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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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일본]     도시분류 : [오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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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FIELD] 72시간의 오사카 골목 기행

Travel :: Osaka72 Hours in
72시간의 오사카 골목 기행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서울을 벗어나 일본의 오사카와 교토로 떠났다. 3일 동안 일본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골목길을 걷고,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만났다. 두 번째 오사카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72시간의 여행 기록을 이곳에 옮긴다.
글과 사진 김수현 기자 취재협조 엔타비 www.ntabi.co.kr, 051-466-4602, 엔데이트립 www.ndaytrip.com, 051-466-4603Osaka



지난 7월 오사카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그리고 정확히 6개월 뒤 나는 이곳을 다시 찾았다. 주변 사람들이 물었다. “왜 또 오사카인데?”
아직 가지 못한 도시, 보지 못한 풍경이 많은데도 틈만 나면 오사카를 가려는 이유가 있다. 우선 여행을 가는 데 부담이 없다. 인천에서 오사카를 연결하는 항공사는 국적기, 저비용항공사를 포함해 10개가 넘는다. 비행시간은 1시간 30분. 공항에서 수속, 입국하는 시간을 포함해 넉넉잡아도 서울에서 지방 소도시까지 가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가깝다. 여행은 결국 다른 사람의 일상으로 들어가는 것. 친절한 간사이 사람들과 억양 강한 사투리도 좋다.
맛있는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오사카를 부르는 별칭은 ‘일본의 부엌’이다. 그만큼 식재료가 풍부하다는 뜻. ‘먹다 죽는 오사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음식 종류와 가짓수가 다양하다. 물론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그동안 오사카를 여행하며 도톤보리와 난바, 우메다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오사카는 가면 갈수록 자꾸만 마음이 갔고, 새로웠고, 좀 더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 조금 더 깊은 오사카를 만나보기로 했다. 교토의 숨은 명소와 골목을 걸었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며 진짜 오사카를 만나고 왔다. 이번에는 안내자로 일본 전문 여행사 팀장이 동행했다.

 

1 나카자키쵸에 있는 후쿠로우 커피. 3층짜리 건물에 고양이와 부엉이가 산다. 일본에서는 부엉이 카페가 인기다.
2 렌은 가라호리의 대표적인 문화 공간이다. 입구에는 ‘가라호리 전통 가옥’이라 적혀있다. 가라호리를 구석구석 둘러보고 싶다면 렌 옆에 위치한 자전거 대여점을 방문해보자. 
3 호리에의 오렌지 스트리트에서는 각종 스트릿 패션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은 브랜드가 눈길을 끈다. 
4 호젠지 요코초에 자리한 이자카야. 주황색 등불이 켜지는 저녁 시간이면 본격적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5 화롯불에 구워 먹는 야키니쿠는 일본 여행 중 꼭 한번 먹어봐야 할 음식이다. 난이치엔은 가성비가 훌륭한 곳으로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더 많다.

Day 1
10:30 소박하고 다정한 풍경의 가라호리

여행의 첫 목적지는 가라호리空堀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오사카는 미군 폭격 때문에 도시 전체가 파괴됐는데, 가라호리 지역은 신기하게도 피해가 적었다. 마을은 가라호리 상점가를 시작으로 빠르게 재건됐다. 상점가 주변으로는 근대화 과정 중 공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지어진 연립주택인 나가야가 남아있다.

나가야들 사이로 성인 두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이 펼쳐진다. 얕은 언덕으로 이어지는 이 길을 따라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주말이지만 이른 시간의 길은 인적이 드물다. 열두시가 넘어 문을 여는 상점들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조용한 가라호리에 이른 아침부터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은 딱 하나. 가라호리의 랜드마크 격인 렌練이다. 다이쇼 시대 고베에 있던 건물을 이곳으로 이축해 2003년 2월에 복합문화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창고가 딸린 하나의 건물에는 잡화점, 가죽공방 등의 숍이 들어섰다. 소품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작은 문 안으로 펼쳐진 정원과 목조 건물 자체가 볼거리다. 건물 1층에 있는 에크추아 Ek Chuah 는 잡화점들만큼 인기가 많다. 벨기에산 쿠벨츄르를 사용한 초콜릿 전문점이다. 커피 대신 “초콜릿 카페에 온 이상 초콜릿 음료와 초콜릿을 시켜야지”라는 여행사 팀장의 말에 밀크 핫초코를 주문했다. 유럽 빈티지 가구와 오래된 목조건물에 둘러싸여 맛보는 초콜릿은 더 달콤하다.
점심을 위해 찾은 곳은 엔緣. 나뭇잎 위에 채소와 돼지고기를 익혀 먹는 호바정식을 비롯해 세 종류의 런치세트를 판매한다. 호바는 후박나무 잎을 말하는데, 이 위에 미소시루로 양념을 한 돼지고기를 올리고 구워 먹는다. 도톤보리나 난바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분위기의 음식점으로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다. 오래전에 쓰인 돌벽 위에 건물을 지어 옛정취가 가게 전체에 그대로 담겨있다.


