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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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대한민국]     도시분류 : [제주, 홍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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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IELD] 제주, 홍천에서 거둔 쉼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Healience Seonmaeul

내 몸과 마음이 호흡하는 순간

침대 머리맡에 빛을 내려주는 천장의 유리창, 창을 때리는 빗방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밤이다. 조심스럽고 차분한 봄비가 종자산자락의 우 아한 작은 마을 ‘힐리언스 선마을’을 적시고 있다. 나는 오늘 이곳에서 한국식 휴양의 가장 멋진 예를 보았다.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감정을 선사해주는 공간들이 셀 수 없이 들어차 있는 힐리언스 선마을은 포근한 숲의 기운을 나의 속으로 들이고 싶은 이들에게 설렘을 넘어 선 평화로운 흥분마저 안겨주는 곳이다.

느린 호흡과 건강한 움직임, 정적인 마음의 흐름 속에서 숲의 아름다움을 다각도로 만끽해볼 거리들 이 줄지어 있다. 마을의 취향과 그대의 취향이 조금이라도 통한다면 이곳의 면면을 모두 경험해보고 싶어 심장이 상쾌하게 두근거릴 것이다. 나 역시 힐리언스의 여러 공간들에 마음을 두고 왔다. 유리창 너머의 종자산 숲이 드리운 공간 ‘GX룸’에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싱잉볼의 울림만 이 머리를 채우는 ‘선향동굴’에서 명상에 잠기고, 탄산탕의 기포가 나체를 간지럽히는 ‘자연세유 스파’에서 모든 걸 이완시켰다가, 스파 속의 대청마루에 앉아 어여쁜 소반을 두고 차를 한 잔 마셨다.

또 책방 '춘하서가'에서 탐스러운 책과 LP를 마음껏 뒤적이고, 매일 세 번 단 한 시간씩만 음 식 내음을 풍기는 ‘비채 식당’에서 저염식의 놀라운 맛에 감명 받기도 했다. 의도된 불편함조차 감사해지는 우아한 여러 공간들이 조각조각 모여 완전해지는 힐리언스 선마을이다. 그래서 그 맑은 공기 속의 모두는 조용히 바쁘게 각기 다른 휴식들을 채집하게 된다.

움직임으로 그대에게 건강을 더한다

국내 최초의 웰에이징 리조트. 힐리언스 선마을을 일컫는 가장 대표적인 표현이다. 장장 10년의 길을 우리 모두의 웰에이징을 위해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는 이곳은 대웅제약, 매일유업, 풀무원, 사조동아원, 그리고 이시형 박사가 함께 공동으로 창조해낸 하나의 마을이다. 하필 그 마을이 홍천에 자리하고 있는 데도 이유가 있다. 세계의 장수촌들은 대부분 해발 250미터의 고지 비탈길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첩첩산중의 고장 홍천의 250미터 위 종자산자락에 마을을 조성한 것이다. 더불어 산의 비탈길을 고스란히 활용해 ‘의도된 불편함’을 마을 곳곳에 실현시켜 놓았다. 산세만 덩그러니 보이는 경치 좋은 숙소 숲속동은 마을의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하고, 식사를 위해서는 비채 식당 건물까지 매번 걸어야 하며, 마을 안에서는 휴대폰도 먹통이 된다.

이와 함께 없는 것들이 참 많은 마을이다. 모든 객실에는 냉장고, 에어컨, 텔레비전과 같은 전자기기가 없고, 소모품인 객실 어메니티 역시 최소화되어 있다. 하지만 그 대신 얻게 되는 것들이 더욱 값지다. 각종 전자파와 생활 소음에서 벗어나 청아한 공기와 새소리, 나무 위 다람쥐를 찾는 일에 집중하게 되고, 해와 달의 빛에 민감해지며, 주변 산을 아우르는 5개의 트레킹 코스를 걸어볼 수 있다. 마을을 감싸는 산 정상 까지는 서울의 관악산에 오르는 시간보다 짧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 바위산이 아닌 흙산인지라 완만하고 걷기에 편하다. 이 방대한 규모의 트레킹 코스가 모두 사람의 손으로 가꿔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마을에 입촌하자마자 주어지는 지도를 보며 솔깃 하는 코스를 따라 자유롭게 걸어 보아도 좋고, 매일 지정된 시간에 마련되는 건강 프로그램에 참여해 강사와 함께 산길을 체험해도 좋다. 나는 스파가 있는 여름동 건물 뒤에서 시작되는 사색 2코스와 선비 코스를 연이어 걸었다. 아직도 바닥에 수북한 낙엽 더미들 사이로 샛노랗게 피어오르는 복수초의 자태에 미소 짓고, 잣나무 향기에 취하고, 맑은 개울의 물소리에 짜릿해하면서. 선마을의 산행이 언제나 편안할 수 있는 이유에는 힐리언스가 투숙객에서 제공하는 건강한 식단도 포함된다. 엄격한 건강 조리 원칙을 준수하는 임상영양사와 힐링 셰프들이 신토불이 친환경 식재료로 완성시키는 매일의 세 끼. 인공의 맛과 짠맛이 말끔히 사라져 있는 건강식이지만 놀랍게도 맛까지 훌륭하다. 하도 맛이 좋아 소식의 의무를 매번 어기게 되지만 언제나 속은 편안하다.

