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득한 하얀 천국의 홋카이도만을 방문하다가 하얀 겉 옷을 벗은 모습을 보니 색다른 느낌이다. 외려 다른 세상에 온 듯하다. 이번 출장 목적 중 연어의 회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에 큰 호기심이 동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지만 캐나다나 노르웨이가 아님에도 그 역동적인 연어의 삶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가. 

또한 쿠마(홋카이도 곰)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이벤트도 있고 신선한 홋카이도의 우유와 요거트 등 여러모로 처음 방문한 곳이라서 호기심이 더욱 강해졌다.

 

이토록 고소한 우유와 요거트의 천국

가장 먼저 들른 곳이 홋카이도의 낙농업 발달로 인해 매우 뛰어난 우유와 요거트를 맛볼 수 있는 목장 체험장 이다. 일본 전체 면적에서 홋카이도가 차지하는 면적이 21%로 메이지 유신 이우호 대규모 간척사업과 개발을 통해 광활한 냉대지역으로 변모하게 되었고 장마마저 없는 서늘한 기후가 특징인 지역이다. 

이러한 기후는 낙농업을 하는데 있어 특화되면서 우유를 포함한 다양한 낙농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홋카이도를 방문한 여행객들은 뜨거운 온천 후에 우유 한 잔을 마시면 그 고소한 맛에 매료되고 만다. 대표 브랜드가 바로

보카BOCCA로 어느 편의점에서나 쉽게 구입을 할 수 있다. 보카라는 다실이 있는 곳을 찾았는데 매장에 귀여운 소가 방문하는 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신선하다는 느낌을 단번에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인근에 일본의 역사관이 있는데 입구에 전시된 일본 사무라이의 거대한 투구가 눈길을 끈다.

도야호洞爺湖와 화산박물관

시코츠토야Shikotsu-Toya 국립공원 안에 있는 원형 모양의 거대한 칼데라 호수로 동, 서로 10킬로미터, 남, 북으로 9킬로미터에 달한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눈이 시리도록 투명한 호수로 잘 알려져 있다. 서쪽 호숫가를 보니 토야코 온천마을이 보인다. 이곳은 겨울에도 얼지 않는 호수로 총 4개의 섬이 있는데 사람이 내릴 수 있는 섬은 나카지마 섬이 유일하다. 

야호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쇼와신산의 화산 분화구이다. 1944년 6월부터 무려 2년간 분화활동을 한 쇼와신산은 1943년 12월에 발생한 강한 지진으로 우수산 화산 활동이 44년부터 시작된 것. 하지만 한창 2차 세계대전으로 수세에 몰리기 시작한 일본은 군인들의 사기가 떨어질까 걱정해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오르기 편하게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오르면 거대한 분화구에서 당장이라도 화산이 분출할 것만 같은 위기감이 돈다. 화산 분출구 주변으로 의외로 멋진 풍경이 조성돼 있고 전망대를 통해 도야호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서 조금은 힘들어도 끝까지 오르면 좋을 듯하다.

무로란 8경 지구곶 포인트

쇼와신산에서도 보인다는 무로란 8경 지구곶으로 이동했다. 무로란 지구곶은 아찔한 해안 절벽에 새워진 하얀 등대와 둥글게 펼쳐진 수평선이 장관인 곳이다. 아마도 전망대 포인트에서 수평선을 마주보고 있다 보면 둥글게 보이는 착시현상 때문인데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둥글다며 감탄사를 연신 내뱉는다. 

수평선을 감상하다가 보면 뭔가 신기한 종이 매달려 있음을 발견한다. 사람들이 저마다 마음에 소원을 빌고 종을 치는 것을 보면 신기한 효험이 있는 듯하기도 하고…… 아무튼 종을 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 진다면 이미 소원의 반은 이뤄졌다고 볼 수 있겠다. 탁 트인 수평선을 있는 무로란의 8경은 꼭 방문해야 할 지역이다.

노보리베츠의 지옥계곡

홋카이도에서 유명한 온천지인 노보리베츠의 상징인 지옥계곡으로 향한다. 단풍이 열리는 시즌에 오면 가는 길이 무척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겠다. 숙소인 노보리베츠 료칸에서 도보로 5분 정도를 걸으니 지옥계곡으로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계단이 보이자마자 저 멀리서 퀘퀘한 유황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계곡에 도달하니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하얀 유황 연기가 보인다. 

