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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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아이슬란드]     도시분류 : [페로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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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페로제도, 세상에 끝이 있다면 이곳일까

페로제도그곳이 어디야?

아이슬란드와 스코틀랜드 사이 바다 위, 18개로 이루어진 작은 섬 하나가 있다. 이름만 들어서는 생소한 페로제도. 제주도보다도 조금 작은 면적에 깎아지른 듯 절벽들과 바다가 만나 절경을 이루고, 구불구불한 도로 위 사람보다 양이 더 많이 다니며, 퍼핀이 하늘을 가득 메우는 그런 섬이다. 

인구가 5만 명뿐인 도시 같은 나라인 페로제도는 덴마크의 자치령으로써 그들의 화폐와 언어가 있고 외교권을 제외한 모든 행정업무를 자체적으로 처리한다. 주민 대부분이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최근엔 관광을 목적으로 섬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 유명 관광지와 호스텔엔 국가에서 발행한 안내책자가 구비돼 있을 정도로 관광산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날씨가 매우 변덕스러운 편이다. 비가 쏟아지다가도 자동차로 5분만 이동하면 해가 나는 정도의 날씨인데, 일기예보도 정확한 편은 아니어서 항상 우산과 우비를 챙겨서 다녔다. 섬을 찾는 사람들의 주된 목적은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페로제도 자연 속에서의 하이킹이다. 페로제도에는 공식적으로 23개의 하이킹 코스가 있는데, 어린 아이들도 함께할 수 있는 2~3시간 정도의 쉬운 코스부터 12시간 이상 걸리는 난이도 있는 코스까지 다양한 하이킹 경험을 제공한다. 

나는 이 코스들 중 페로제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쇠르보그스바튼Sørvágsvatn 호수와 물라포수르Mulafossur 폭포, 그리고 새들의 섬인 미키네스Mykines 섬을 소개하고 싶다. 생소한 이 섬을 4일간 여행하며 보고 느낀 점을 서툰 글 솜씨로 풀어내 보고자 한다.

눈앞에 두고도 믿기지 않는 풍경의 쇠르보그스바튼 호수

바다 위에 호수가 흐른다는 것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바다와 강이 섞이는 것이라면 몰라도, 바다 위에 호수가 흐르다니. 상상조차 힘든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페로제도의 쇠르보그스바튼 호수이다. 공항에서 미리 예약해 둔 렌터카를 타고 시동을 걸었다. 사진에서만 보던 풍경이 과연 어떤 모습일지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로 향했다. 

50가구도 안돼 보이는 작은 마을 높은 곳을 골목길을 따라 가다 보면 나오는 비포장도로에 자동차를 세웠다. 양들이 나오지 못하게 설치해둔 작은 철문과 표지판이 하이킹의 시작지점임을 알려준다. 공항에서부터 봐오던 가파른 절벽들과는 다른 모습의 비교적 완만한 언덕과 강의 사이 길을 따라 강의 하류를 향해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여행객들이 오며 가며 만든 오솔길과 돌탑을 이정표 삼아 한 시간 반 정도를 걸어가는데, 양 목장 안에 하이킹을 위한 길이 나 있기 때문에 양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언덕 중턱을 걸으며 흐르는 강과 푸른 풀들이 어우러지는 경치에 감탄하다 보면 어느새 바다를 아래로 한 절벽 끝이 나타난다. 

높이가 족히 60~70m는 돼 보이는 절벽 옆을 따라 가장 높은 곳으로 하이킹을 계속하면 비로소 쇠르보그스바튼 호수의 하류가 모습을 드러낸다.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호수는 당장이라도 바다와 합쳐질 것 같지만 꺾어지며 따로 흘러가는데, 이게 진짜 자연이 빚어낸 풍경이 맞는지 의심하며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호수는 실제로 바다와 그렇게 가깝지 않지만 호수와 바다 사이의 언덕이 가파르기 때문에 꼭대기에 올라가면 호수가 바다 바로 옆에서 흐르는 것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풍경에 취해있던 정신을 차리고 셔터를 연신 눌러댔지만 이 엄청난 자연이 주는 감동을 카메라 안에 모두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 올라온 두 팀의 다른 사람들도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었다. 다시 자동차로 돌아가는 길, 세 시간 정도의 하이킹 시간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좁은 길이었지만 피로보단 등지고 있는 그 절벽 꼭대기의 풍경만이 자꾸 생각났다.

바다와 개울물이 만나 장관을 이루는 물라포수르 폭포

둘째 날엔 가사달루르Gasadalur마을 가까이에 위치한 물라포수르 폭포로 향했다. 나의 숙소가 위치했던 산다보구르Sandavágur마을에서 45번 도로를 타고 20분 정도 달려야 한다. 나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페로제도의 1차선 터널을 만나게 되었다. 2006년에 마을을 잇는 터널이 생기기 전에는 400미터 높이의 산을 5킬로미터 걸어 넘어야 했다고 하는데, 터널이 생긴 후 훨씬 접근하기 쉬워진 것이다. 

