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a Hin

방콕 시내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남부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목적지는 후아힌. 버스는 출발 예정시각인 오후 2시에서 5분 더 지난 후에야 문을 닫았다. 40인승 버스는 방콕을 벗어나자마자 고속도로를 힘차게 내달린다. 버스에는 나처럼 캐리어를 들고 탄 여행자가 반, 나머지는 현지인이다. 현지인은 방송이 나오지 않는 버스에서 음악을 듣고 잠을 청한다. 

스마트폰 지도 앱과 창문 밖 풍경을 번갈아 보기 바쁜 것은 여행자들이었다. 찬바람과 더운 바람이 번갈아 나오는 에어컨과 덜컹대는 버스의 흔들림에 적응했을 때쯤, 버스는 후아힌 역 근처에서 멈춰 섰다. 썽태우 기사들은 버스가 여행객들을 토해내는 틈을 놓치지 않고 택시를 물어본다. 

택시를 타고 십 분 정도 가자 호텔.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방콕에서 세 시간 반. 왕실 휴양지라 불리는 후아힌에 오기 위해 이 정도의 수고야 몇 번이고 감수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태국에서 가장 오래된 왕실의 휴양지

후아힌은 방콕에서 남쪽으로 2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해안도시다. 1760년대 아유타야 왕국이 몰락한 이후 약 100년을 폐허로 방치돼 있었다. 마을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건 19세기 중반. 20세기 초, 이곳의 진가를 알아본 건 왕족들이었다. 특히 1920년대, 왕족들이 휴양지를 편히 오가기 위해 후아인에 기차를 개통하며 방문이 더욱 잦아졌다. 

후아힌 역은 태국에서 최초로 세워진 기차역이자 가장 아름다운 역으로 꼽힌다. 전시용 증기 기관차, 작은 박물관 겸 도서관을 갖춘 후아인의 명소다. 건물 한편에는 왕실을 위한 VIP 대기실이 있는데, 왕과 그의 부인이 이곳에 왔을 때 환영한 장소로 쓰였다고 한다.

방콕에서 5일 이상 묵는 여행자 대다수는 근교 여행을 위해 파타야로 향한다. 차로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고, 아름다운 바다와 나이트라이프가 있기 때문이다. 떠들썩하고 약간 과장하자면 흥청망청 즐기는 분위기의 파타야와 달리, 후아힌은 슬로우 라이프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유럽인들도 젊은 배낭 여행객보다 도시의 혼잡을 피해 떠나온 가족 단위, 노년층이 대부분이다. 

의외의 사실 하나. 태국 최초의 휴양지는 크라비, 코사무이, 푸켓처럼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곳이 아닌 후아힌이다. 처음 이곳이 휴양지로 이름이 알려진 지는 어느덧 100년이 다 돼 간다. 다른 곳처럼 에메랄드빛 바다, 아름다운 산호초가 있지는 않지만 전형적인 태국 해변 마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휴양지의 정의는 ‘편히 쉬며 몸과 마음을 보양하는 곳’. 그런 의미에서 후아힌은 우리가 찾던 진정한 휴양지인 셈이다.

후아힌 비치에서 느낀 해안 도시의 정취

매년 5월에서 6월경, 후아힌에서는 후아힌 재즈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재즈 연주자들이 모이는 축제로 후아힌 비치에서 펼쳐진다. 하지만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타이만을 따라 7킬로미터 이어진 후아힌 비치는 도시에서 가장 아름답고 특별한 공간이다. 매일 아침 여섯시에서 여섯시 반 사이, 어스름한 새벽녘에 승려는 해안가를 따라 탁발에 나선다. 

탁발할 때 일반인은 승려보다 높은 위치에 있으면 안 된다. 그래서 그들은 하얗고 고운 모래에 무릎을 대고 시주하고, 승려는 허리나 가슴 쪽에 올라온 사람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기도한다. 루앙프라방처럼 승려들의 긴 행렬이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보는 이 또한 적다. 

