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피자

시카고 스타일 딥디쉬 피자는 누가, 언제, 처음으로 만들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치즈와 토마토로 맛을 낸피자이지만, 치즈 피자처럼 평범한 이름이 붙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시카고에 가면 왠지 꼭 시카고 피자를 먹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만드는 법은 어느 곳이나 비슷하다. 빵 테두리는 일반 피자보다 훨씬 두껍게, 파이에 가까울 정도로 두르고, 치즈는 테두리 밖으로 흘러넘칠 만큼 채우면 끝. 하지만 움푹 팬 그릇에 오래도록 구워야 하므로 만드는 시간이 30분 이상 걸린다.

맛은 기다림을 감수할 만큼 훌륭하다. 여기에 먹음직스러운 비주얼까지. 피자는 식고 나면 전자레인지에 데워도 갓 구워졌을 때보다 맛이 확연히 반감되지만 시카고 피자만큼은 다시 데워도 첫입을 베어 물었을 때의 맛이 고스란히 이어진다. 시카고에서 시카고 스타일 딥디쉬 피자로 유명한 레스토랑으로는 우노, 지오다노스, 루 말나티스 등이 있다.

평양냉면

국물을 한 모금 마셨을 때, 걸레 빤 물이라는 사람들의 평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 맛본 날은 반 이상 남겼지만, 이후 계절을 가리지 않고 틈틈이 평양냉면집을 찾는다. 요즘은 퇴근 후 친구와 냉면, 수육에 소주를 마실 때가 가장 행복하다. 좋아하는 이유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특유의 밍밍한 맛에 중독된 게 틀림없다.

평양냉면은 식당마다 육수를 만드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다.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넣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진한 고깃국물로 승부를 보는 곳도 있다. 면발도 마찬가지. 메밀로만 면을 만드는 곳과 국수처럼 쫄깃한 식감을 살리는 곳으로 나뉜다. 메밀 함유량이 높은 면은 잘 끊기는 대신 씹을수록 메밀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을지면옥, 정인면옥, 필동면옥, 우래옥, 봉피양, 을밀대 등 평양냉면 마니아라면 각기 다른 맛의 냉면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깃집 후식’ 스타일의 달짝지근한 냉면과 비교되며 대표적인 ‘취향 존중’ 음식으로 분류된다.

맨해튼 칵테일

“위스키와 베르무트, 헤즈의 혼합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1882년, 미국의 한 신문에 맨해튼으로 추측되는 칵테일의 이야기가 실렸다. 많은 칵테일과 마찬가지로 맨해튼 칵테일의 정확한 기원 역시 알 수 없다. 1880년대 초반, 이안 마셜 박사가 윈스턴 처칠의 어머니가 연 파티에서 이러한 레시피를 고안했고, 그 장소가 뉴욕 맨해튼 클럽이었다는 주장이 떠돌아다닐 뿐이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만든 이가 누구든 간에 맨해튼 칵테일은 19세기 미국식 위스키를 가장 맛있고 달콤하게 마시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 칵테일은 간단히 제조할 수 있고 식전주로도 훌륭해 마티니와 함께 칵테일 계의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버번 위스키, 스위트 베르무트, 얼음을 믹싱 글라스에 넣고 얼음을 녹이는 느낌으로 저은 뒤 칵테일 글라스에 따른다.

포인트는 체리 한 알이다. 전통적인 맨해튼 칵테일의 재료는 미국 호밀 위스키이지만, 일반적으로 버번이나 캐나다 위스키를 사용한다. 스위트 베르무트 대신 드라이 베르무트를 넣으면 드라이 맨해튼, 스위트 베르무트와 드라이 베르무트를 섞어 사용하면 퍼펙트 맨해튼이 된다.

비엔나 커피

1685년, 비엔나 구시가에 지금의 카페 초기 모습인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당시의 커피하우스는 상류층 남성에게만 허락된 공간이었다. 계층과 성별에 상관없이 출입이 가능해진 것은 그로부터 약 200년 뒤. 이후 커피하우스 문화, 즉 카페 문화가 비엔나에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오스트리아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그의 자서전에 커피하우스의 풍경을 이렇게 적었다.

“커피하우스는 서민을 위한 공간이다. 저렴한 가격에 편안히 앉아 커피 한 잔을 즐기며 토론을 하고 글을 쓰고 카드게임을 하고 편지를 주고받는다.” 비엔나의 커피 문화를 상징하는 커피하우스는 830개. 그중 카페 프뤼켈, 카페 란트만을 포함한 150곳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집 근처에 다방이나 옛날식 커피숍이 있다면 비엔나커피를 주문해보자.

진한 에스프레소 위에 생크림이 잔뜩 올라간 커피가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커피숍에서는 이 메뉴를 찾을 수 없다. 대신 아인슈패너를 시키면 우리식 비엔나커피를 만날 수 있다. 현지인들은 멜랑지를 즐겨 마신다. 에스프레소와 따뜻한 우유를 1:1 비율로 넣고 그 위에 우유 거품을 올린 커피다. 비엔나를 대표하는 커피의 한 종류에 ‘비엔나커피’라는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비엔니즈는 당연히 이 멜랑지에 손을 들어줄 것이다. 비엔나의 커피하우스에 간다면 초콜릿으로 뒤덮인 자허토르테, 애플파이 아펠슈트루델도 함께 맛보길.

