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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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프랑스]     도시분류 : [툴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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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FIELD] 장밋빛 도시, 툴루즈에서

Travel :: Toulouse
La Ville Rose,Toulouse

장밋빛 도시, 툴루즈에서

프랑스 남서쪽, 미디피레네의 주도인 툴루즈로 떠났다. 남부 프랑스 특유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연분홍빛 아름다운 건물 사이를 걸었다.
2천 년 역사를 간직한 툴루즈는 과거와 미래의 교차점이다.
글 김수현 기자 사진 임성훈 기자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france.frTravel :: Toulouse

왜 툴루즈 Toulouse 냐 물었다. 코트다쥐르의 비현실적인 풍경을 뒤로하고 갈만큼 무엇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간간히 프랑스 여행 사진에 등장하던 연분홍빛 건물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였던 것 같다. 모나코에서 툴루즈까지의 이동은 구글맵의 예상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한번도 쉬지 않고 오직 운전만 했다면 여섯 시간이 걸렸을 584킬로미터의 거리. 급히 움직이고 싶지 않아 니스에 들러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시골길 드라이브도 했다.
그렇게 늦은 저녁이 돼서야 툴루즈에 도착했다. 영어로는 Pink City , 프랑스어로는 La Ville Rose , 즉 장미의 도시라 불리는 풍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로등과 조명이 띄엄띄엄 있는 어두컴컴한 골목길에선 기대한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밤이 더 깊어지니 이방인을 향한 약간의 불편한 시선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다음날 이른 아침까지 코트다쥐르의 바다가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다. 약간의 망설임과 별 기대 없이 걸었던 수많은 골목 그리고 스쳐 지나간 건물들. 지나고 보니 아름다웠던 핑크빛 풍경들이 새파란 지중해 바다보다 더 짙은색으로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2천년 역사의 분홍빛 툴루즈

프랑스 남쪽에 위치한 툴루즈는 센 강, 론 강, 루아르 강과 함께 프랑스의 4대강이라 꼽히는 가론 강가에 있는 도시다. 피레네 산맥에서 시작한 가론 강의 물줄기는 툴루즈를 지나 보르도까지 이어진다. 맑은 날씨에는 도시 안에서 강의 시작점인 피레네 산맥이 보이기도 한다. 툴루즈가 세워진 것은 2세기. 이 땅을 밟은 사람들의 첫 정착지는 자연의 교차로인 바로 이 강가였다. 처음 사람이 모여 살기 시작한 이후로 약 2천 년의 시간이 흘렀다. 현재 툴루즈는 파리, 마르세유, 리옹에 이어 프랑스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약 95만 명이 이곳에 살고 있는데, 그 중 20만 명이 2000년도 이후에 왔다고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매년 2만 명 이상이 툴루즈로 이주하고 있다. 도시 인구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툴루즈의 영역은 넓어지고 다른 도시와의 왕래도 더욱 잦아졌다. 툴루즈에서 바르셀로나까지는 A66번 고속도로를 타면 차로 고작 3시간. 2013년
말부터 이 구간은 고속열차 떼제베 TGV 로도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아직 툴루즈와 파리를 한 번에 잇는 기차는 없지만, 2020년까지 이 구간을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 노선을 연결할 예정이다. 미디피레네 Midi-Pyrenees 지역의 작은 마을과 랑그독 루시옹 Languedoc-Roussillon 주에 속한 도시들, 카르카손과 같은 근교 도시로의 지역 열차 네트워크도 훌륭하다. 유럽의 많은 도시는 여름철에 가장 많은 여행객을 맞이한다. 나머지 시즌, 특히 비수기에 유럽을 여행하면 종종 보수 공사로 인해 문을 닫는 관광지를 맞닥 뜨리게 된다. 슬슬 여행객이 몰릴 때쯤 툴루즈에 방문했다. 그런데도 겨울철 한창 공사 중일 때만큼 도시는 어딘가 번잡한 느낌이었다. 귀로는 소음이 계속 밀려들어 왔다. “툴루즈의 많은 건축물은 현재 한참 개보수 작업 중에 있어요. 2017년부터 툴루즈 역사문화 지구 전체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리려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현재 툴루즈에는 미디 운하 Canal du Midi 와 생 세르닌 바실리카 Saint Sernin Basilica 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어요.” 가이드는 사계절 내내, 공사 여부와 상관없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툴루즈를 모르는 사람이야 그곳이 어디 있는지 혹은 무엇이 특별한지 묻겠지만, 아는 사람은 곧장 분홍빛 건물을 떠올린다. 여행자와 현지인 모두에게 툴루즈의 또 다른 이름은 핑크 시티 혹은 장미의 도시다. 장미꽃이 많아서가 아니라 도심에 있는 건물 상당수가 붉은 벽돌로 지어져서다. 대리석이나 평범한 돌이 아니라 왜 벽돌로 건물을 올렸을까? 답은 간단하다. 툴루즈 주변에 돌을 캘 산과 언덕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툴루즈를 핑크 시티라 부르지만, 이곳의 분홍빛은 흔히 생각하는 화려한 빛깔과 다르다. 내 눈엔 오렌지 색에 가깝게 보였고 가이드는 연어색이라는 표현이 가장 마음에 든다 말했다. 햇빛이 툴루즈 시내로 내리쬐면 분홍빛 건물들은 그 어느 곳보다 익숙하고 아늑한 집처럼 여겨진다. 어릴 적 보던 동화의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던 빨간 벽돌집 그리고 따스한 분위기. 이러한 건물들은 툴루즈 역사지구 너머 까지 넓게 펼쳐져 있다.