허나 사원이 아닌 바다가 펼쳐진 풍경 덕분에 더욱 신비롭다. 해가 떠오르면 타월이나 간식을 손에 든 사람들이 밀려 나온다. 새카만 암석이 군데군데 박힌 해변은 그 나름의 정취가 있다. 수영을 하는 사람보다도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거나 선글라스 하나를 끼고 몇 시간씩 바다를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이 풍경은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드는 저녁까지 이어진다. 밤이면 여행자 거리의 식당과 카페, 펍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유럽에서 온 장

기 여행자가 많은 후아힌이기에 비치 주변으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스포츠펍이 들어섰다. 로컬이 향하는 곳은 해안가를 따라 자리한 해산물 레스토랑이다. 화이트나 레드 와인과 함께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식당은 챠오레이Chao Lay. 식기와 잔이 쉴 새 없이 부딪치는 중에도 귓가에 파도 소리가 닿는 곳이다.

후아힌의 보석 같은 여행지

불교 국가 태국에서 사원은 오늘날에도 태국 사람들에게 중요한 존재다. 도시 한가운데 있는 왓 후아힌Wat Hua Hin은 방콕의 사원들처럼 화려하거나 규모가 크지 않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기도 장소이자 명상을 위한 공간으로는 손색이 없다. 라마 5세 때 마을 사람들과 주변 각지에서 기부를 받아 세웠다. 아침시간, 후아힌 비치를 걷던 승려들은 아마 이곳에 머물 것이다. 

사람들은 일렬로 늘어선 동상에 금박을 붙인다. 승려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표하는 행위다. 이후에는 합장 자세로 불상을 향해 기도를 올리며 행운과 건강을 기원한다. 후아힌 사람들의 불심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하나 더 있다. 후아이 몽콘 사원

Wat Huay Mongkhon은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수도사 중 하나인 루앙 푸 탓Luang Pu Thuat의 동상이 있는 곳이다. 그는 400년 전 태국 남부에 머물며 여러 번에 걸쳐 소금물을 마실 수 있는 물로 변화시켰다고 한다. 높이 12미터, 폭 10미터의 동상은 거대한 크기 때문에 한참 떨어진 곳에서도 눈에 띈다.

밤낮으로 활기찬 시장 구경도 놓치면 아쉽다. 오전에는 이른 새벽부터 오후 3시까지 여는 찻 차이 시장Chat Chai Market으로 향하자. 1926년 라마 7세 시대에 세워진 것을 상징하기 위해 7개의 반원지붕 아래 시장을 두었다.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켜왔지만, 태국에서 깨끗한 재래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신선한 과일, 채소, 고기, 생선, 가공품 등 각종 식재료와 의류 상점이 모여 있어 그야말로 로컬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곳이다. 저녁에는 야시장이 찻 차이 시장의 열기를 이어받는다. 낮에는 리조트에서 쉬거나 투어를 다녀온 수많은 관광객들이 값싼 로컬 음식을 맛보고 기념품을 산다. 주말에는 도시 남쪽에서

시카다 마켓Cicada Market이 열린다. 가격대는 다른 시장보다 조금 높은 편이지만,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아 자꾸만 지갑을 열게 된다. 더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은 느리고 여유롭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그늘에 있을 때면 어디선가 청량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힌다. 저녁마다 맥주한 잔에 취해 골목길을 걷고, 만원이면 한 시간 동안 호사를 누릴 수 있는 마사지 샵을 오갔다. 이곳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이 정도면 더 바랄게 없다. 후아힌에서의 낭만적인 밤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후아힌의 하이라이트, 프라야 나콘 동굴 트래킹

후아힌에서는 부지런한 여행자의 발걸음도 느려진다. 다른 도시처럼 큰 배낭을 메고 열심히 도시 곳곳을 누리는 사람을 보기란 쉽지 않다. 낮에는 리조트에서 와인을 마시거나 수영장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밤에는 편한 차림으로 나와 산책을 즐긴다. 그래도 꼭 가야 할 곳은 카오삼 로이욧 국립공원Khao Sam Roi Yot National Park. 정확히는 국립공원 안에 있는 프라야 나콘 동굴Phraya Nakhon Cave이다.

 

오전 8시 반, 물 한 병을 챙겨 썽태우를 탔다. 차는 남쪽 해안을 따라 1시간을 달린다. 공원 입구에 다다르니 높은 산맥들이 병풍처럼 논밭을 감싸고 있다. 이곳에서 동굴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공원 입구에서 동굴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방법이 하나. 또 하나는 방 반푸 비치Bang Ban Pu Beach에서 작은 배를 타고 반대편 해안인 렘 살라 비치Laem Sala Beach로 간 뒤 그곳에서 트래킹을 시작하는 방법이다. 어느 방법이든 좋지만, 배에서 내린 곳에서부터 동굴까지 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는 기사의 말에 주저 없이 배를 타는 쪽을 택했다. 렘 살라에서 안쪽으로 5분을 걸으면 동굴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온다.

