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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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호]     대륙분류 : [북아메리카]     국가분류 : [쿠바]     도시분류 : [쁘라야 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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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FIELD] 남부 쿠바 쁘라야 히론에서 보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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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a Giron

남부 쿠바 쁘라야 히론에서 보낸 하루

남부 쿠바의 쁘라야 히론Playa Giron에서 깔레따 부에나Caleta Buena로 가는 중간에 있는 바다로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시크릿 비치가 있다. 깔레타 부에나로 가는 길에 본 표지판에 ‘자연의 낙원’ 이라고 적힌 표현이 유독 눈에 박힌다. 또한 특별한(?) 쁘라야 히론의 하룻밤도 지금도 잊히지 않고 기억난다. 하룻동안 쿠바인처럼 즐겼던 쁘라야 히론이다.
글 여병구 편집장 사진 뚜르드몽드

자연의 낙원으로

8월말의 쿠바의 날씨가 그렇다. 끈적끈적한 진액이 피부 모공을 헤집고 나오는 듯한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금새 갈증에 지치고 지글지글 타는 뜨거운 태양은 이런 우리를 호기심 있게 쳐다보며 집요하게 따라다닌다. 쿠바에서는 어디서나 생수를 구입할 수 있는 상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본다. 아바나를 떠나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쁘라야 히론Playa Giron 으로 향했다. 쿠바의 도로는 시원하게 일자로 뚫려있어 운전하기가 수월하다. 물론 매끈한 도로 사정은 아니라 중간중간 충격을 온 몸으로 받기는 하지만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카리브해의 바다를 닮은 다양한 모습의 멋진 구름을 구경하느라 별로 게의치 않게 된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길가에 나와 손을 흔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교통편이 많지 않기 때문에 차를 얻어 타려는 히치하이커들이다. 바리바리 짐을 들고 아이까지 업고 있는 애 엄마도 보이는데 참 마음이 짠하지만 그들의 생활로 받아들여야 할 듯. 한 시간을 달려도 길가에 휴게소가 보이질 않는다. 우리처럼 큰 휴게소가 있는 것이 아닌 조그마한 구멍가게 같은 곳이 있기 때문에 현지인이 아니면 찾기가 힘들다. 앞서 말했지만 장거리를 떠날 시에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식이나 물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휴게소 표지판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외지인은 찾기가 힘들다. 결국 도로변에는 휴게소가 없고 중간의 마을로 빠져야 한다고 운전기사가 말한다. 어차피 환전도 해야 하니 들르기로 한다. 작은 마을에 그토록 찾기 힘들었던 주유소와 작은 마켓이 보인다. 일을 다 본 후 식사를 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다 딱 보기에도 오랜 전통을 가진 중식스타일의 레스토랑이 보이길래 들어섰다. 알다시피 쿠바의 랍스터는 기본 8천원 선으로 매우 싸다. 역시나 랍스터와 스테이크 새우 볶음밥 그리고 맥주 5병, 칵테일 1잔을 다해 60불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물론 맛도 훌륭했다.

특별한 까사에서 보낸 기나긴(?) 밤

다시 도로로 빠져나와 쁘라야 히론으로 향했다. 쁘라야 히론에 온 이유는 깔레따 부에나로 가기 위해서지만 특별한 까사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일부러 숙박하기 위해 들렀다. 까사는 부족한 호텔을 대신해 국가에서 장려하는 숙박시스템으로 에어비앤비 개념. 미리 예약한 탓에 까사 모야Moya의 주인이 나와 환하게 반겨준다. 게다가 우리의 태극기까지 펄럭인다. 까사의 특징은 바로 투숙객의 국적에 맞게 국기를 게양하기 때문에 현재 어느 국적의 사람이 투숙하고 있는 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어디서 태극기를 구했을까 하는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식사를 하면서 물어보니 주인은 젊은 시절 선원으로 한국의 부산을 몇번 오간 적이 있었고 그때 태극기를 구했다고. 우리가 N사의 라면을 끓여먹는 것을 보더니 그의 눈이 커지기 시작한다. 역시 부산에 갔을 때 먹어보고 반했다는데 무척 그리웠다고 말하는 주인장에게 소중한(?) 컵라면을 건네 주니 정말 고마워하면서 단숨에 먹어 치운다. 장시간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렸더니 피곤이 몰려온다. 어차피 밤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어서 볼 곳도 없기 때문에 내일 일찍 일어나기 위해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도착했을 때는 서둘러 짐을 풀고 식사를 하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숙면을 취하기 객실로 들어서니…… 덜덜거리는 행운의 골드 에어컨에서 내뿜는 더운 바람과 바람보다 더 큰 소음의 벽걸이 선풍기 그리고 스프링 위에 매트리스는 없고 바로 담요를 깔아 누우면 스프링이 등 짝 여러 부위에 부황을 놓는듯 한 침대. 그리고 창문은 있지만 유리창은 없어서 바로 도로변 먼지가 그대로 들어오는 친환경 새시. 샤워실에서는 졸졸 나오는 수압. 밤이 깊어 가는데도 여전히 진액을 뽑는 듯한 살인적인 더위는 가시질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더 압권은 새벽 2시쯤에 정전까지 되니 이제 고통은 사라지고 해탈의 경지에 오른다.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녘이 이토록 반가울 줄이야. 비틀거리며 탈출하듯이 까사를 빠져나왔다.

