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발행구분
[2017년 10월호]     대륙분류 : [오세아니아]     국가분류 : [오스트레일리아]     도시분류 : [태즈메이니아]
기사제목
[ESSAY] 태즈메이니아의 샛노란 가을

Reader's Essay :: Australia

Tasmania in Australia
태즈메이니아의 샛노란 가을

늘 그렇듯, 여행을 하기 전에는 욕심이 앞선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볼 수 있는 건 다 보고 가자’. 잠자리나 음식은 내게 있어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그런데 이 놈의 투어는 늘 욕심이 난다. 부활절을 맞이하여 일주일간 짧은 가을 방학이 주어졌고 일본인 친구 ‘하루나’와 함께 호주의 제주도라 불리는 ‘태즈메이니아’에 가기로 했다. 태즈메이니아는 우리나라 땅덩이의 3분의 2정도 크기라, 제대로 보려면 일주일도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항공권 가격을 비교해가며 가장 저렴한 날짜를 골랐고 5박 6일로 일정을 잡았다.
내가 조금 더 조사했더라면 인아웃을 다르게 해서 두 도시를 볼 수 있었을 텐데 난 인아웃을 모두 ‘호바트’로 정했다. 호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살라망카 토요 마켓’도 보지 못하는 마당에 이렇게 다시 가야만 하는 핑계를 남겼다.
글과 사진 최지원 에디팅 이소윤 기자

최지원|경기도 안양시 귀인로
현재 호주의 빅토리아 유니버시티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 중이다. 나는 관광을 공부하는 관광학도이자 여행객이 아닌 ‘관광자’라 말하고 싶다. 지난 겨울부터 여행 중 만난 이들에게 ‘관광의 정의’를 묻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각자의 직업과 국적에 따라 달랐던 관광에 대한 소통을 현재 17명과 나누었고 앞으로 천 명의 답변을 얻는 것이 목표다.

포트아서 노란 나무

항구와 역사의 도시, 호바트

시간이 흐르고 어렴풋한 잔상만이 남을 때 ‘호바트Hobart’를 떠올린다면 분명 노란빛이 내 머릿속을 가득 메울 것이다. 다른 계절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가을이 어울리는 그런 곳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공기가 맑다고 호주인들이 자부하는 호바트의 가을은 마음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호바트는 호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도시이자 항구 도시이다. 아름다운 항구를 따라 카페와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고 항구 도시답게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었다. 친구가 검색한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었는데 유명한 카페였는지 가게 안팎으로 사람들이 가득했다. 한참을 기다려 받은 음식 맛은 꽤 괜찮았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항구를 따라 쭉 걷다가, ‘페니텐셔리 채플Penitentiary Chapel’에서 투어를 하기로 했다. 학생 요금은 12달러였고 할아버지 가이드께서 1시간 반 가량 이 예배당에 얽힌 역사를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더불어 교수형이 집행되었던 곳에서 교수형 당시의 상황 묘사를 듣고 죽은 사람의 얼굴을 본 떠 찍어 놓은 사진도 보았다. 직접 감옥에 들어가 보며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가이드 투어를 마치고 일몰을 보며 식사를 하기 위해 항구 쪽으로 다시 내려왔다. 보랏빛 노을을 바라보며 피시앤칩스와 샐러드를 하나 시켜 친구와 나눠 먹었는데 양이 어찌나 많은지 다 먹고 나니 정말 배가 불렀다. 배가 금방 차버린 것이 아쉬울 정도로 피시앤칩스는 정말 맛있었다. 아름다운 배경에 맛있는 음식. 남은 4일이 기대되는 하루이다.

둥근 백사장, 와인글라스 베이

우리는 투어를 통해 이틀간 ‘와인글라스 베이Wineglass Bay’와 ‘포트 아서Port Arthur’에 다녀왔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태즈메이니아에서 뚜벅이들이 근교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조금 비싸더라도 투어 회사를 이용하는 것뿐이었다. 내가 언제 또 여길 다시 올까 싶은 마음에 한인 투어 회사를 통해 두 곳을 예약했고, 이틀 연속 오전 7시 10분에 잠에서 덜 깬 채로 숙소 앞에서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와인글라스 베이로 가는 길은 참 길었다. 졸다가, 풍경을 구경하다가 정오가 되어서야 프라이시넷 Freycinet 국립공원에 도착했고, 여기에서 와인글라스 베이 전망대로 가기 위해 1시간가량 트레킹을 해야 했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보니 숨이 차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산 공기를 맡으니 기분은 좋았다. 오랜만의 트레킹에 지친 탓이었을까, 구름이 잔뜩 끼어서였을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8대 해변에 속한다는 와인글라스 베이는 기대만큼 예쁘지 않았다. 흐릿한 바다색은 그다지 감동을 주지 못했고 북적대는 사람들 틈에서 점심 식사를 할 자리를 찾기도 힘들었다. 다만 사람 냄새가 익숙한 듯
내게 다가온 야생 왈라비Wallaby 가 귀여워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둥근 백사장, 와인글라스 베이
동물원에서 만난 캥거루
항구와 역사의 도시, 호바트

슬프도록 아름다운 포트 아서

아침 일찍 ‘데빌스 키친 Devil’s Kitchen ’이라는 곳에 먼저 방문했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정말 부엌처럼 생기지 않았느냐고 가이드는 너스레를 떨었다. 글쎄, 아직 데빌을 보지 못했으니 그렇다고 답하지는 못했지만 커다란 구멍 틈으로 보인 에메랄드 빛 바다색이 정말 예뻤다. 가이드는 이 지역의 바위가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바위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에 다녀온 친구에게 물어보니 데빌스 키친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고 답했다.