 ‘프라야 나콘 동굴 430미터’라 적인 돌을 봤다면 그곳이 트래킹의 시작 지점이다. 때마침 내려오는 여행자의 온몸에는 땀이 흥건하다. 직접 올라보니 길이는 짧아도 만만하게 볼 코스는 아니었다. 편한 산책길이 아닌 만큼 자연도 날 것 그 자체다. 회색빛 석회암과 푸른 나무들이 엉켜 있는데, 아마 이곳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건 작은 원숭이들뿐일 것이다. 그렇게 가파른 언덕을 40여 분 걸으면 드디어 동굴 입구에 도착한다.

기이한 형상의 종유석과 석주들이 이룬 동굴 사이, 한 곳으로 빛이 들어온다. 천장이 뻥 뚫린 지하 동굴 안에 우뚝 선 사원 하나. 라마 5세는 이 동굴의 아름다움에 빠져 빛이 들어오는 동굴 한가운데 작은 사원을 지었다고 한다. 오전 10시부터 11시 반 사이에 가면 정확히 사원의 지붕 위로 햇살이 쏟아진다. 과연,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황홀한 경관이다. 

배를 타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1시간이나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온 시간이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어느 곳에서도 빛을 보며 이토록 찬란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자연에 위대함에 압도당했다고 해야 할까. 동굴 안에서 마음이 숙연해진다. 

사람들은 사진 몇 장을 남기고는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바위에 기댄다. 모두가 숨죽여 해가 넘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이곳을 오지 않았다면 아마 후회했을 것 같아.” 함께 산에서 내려오던 여행자에게 말을 건넸다. “그렇지 않아. 그건 이 풍경을 직접 본 이후에 할 수 있는 말이니까. 다행이라는 말이면 충분해.”

후아힌의 유서 깊은 호텔, 센타라 그랜드 후아힌

후아힌은 휴양지답게 다양한 호텔과 리조트가 있다. 도심에서 산책하듯 후아힌을 둘러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비치 근처에 있는 리조트가 제격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서 깊은 곳은 센

타라 그랜드 후아힌Centara Grand Hua Hin이다. 1920년대 후아힌으로 향하는 철도가 개통되며 문을 열었으니 그 역사가 90년을 넘는 셈이다. 당시 이곳은 철도가 있는 곳에 세워져 레일웨이 호텔Railway Hotel이라 불렸다. 호텔은 14개의 침실, 로비 라운지, 바, 식당을 갖춘 고급 리조트였다. 1920년대에 드물게 룸서비스가 있었고, 서양식 도자기에 유럽식 미식을 제공한 몇 안 되는 호텔이었다고 한다. 현재 호텔의 박물관에는 ‘레일웨이 호텔’로 불렸던 시절에 사용한 물품과 골동품을 전시하고 있다.

센타라 그랜드 후아힌은 후아힌 기차역에서 도보 10분, 버스 터미널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다. 걸어서 10분이면 후아힌 비치에서 가장 좋은 해산물 레스토랑, 야시장, 여행자 거리에 닿는다. 호텔에 들어서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잘 가꿔진 13헥타르의 정원 한가운데건물이 있다. 이 정원은 새들의 쉼터가 돼 주어서 아침이면 알람 대신 아름다운 새소리에 눈이 떠진다. 콜로니얼 시대 인테리어를 그대로 사용한 인테리어도 눈에 띈다. 

고급스러운 티크 우드, 실크로 로비와 복도, 객실을 꾸몄다. 객실은 디럭스, 프리미엄 디럭스, 스위트룸을 포함한 209개의 룸, 42개 빌라로 구성했다. 전 객실에 발코니를 두어 언제든 정원과 비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빌라는 아웃도어 샤워와 자쿠지를 보유한 스파 빌라, 5미터 크기의 개인용 수영장이 있는 풀빌라로 나뉜다. 독채로 지어져 투숙객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

다채로운 편의시설도 누려보자. 키즈클럽, 뷰티 살롱, 최신 시설을 갖춘 휘트니스 센터, 대형 체스, 탁구장, 타이 쿠킹 클래스, 베이비 시터 서비스, 테니스, 도서관 등. 호텔에서만 즐길 거리가 잔뜩이라 호텔에서만 온전히 시간을 보내기에도 손색없다. 기념품 상점에서는 후아힌 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호텔 밖에서 호객을 하는 투어 데스크와 비교했을 때 가격은 큰 차이가 없고 서비스는 더 뛰어나다. 요일별로 제공되는 투어가 다르니 여행 전 미리 스케줄을 확인하자.