1 파란 하늘과 아름다운 건축물이 만난 툴루즈의 낮 시간 풍경.
2 툴루즈는 프랑스 내에서 이민자가 많이 사는 도시다. 케밥 전문점 등 한 도시에서 다양한 음식을 만날 기회이기도 하다.
3 카피톨 주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자전거를 이용해 실시간 배달을 해주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4 랑그돌 루시옹 지방의 표지판은 분홍빛 건물과 잘 어울린다.
5 19세기 툴루즈 북부에서 생산되어 유럽 전역으로 수출된 제비꽃은 현재 각종 기념품으로 만날 수 있다.
6 중세 시대 툴루즈는 청색 원료인 대청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라넬파스텔은 대청을 이용해 코스메틱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다.

과거 그리고 미래가 만나는 도시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 툴루즈는 무역을 통해 황금시대를 경험했다. 툴루즈에 부를 가져다준 것은 로라게 Lauragais 땅에서 자라는 식물인 파스텔이었다. 우리말로 대청이라 번역되는 이 식물은 각종 염색에 사용된 청색 원료다. 파스텔 염료를 추출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었지만 그만큼 수익이 높았다. 이러한 이유로 툴루즈와 근교의 알비, 카르카손의 대청 공장은 블루 골드라 불리기도 했다. 천을 깊은 하늘색으로 염색할 수 있는 이 신비의 원료는 바욘, 보르도를 통해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으로 수출됐다. 파스텔 염료를 유통하는 상인들은 금세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도시에 있는 수많은 르네상스식 대저택들은 파스텔로 얻은 수익을 통해 지어졌다. 근대에 들어 인디고종에 밀려 파스텔로 만든 패브릭 제품은 차츰 잊혀졌지만 씨에서 추출한 오일로 스킨케어 제품을 만들며 조금씩 파스텔 산업이 부활하고 있다. 툴루즈 곳곳
의 기념품 상점과 최근 한국에 공식 론칭한 그라네파스텔 브랜드숍 등에서는 파스텔을 원료로 한 각종 코스메틱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파스텔만큼이나 툴루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기념품 소재는 제비꽃이다. 19세기, 제비꽃 재배와 가공은 툴루즈를 대표하는 산업이었다. 한 때는 수백 명이 연관 산업에 종사했지만, 지금은 재배자가 10명 내외로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시내에 자리한 자그마한 기념품숍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툴루즈 제비꽃 산업의 영광을 이어간다. 가장 유명한 숍인 라 메종 드 라 비올레트 La Maison de a Violette는 제비꽃 깊은 향을 그대로 담은 비누, 향수를 시작으로 제비꽃 무늬의 소품들을 판매한다. 무역을 통해 차곡차곡 도시를 세워 올린 툴루즈는 오늘날 현대 산업의 중심지로 불린다. 툴루즈는 오래된 산업과 과거부터 이어온 장인의 기술을 보존하는 유럽 안에서 과거의 유산을 지키고 미래 산업을 추구하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우주 산업 분야에서 유럽의 선두 주자, 기계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임베디드 시스템 분야에서 프랑스 1위라라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항공 사업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다. 유럽에 있는 약 4만 명의 항공우주 연구자와 엔지니어중 4분의 1이 툴루즈에 있다는 사실은 이곳의 항공 우주 산업이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도심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곳으로 나가면 넓은 부지에서 항공 우주 기업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유명 항공기 제작 업체인 에어버스 본사가 이곳에 있으며 가장 큰 여객기인 A380 조립 라인을 갖춰 더욱 주목받는다. 툴루즈에 위치한 에어로스코피아 Aeroscopia 항공 박물관은 항공의 오늘날과 미래에 대한 정보와 가이드 투어를 제공한다. 1997년에 새워진 툴루즈 우주 박물관은 우주 항공 산업을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테마파크 형식의 넓은 부지 안에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1 툴루즈 여행의 시작은 카피톨에서. 왼쪽에 보이는 카피톨 파사드가 메인 건물이며 광장을 주변으로 여러 건물이 들어섰다.
2 3 시청으로 사용되는 카피톨 내부는 프랑스의 여느 박물관 못지않게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중 가장 최고는 그림의 방.
4 카피톨 파사드 안으로 들어가면 분홍색과 하얀색 선이 겹쳐진 건물이 등
장한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툴루즈의 핑크빛 풍경은 인상적이다.
5 툴루즈 관광열차에 탑승해 시내를 돌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 광장 왼편에서 출발하며 두 가지 코스로 운영한다.
6 파사드 맞은편에 위치한 아케이드에서는 고개를 위로 향할 것. 툴루즈의 역사를 담은 그림들을 볼 수 있다.