14:00 나카자키쵸, 예쁜 카페와 잡화점의 천국
일본 제2의 도시라 불리는 오사카도 21세기에 들어 근대화를 피해갈 수 없었 다. 몇 십년 사이 마을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하지만 한편에는 옛 거리와 건물을 보존하고 마을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있다. 가라호리와 나카자키쵸中崎町가 그렇다. 높은 빌딩과 세련된 건축물로 이루어진 오사카의 번화가인 우메다. 그곳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나카자키쵸가 자리한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현대식 건물과 오래된 나가야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나가야는 현지인들이 사는 집, 잡화점, 살롱, 카페로 사용된다. 테일러드 샵에 들어가니 오너이자 디자이너가 반갑게 맞이한다. “2년 전에 우메다를 떠나 이곳에 왔어요. 이곳에는 저처럼 아티스트들이 직접 운영하는 공방이 꽤 여러 곳 있습니다.” 주인은 선뜻 자신과 어시스턴트 3명이 사용하는 작업실로 안내했다. 몇몇 가이드북은 이곳을 카페거리라고 소개한다. 열대 식물이 가득한 카페, 100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탄 듯한 빈티지 카페, 고양이와 부엉이가 있는 카페 등 다양한 컨셉의 카페가 있다. 굳이 카페를 들리지 않아도 좋다. 나카자키쵸를 이루는 길, 건물 모두가 아기자기해서 산책하는 것 만으로도 일본 특유의 골목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16:00 오사카 패션과 문화의 중심지, 호리에
다음 코스는 10대 후반, 20대 사이에서 쇼핑의 천국이라 불리는 호리에堀江. 가구 단지로 유명한 거리였지만 이제는 오사카의 패션을 책임지는 곳이 됐다. 특히 길게 이어진 오렌지 스트리트 Orange Street 에 사람이 몰린다. 길 양옆 으로 스트릿 패션 브랜드, 세컨 핸드숍, 잡화점, 멀티샵이 들어섰다. 난바파크 스나 대형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은 브랜드가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일본 로컬 브랜드에 관심 많은 이들에겐 오렌지 스트리트가 제격이다. 이런 곳에선 역시 여유롭게 쇼핑을 해야 한다. 시간상 오래 머무르지 못해 아쉬운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 듯. 함께 간 일행은 이곳에서 사지 못한 파타고니아 자켓을 겨우내 그리워했다.
오렌지 스트리트 끝에서 길을 건너면 아메리카무라アメリカ村로 이어진다. “옛날 홍대나 이태원 거리를 보는 것 같아.” 오사카는 두번째지만 아메리카무라는 처음이라는 일행이 말했다. 길에는 십 년도 더 전에 홍대 놀이터 근처와 신촌 골목에서 본 듯한 펑크, 록 스타일의 구제의류 상점이 즐비하다. 백화점과 비교하면 중저가 의류가 대다수지만, 의외로 희귀성 있는 아이템이 숨어있어 상점마다 가격대는 천차만별이다. 개성 강한 스타일로 꾸민 사람들을 보 는 것 만으로도 재밌다.

18:00 호젠지요코초, 번잡한 도심에 벗어나다
민소매 셔츠와 반바지 차림을 한 글리코상을 보니 이제야 오사카에 온 게 실감난다. 오사카 최고의 관광지인 도톤보리에선 이제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자주 들려온다. 복잡한 상점가 사이에는 숨은 명소인 호젠지요코초法善寺丁가 있다. 도톤보리 번화가와 골목 하나 차이 날 뿐인데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낮에는 한적한 편이나 밤이 되면 직장인이 많이 찾아온다고 여행사 팀장은 말했다. 10분이면 충분히 다 돌 수 있는 짧은 길이지만 작은 음식점과 카페가 60여개나 몰려있다. 호젠지요코초에는 호젠지法善寺라는 절이 있다. 사람들은 이끼로 덮인 불상에 물을 끼얹으며 소원을 빈다. 길을 걷는 동안 어느새 해가 졌다. 선술집 입구에서 하나 둘 켜지는 등불이 저녁이 왔음을 알린다.

