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각 주말을 여는 오색찬란한 아침식사

터키항공의 야간 비행을 이용해 아주 이른 아침의 이스탄불을 만났다.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의 이른 새벽에 이스탄불에 도착했으니 가장 먼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아침식사를 먹을 장소를 고르는 일이다. 마침 주말을 알리는 토요일에 이스탄불 땅을 밟았으니 화려한 아침식사를 즐기기에 완벽한 타이밍이다. 분주한 주중을 보낸 후 맞이하는 주말이면 터키 사람들은 과거의 조상들이 그랬듯 인근에 사는 가족, 친지들을 불러 모아 상다리 부러지게 아침을 차린다. 

주말의 게으른 브런치가 아닌 이른 아침의 진정한 조식이다. 이를 위해 해가 뜰 때부터 아침거리를 장만하러 나온 사람들을 맞는 24시 빵집과 채소 가게들이 쓸쓸히 길거리를 밝히고 있다. 다행히 이 모든 신성한 과정을 공유해줄 터키 친구를 찾았다. 그녀의 이름은 오즐렘Ozlem. 터키 수도인 앙카라Ankara 인근의 시바스Sivas에서 태어났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이스탄불에서 보낸, 정 많고 세련된 여인이다. 남편이 자리를 비운 허전한 집을 주말에까지 방치할 수 없다며 7명에 달하는 우리 일행을 과감히 초대해주었다. 그녀의 집은 고요하지만 매 순간 내가 이스탄불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 기막힌 경치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스탄불을 유럽 대륙과 아시아 대륙으로 나누는 보스포루스 해협 위 ‘보르포루스 대교

Bosphorus Bridge’의 북서쪽, 유럽 대륙의 시작점에 자리하는 한적한 동네 아르나부트

쾨이Arnabutkoy 인근이다. 해안선 곁의 언덕에 조성된 이 동네 집들은 언제나 보스포루스 해협을 마주보며 살아간다. 해협 너머 이스탄불의 아시아 대륙이 아직은 밤 불빛으로 반짝일 때, 오즐렘과 장을 보러 나섰다. 아직은 어두운 거리 골목골목에서 쓸쓸하게 영업 중인 24시 가게들을 잘도 찾아내는 그녀를 따르며. 샐러드용 채소를 산 후, 분주하던 빵집에서 터키식 바게트 ‘에크멕Ekmek’과 참깨 빵 ‘시미트Simit’를 넉넉히 장만했다. 

마지막으로 아침 대용으로 즐기는 빵 ‘보렉Borek’을 파는 집에도 들렀다. 두 손이 퍽 무거운 채로 집에 돌아왔으니 이제는 설레는 기다림만 남았다. 2층 창밖으로 오즐렘이 준 살라미를 던지며 동네 길고양이들과 얼마나 시간을 보냈을까. 휑하던 넓은 식탁 위로 작고 예쁜 접시들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러 종류의 올리브에 각종 퓨레와 시럽, 오이와 민트잎을 비롯한 채소, 보렉, 그리고 빠져선 안 될 치즈까지. 거기다 방금 사온 에크멕을 얇게 잘라 바삭하게 구운 조각에, 오즐렘의 시그니처 샐러드와 소시지 달걀 요리를 배식하고, 대망의홍차까지 따르고 나니 모든 준비가 끝났다. 평소 발음이 과장되게 느껴져 선호하지 않던 형용사 ‘휘황찬란하다’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 음식을 덜기 전부터 두 손이 갈 곳을 잃었다. 기본 세 종류 이상의 올리브와 치즈가 올라가는 터키식 아침식사는 각각의 음식들을 어떻게 짝지어 먹느냐에 따라 자기만의 맛을 창조하는 재미가 있다. 고기, 채소, 유제품, 빵, 시럽, 소스 모든 것이 골고루 차려져 있기에 스스로 편식을 하지만 않는다면 영양의 불균형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이미 새로운 맛의 음식들로 또 다른 맛을 만들어내는 재미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오즐렘은 “우리 엄마가 있었으면 더 많이 차려주셨을 텐데 아쉽네요”라며 겸손을 보였다. 이미 식탁 위에는 그녀가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잔과 그릇들이 한껏 올라와 있었다. 