한적한 시골마을 쁘라야 히론? 치열했던 피그만침공의 현장

새벽의 쁘라야 히론은 한적하고 평온한 시골마을이다. 아침 일찍 배급소를 들른 사람들이 빵과 계란 등 생필품을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고 외지로 출근하기 위해 트럭에 올라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간 밤을 어찌 보냈는지 스스로가 대견해 토닥토닥 거리며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까사 옆에 있는 간이 커피판매점에서 우리 돈 200원을 주고 에스프레소를 한 잔 마셨다. 진한 커피향이 의외로 수준급이다. 피로가 싸악 풀리는 듯 하다. 하지만 이런 한적한 분위기의 프라야 히론은 사실 치열했던 피그만침공의 현장이었던 사실을 곧 깨닫게 되었다. 바로 까사 앞에 위치한 미국의 군사작전이 실행됐던 피그만 침공의 역사가 담긴 군사박물관 ‘피그만기념박물관’이 그것이다. 피그만은 돼지들의만이라는 스페인어 바히아 데 꼬치노스만이라고도 부른다. 1961년 4월 17일,  미 CIA로부터 훈련 받은 1400여명의 쿠바 반군들을 태운 7척의 미 함대가 쿠바 피그만(灣)에 조용히 닻을 내렸다. 쿠바 내 반혁명 세력과 연합,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할 계획이었지만, 반혁명 세력도 미미한데다 망명객 안에 첩자까지 숨어 있었다. 쿠바정부군은 상륙한 반군의 10배가 넘는 병력을 동원하여 해안을 봉쇄하고 최정예 공수부대와 전차를 선봉에 세워 반격, 치열한 전투를 치뤘다.



물론 반군들도 1년 이상 미 CIA로부터 훈련을 반복해 온 정예부대들이라 쿠바군은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하지만 반군들은 10배가 넘는 병력의 차를 극복하기 힘들었고 여기에 미 공군과 해군은 반군의 잘못된 상황판단으로 명령을 받지 못해 지원을 오지 못하고 말았다. 쿠바 공군은 공습에서 살아남거나, 피해 입은 비행기들을 모두 동원, 최대한 수리하여 출격시켜 중화기를 실은 수송선을 폭격하여 격침시키게 된다. 이로서 전세는 완전히 쿠바 쪽으로 기울었고 결국 피그만에 상륙했던 반군 1400명 중 200여 명이 사망하고 1200여명은 포로로 잡히게 된다. 카스트로 정부는 곧장 재판을 통해 주동자급 게릴라들을 처형하였고, 미국은 5천3백만 달러 상당의 의료품을 쿠바에 지불하고 나서야 나머지 1,113명의 포로를 석방시킬 수 있었다. 더불어 체포되었던 반정부 인사들은 이 침공을 명분 삼아 숙청당했다 .당시 사용했던 비행기와 대공포 등 각종 무기들이 전시돼 있고 긴박했던 그날의 현장이 생생한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연의 낙원 ‘깔레따 부에나’

치열하게(?) 하룻밤을 보냈던 쁘라야 히론을 떠나 깔레따 부에나로 향하는 동안 이어지는 바다와 풍경은 정말 예술이다. 드라이브 하기에 멋진 장소로 아는 사라만 아는 숨은 비경이다. 잠시 후 도착한 깔레따 부에나는 15쿡의 입장료를 내면 점심식사와 무제한 주류가 포함된 올인클루시브 스타일이다. 또한 스쿠버 다이빙센터도 있어 원한다면 다이빙도 가능하다. 비치의자에 누워 바다를 보며 쉴 새없이 칵테일을 마시는 재미도 좋고 카리브해의 멋진 바닷속에서 수영을 하거나 스노클링을 하는 재미는 가히 최고다. 좀 외진 곳에 있어서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으면 불편한 위치이지만 다들 차를 빌리거나 버스를 대절해서 놀러 오는 최고의 휴양지란다. 바닷물이 너무 맑아서 스노클링을 하다 보면 깊은 바닷속의 물고기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바닷물이 무서운 가족들의 경우에는 따로 마련된 민물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오후 5시에 폐장이
라 여유로운 일몰을 구경하기는 힘들지만 짐을 정리하고 깔레타 부에나를 떠나면서 붉게 물들어 가는 카리브해의 모습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만큼 시야에서 오랫동안 불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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