19:00 야키니쿠와 나마비루가 만든 완벽한 저녁 식사
호젠지요코초의 식당을 물색하고 있었다. 길을 걷다 마음에 드는 가게를 들어 가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을 때, 한참 말이 없던 여행사 팀장이 입을 뗐다. “야키니쿠에 나마비루 어때요? 잘 아는 데가 있는데 여기서 멀지도 않아요.” 고기와 맥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호젠지요코초를 나와 그가 안내한 곳은 난이치엔南一園. “특별히 가르쳐드리는 곳이예요. 한국 사람들로 붐비는게 싫거든요.” ‘야키니쿠 맛집’을 검색해서 간 곳들은 늘 맛도 있고 서비스도 좋았다. 문제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난이치엔은 현지인이 가는 야키니쿠 집으로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이다. 최고급 상로스구이 200그램이 고작 2000엔 선이니 거의 3분의 2 가격이라 해도 무방하다. 

야키니쿠는 재일동포들에 의해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파된 음식이다. 그래서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화로에 빨간 갈비살을 올리자 먹음직스러운 소리와 함께 연기가 올라온다. 양철 잔에 담겨 나오는 생맥주와 함께 로스, 대창을 맛봤다. 이곳의 한 가지 단점은 밖으로 연기가 잘 빠지지 않는다는 것. “일본 사람들은 옷에 밴 고기 냄새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요. 오히려 이 냄새가 저녁으로 값비싼 야키니쿠를 먹었다는 걸 드러낸다 생각하죠”

Day 2 
08:15 신나는 교토 원데이 트립

3일의 오사카 여행 중 하루는 교토에 가기로 했다. 교토는 길이 좁고 지하철이 다니지 않아 버스와 도보로 여행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원데이 투어다. 교토 자유 여행자는 하루 평균 5만보 정도를 걷는다고 한다. 이동시 간을 고려하면 하루에 둘러볼 수 있는 관광지는 2개 정도다. 투어를 선택한 이유는 하루 동안 한국인 가이드와 무려 네 곳의 여행지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교토에서 갈 곳은 정해져 있으니 덜 걷고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투어가 제격이었다. 이날 이용한 엔데이트립 Ndaytrip
의 원데이 투어 가격은 1인당 5만 9천원. 오사카와 교토 시내 왕복 비용, 교토 내 이동 비용, 한국인 가이드가 함께하는 것을 고려하면 자유여행보다 가성비에서도 뛰어나다.
오전 8시 반, 도톤보리 츠루동탄 앞에서 한국인 여행객을 태운 버스가 출발한다. 40인승 버스는 평일이지만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찼다. 오늘의 여행을 함께할 허수영 가이드는 교토로 가는 1시간 동안 오사카와 교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이드 투어는 처음인지라 마치 교토를 처음가는 기분이 든다.
후시미이나리타이샤伏見稻荷大社에서 버스가 멈췄다. 버스 하차장에 내려 10분을 걸으면 신사 입구에 도착한다. 신사 앞에서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졌다.