툴루즈의 심장, 카피톨

툴루즈 도심은 크게 다섯 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중심은 도시여행의 시작지점이자 툴루즈의 상징인 카피톨 Capitole 주변이다. 직사각형의 광장을 앞에 두고 웅장하게 자리한 카피톨은 툴루즈 여행의 하이라이트. 분홍빛 벽돌이 일렬로 늘어선 건물로 들어가기 전, 광장에 먼저 시선이 꽂힌다. 늘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공터에는 오전 시간이면 각종 기념품을 파는 노천시장이 들어선다.
광장의 정 중앙에는 18미터 크기의 오크 십자가 La Croix Occitane 가 있다. 동으로 만든 십자가 네 축의 끝에는 각 3개씩 12개의 구가 있고 이 구 안에는 황도12궁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있다. 십자가의 정면에는 기다란 건물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카피톨 구역의 메인 건물인 카피톨 파사드 Capitole facade다. 오늘날 원래 건물이 모두 남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원 건물 주변으로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며 오늘날의 복합 단지가 형성된 것이다. 1750년부터 1760년 사이에 지어진 카피톨 파사드는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지만, 내부에서 비로소 그 진가가 드러난다. 1190년 설립 이래 툴루즈의 심장이라고 불리며 도시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은 카피톨은 12세기 말 레이몬트 브란트 백작이 시에 관한 크고 작은 결정을 하기 위해 사용한 공간. 현재는 시청으로서 툴루즈 시민들의 각종 행정 업무를 처리한다. 미술관 못지않은 화려함으로 유명해 시청을 구경하려는 여행자의 발걸음이 매일같이 끊이질 않는다. 입구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역시 프랑스 여느 왕궁의 것처럼 고풍스럽다. 이 계단은 15개의 그림과 천장 벽화로 장식된 그림의 방 Salle des Illustres 으로 이어진다. 창문 틈으로 자연 채광이 그림 쪽으로 비출 때면 시청 사의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공간이다. 관광객에게 활짝 문을 열어둔 날도 있지만 주로 공식 리셉션과 결혼식 장소로 활용된다. “툴루즈 사람의 거의 모두가 이곳에서 결혼식을 했을 거예요. 식이 있는 날은 초청된 사람을 제외하곤 이 공간에 입장이 불가능하답니다. 툴루즈 사람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 안에 가족을 모아 놓고 공식적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성명해요.”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 나를 향해 가이드는 자신도 이곳에서 결혼식을 했다고 몇 번이나 자랑을 했다. 툴루즈 시청사는 특별한 결혼식 장소를 꼽는 랭킹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한 다.
시청사에서 꽤 오랜 시간 내부를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카피톨 광장 Place du Capitole 은 여행자뿐만 아니라 이곳에 사는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 점심때가 된 광장은 수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햇볕 좋은 오전, 로컬처럼 천천히 길을 떠돌다 광장 주변의 의자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기로 했다. 어젯밤과 아침 이른 새벽의 기억이 떠올랐다. 길을 걸을 때마다 화살처럼 꽂힌 낯선 시선들. 그 시선이 어떠한 부정적인 의미도 없는 순수한 호기심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환한 낮 시간, 빳빳한 지도를 손에 들고 헤매는 여행자 사이에서 이 도시가 참 좋다고 느꼈다. 여행객, 이방인이 한데 어울려 카피톨과 하얀색 관광 기차가 떠나는 것을 보며 한참 시간을 보냈다. 일 년 내내 카피톨 중심으로 향하는
길과 광장은 생기가 넘치고 온갖 대화로 웅성댄다. 커피와 맥주를 번갈아 마시며 느릿느릿 오가는 사람을 구경한, 완벽한 오후의 휴식이었다.