호텔 안에서 만나는 만찬

센타라 그랜드 후아힌에 묵는다면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해 멀리 나갈 필요가 없다. 매일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과 훌륭한 바가 있기 때문. ‘레일웨이 레스토랑’은 조식을 위한 뷔페 레스토랑으로 투숙객이 가장 많이 들리는 곳이다. 태국요리, 아시아 요리를 비롯해 각종 인터네셔널 퀴진을 제공한다. 저녁 시간에도 운영하는데, 볶음밥, 시저 샐러드, 호주산 양 찹스테이크,푸켓 랍스터 요리 등이 일품이다.

빌라 쪽에는 ‘수안 부아 타이 레스토랑’이 있다. 태국 요리를 한층 세련되게 표현한 곳이다. ‘하기 레스토랑’은 일식 전문 레스토랑으로 초밥, 사시미, 테판야끼, 롤 등이 주메뉴다. ‘더 뮤지엄’은 티와 커피를 서빙한다. 손님들은 패스트리 쉐프가 만든 달콤한 디저트와 데일리 초콜렛을 티 뷔페 스타일로 즐길 수 있다. 로비 맞은편에 있는 ‘엘리펀트 바’는 콜로니얼 인테리어의 진수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저녁 시간 공연을 감상하며 호텔의 시그니처 칵테일을 비롯해 스낵류를 맛볼 수 있다. 

‘코스트 비치클럽&비스트로’는 해안가 근처에 분위기 좋은 식당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장소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 시간까지 칵테일을 비롯한 드링크 메뉴와 식사 메뉴를 제공한다. 특히 구운 고기, 해산물 플레이트, 갓 구운 나폴리 피자 등이 맛있다. 주말 저녁이면 디제이가 트렌디한 음악을 틀어준다. 후아힌 비치로 이어지는 입구가 바로 앞에 있으니 식사 후 해변가를 걸어 봐도 좋겠다.

 

How to Go

후아힌으로 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방콕 후아람퐁Hua Lamphong 역에서 후아힌을 경유하는 남부행 기차를 타는 것. 소요 시간은 약 4시간이다. 수완나품 공항에서 바로 후아힌으로 간다면 리무진에 해당하는 벨트래블 버스를 추천한다. 방콕 도심에서는 남부 터미널에서 빅 버스를 타면 된다. 이곳에서는 미니밴 롯뚜도 이용할 수 있다. 5월 18일부터는 에어아시아가 쿠알라룸푸르-후아힌 노선을 주 4회 운항한다.

 

Bangkok

방콕은 태국에서 가장 다양한 매력을 지닌 도시다. 220년 이상 태국의 수도였던 까닭에 왕궁, 왓 프라깨우, 왓 포 등의 종교 및 역사적인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동시에 1천만 인구가 사는 태국 최대 도시로 현대적인 모습도 갖췄다. 금빛 사원과 높은 빌딩이 조화는 방콕의 오늘날을 가장 잘 보여주는 풍경이 아닐까. 쇼핑, 나이트라이프, 헤리티지 투어, 미식 등, 방콕은 반드시 한 번 이상 와 볼만 한 곳이다. 방콕을 온 여행자들에게 손꼽히는 명소와 방콕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을 거닐며 방콕의 매력에 또다시 취했다.

 

트렌드 세터들이 모이는 거리, 아리와 소이 26

요즘 방콕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을 꼽으라면 아리Ari다. 짜두짝 시장이 있는 모칫 역에서 BTS로 두 정류장 거리지만 풍경은 사뭇 다르다. 소이 아리 1부터 5까지 지역에 걸쳐 세련된 바와 식당이 즐비하다. 평일낮에는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와 커피를 즐기고, 주말이나 저녁이면 20~30대들이 태국 음식, 인터네셔널 퀴진과 술 한 잔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아리를 방문한 로컬의 하루는 소이 아리 1부터 시작된다. 