“후시미이나리타이샤는 일본 전국 3만2천개의 이나리 신사 중 본사와 같은 존재입니다. 간혹 이곳이 여우를 위한 곳이라 생각하는 분이 있는데요, 여우는 인간과 신 사이에 매개체 같은 존재이며 실제로는 이나리 신을 모십니다.” 신사는 수많은 여우상, 본당 건물만큼이나 토리이 기둥으로 유명하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토리이는 신성한 신이 사는 곳을 의미합니다. 악한 기운을 내쫓고 장사가 번창하기를 바라는 이들의 바람과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세웠죠. 현재 약 1만개의 토리이가 있습니다.” 주황색 기둥은 산기슭을 따라 정상까지 이어진다. 보고 싶었던 것은 신사의 분위기와 토리이 길. 1시간 남짓 산책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정상으로 가는 길을 뒤로하고 천천히 입구로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 목적지는 기요미즈데라 .水寺다. 연간 400여 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교토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소. 이곳에서는 식사까지 합해 자유시간이 넉넉히 주어졌다. 점심식사를 한 뒤 본격적으로 니넨자카, 산넨자카 골목을 거쳐 기요미즈데라로 향했다. 경내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아찔하다. 가이드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 ‘큰 일을 할 때면 기요미즈데라에서 뛰어내릴 각오로 하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이곳은 일본인들에게 의미 있는 장소 죠. 17~18세기엔 약 300명이 이곳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곳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기요 미즈데라는 보수 공사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래도 아름다운 모습만큼은 그대로라서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곳을 꼭 들린다.
투어를 통해 그동안 시간상 가지 못했던 킨카쿠지金閣寺를 드디어 갈 수 있었다. 정식 명칭은 로쿠온지鹿苑寺이지만, 금박을 입힌 건물 때문에 킨카쿠지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킨카쿠지의 볼거리는 호수 위 금빛으로 빛나는 3층 짜리 건물 누각이다. 이는 1397년에 지어졌으나 1950년 사미승에 의해 불탔고, 그로부터 5년 뒤인 1955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했다고 한다. 고색창연한 느낌은 덜하지만 맑은 교코이케 호수를 산책하며 감상하는 풍경은 한폭의 그림 같다. 느린 걸음으로도 1시간이면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마지막 코스는 아라시야마嵐山. 헤이안 시대 귀족들의 휴양지였던 곳이다. 가이드는 대나무 오솔길로 우리를 안내했다. 외국인들이 가장 감명 깊었던 곳으로 뽑은 곳이 이 죽림이다. 대나무 숲은 겨울에도 사시사철 푸르다. 아라시야마의 또 하나의 명물은 도게츠교渡月橋다. 도게츠교는 달이 건너는 다리를 뜻한다. 과거에 귀족들이 달을 구경하며 이 다리를 건넜고, 아마 여기서 이름을 유래했을 것이다. 다리 양 끝에는 각각 후후노유 온천과 아라비카 카페 퍼센트 커피숍이 있다. 특히 퍼센트 커피는 한국인 여행자에게도 이미 깊은 맛으로 입소문을 탔다.
아라시야마를 마지막으로 교토 투어가 끝이 났다. 남은 것은 오사카로 돌아가는 것. 투어를 이용한 덕분에 기차, 지하철, 버스를 갈아타는 수고 대신 버스에서 편안하게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도톤보리에 도착한 것도 저녁 여섯시라 바로 숙소로 들어가지 않고 다른 곳을 여행할 수도 있었다.

1 교토에서는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특히 기요미즈데라는 교토를 방문한 관광객 모두가 들리는 곳이다. 
2 아라시 야마의 죽림은 사계절 푸르다. 노노미야 신사에서 덴류사 북쪽을 지나는 400미터의 길은 드라마와 CF 촬영지로도 인기다. 
3 총 길이 155미터의 도게츠교. 약 1200년 전체 처음 세워졌으나 잦은 홍수로 무너져 2001년에 최종 보수를 마쳤다. 다리 위에서 보는 아라시야마 의 풍경이 특히나 아름답다.
 