도시 안에서 살아 숨 쉬는 건축과 박물관

툴루즈에서 주어진 짧은 시간. 아쉽지만 광장을 뒤로하고 도시 산책에 나서기로 한다. 툴루즈는 건축으로 유명한 곳인 만큼 걷는 일이 즐겁다. 1216년 생 도미닉Saint Dominique에 의해 세워진 자코뱅 수도원 Le Couvent des Jacobins 은 카피톨 다음으로 여행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건축물이다. 프랑스 고딕 시대가 남긴 훌륭한 유산으로 꼽히는 이곳은 설교와 청빈한 삶을 통해 그리스도교를 전파하던 도미니크 수도사들이 생활하던 장소였다. 고딕 스타일로 지어진 건축물이지만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처럼 화려하지 않고 우직한 성이나 요새에 가깝다. 내부로 들어가면 튼튼한 기둥이 떠받치는 높은 천장과 심플한 내외부 장식에 상반되는 스테인드글라스에 눈길이 간다. 가장 끝쪽으로 가면 마치 야자수처럼 보이는 독특한 천장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22미터 높이의 천장의 별명은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팜트리 Palm Tree 이다. 툴루즈에는 두 개
의 중요한 종교 건축물이 있다. 하나는 자코뱅 수도원이며 다른 하나가 생 세르닌 바실리카이다. 로마네스크의 걸작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성당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불리는 순례길 위에 위치한다. 본래는 작은 교회당이 있었지만 샤를마뉴 대제가 세르닌 성인의 유골을 기증하며 순례지 중 하나가 됐다.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만큼 30년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친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다양한 테마의 박물관은 건축만큼이나 높은 가치를 지닌 도시의 유산이다. 주제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여러 곳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아세자 저택 Hotel d' Assezat 은 16세기에 툴루즈의 상인 피에르 아세자가 만든 맨션이다. 대청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그의 맨션은 루브르 광장의 안뜰과 동일한 건축 디자인, 즉 르네상스 양식을 차용해 지어졌다. 오랜 공사 기간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정작 주인이었던 그는 건물이 완성된 것을 보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현재 이 건물에는 벰베르그 재단 Fondation Bemberg 이 들어서 있으며 18세기부터 20세기에 활약한 예술가들의 그림, 동상 및 오브제의 영구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다. 5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는 한시적으로 정원에서
살롱과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이밖에도 프랑스 역사상 초기에 설립된 파인아트 박물관인 오귀스틴 뮤지엄 Musee des Augustins,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자연사 박물관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하나씩 보려면 하루나 이틀 정도의 여행 일정은 턱 없이 부족하다.


1 가론 강변에 찾아온 어둠 그리고 빛. 좌측에 보이는 다리가 퐁네프 다리다. 툴루즈를 방문한 여행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풍경 이다.
2 자코뱅 수도원 내부. 높은 기둥이 받치고 있는 천장에서 야자수를 닮은 건축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3 툴루즈에는 시민 들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포근한 공간이 많다.
4 3천제곱미터 크기의 자연사 박물관에는 지리학, 과학과 관련한 소장품이 많다. 툴루즈 시민이 가족과 방문하는 곳. 보타니컬 가든으로 나가면 사진 속 흥미로운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5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던 거리의 악사.
6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자코뱅 수도원을 비추고 있다.