마무리로 벌꿀집과 크림을 함께 먹는 디저트 ‘발카이막Bal-Kaymak’이 담긴 엄마의 접시까지 뒤적이다 보니 이미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터키쉬 홍차와 커피로 식사를 마치며 이야기해보니, 본래는 점심때까지 천천히 아침식사를 즐긴 후, 한참 뒤에 다시 넉넉한 저녁식사를 가지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참 여유롭고 수다 떨기 좋아하는 터키 사람답다.

 

 

두 조각 언제나 청춘 같은 이스티클랄 거리

길 양 옆으로 온갖 상점들이 이어지는 ‘이스티클랄 거리Istiklal Avenue’를 신시가지의 심장과 같은 거리다. 신시가지 인근에 사는 젊은이들로 낮에도 밤에도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곳. 간혹 우리나라의 명동과 흡사하다는 이야기도 듣는 이스티클랄이지만, 넓은 폭에 1킬로미터 이상 이어지는 대로에 수많은 사람과 가게들이 북적이는 모습만 비슷할 뿐 이곳은 보다 더 터키를 지니고 있다. 

터키쉬 케밥과 딜라이트, 빵을 파는 집들을 포함해 골목골목에 숨겨진 작은 카페와 바, 식당들이 이곳은 번화가이자 터전이라고 말해준다. 거리의 중간을 반복적으로 스쳐 지나는 빨간 트램 덕에 낭만적인 분위기도 풍긴다. 이 트램은 무료로 탑승해 원하는 곳에 내릴 수 있으니 이스티클랄의 넘치는 볼거리에 잠시 지쳤을 때 슬쩍 올랐다 홍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 보이면 다시 내려도 좋다.

세 조각 이스탄불 구시가지를 가장 아름답게 보는 방법

이스탄불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는 ‘금각만’으로 나뉘어져 있다. 80미터 폭의 이 해협은 ‘갈라타 다리Galata Bridge’가 이어준다. 매일 같이 바다를 향해 등 돌리고 선 낚시꾼들이 바글바글한 이 다리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이스탄불의 신시가지를 만난다. 하지만 바다 건너 구시가지에서도 충분히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신시가지 속 건물이 하나 있다. 

홀로 당당하게 솟아 있는 ‘갈라타 타워Galata Tower’이다. 1348년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갈라타 타워는 높이 67미터로 건축 당시 이스탄불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본래 감시탑을 목적으로 지어졌지만 이후에 등대나 포로수용소 등의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스탄불 내에서 손에 꼽히는 역사 깊은 건물 중 하나로 매일 수많은 관광객들이 탑의 정상에 마련된 전망대를 찾는다. 

신시가지에 세워져 있는 탑이지만 사실상 이곳을 신시가지를 보기위해 오르는 이는 거의 없다. 금각만과 분주한 갈라타 다리, 그 너머의 구시가지 속 건물들이 한 번에 그려내는 장관을 감상하기 위해 오르는 것이다. 해협 안에서 끊임없이 이뤄지는 배들의 움직임, 구시가지의 수평선을 무시하는 모스크들의 첨탑 등이 카메라를 쉬지 못하게 만든다.

전망대 영업시간 09:00 ~ 17:00

입장료 10TL

사이트 www.galatatower.net

네 조각 없는 것 없는 이집션 바자르

여행자들에겐 ‘이집션 바자르Ehyptian Bazaar’, 터키인들에겐 ‘므스르 차르쉬Misir Carsisi’라 불리는 이 시장. 이집션 바자르의 입구는 신시가지에서 갈라타 다리를 건너오자마자 찾을 수 있다. 본래 이보다 큰 규모의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를 찾는 이들이 더욱 많지만 그곳이 문을 닫는 월요일이면 유독 붐빈다. 

허나 이집션 바자르는 단순한 둘째 규모의 시장이 아니다. 과거에는 항구 바로 앞의 이 자리에서 이집트산 향신료들을 주로 거래해왔다. 100여 개에 달하는 향신료 가게들이 밀집되어 있던 곳이지만 지금은 몇몇 가게들만이 남아 향신료 시장의 영광을 옅게 남겨 두었다. 지금도 여전히 싸고 좋은 질의 향신료와 먹거리 등을 사기 위해 방문하는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 

온갖 종류의 차와 향수, 터키쉬 딜라이트, 그릇, 비누 등을 비롯해 그대가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터키식 기념품들을 이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친절하고 적극적인 상인들의 활기찬 모습을 바라보기에도 즐겁다. 특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질의 바클라바, 로쿰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 적당히 많은 상점들로 쇼핑 후에도 크게 지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그럼에도 충분히 흥미진진한 시장이라는 점이 좋다.