4 아라시야마 여행객이 꼭 들른다는 퍼센트 커피. SNS에도 자주 소개되는 커피 맛집이다.
5 후시미이나리타이샤의 상징은 이 주황색 토리이다. 산 정상까지 약 1만개의 토리이가 이어진다.
6 7 가성비 좋은 이자카야를 찾는 다면 텐마 시장으로 향할 것. 야키도리를 굽는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19:30 샐러리맨을 위로하는 텐마 시장
같이 간 일행은 오사카야서 이곳 텐마天 시장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텐마, 이름이 낯설다. 오사카에 사는 일본인 친구에게 텐마 시장에 대해 물었다. 그는 가본 적이 없고,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텐마는 좋은 이자카야나 카페가 모여있는 우메다 지역과 상반된 분위기예요. 퇴근 길에 값싼 술집에서 한잔 하고 싶은 직장인들이 모이는 곳이니까요.” 텐마 시장은 JR 텐마역 바로 앞에 있다. 텐진스지바시天神橋筋 상점가를 안다면 더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도보로 40분, 2.6킬로미터 길이 아케이드에 서 5초메 옆길로 빠지면 좁은 골목이 이어진다. 그곳이 텐마 시장의 시작점이다.
텐마는 오사카 내에서 서서 가볍게 한잔 마시고 간다는 선술집, 즉 다찌노미 문화가 남아있는 몇 안되는 곳 중 하나다. 퇴근 시간이면 검정색 정장 입은 샐러리맨들로 북적인다. 그들은 맥주를 몇 잔 마시고 시계를 흘끔 보더니 금새 자리를 뜬다. 평일 저녁, 텐마에 있는 술집은 거의 이런 분위기다. 그래서 편안 하게 한잔 마시기 좋은 포장차마, 이자카야가 대다수다. ‘생맥주 첫 잔 천엔’ 같은 입간판을 내건 곳도 적지 않다. 오직 텐마에서나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술만 저렴한 게 아니라 음식도 마찬가지. 저녁 삼아 이것저것 시켜도 영수증에 찍힌 가격은 도톤보리 술집에 비해 30퍼센트 이상 저렴하다. 교토 여행에 진짜 로컬이 찾는 이자카야까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오사카에서의 하루다.



Day 3
11:00 지나이마치에서 에도 시대 풍경을 만나다

마지막 날 오전은 조금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오사카 근교의 지나이마치寺.町에서 보내기로 했다. “교토를 제외하고 오사카 주변에 이런 풍경이 남아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여행사 대표의 추천에 가보기로 한 것. 오사카 텐노지 역에서 킨테츠 나가노선을 타고 7정거장을 가니 돈다바야시 역에 도착한다. 여기에서 지나이마치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마을 입구에는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다. 영어와 한국어로 표기된 지도와 안내책자를 구할 수 있다.
지나이마치의 길은 ‘일본의 길 100선’에 올라가 있다. 동서 약 400미터, 남북 약 350미터의 크지 않은 구역 안에 600채의 주택이 있는데, 그중 250채가 지나이마치의 상징인 옛 주택이다. 오사카의 화려한 풍경과 대조되는 조용하고 한적한 골목이 오래된 가옥 사이로 펼쳐진다.
지나이마치는 쇼슈 스님이 당시 어느 마을에도 속하지 않는 황무지를 돈 10만냥에 사들인 땅이다. 그는 이곳에 주변 4개 문을 설치하고 야간에는 문을 폐쇄해 치안을 유지했다고 한다. 전쟁과 반란이 이어지던 전국시대, 신자의 힘을모아 고쇼지 절 별원과 이를 중심으로 한 마을을 건설한 것이다. 이것이 시초가 되어 지나이마치는 이후 상공업과 유통의 중심지가 된다. 이곳에서 가장 눈여겨 볼 곳은 구 스기야마가 주택 .杉山家住宅이다. 1600년대 지나이마치가 점점 몸집을 키울 때부터 유지된 오래된 대저택이다. 에도시 대부터 메이지 중기까지 양조로 큰 돈을 벌었는데, 가장 번영했던 시절에 고용 인만 70인에 이르렀다고 한다.

 

12:30 나른한 오후, 레이드 백의 우아한 만찬
“우리 동네에도 이런 식당이 있으면 좋겠다.”, “저도요. 평일이라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니까요.” 가정식을 좋아하는 여자 셋에게 레이드 백Laid Back 의 발견은 정말 숨은 진주를 발굴한 것 과도 같았다. 한번에 단 7명밖에 앉을 수 없는 작은 식당. 런치 메뉴는 양식 벤토, 커리를 포함해 네 가지. 가격은 제일 고가의 퓨전 양식 메뉴가 1천엔이지만, 맛, 분위기, 음식 퀄리티 모두 오사카 시내에서는 만나기 힘든 식당이다. 평일이면 오픈 시간인 오전 11시 30분부터 런치 타임 종료시간인 오후 1시 30분까지 동네 주민이 느긋하게 식사와 커피를 즐기고 가는 곳이다. 중년의 멋진 아저씨가 오픈 키친에서 주문과 동시에 요리를 만들어내준다. ‘무뚝뚝한 아저씨가 만들어주는 섬세하고 다정한 요리’. 레이드 백의 요리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런 느낌이다.
레이드 백은 저녁이면 각종 주류와 사이드 메뉴를 내놓는 동네 펍으로 변신한다. 운영 시간은 오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름 그대로 느긋하고 태평한 식당에서 가정식을 맛보며 지나이마치 여행을 마무리했다.


