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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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호]     대륙분류 : [남아메리카]     국가분류 : [아르헨티나]     도시분류 : [우수아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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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남미의 숨겨진 보석, 파타고니아

익숙한 그 이름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Patagonia’, 어디에선가 들어본 익숙한 단어다.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겠지만 실제로는 남아메리카 대륙 최남부를 포함한 지리적 영역을 일컫는다. 파타고니아 지역은 안데스 산맥을 기점으로 서쪽으로는 칠레, 동쪽으로는 아르헨티나에 속해 있다. 

보통 세계 일주를 하거나 배낭여행으로 오랜 시간 남미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칠레, 아르헨티나 쪽 파타고니아 도시들을 모두 섭렵하지만, 나는 아르헨티나 쪽 파타고니아 지역인 '우수아이아Ushuaia’와 ‘엘 칼라파테El Calafate' 두 지역을 다녀왔다. 파타고니아는 남반구 기준으로 여름인 11월~3월에 여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날씨도 따뜻하고 바람도 덜 불어서 트레킹이나 투어를 하기에 매우 좋다.

세상의 끝을 밟아보다우수아이아

파타고니아 지역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비행기로 약 4시간 남쪽으로 가야 하는 우수아이아라는 도시였다. 위도상 지구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인 이 곳에 첫 발을 디딘 순간 나를 맞이한 것은 차가운 비가 섞인 칼바람이었다. 바다와 붙어 있고, 산이 많아 날씨가 유독 차갑게 느껴졌다. 

우수아이아의 사람들 그리고 도시 분위기도 매우 차분하고 조용했다. 시내 중심부에는 지구 최남단의 도시에 와 있음을 인증할 수 있는 큰 푯말이 있다. 남들 다 찍는 인증샷을 남기고, 허기진 배를 채우러 식당을 찾아 다녔다. 바

닷가 도시인지라 해산물 식당이 많았다. 덕분에 게살 요리와 화이트 와인으로 우수아이아 여행의 시작을 기념했다.

자연 그 자체펭귄섬과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

우수아이아의 명소로 꼽히는 ‘막달레나Magdalena’ 섬, 그리고 아르헨티나에서 유일하게 해안 지방에 위치하는 국립공원 ‘티에라 델 푸에고Tierra del Fuego’는 투어를 이용해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펭귄 섬’이라 불리는 막달레나 섬은 우수아이아 시내에서 1시간 정도 배를 타고 나가면 닿을 수 있다. 

펭귄이 서식하는 이 섬은 11월~3월인 여름 시즌에만 투어가 가능하다고 한다. 생각과는 달리 펭귄이 예민한 동물이라 직접 손으로 만지는 것은 위험하다고하여 긴장했다. 사람의 손에 길들여진 동물원의 펭귄이 아닌, 진짜 야생의 펭귄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펭귄 섬을 오가며, 야생 물개와 고래도 구경할 수 있으니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만큼 이색적인 여행지는 없을 것이다. 

다음 날 찾은 장소는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이었다. 스페인어로 '불의 땅'을 뜻하는 이 국립공원의 이름은, 1520년 세계 일주를 하던 마젤란이 원주민들이 태우는 불길을 발견하고 처음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은 굉장히 차분한,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지역이었다. 국립공원의 트레킹은 1~4시간의 당일치기 코스와 캠핑장에서 묵는 1박 2일 코스 중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왕복 4시간의 코스를 선택했다. 

매우 친절하게 구간마다 코스의 난이도와 위치를 알려주는 푯말이 있으니 겁먹을 필요가 전혀 없다. 발을 딛는 곳마다 보이는 만년설, 태초의 빙하가 녹아서 생긴 호수, 그리고 짙은 풀과 나무 내음이 물씬 풍기는 숲까지 있는 이곳이 진정한 자연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눈 카메라가 쉴 새 없이 깜빡이며 나의 머리로 이 풍경들을 전송했다. 

'내가 보고 있는 이 광경, 그리고 냄새, 기억까지 하나도 잊지 않고 다 가져가고 싶어'라는 욕심이 강하게 들었다. 어떠한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지금 이 순간 느끼는 행복감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여행의 매력인 것 같다.