영업시간 매일 08:00 ~ 19:00 (일요일만 09:30부터)

다섯 조각 이스탄불의 영혼이 담긴 건축물 둘

갈라타 다리의 남쪽, 이스탄불 구시가지에서는 거리를 활보하다 흔히 ‘아잔Azan’ 소리를 듣게 된다. 도대체 어디에서 퍼뜨리는 소리길래 이처럼 온 도시를 쩌렁쩌렁 울리는 것일까 의아할 만큼 웅장한 아잔은 하루에 다섯 번, 이슬람교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라비아어 소리이다. 

그 근원지는 모스크, 이슬람 사원이었다. 국민의 97퍼센트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의 도시 이스탄불에는 50개에 가까운 모스크가 있다. 허나 민주주의 국가인 터키는 종교와 정치를 분리해 놓았기에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이 나라 사람들은 그저 본인의 의지로 종교를 가질 따름이고, 그래서 그 믿음을 행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많은 여인들이 히잡을 두르지만 그러지 않는 여인들도 무수하며, 남녀 간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그리고 하루에 다섯 번, 가능하다면 모스크 내에서 혹은 그 외의 장소에서 메카를 향해 기도드린다. 

그 모든 경건한 과정을 바라보기엔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모스크 ‘술탄 아흐멧 모스크Sultan

Ahmet Mosque’만한 장소가 없다. ‘블루 모스크’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이 예배당은 1616년 오스만 제국의 술탄 아흐메트 1세에 의해 지어졌다. 신발을 벗고 사원에 들어서면 2만여 장의 타일로 장식된 돔 천장 아래에서 관광객들의 소음도 무시한 채 기도 드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믿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로 인해 세워진 이 건물 모두가 아름답다. 

현재는 ‘아야소피아 박물관Ayasofya Museum’으로 불리는, 가장 웅장했던 과거의 모스크도 이스탄불에서 반드시 찾아야 할 장소다. 오스만 건축 양식의 블루 모스크와 달리 비잔티움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537년에 완성됐다. 아주 오래 전, 처음 아야소피아 박물관 실내에 처음 들어섰을 땐 한 자리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었다. 

바닥에서 56미터 위에 떠 있는, 31.87미터 지름의 거대한 돔 지붕과 웅장한 규모의 실내, 또 천장의 성모마리아 장식 곁에달려 있는 아라비아어 원판 등 눈에 보이는 모든 아름답고 모순적인 것들이 형용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현재는 4년간 진행 중인 실내 복원 작업으로 탁 트인 실내의 광경을 한눈에 담을 수는 없다. 그래도 박물관의 1층과 2층을 꼼꼼히 둘러보며 정교회 성당으로 처음 만들어져 이슬람 사원으로 변모되고, 이제는 박물관이 된 이 매혹적인 건축물의 지난 시간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Information

술탄아흐멧 쾨프테

이곳의 쾨프테를 한 번 맛보면 다른 곳의 쾨프테는 먹지 못할 것이다. 쾨프테는 터키식 미트볼이다. 술탄아흐멧 쾨프테Tarihi Sultanahmet Koftecisi의 90년 역사가 그 맛을 증명한다. 쾨프테 접시 한 편에 듬뿍 올려주는 빨간 칠리소스 맛도 일품이라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다.

주소 Alemdar Mh., Divan Yolu Cd. No:12, 34122 Fatih/İstanbul

영업시간 매일 10:30 ~ 23:00

참고 www.sultanahmetkoftesi.com1

 

보스포루스 디너 크루즈

이스탄불에서 매일 바라보게 되는 보스포루스 해협, 이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디너 크루즈이다. 2~3시간 동안 보르포루스를 해협을 오가는 크루즈 위에서 코스 요리로 배를 불린 후, 배 안에서 펼쳐지는 각종 공연과 흥겨운 음악에 함께 춤춰 볼 수 있다.

Turnatour 주소 Halaskargazi Caddesi, Harbiye Han, No:2/2, Istanb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