오후의 느긋한 산책길

툴루즈에서 진정 빛나는 풍경은 뭐니뭐니해도 가론 강가다. 낮에는 마음 편안하게 해주는 아늑한 강가와 공원의 분위기이지만, 밤이면 그 어느곳보다 로맨틱 해져 가슴을 두근대게 만든다. 이 풍경을 좋아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닌 듯. 툴루즈를 방문하는 사람이 자신의 SNS계정에 가장 많이 해쉬태그를 하는 풍경이 바로 이 퐁네프 Pont-neuf 다리와 강가, 그리고 맞은 편에 은행 건물이 보이는 풍경이라고. 또한 가론 강가와 은행 건물이 보이는 이 풍경은 툴루즈 출신의 화가 앙리 마르탱 Henri Martin 의 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아름다운 풍경에 정점을 이루는 퐁네프 다리는 가론 강가 위에 있는 다리 중 가장 오래된 다리이다. 16세기에, 홍수로 수많은 다리들이 큰 데미지를 입었지만, 가운데 물이 흘러갈 수 있게 설계된 퐁네프는 압력을 덜 받아 무너지지 않았다. 피레네 마운틴 에서 내려온 가론강은 툴루즈의 중심을 흐르고 있다. 강은 이곳을 거쳐 보르도 까지 흘러간다. 혹시라도 보르도까지 크루즈선이 다녀서 나의 다음 여행지가 갑작스레 보르도로 향해볼까 했지만, 아쉽게도 강물이 얕아 별도의 이동수단은 없단다. 물살과 깊이는 카약이나 카누를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사실 툴루즈 시민이 좋아하는 산책로는 가론 강변보다 미디 운하 주변이다. 가론 강 중류의 툴루즈와 지중해를 잇는 360킬로미터의 미디 운하는 17세기 중후반에 건설됐다. 운하는 프랑스 산업 혁명에 가속도를 붙인 공을 인정받아 1996 년 12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운하는 수로, 다리, 터널 등 총
328개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는데, 현재 수송 루트로서의 역할은 하지 않고 있다. 플라타너스가 드리운 초록 빛의 운하는 툴루즈 시민에게 도심 속의 쉼터 역할을 한다. 강물을 따라 쭉 뻗은 길은 마음을 차분히 달래줘서 집 앞에 가져다 놓고 싶은 기분이 든다. 여행자는 운하 유람선 투어를 하면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 아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박물관과 역사 건축물을 오가며 툴루즈의 대표적인 명소를 둘러보았다면 현지인의 일상 속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카피톨에서 10분 거리에는 <레 미제라블> 과 <노틀담의 꼽추>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이름을 딴 빅토르 위고 시장 Victor-Hugo Covered Market 이 있다. 치즈, 과일과 야채, 1896년에 문을 빅토르 위고 시장은 툴루즈뿐만 아니라 프랑스 내에서도 역사가 깊은 시장에 속한다.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이른 새벽에 문을 열고 오후 1시까지 운영한다. 제과점, 버터와 마늘을 담은 에스카르고, 남서프랑스의 신선한 생선 등 100곳의 상점이 로컬 음식에 빠질 수 없는 각종 식재료와 완성된 요리 등을 판매한다. 2층에는 테라스를 따라 훌륭한 카페테리아가 들어섰다. 2층 카페테리아와 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들은 1층의 신선한 재료를 적극 사용하며 애피타이저 또는 디저트와 메인코스를 1인당 13~20유로 선에 제공한다.


프랑스 패션에 관심이 많다면 툴루즈에서는 쇼핑 시간을 넉넉히 가져도 좋겠다. 툴루즈는 더 쿠플스The kooples , 꼼뜨와 데 꼬또니에
Comptoir des Cotonniers, 마르샹 드라피에Marchand Drapier 등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탄생지. 그만큼 의류 쇼핑을 목적으로 삼은 이들에게 훌륭한 도시이다. 패션에 관심이 없어도 내 방에 하나쯤 두고 싶은 기념품을 구입하려 한다면 시간은 충분히, 지갑은 두둑히 준비 해야한다. 디자인, 공예도 발달해 소규모 상점을 구경하는 재미가 넘친다. 갤러리 라파예트와 같은 대규모 백화점과 세계적인 브랜드는 알사스 로렌 길Rue Alsace-Lorraine에 있다.이곳에서는 최신 의류 및 액세서리, 코스메틱 숍도 한번에 만날 수 있다. 세련된 프랑스 감성의 부티크를 만나고 싶다면 데자르Rue des Art, 부퀴에르Rue Bouquieres, 크로아 바라뇽Croix Baragnon로 향하길. 빈티지 팬이라면 라 북스 광장place de la bourse 그리고 쿠자Rues Cujas에서 툴루즈 여행을 추억하게 만들어줄 보물을 발견할 것이다.


1 카피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빅토르 위고 시장. 주민들이 오전 시간 식재료를 구입하는 곳이다. 2층 카페테리아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훌륭한 점심식사를 즐길 수 있다.
2 툴루즈의 대표 음식은 카술레. 고기를 오븐에 구워 말린 콩을 넣고 푹 끓인 전통 음식이다.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가는 편이라 유리병에 담겨 나온 형태로 판매하기도 한다.
3 산책 중 시간이 허락한다면 분홍빛 건물사이에 자리 잡은 카페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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