1 평일에 찾은 지나이마치는 한산했다. 주말에는 관광객이 꽤 온다고 한다. 고즈넉한 풍경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2 우연히 발견한 레이드 백. 중년의 주인장이 만든 가정식은 맛도 비주얼도 훌륭했다. 주말에는 오픈 시간에 가지 않으면 맛보기 힘들 듯하다. 
3 4 지나이마치에 있는 집들은 모두 예쁘다. 문 앞에 놓인 우체통이며 자전거가 마치 드라마 세트장을 연상케 한다. 
5 쿠시카츠는 저녁을 먹은 뒤 간단하게 술 한잔 마시고 싶을 때 선택하기 좋은 메뉴다. 테이블마다 긴 간장통이 있는데 공용이므로 반드시 한 번만 찍을 것. 
6 15년 전까지만 해도 텐노지는 오사카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다. 현재는 몇 년 사이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곳으로 꼽힌다. 
7 신세카이는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 길 한가운데 보이는 높은 건물은 신세카이의 랜드마크인 츠텐카쿠. 주변 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파리의 에펠탑을 본떠 만들었다.



14:30 고전과 현대의 조화, 텐노지
돈다바야시에서 오사카로 가는 기차를 타면 텐노지天王寺에서 내린다. 과거 오사카 주민들 사이에서 텐노지의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았다. 동물원, 시립미술관, 시텐노지 고찰 등이 있지만, 뒷골목은 슬럼가에 가까웠다. 하지만 15년 전, 새로운 도시 계획을 세우며 텐노지는 전혀 다른 곳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이곳은 우메다 지역에 이어 현대적인 건축물과 쇼핑 시설이 들어선 곳으로 주목받는다. 이곳의 랜드마크는 오사카 최고층 건물인 하루카스 300ハルカス 300 전망대다. 맑은 날엔 높이 300미터의 전망대 최상층에서 동쪽으로 나라, 서쪽으로 고베 등 오사카 주변의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다. 같은 건물 지하 2층부터 14층까지는 긴테쓰 백화점을 비롯해 각종 브랜드와 쇼핑몰이 모여 있다. 여행 마지막 날 쇼핑을 즐기기에도 손색없는 곳이다.


18:00 맛으로 추억하는 오사카 여행
오사카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는 쿠시카츠다. 1929년, 텐노지에 자리한 쿠시카츠 다루마串かつだるま는 노동자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고기와 채소를 튀긴 메뉴를 개발했고, 이것이 오늘날 꼬치 튀김인 쿠시카츠의 기원이됐다. 원조집이라 불리는 다루마는 신세카이에 있지만, 이제는 오사카 전역에서 쿠시카츠 전문점을 만날 수 있다.
신세카이에 온 이상 쿠시카츠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곳에는 유독 쿠시카츠 집이 많다. 어느 곳을 가도 맛이 비슷하니 굳이 다루마를 가지 않아도 된다. 자리를 안내받은 뒤 먹고 싶은 꼬치를 고르면 된다. 추천하는 술은 하이볼 또는 생맥주. 튀긴 음식은 바로 먹어야 맛있으니 나중에 추가로 주문하는것이 좋다. 테이블 위에는 길다란 간장 통이 있다. 쿠시카츠를 맛볼 때 주의할 사항이 있다. “반드시 간장은 한 번만 찍어야 해요. 많은 사람이 이 간장을 같이 사용하니까요. 간장을 한번 이상 찍으면 삼대가 망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니깐요.” 꼬치를 길게 눕혀 고루 간장을 바른다. 하이볼 한 모금에 쿠시카츠 한입. 과연, 오코노미야키, 타코야키와 함께 오사카 사람들이 꼽는 최고의 술안주다.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맛이랄까. 여행 마지막 날, 마지막 저녁을 장식한 쿠시카츠는 과장이 아니라 ‘이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어느새 잔에 바닥이 보인다. 하이볼 한잔을 더 주문하며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오사카를 세 번이나 왔지만, 아직도 더 알고 싶은 모습이 한참 남아있다고. 알수록 새롭고, 마음이 가는 다정한 도시. 6개월 뒤, 이곳에서 똑같은 꼬치를 시켜놓고 맥주를 마시고 있을 내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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