이름처럼 지옥에 온 듯한 느낌인데 죄를 지은 사람은 왠지 마음 한 켠에서 죄책감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노보리베츠 지옥계곡은 약 1만년 전 가사야마산이 폭발하면서 형성된 분화구로 적갈색과 황토색으로 뒤덮인 계곡 곳곳의 분화구에서 터져 나오는 유황이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한다 하여 지옥계곡으로 불리고 있다. 

분화구에서 용출하는 온천수가 무려 3천 리터라고 하니 어마어마한 양이 아닐 수 없다. 길게 뻗어 있는 목조다리를 따라 분화구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으로 가면 뜨거운 온천수가 흐르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 유황 냄새만 맡고 다녔는데도 마치 온천욕을 진하게 한 듯한 느낌이다.

힘찬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대부분 알겠지만 연어는 산란기가 다가오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회귀본능을 갖고 있다. 산란기에 짝짓기를 마친 암컷과 수컷은 바로 죽고 부화한 새끼 연어들은 이듬해 바다로 가는데 9월은 연어의 산란이 시작되는 시기로 이 시기가 되면 삿포로 인근 이시카리시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 연어축제가 성대하게 열린다. 

노보리베츠 인근에는 이러한 연어의 회귀본능을 연구해 양식에 성공한 곳이 있다. 실제로 알에서 부화한 새끼 연어들이 다시 바다로 나가 다시 부화한 곳으로 오는 과정을 축소한 양식장으로 연어 인생의 압축판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 덕분에 펄떡거리며 거슬러 오르는 연어떼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데 가히 장관이 따로 없다. 

이 양식 덕분에 연어 관련식품을 다양하게 풍족하게 생산하고 맛볼 수 있는데…… 그 중 연어육포와 연어알(이쿠라)은 가히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나사, 드라이버 금속공예체험

대형 공예전문점에 들어가면 다양한 유리공예품과 오르골, 장신구 등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 오르골이지만, 평범한 오르골이 아닌 우리가 흔히 공작용으로 사용하는 드라이버와 스프링 나사를 이용해 만든 특별한 오르골을 볼 수 있다. 누가 봐도 수제인 만큼 가격이 그리 저렴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노보리베츠의 한 공예점에서 이를 직접 만들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말 그래도 각자 집에 흔히 있는 공구함의 나사, 드라이버, 스프링 등을 이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보는 시간인데. 간단한 납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의사항을 잘 들어야 한다. 본인의 창의력을 발휘해서 만들어 볼 수도 있어 참가자들의 눈빛이 그 어느 때 보다 진지하고 똘망똘망해지기 시작했다. 

흔히 별볼일 없는 물질에 불과했지만 하나하나 납땜을 통해 이리저리 붙이다 보니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하는 것을 본 참가자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역시 일본답다라는 찬사가 절로 나온다.

아이누족의 오늘

아이누족은 아이누어를 쓰는 일본 홋카이도, 쿠릴열도, 사할린 섬에 거주하는 민족으로 현재 총 인구는 2만도 안 되지만 현재는 일본인과 많은 혼혈을 통해 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이누족은 일본인과 비교해 피부색이 밝고 털이 많으며 몽고반점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굴의 윤곽이 뚜렷해 흡사 유럽인과 비슷하다는 말도 듣는다. 

노보리베츠에는 아이누족의 민속촌인 포토로 코탄Ainu Folk Village Porotokotan이 있다. 민속촌 입구에는 아이누어로 촌장이라는 뜻의 거대한 코탄 콜쿨상이 눈길을 끈다. 오른손에는 의식용 신장대인 이나우와 왼손에는 의식용 검인 에무시를 들고 서 있는데 제사장과 중재자로서 아이누족의 정신적인주 지 역할을 맡고 있다. 

민속촌에 들어서면 집을 뜻하는 치세가 쭉 늘어져 있는데 곰을 사냥하지만 섬기기도 하는 아이누족답게 곰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공연도 볼 수 있는데 1984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시라오이 지방에 전승된 고전무용을 볼 수 있다. 고통 받았던 과거와 오늘날의 아이누족의 권리까지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니 꼭 들러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