튀김이나 간식거리를 파는 길거리 노점상 주인은 수줍은 미소와 함께 음식을 권한다. 맞은 편, 오래된 가게가 사라진 곳엔 오피스텔과 주택이 들어섰다. 건물 1층은 펍과 카페의 차지다. 길마다 방콕에서 소문난 맛 집들이 있는데, 태국 이산 지방의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이라오Lay Lao, 간단한 맥주와 드링크 메뉴를 이탈리안식 음식과 맛볼 수 있는 솔트Salt 등 세계 각지 음식을 만날 수 있다. 포큐파인 카페Porcupine Cafe 등 인기 있는 카페들은 파혼 요틴 7Phahon Yothin 7길에 모여 있다.

방콕 여행자라면 수쿰빗Sukhumvit로드를 반드시 지나치게 될 것이다. 방콕에서 가장 긴 도로로 방나Bang Na를 거쳐 캄보디아와 국경을 접힌 뜨랏Trad까지 동-서를 연결한다.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카페와 쇼핑 구역이 있는 나나, 아쏙, 프롬퐁과 로컬들이 찾는 텅러, 에까마이도 이 길을 따라 이어진다. 늘 북적이는 수쿰빗 로드이지만, 수쿰빗 26Sukhumvit 26은 비교적 한산하다. 

과거에 ‘카페 거리’라 불리던 서울 가로수길이 떠오르는 길이다. 길게 뻗은 직선 도로 사이로 골목들이 나 있는데, 이곳에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이 숨어있다. 수쿰빗 26을 둘러보는 데는 순서가 있다. 가장 먼저 길 입구에 있는 룽르엉Rung Ruang을 들릴 것. 방콕에서도 소문난 태국식 쌀국수 집으로 이미 한국인 여행자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룽르엉에서 아침이나 점심을 먹은 뒤에는 산책에 나서 보자. 걷다 더위를 식히고 싶을 땐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도 잊지 마시길.

 

바쁘게 움직이는 택시와 오토바이 사이로 현지인들은 느긋하게 움직인다. 이 속도에 맞춰 걷다 보면 아침에 무엇을 먹는지, 작은 골목들 끝에 무엇이 있는지 경험으로 알게 된다. 수많은 선택지 중 고심 끝에 자전거를 테마로 한 카페 소라Sora, 호스텔과 맥주 탭을 갖춘 카페 겸 레스토랑 카사 라핀Casa Lapin을 방문했다. 브런치에 디저트까지 맛보느라 어느새 반나절이 훌쩍 지났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무 그늘 사이를 천천히 산책한 아침. 그동안 꿈 꿔왔던 '완벽한 주말 아침'이 여기에 있었다.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세 곳

주말에 방콕에 머무른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토, 일요일에 모든 상점이 문을 여는 짜뚜짝 시장 hatuchak Weekend Market이 주인공이다. 주말이면 BTS는 짜뚜짝 시장을 가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27개 구역에 걸쳐 1만 5천여 개의 도매, 소매상점은 정말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옛말을 실감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물건을 판다. 시장에 들어서면 다닥다닥 붙은 상점들 사이에서 길을 잃는 일이 허다하다. 그래도 전통 공예품, 기념품, 옷, 잡화, 액세서리 등 카테고리별로 상점이 질서 있게 모여 있다. 

태국을 통틀어 같은 물건을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워낙 값이 싸 애써 흥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로컬 음식도 맛보고 사람들이 무엇을 사는지 구경하는 것 또한 흥미롭다. 브랜드 속옷, 명품 시계의 카피품, 코끼리와 전통 문양이 새겨진 동전 지갑 등. 눈길은 끌지만 살 필요는 없는 물건들을 한참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옷 세벌과 신발 두 켤레를 샀다. 다 합해도 한국 돈으로 2만원. 양손 가득 움켜쥔 봉투를 보며 뿌듯한 기분은 덤이다.

 

카오산 로드Khaosan Road와 람부뜨리Rambuttri는 짜뚜짝 시장 못지않게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방콕이 ‘배낭여행의 성지’라 불리게 된 데는 바로 이 카오산 로드

가 한몫을 했다. 300미터의 이르는 짧은 길은 1980년대 아시아를 여행하던 유럽 배낭여행자들의 아지트가 되며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자 거리가 됐다. 먼 길을 떠나온 이들의 발길은 100미터 거리에 있는 람부뜨리까지 이어진다. 밤이 되면 밴드의 공연과 다국적 음악이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낮보다는 밤에 이곳을 방문해야 이 거리의 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길거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신이난다.

