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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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호]     대륙분류 : [북아메리카]     국가분류 : [쿠바]     도시분류 : [비냘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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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FIELD] Vinales 쿠바의 들숨날숨, 비냘레스

Travel :: Vinales

Vinales 쿠바의 들숨날숨, 비냘레스

아바나에서 비냘레스Vinales로 가는 길은 길게 뻗은 2차선 아스팔트 도로를 지나야 한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군데군데 파여진 곳이 많고 그나마 일부 구간은 아스팔트도 없는 곳이 많아 울퉁불퉁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이다. 이 때문에 승차감이 썩 좋지는 않지만 차창 밖으로 대서양의 바다가 만들어내는 형형색색의 구름을 보는 재미가 꽤 낭만적이다. 3시간만 참으면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의 지하세계 속 신비의 섬 같은 비냘레스가 나온다.
글 여병구 편집장 사진 뚜르드몽드 사진부


붉게 물들어 가는 비냘레스의 일몰

잃어버린 비냘레스를 찾아서?

땀구멍을 쥐어짜는 듯한 아바나만의 무더위에 지쳐갈 때쯤 비냘레스로 향하는 자연 그대로의 시골길 같은 고속도로는 잠시 숨통을 트이는데 도움을 주었다. 쿠바의 교통사정이 좋지 않아 태워 주길 바라는 주민들의 손짓이 적지 않게 보이는데 간간히 태워주는 것을 보니 무작정 기다리는 건 아닌가 보다. 날씨가 정말 고온다습해 갈증이 잦으니 꼭 생수를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쉽다.
왜냐하면 우리처럼 고속도로 변에 휴게소 등의 편의시설이 없고 현지인들만 아는 아주 작은 가게만 있을 뿐이라 찾기가 아주 힘들기 때문이다. 비냘레스는 시가의 나라답게 시가를 만드는 담뱃잎을 재배하는 곳으로 말을 타고 농장을 둘러보는 관광 프로그램도 있어 주로 미주 지역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만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다.
주 도로인 살바도르 씨스네로를 따라 15분간 걸으면 될 정도로 작은 도시로 재미있는(?) 선사시대 모사동굴벽화도 있고 인디오 동굴탐험 등 즐길 수 있는 관광포인트가 있다. 고속도로 양 옆으로 넘실넘실 각양각색의 구름 모양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 새 199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비냘레스로 진입했다. 비냘레스의 전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스민호텔 Hotel Los Jazmines 에 짐을 정리하고 나오니 마치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에서 갖은 고생끝에 지하세계의 신비의 섬? 또는 소설 스티븐슨의 <보물섬>,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등에서 느꼈던 숨겨진 비밀의 섬을 발견한 듯한 바로 그 느낌이다. 이런 멋진 풍경을 마주하고 하루를 보낼 수 있다니 이건 축복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에 심장박동 소리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선사시대 모사동굴벽화와 인디오 동굴탐험

선사시대 모사동굴벽화라는 명칭에서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아챘을 것이다. 바로 모사라는 단어. 진짜 선사시대에 그린 벽화가 아니라 1960년대 그린 벽화로 가까이 가서 보면 엉성하게 그린 티가 역력해 실소가 터져 나온다. 피델 카스트로가 관광수입을 위해 이 벽화를 그리라고 지시했다고 하는데 어느 누가 그렸는지는 여전히 신원미상. 그 높은 벽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면서 일일이 벽화를 그렸을 그 정성을 생각하면 정말 웃음이 나오다 가도 숙연해진다. 과연 누가 이런 위대한(?)공사를 시작했을까. 벽화의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찬찬히 보면 암모나이트, 공룡과 원주민 등 쿠바의 역사를 억지로 표현하려 애쓴 흔적은 보인다. 그늘이 없기 때문에 일사병에 유의할 수 있도록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이제는 좀 색다른 배를 타고 돌아보는 동굴탐험을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모사동굴벽화에서 본 원주민과 비슷하게 생긴 인디오 아가씨 두 명과 창을 들고 서 있는 인디오 전사 한 명이 우리를 맞이한다. 하지만 반갑게 웃는다고 사진을 무작정 촬영했다가는 뻘쭘한 상황이…… 이들은 돈을 받고 촬영을 해주는 모델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 인디오 아가씨랑 사진촬영을 해 볼 수 있을 것인가, 얼마 안되는 모델료 아끼지 말자. 물론 동굴 안도 그저 평범한 동굴일 뿐 거대한 시간의 흐름을 안고 있는 종유석은 보기 힘들었다. 배를 타고 동굴을 돌아보는 것 외에는 큰 감흥은 없다. 피델 카스트로가 관광산업을 개방하면서 마음이 급했는지 급조한 티가 나지만 이제 세상을 향해 빗장을 열고 있는 쿠바가 아닌가? 발전을 위한 시행착오로 이해해야 할 듯하다.

1 녹색의 정취가 매력적인 비냘레스의 아침 전경

2 인디오 동굴탐험 입구에 있는 인디오 아가씨와 전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물론 유료다.


3 피델! 이건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ㅠㅠ 너무 조악한 모사동굴벽화의 전경
4 자스민호텔 객실마다 벽에 붙은 개구리들이 반긴다. 하지만 해충을 잡아먹으니 고마운 존재니 쫓지 말것.
5 호텔에 있는 이정표. 아바나가 184km의 거리에 있다.


흔들의자에 제격인 비냘레스

호텔로 다시 돌아와 신비로운 대 자연의 파노라마가 펼쳐진 비냘레스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그냥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괜한 시간을 버렸다는 생각에 바라보는 눈에 더욱 힘을 주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먼먼 옛날, 비냘레스는 해발 수백 미터의 고산지대로 카르스트 Karst 지역에서 침식을 면한 석회암의 언덕인 모호테 Mogote 가 주변의 땅이 꺼지면서 발생했다고 한다. 유난히 짙어 보이는 녹색의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환상적인 절경은 일몰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서서히 모호테를 붉게 물들여가는 밤의 시간은 평온한 휴식 그 자체이다. 비냘레스에서는 특별히 무엇을 하려고하지 말기를…… 그저 흔들의자에 앉아 시가 한 대 뻐끔거리며 모히또 한잔이면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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