자동차 한 대밖에 지나갈 수 없는 폭의 터널은 안의 약한 불빛 때문에 전조등은 필수이며 터널 중간 중간 마주 오는 차를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있다. 마주 오는 차가 있을까 마음을 졸이며 서행하다가 중간에서 두 대의 자동차를 만났다. 마주 오는 차들과 와이퍼를 움직여 인사를 나누며 터널을 빠져나가자 저 멀리 아래 편 가사달루르 마을이 보인다. 

마을 어귀에 차를 세우고 왔던 길을 조금 내려가니 산에서 모인 세 가닥의 물이 합쳐진 자그마한 개울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물은 조금밖에 흐르지 않고 있었지만 물이 흐른 흔적들을 보니 평소에도 작은 개울은 아닌 듯 했다. 이 물들은 곧바로 바다와 만나는 절벽으로 흐른 후 곧바로 수직으로 떨어지는데 가까이에서 보는 폭포의 모습과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사람들을 압도하기 충분하다. 

폭포 전망대로 향하는 오솔길 초입에서 300미터를 걸어가면 가드레일이 있는 전망대가 나오는데 그 옆에 바다절벽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다. 완전히 내려가 보니 폭포와 절벽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볼 수 있었는데, 같은 높이에서 볼 때는 폭포와 주변의 산새를 어우러지게 볼 수 있었다면, 그곳에서는 폭포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페로제도에서 양의 똥은 어디에서든 볼 수 있지만 계단에도 상당히 많은 양이 있었다. 

밟고 미끄러져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폭포를 페로제도의 마지막 날에 다시 한 번 방문하였는데 이 빼어난 절경은 다시 봐도 전혀 지겹지 않고 오히려 처음보다 맑아진 날씨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가 온 후 바람이 많이 불게 되면 물이 바람을 타고 오히려 솟구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고도 하는데, 다음에 방문하게 되면 꼭 한번 보고 싶은 모습이다.

 

새들의 천국 미키네스 섬

하루를 온전히 쓸 수 있는 마지막 날인 세 번째 날엔 페로제도의 가장 동쪽에 있는 섬인 미키네스 섬에 방문하였다. 이 섬에 갈 수 있는 방법은 헬리콥터와 배 두 가지이다. 헬리콥터가 왕복예약이 안 되는 탓에 각각 한 번씩 이용하였다. 헬리콥터를 타고 먼저 섬에 도착하자 스무 가구 정도가 모여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잔디를 씌운 전통식 방법과 평범한 빨간 지붕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마을을 뒤로하고 하이킹 안내판을 들여다보니 총 다섯 개의 코스가 있었다. 제일 유명한 코스는 섬의 마스코트인 새 ‘퍼핀’의 서식지와 등대를 볼 수 있고, 두 절벽 사이를 잇는 구름다리를 통과하는 5번 코스. 망설일 틈도 없이 하이킹을 시작해 30분 정도 걸어가니 저 멀리 등대를 볼 수 있는 좁은 절벽의 끝이 나왔다. 

마치 타이타닉의 맨 앞부분에 서 있는 듯, 하얀 등대와 푸른 망망대해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절벽 아래쪽으로 난 쪽 길을 따라 내려가니 퍼핀의 서식지가 나타났다. 언덕의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퍼핀이 저마다 굴을 파 놓고 날아다니며 먹이를 옮기고 있었다. 내가 방문한 날은 바람이 그리 많이 불지 않고 퍼핀의 산란기라 평소보다 더 많은 퍼핀을 볼 수 있다고 섬의 가이드는 말했다. 

하늘을 가득 메운 퍼핀의 모습은 섬의 절경과 잘 어우러져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같았다. 절벽을 따라 걷던 중 한 퍼핀이 내 앞에 날아와 앉았다.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빨간 부리와 하얀 배, 자그마한 몸집이 정말 귀여웠다. 서식지에서 30분 정도 더 걸으니 등대에 도착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등대의 모습은 외로워 보이기까지 했는데, 섬의 극동에서 묵묵히 배들에게 길을 알려주던, 그리고 그 배에서 이 섬의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감탄하던 선원들을 상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섬에서 나오는 길, 페리를 타고 주변 다른 섬들의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니 헬리콥터와는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귀국 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 아직도 페로제도의 모든 것이 생생하다. 페리를 탄 후 공항까지 가기 위한 히치하이킹에서, 내가 묵었던 호스텔 호스트의 배려에서 다른 유럽에선 느끼지 못했던 그들만의 여유와 다른 사람을 향한 배려를 물씬 느낄 수 있었고, 길 위에서 만나는 귀여운 양과 염소들이 너무 보고 싶다. 

그리고 어느 곳을 가든 내 마음을 울리던 믿지 못할 풍경이 너무나도 그립다. 페로제도는 모든 면에서 내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며 언젠가 다시 소중한 사람과 방문하고 싶은 그런 관광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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