사누키 우동

사누키 우동은 일본 시코쿠 가가와 현의 명물 우동이다. 사누키는 가가와 현의 옛 지명. 우동으로 이름난 지역답게 우동 가게만 800곳이 넘는다. 2002년에 출간한 <대단한 사누키 우동>이라는 우동 여행 가이드와 영화 <우동>은 많은 이들을 가가와 현으로 우동 투어를 떠나게 만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사누키 우동의 열렬한 팬. 그는 사누키 우동에 대해 “일부러 고생해서라도 먹고 싶은 맛”이라 표현했다. 맛의 비밀은 탄력 넘치는 면발에 있다.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면발을 만들기 위해 손으로 치대고 발로 밟는 과정을 거친다. 국물이나 면을 찍어 먹는 쇼유 맛보다 면에 더 깊은 감동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맛있는 우동을 맛본 뒤에는 나카노 우동학교에서 직접 우동 만들기 체험을 해봐도 좋을 듯. 우동 만드는 법을 배우고 직접 만든 면을 시식할 수 있어 매년 7~8만 명이 이곳을 방문한다.

그릭 샐러드

지중해식 식탁에 빠지지 않는 메뉴. 19세기 초 토마토가 그리스에 소개된 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토마토가 많이 나는 여름에 즐겨 먹어 섬머 샐러드라고도 불린다. 정식 이름은 호리아티키 살라타. 그리스어로 시골 샐러드라는 의미다.

이 음식이 등장한 초기에는 농부의 아침이나 점심 식사라는 인식이 강했다. 샐러드 재료가 농부가 먹는 것과 비슷하고, 여러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음식은 시골에서나 먹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음식 하나면 그리스 시골의 음식 문화와 재료를 만나는 셈이다.

레시피가 간단해서 집에서도 10분이면 만들 수 있다. 커다란 샐러드볼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토마토, 오이, 파프리카와 찬물에 담가 매운기를 뺀 적양파, 양젖이나 양젖과 염소젖을 혼합해 만든 그리스의 대표 치즈인 페타 치즈를 듬뿍 넣는다. 여기에 약간의 소금과 오레가노, 올리브유를 더하면 완성. 그리스 사람들은 올리브유를 그릇 바닥에 고일만큼 듬뿍 뿌린다.

나폴리탄

일본에는 나폴리탄이라는 음식이 있다. 이탈리아 남부 도시의 이름이 붙은 음식이지만 정작 대다수의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 음식의 정체를 모른다. 하지만 일본사람들은 ‘나폴리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반사적으로 스파게티를 떠올린다. 나폴리탄의 시작은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미국인들이 케첩을 일본에 소개했고 이를 사용해 토마토 스파게티의 맛을 낸 것이 나폴리탄의 시작이다. 케첩을 듬뿍 뿌리고 양파와 피망, 햄, 베이컨 등을 넣어 만드는데 면을 아주 푹 익힌 것이 특징이다. 이탈리아식 요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탈리안 식당에서 만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오래된 커피 전문점을 찾을 것. 커피숍에서 런치 메뉴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커피숍에서 맛보는 나폴리탄은 일본 드라마 <방랑의 미식가>의 한 에피소드로 등장하기도 했다.

일본에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생기며 나폴리탄은 자연스레 잊어졌지만,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 기성세대들은 아직도 커피숍을 찾아 나폴리탄을 먹는다. 소바, 우동 외에도 독특한 일본의 면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자그마한 동네의 일본식 커피숍의 문을 두드려보자. 냉동 나폴리탄 레토르트는 마트에서 구입 가능하다.

베이징 카오야

베이징 사람들은 “만리장성을 오르지 않으면 사나이가 아니요, 오리고기를 맛보지 않으면 정말 유감이다”라고 말하곤 한다. 그만큼 베이징 카오야가 맛있다는 말이다. 역사는 원나라 때로 거슬러 오른다. 14세기, 원래 이 오리고기 요리는 난징의 명물이었지만, 명나라가 들어서고 수도가 베이징으로 옮겨가면서 베이징 카오야로 불리게 됐다.

전통 식당에 가면 요리사가 손님 식탁 옆에서 통으로 나온 오리를 먹기 좋게 손질해준다. 베이징 카오야는 취향에 따라 세 가지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바삭한 껍질을 설탕에 찍어 먹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살코기를 다진 마늘과 장에 곁들이는 방법이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세 번째 방법. 얇은 전병에 고기, 채소를 싸 먹는 것이다.

본고장인 베이징에서 베이징 카오야를 맛보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은 1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전취덕 카오야. 이밖에도 편의방, 대동, 장안일호 등이 베이징 시내 곳곳에 자리한다.

바바르와

무스, 젤리, 푸딩과 함께 차게 즐기는 앙트르메에 속한다. 독일 남부 바비에르 지방에서 탄생했는데, 지역 이름에서 약간 변형돼 바바르와라는 이름이 붙었다. 초기 바바르와는 달갈 노른자를 사용하지 않고 젤라틴과 설탕을 사용해 단맛이 많이 났다. 설탕은 매우 귀한 재료였기에 바바르와는 아무나 먹을 수 없는 음식이 아닌, 귀족을 위한 디저트였다.

19세기 프랑스 조리사 카렘이 고안한 레시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레시피는 이렇다. 설탕, 계란 노른자, 뜨거운 우유를 잘 섞는다. 이후 약한 불에서 끓이며 젤라틴을 더한다. 끓인 크림을 식힌 뒤에는 생크림을 넣고 좋아하는 과일을 얹은 후 굳힌다. 굳히는 과정에 몰드가 있다면 모양 잡기가 훨씬 쉽다.

식감은 무스보다는 약간 덜 부드러운 편. 과일, 리큐르, 초콜릿 등을 더하면 풍미가 더욱 깊어지는데, 어떤 과일 퓌레를 첨가하는가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기도 한다. 향과 색을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어 케이크 시트와도 조화시킬 수 있다. 먹는 재미에 보는 재미가 더해진 디저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