빙하가 선사하는 놀라움엘 칼라파테

남미는 땅덩이가 매우 커서 여행을 계획할 때 이동하는 시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쉽다. 우수아이아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칠레 국경을 지나 12시간 쉼 없이 달리면 빙하의 땅, 엘 칼라파테에 도착하게 된다(비행기로는 1시간 30분 소요된다). 

중간에는 바다를 건너가야 해서 버스, 차들도 모두 큰 배에 태워 함께 이동하는 재미있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엘 칼라파테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단 하나의 목적 '페리토 모레노Perito Moreno’ 빙하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페리토 모레노는 길이 약 30킬로미터, 폭 5킬로미터, 높이 60미터를 자랑하는 어마어마한 빙하이다. 

처음 페리토 모레노 빙하 사진을 보고 파타고니아 여행을 꿈꾼 나에겐 이곳을 찾는 일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타고, 전망대 입구에서 내리면 그때부터 관광객 모두가 부푼 기대와 웃는 얼굴로 한 곳으로 향한다. 마치 아기가 처음 걷는 모습을 봤을 때 부모의 표정과도 같다. 전망대 외에도 보트 투어, 트레킹을 통해 빙하를 직접 접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10분정도 걸으면 내 시야를 가득 채우는 빙하가 보이기 시작한다. 인간에게 자연의 웅장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 만든 장소들이 있다면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무조건 그 안에 포함될 것이다. 우리가 '얼음'하면 생각하는 그 투명하고 영롱한 푸른빛의 빙하가 엄청난 크기로 내 눈 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백미는 빙하 조각이 천둥소리를 내며 호수로 떨어지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망대의 모든 관광객이 휴대폰과 카메라로 빙하를 찍고 있을 만큼 경이로운 풍경이다. 언어가 다르고 피부색이 달라도, 하나의 자연 앞에서 이렇게 한 마음 한뜻으로 감탄할 수 있다니! 버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아쉬운 마음에 자꾸 뒤를 돌아 빙하를 한 번이라도 더 보게 되었다.

인내하라그러면 보일 것이다피츠로이 봉우리

여행자들은 엘 칼라파테에서 보통 칠레로 넘어가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국립공원’을 가거나, 엘 칼라파테 위에 있는 ‘엘 찰튼El Chalten’이라는 조그마한 도시로 넘어가 ‘피츠로이Fitzroy’ 트레킹을 한다. 피츠로이 봉우리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5대 미봉 중의 하나이자 파타고니아 지역 내의 최고봉이다. 

나는 피츠로이를 보기 위해 버스로 3시간 정도 이동하여 엘 찰튼으로 넘어갔다. 피츠로이 봉우리를 보기 위한 트레킹 코스는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뉜다. 대부분 1박 2일로 캠핑까지 겸하는 코스와, 일출과 동시에 출발해서 피츠로이 봉우리를 찍고 내려올 수 있는 약 8시간의 당일치기 코스 중 선택을 한다. 나는 비행 스케줄로 인해 아쉽게도 당일치기 코스를 선택했다. 날씨는 여행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트레킹 당일, 호스텔에서 결성된 피츠로이 트레킹 4인 원정대를 맞이해준 건 뿌연 안개와 끝이 없는 먹구름이었다. '괜찮아지겠지!'를 속으로 되뇌며 출발한 트레킹은 녹록치 않았다. 산을 올라갈수록 시야는 계속 흐려졌고, 심지어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 약 2시간이 소요됐고, 결국 일행 중 한 명은 근처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시 출발하겠다고 했다.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면 나도 그와 같은 선택을 했겠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비록 봉우리를 보지는 못하더라도 꼭 정상에는 올라야겠다는 근거 없는 투쟁심이 생겼다. 

찬 공기와 비바람을 뚫고 정상에 마침내 도착했지만, 봉우리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게 어디야!'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염없이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렸다. 30분쯤 지나니 해가 보이기 시작했고, 영상 효과를 준 것처럼 구름이 빠른 속도로 걷히며 피츠로이 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5만보 가까이 걸은 후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에메랄드 빛 빙하 호수 위에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는 피츠로이 봉우리의 아름다움과 그 당시의 감격은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도 잊혀 지지 않는다. 남미는 아직도 우리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여행지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파타고니아를 '남미의 숨겨진 보석' 이라고 비유하고 싶다. 아무리 봐도 절대 닳거나 사라지지 않을 그 보석을 찾으러 떠나보길 진심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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