 디저트인 ‘할로할로 halo halo’ 의 특대형 버전에 더욱 마음이 간다. 식사를 마칠 즈음, 여자 둘, 남자 하나로 구
성된 혼성밴드가 테이블로 다가와 노래를 불렀다. 이런! 노사연의 ‘만남’이었다. 리퀘스트 송도 가능하다는 귀띔에 평소 즐겨듣는 ‘ stand by me
’를 조심스럽게 신청해 봤다. 그리고 잠시 후 망설임 없이 연주되는 노래. 음치라는 부끄러움도 거두고 목청 높여 따라 불렀다. 잊을 수 없는 따가이따이였다.

필리핀의 심장, 메트로 마닐라 Metro Manila

여유 있게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의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들 무렵, 서서히 마천루들이 시야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글거리는 뙤약볕보다 더욱 뜨거웠던 건 아스팔트의 열기, 마닐라에 도착한 거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필리핀의 수도라고 알고 있는 마닐라. 정확히 말하면 필리핀의 수도는 메트로 마닐라로 16개의 시와 1개의 자치시로 이루어져 있다. 거슬러 1960년대 까지만 해도 필리핀은 아시아 3대 경제 강국이었다. 당시 필리핀에 차관을 받으려 이런저런 수를 썼던 우리의 모습은 전설 같은 후일담으로 남아있을 정도다. 지금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력이지만, 마닐라의 몇몇 지역은 풍요로운 필리핀의 모습이 과거 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진행 중이다. BGC로 불리는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 Bonifacio Global City ’가 특히 그렇다.

1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를 걷다가 만난 보니파시오 하이 스트리트의 정돈된 풍경.
2 세련되고 이국적인 자태로 시선을 사로잡는 베니스 그랜드 캐널 몰의 외부.
3 6 7 매우 달콤한 과일,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짜낸 주스를 들고 걷는 사람들. 피에스타 마켓에서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모습들.
4 베니스 그랜드 캐널 몰의 내부를 흐르는 운하와 곤돌라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마카오의 베네시안과 흡사하다.
5 베니스 그랜드 캐널 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 사진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광경이다.


이곳, 필리핀 맞아?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 Bonifacio Global City’

이미 지어진 고층 건물들과 그보다 더 높게 짓고 있는 빌딩들 사이로 나 있는 도로와 쇼핑몰들이 낯설게 다가왔다. 이런 나를 이해한다는 듯 현지인 가이드가 웃으며 귀띔한다. “그래요, 이곳은 마닐라의 하이소와 트렌디 세터들에게 무섭게 뜨고 있는, 매우 핫한 곳이죠. 어지간한 경제력으로는 쉽게 거주하기 힘든, 서민들에게는 꿈 같은 장소라고 봐도 돼요. 하지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곳이죠. 지금도 그렇지만 마닐라에서 가장 부유하고 특별한 동네가 될 거예요. 서울로 치면 강남 같은 곳이 되겠죠” 그녀의 말처럼 반듯하게 계획된 이곳의 분위기는 보통의 필리핀과는 다르다.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 Bonifacio Global City ’. 과거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필리핀의 국가적 영웅 ‘안드레아스 보니파시오 Andres Bonifacio ’의 이름을 땄다. 이 도시의 고급스 러움을 찾아 나선 몇 걸음, ‘보니파시오 하이 스트리트 Bonifacio High Street ’에
서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베니스 그랜드 캐널 몰 Venice Grand Canal Mall (이하 베니스 몰)’로 향한다. 이름 그대로 베네치아의 운하를 재현해 놓은 쇼핑몰이다. 크기는 작지만, 마카오의 ‘베네시안The Venetian ’을 연상케 한다. 건물 내부에 조성된 베네시안에 비해, 베니스 몰은 외부에 오픈되어 있다는 점이 커다란 차이. 그래서 태양의 위치에 따라 몰의 분위기가 변해 사진촬영지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비가 오면 곤돌라의 운행은 어떻게 되냐는 걱정도 잠시, 물 위를 유유히 지나가는 곤돌라에 초점을 맞추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피에스타 마켓! Fiesta Market
!’은 과일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들러볼 만 한 곳이다. 파인애플, 망고, 치코, 레몬, 오렌지, 바나나 등 당도 높고 품질 좋은 필리핀산 열대과일들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뿐만 아니라 말린 과일, 채소, 필리핀 각 지역의 특산품 등도 몽땅 만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저렴한 대형몰인 ‘마켓! 마켓! Market! Market!’과도 바로 연결되어 있어 편리하다. 보통의 마닐라 밤거리는 잠시 잊을 것!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의 밤은 비교적 안전하다. 그래서 이 동네의 저녁 시간을 그냥 지나치기 아쉽다. 특히 나이트 마켓이 그렇다.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3시 부터 새벽 6시까지 보니파시오 야시장이 선다. 여타의 야시장과는 달리 오로지 먹거리만을 팔고 있어 신선한 느낌이다.
주의할 점은 야시장을 찾기 전엔 반드시 배를 비워둘 것! 값싸고 맛있는 필리핀 음식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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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맛있는 필리핀 요리로 배를 가득 채울 수 있는 보니파시오 야시장. 가격도 저렴해 흐뭇하기만 하다
2 품격과 격조 있는 휴식을 책임지는 호텔 에드사 샹그릴라의 화려한 내부. 마닐라에서 뺄 수 없는 명문호텔 중 하나다.
3 마닐라 미군묘지의 푸른 잔디 위로 열 맞춰 늘어선 하얀색 십자가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덕분에 이렇게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숙연함보다는 감사함을, 마닐라 미군묘지 Manila American Cemetery and Memorial

푸른 잔디 위로 열 맞춰 늘어선 하얀색 십자가. 유대인의 묘는 별 모양을 얹고 있다. 거대한 기둥마다 이름과 소속, 전사한 장소들이 비밀암호처럼 깨알같이 새겨져 있는데, 적혀 있는 이름만 해도 17,206명.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필리핀과 뉴기니 등에서 전사한 미군과 군 관계자들이다. ‘마닐라 미군묘지 Manila American Cemetery and Memorial’ . 미국 이외의 땅에 세워진 국립묘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보니파시오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경내는 미국의 자산. 마치 공원처럼 잘 정돈된 묘역과 ‘자유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Fredom is not free ’는 문구, 얼마 전 다녀온 워싱턴 D.C의 알링턴 국립묘지Arlington National Cemetery 의 모습이 떠올랐다. 동시에 당시의 상황 하나가 묘하게 데자뷔 된다. 무명용사의 묘 앞에서였다.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간 젊은 병사들이 안 타까워 숙연함을 넘어 침통한 표정으로 서 있던 내게 함께 간 사촌누이는 말했다. “추모하고 숙연해지는 것은 당연해. 하지만 오히려 환한 표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표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덕분에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고, 덕분에 이렇게 밝은 모습으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말이야.” 돌아 나오는 길, 하얀 십자가들에 모자를 벗고 아주 환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조용히 바람을 중얼거렸다. 육신은 비록 낯선 땅에 묻혀있지만, 영혼만은 부디 고향을 찾아가 편히 쉬기를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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