 

제주, 포도호텔 Podo Hotel

금오름의 너그러움

휴식의 정점에 닿고자 제주를 찾았다. 그리고 오름에 올랐다. 어쩌다 보니 내 인생 첫 오름이 된 ‘금오름’. 제주의 서쪽 땅과 바다를 손바닥 보듯 편안히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런 근사한 풍경을 허락하는 정상까지 퍽 가볍게 오를 수 있어 좋았다. 해발 427.5미터 위의 금오름 분화구에 닿기까지는 천천히 걸어 20분쯤 걸렸다. 숲길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봄의 기운을 감지하고, 정상에서 날아오른 패러글라이딩의 우아한 움직임을 우러러보며 걷다 보니 이내 탁 트인 정상의 구릉이 억새밭과 함께 자태를 드러냈다. 제주 한림읍 금악리에 자리하는 금오름은 금악마을의 중심에 우뚝 솟아 있다.

그래서 공기가 맑은 날이면 망원경으로 내려다보듯 가깝게 바로 아래의 소박한 마을 풍경을 이모저모 관찰하기에 좋다. 더불어 그보다 멀리 제주의 서쪽 바다도 눈에 들어왔다. 섬과 가까운 바다 위에 덩그러니 떠 있는 섬이 궁금해 물어보니 ‘비양도’라 했다. 하늘이 조금 흐린 날이어서 그리 보였는지, 언뜻 섬의 옆모습이 어린 왕자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닮은 것도 같다.

양말도 훌렁 벗어 던지고 분화구 둘레길 한 컨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들로 풍경을 음미했다. 보다 여유롭게 금오름을 찾았다면 총 길이가 1,200미터나 되는 금오름 분화구의 둘레길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다. 이를 걸으며 분화구를 등지고 제주도의 땅을 봐도 좋고, 분화구를 마주하고 그 속의 화구를 관찰해도 좋다. 마치 사람이 일부러 표식이라도 남겨 놓은 것 같은 둥그런 자국이 분화구 중앙에 남아 있는데 이것이 화구호의 흔적이다. 연중 많은 시간 메말라 있긴 하지만 가끔씩 물이 차오르면 우스갯소리로 ‘꼬마 백록담’이라 칭송되기도 한단다. 다음 번엔 지는 해를 보기 위해 이곳에 다시 올라야지 생각했다. 붉은 석양이 정상의 억새들을 모두 비춰주면 참 아름다울 것이다.

제주 녹차밭을 어루만지는 일

금오름의 감상을 잘 이어줄 곳이 어디일까 고민하다 차밭이 떠올랐다. 청정한 제주에서 유독 잘 자란다는 차나무. 그래서 제주에는 여러 큰 차밭들이 있다. 그중 ‘오설록 티 뮤지엄’과 함께 조성되어 있어 유명한 ‘서광 차밭’을 거닐었다. 이곳은 오설록의 3대 차밭 중 하나이며 그중에서도 향이 가장 좋은 찻잎을 거둘 수 있는 밭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건물 인근의 차밭에서 위로 오르고 또 오르면 서서히 서광 차밭의 끝없는 지평선과 가까워진다. 퍽 가까이 한라산의 정상도 빼꼼 보이는 이 좋은 땅에 약 24만 평의 차밭이 방대하게 펼쳐져 있다니. 배꼽 높이의 아담한 키로 정갈하게 다듬어 진 차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찻잎을 어루만져 보았다. 생각보다 크고 싱싱한 잎들이 옷자락을 붙잡기도 한다. 차의 길을 따라 걷다가 이내 지칠 때면 다시 뮤지엄 건물로 돌아와도 괜찮다. 오설록 카페에서 녹차 아이스크림과 롤케익으로 요기하는 재미도 놓칠 순 없으니까.

 

제주도의 자연을 실내로 초대하는 공간

건물 주변의 자연을 실내로 초대하는 공간들을 좋아한다. 실내에서도 실외를 의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은 곳들 말이다. 그러니 포도호텔은 흠모하지 않을 수 없는 공간이었다. 제주도의 들판과 언덕, 바람, 돌을 햇빛 아래에서 구경하다 건물에 들어서도 여전히 나는 제주도에 있음을 잊지 않을 수 있는 곳.