시암Siam은 쇼퍼를 위한 천국이다. 태국 로컬 브랜드부터 한국에서 구입하기 어려운 각종 화장품, 의류, 스파 브랜드 등을 시암 파라곤, 시암 센터 등의 대형 쇼핑몰을 오가며 만날 수 있으니 천국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다. BTS 시암역과 가깝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더위와 교통체증을 겪지 않고도 도착할 수 있다. 시암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쇼핑몰은 시암 디스커버리Siam Discovery다. 

일본 출신의 디자이너 사토 오오키가 건축한 이곳은 수많은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인테리어와 조명 등 감각적인 디자인 때문에 건물 자체가 볼거리다. 태국 디자이너 의류, 생활 잡화 등 태국의 디자인과 패션 트렌드를 한자리에 모았다. 4층에는 푸드코트인 마이키친My Kitchen이 있다. 쇼핑몰에 있는 번잡한 푸드코트를 상상하지 말길. 태국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디저트 카페, 중식, 태국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들어섰다. 음식을 시킨 사람만큼이나 삼삼오오 모여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많다.

 

시내 중심부에서 편안한 휴식을

방콕은 아시아의 여러 여행지 중에서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게스트 하우스, 호텔, 에어비앤비 등 숙박 선택지가 많다는 것은 방콕 여행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호텔의 1박 비용은 합리적인 편. 5성급 호텔도 10만 원에서 20만 원 선이니 평소 저렴한 숙박 시설을 선호하는 여행자라도 한 번쯤 호텔을 고려해 볼 만 하다. 

쇼핑과 관광지 투어가 여행의 주목적이라면 센타라 그랜드 앳 센트럴월드 방콕Centara Grand at CentralWorld Bangkok을 추천한다. 방콕 중심부이자 비즈니스 지역인 시암에 있는 5성급 호텔이다. 

이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시암의 대표적 쇼핑센터인 센트럴 월드CentralWorld, 젠Zen, 이세탄Isetan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한 번만 갈아타면 수백 개의 주요 브랜드 상점, 15개의 영화관, 식당을 만날 수 있으니 굳이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찾아 먼 길을 나설 필요가 없다. 호텔 체크인은 건물 23층에서 이루어진다. 

체크인 후에 기다리는 것은 505개 룸과 스위트. 객실에 들어서면 시암 일대를 둘러싼 크고 작은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클럽 층에 숙박하는 이들은 51층에서 전용 클럽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으며 조식, 애프터눈 티, 디저트와 음료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 편의시설로는 풀 바를 갖춘 수영장, 최신 시설이 있는 짐센터, 프라이빗 룸이 있는 스파 시설 등이 있다.

센타라 그랜드 앳 센트럴월드 방콕은 총 8개의 바와 레스토랑을 보유한다. 건물 입구인 그라운드 플로어부터 옥상층이 걸쳐 4개의 레스토랑과 4개의 바와 라운지가 있다. 24시간 운영하는 인터네셔널 퀴진에서는 조식과 함께 매일 색 다른 프로모션의 디너를 선보인다. 

붉은색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다이너스티에서는 광둥식 고급 요리를 만날 수 있다. 스카이 바는 방콕에서의 하루를 더욱 화려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루프탑 바로 샴페인과 칵테일 메뉴를 준비했다. 스페인, 지중해 요리가 있는 우노 마스Uno Mas는 호텔에서 가장 추천할 만한식당이다. 

식당 이름인 우노 마스는 스페인어로 하나 더 라는 뜻이다. 먼저 블루로 치장된 입구와 라운지 구역에서 지중해의 푸른 바다가 떠오른다. 2천 개 이상의 병으로 꾸민 8미터의 와인 타워도 눈에 띈다. 바 한가운데는 지중해와 대서양에서 온 신선한 굴과 각종 해산물이 진열돼 있다. 

해산물 요리뿐만 아니라 오븐에 구운 스페인식 고기요리, 빠에야 등을 맛볼 수 있다. 물론 음식의 맛과 향을 더할 와인 리스트도 준비했다. 저녁 시간에는 발밑으로 방콕의 화려한 야경이 펼쳐진다. 남은 것은 바텐더를 향해 ‘한잔 더!’를 외치는 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