잠깐 동물원을 둘러보고 포트 아서로 갔다. 이 아름다운 곳이 감옥이었다니 말도 되지 않는다. 사람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영국인들은 이 예쁜 땅을 감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짧게는 7년, 길게는 무기징역으로 죄수들은 이곳에서 살아갔다고 했다. 들어오는 뱃삯은 지불해주지만 나가는 뱃삯은 스스로 지불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무기징역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가이드는 그렇게 말 했다.
수심 평균 25~45미터에 24시간 감독관으로부터 감시를 당했다던 절대 탈출할 수 없는 감옥, 포트 아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지옥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감시가 삼엄했다고 한다. 특히 죽음의 섬에는 죄수들과 그의 아내, 자식들까지 약 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묻혀 있는데 죄를 지은 사람들은 묘비를 가질 자격도 없다 하여 묘비도 없이 찬 바닥에 갇혔다고 한다. 죽어서까지 형벌을 받고 있다니. 하지만 그것보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누리지 못했던 것이 그들에게 가장 크고 가혹한 형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타버린 빵 공장과 병원은 복원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었고 부서진 단면이, 세월에 빛바랜 건물들이 가을 풍경과 참 잘 어울렸다. 가을이 이렇게 따뜻한 계절이었구나. 샛노랗게 물들어버린 커다란 나무들과 해질녘 노랗고도 푸른 하늘은 칙칙한 갈색 빛으로 연상되었던 나의 가을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지금 내 마음이 간질거리는 것은 살랑이는 잎 때문일까, 노란 하늘 때문일까. 감옥, 총기 난사 사건, 이런 믿기지 않는 무서운 역사적 배경이 밝은 풍경과 대비되어 찬란하게 여운을 남긴다. 이렇게 예쁜 곳을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호바트 시내
포트아서의 풍경
호바트 로열 보타닉 가든 앞 바닷가
데빌스 키친 전망대.
포트 아서의 죄수 감시대.


호바트 로열 보타닉 가든

오전 10시에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7시간 반, ‘로열 보타닉 가든 Royal Botanic Garden ’에 가보기로 했다. 시내에서 보타닉 가든까지는 1.7킬로미터 거리였다. 학교까지 3킬로미터를 걸어 다닌 나는 당연히 걸어서 보타닉 가든으로 향했다. 아침 시간대라 그런지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였다. 눈길이 가는 대로 발길이 닿는대로 천천히 2시간 정도를 걸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끝이 보이지 않는 큰 나무들도 보았고 일본식으로 꾸며 놓은 정원도 구경했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 미리 사둔 샌드위치를 꺼내 먹었을 때 그 행복감은 느껴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로열 보타닉 가든 밖으로 나가니 바다를 따라 철길이 이어지고, 햇살에 물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 순간과 장면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기를 바라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참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나는 곳이다. 누군가와 함께 왔다면 지금 이 순간이 조금 더 반짝였을까.
호바트에서의 마지막 밤, 6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마을은 어둠에 가려졌다. 낯선 곳에서 혼자 밤을 맞는 것이 처음이었던 터라 당황했고 긴장했고 무서웠다. 잔뜩 경계하며 걷는 내게 한 아저씨가 “ Excuse me ”라며 말을 걸었던 순간 정말 가슴이 철렁했다. 그저 길을 묻기 위함이었던 것을 깨닫고 안도하자마자 슬며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 낯선 곳에서도 나는 현지인처럼 보였나 보다. 난 이제 정말 이곳에 물들었나 보다.

독자 여러분의 여행기를 기다립니다!
여행기를 쓰다 보면 여행할 때의 흥분과 설렘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즐거웠던 여행의 시간을 뚜르드몽드 독자들과 함께 나누세요. 좌충우돌 첫 해외 여행기, 남들이 가보지 않은 오지 여행기 등 어떤 글도 대환영입니다. 전문가가 쓴 것처럼 수준급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느낀 대로, 생각나는 대로 써서 보내주시면 저희가 잘 다듬어 드립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다른 독자들에게도 좋은 정보가 될 것입니다.


.기사 분량 - A4용지 3매 내외(글자 크기 10포인트 기준). 본인 사진, 자기소개, 주소와 전화번호 첨부.
.기사 형식 - 내용은 자유롭게, 제목 아래 전문 작성, 본문은 적당하게 단락을 나눠 소제목을 붙인 형식.
.자료 사진 - 약 20컷 정도(사진 설명 곁들여서), 만약 그림파일(JPEG)로 보내실경우 한 장의 용량이 1MB이상이어야 합니다.
.보내실 곳 - 이소윤 기자(soyun.lee@tourdemonde.com)
*투고해 주신 여행기는 웹상에 추가로 실릴 수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이전글 다음글 리스트

메인페이지 | 회사소개 | 정기구독 | 뚜르드몽드 기사검색 | 커뮤니티 |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