호텔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고, 객실 안내를 받기 위해 걸어 들어간 긴 복도 중간에도 틈틈이 주변의 자연을 한 장면씩 담고 있는 투명한 창들을 발견했다. 창문 너머엔 포도호텔의 돌담 쌓인 텃밭이나, 저 멀리 오름의 곡선, 제주의 바람 따라 움직이는 풀과 나무들이 보인다. 그런 순간의 즐거움을 포착하다 호텔 건물의 중심부에 다다르면 건축물에 들이는 자연미의 정점을 마주할 수 있다. 뻥 뚫린 천장으로 그날의 날씨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캐스케이드’에서는 매 계절에 어울리는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다. 건물의 중앙에 심어져 있지만 여전히 대지의 풀들과 같은 하늘을 마주하는 것이다. 자연광이 내리쬐는 캐스케이드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자 인근의 건축자재들은 전부 어두운 빛을 띠고 있었다.

자연미와 인공미의 정수를 호텔 건물 속에서 마주한 순간, 이곳을 설계한 사람을 알아야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완성시켜놓은 하나의 세계에서 곧 특별한 휴식과 경험을 선사 받을 테니. 포도호텔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킨 이는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재일 한국인인 ‘이타미 준 Itami Jun ’이다.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을 수상한 그의 손길과 숨결, 철학으로 단단히 채워진 포도호텔은 제주도에서 지정한 7대 건축물 중 하나가 되었다. 모든 창조의 배경에 제주에 대한 존중을 두었던 작품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향토성을 감각적으로 해석하다

이곳이 포도호텔로 불리게 된 이유는 건물 자체에 있다. 단층으로 차분하게 이어지는 호텔의 로비, 레스토랑, 총 26개의 객실 등이 전부 하나의 지붕으로 덮여 있는데, 한 객실의 지붕마다 둥근 곡선이 들어간 것이 모여 한 송이의 포도와도 같은 모양을 띠게 된 것이다. 동양적인 곡선이 스며있는 지붕은 모두 제주의 오름과 초가집의 선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되었다. 티 타늄아 연판이라는 인공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지붕임에도, 그 모습이 자연과 이루는 조화를 보면 한국과 제주 곡선의 미학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현해냈는지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포도호텔 특유의 향토적인 요소들이 집약된 곳이 디럭스 한실이다. 크게 양실과 한실로 구분되는 객실 중에서도 디럭스 한실은 고급스러운 동양적인 가구와 히노끼 욕조로 채워져 있다. 한적한 정원이 내다보이는 큰 창을 열면 정원을 마당삼아 앉아 쉴 수 있는 작은 대청마루가 이어진다. 거기 잠시 앉아 제주의 풍경을 눈에 담다 보면 시선을 감싸는 처마의 곡선에 다시 한 번 반하게 된다.

가장 우아하고 고요하게, 제주식 힐링

해가 진 후 호텔 주변에 밤이 앉을 때, 포도호텔의 방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생각에 설렜다. 히노끼 욕조 가득 국내 유일의 제주 온천수를 받아 몸을 담글 계획이었다. 온천이 나올 리 없다던 제주에서 발견된 귀한 ‘핀크스아라고나이트’ 심층 고온천은 물의 빛깔을 희게 만드는 아라고나이트 성분과 함께 칼슘과 게르마늄 등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 유지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포도호텔의 전 객실을 비롯한 인근 아넥스Annex 사우나에도 이 온천이 공급되고 있다. 더불어 온천을 하기전과 후에 출출한 속을 달래기에도 좋은 곳이 포도이다.

처음에는 다소 의외의 조합이라고 생각했던 ‘포도와 우동’이었지만 포도호텔의 우동을 직접 맛본 이후로는 면 애호가를 만날 때마다 이곳을 추천한다. 일본 홋카이도의 유기농 밀로 반죽된 사누끼 면이 양념과 조리법에 상관없이 풍성한 쫄깃함으로 입을 가득 채운다. 포도호텔의 시그니처 메뉴인 ‘왕새우 튀김우동 정식’은 맑은 육수로 즐기는 우동이니 면의 놀라움을 체감하기가 가장 쉽다. 나아가 포도호텔에서 개발한 ‘제주 보말 우동’, ‘새우튀김 짬뽕 우동’, ‘한우 스끼야끼 우동’은 무엇 하나 나무랄 것 없이 맛있었다. 걸쭉하고 화끈한 짬뽕 국물에 비양도 앞바다산 낙지가 통으로 들어간 짬뽕 우동은 해장으로 그만이겠고, 제주 보말의 내장 소스로 볶은 보말 우동은 어찌나 은은하게 감칠맛이 도는지 모른다. 거기다 감격스러울 만큼 맑고 깊은 맛의 무국이 곁들여지는 ‘포도조찬’으로 아침을 여는 일은 포도호텔의 투숙객에게 허락된 호사이다.

제주 구좌의 당근 주스와 함께 순수한 제주 식재료로 만들어지는 음식들이다. 거기에 충남 서산의 간척지에서 나는 유기농 프리미엄 쌀로 짓는 흰쌀밥은 반찬도 과분할 만큼 달고 차지다. 이 모든 음식들을 호텔 앞 텃밭이 그대로 보이는 레스토랑에 앉아 맛볼 수 있다니 우아하고 고요한 이 시간들에 감사해진다.(문의 및 예약 064)792-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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