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 백금이라 불릴 정도의 귀한 가치를 가진 소금(Salz)의 산(Burg)이라는 뜻의 잘츠부르크는 잘츠부르커란트의 주도이다. 소금을 유럽 전역에 공급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해 그것을 바탕으로 종교와 예술이 화려하게 꽃을 피웠고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으로 발전해 온 잘츠부르크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흐르지 않는다. 종교와 예술이 문화유산으로 깊게 뿌리를

내린 잘츠부르크에서 마음의 평온을 얻었기에 이제는 가슴 확 트이는 대 자연과 알프스의 설원과 빙하를 찾아 떠날 시간이다. 우리를 픽업한 차량은 잘츠부르크를 떠나 2시간을 달린 끝에 미테르실Mittersill에 도달했다. 

미테르실은 스키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머무는 작은 마을이라 조용하지만 얄궂게도 거센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오는 작은 마을의 정취는 무척이나 운치가 있었지만, 시간이 촉박한 입장에서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여장을 풀고 식사를 한 후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국립공원 방문자 센터로 이동했다. 

뜻밖의 호수를 방문하다. 이곳은 다음 날 방문하게 될 호에 타우에른 국립공원 및 잘츠부르커란트의 모든 자연과 동물, 금과 에메랄드 등의 광물 매장량 등을 확인하고 샘플도 직접 만져보며 공부할 수 있는 곳이다. 눈부신 알프스의 빙하와 아찔할 정도의 기암절벽 그리고 한 폭의 그림 같은 청정 호수가 아름다운 곳임을 짧은 시간 안에 알게 됐다. 

특히 거대한 빙하석이 전시돼있는 것을 보니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비 오는 미테르실에서의 일정을 이대로 끝내는 것을 아쉬워하는 우리가 안쓰러웠는지 근처의 큰 호수를 보여주겠다며 한 직원이 선뜻 나섰다. 비가 내리는 터라 사진이 제대로 나올 지 걱정이었지만 한 20분간 달리다 보니 독일과 맞닿은 힌테르제Hintersee 호수에 도착했다. 

아까보다는 비가 잦아들어 촉촉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호수로 향했다. 호수로 들어가는 입구 좌측에 말을 키우는 목장이 있는데 두 마리가 천천히 산책하듯 하고 있다 내가 다가서니 먹이를 주는 줄 알고 다가온다. 사람의 손이 탄 말이라 경계심이 없는 듯. 말과 잠시 놀다가 호수로 내려갔다. 

직원의 말에 따르면 이 부근에만 550개의 이런 호수가 있다는 말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호수가 천지에 널려있다니 이 얼마나 축복받은 자연인가? 이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이 간절했지만 안쪽에 있는 카페가 불행히도 영업시간이 끝났단다. 어느 새 비는 그치고 다시 미테르실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가 내일을 위해 쉴까 하다가 저 언덕 너머에 성이 하나 보인다. 

미테르실 성. 숙소 관계자가 제대로만 얘기해줬으면 40분 이상을 힘들게 언덕을 넘어 산기슭까지 오르지 않았을 텐데…… 기껏 올라갔더니 예전에는 성이었지만 이제는 고급 호텔로 리모델링했단다. 미테르실 전경이라도 제대로 나올까 양해를 구하고 망루로 올라갔지만 나무들에 가려 좋은 뷰는 아니었다. 다시 왔던 길로 아쉽게 내려오면서 맥이 풀리기는 했지만 그 길마저도 아름다웠기에 너무 억울하지는 않았다. 내일은 호에 타우에른 국립공원 내에 있는 크리믈러 폭포Krimml Waterfalls를 방문한다.

National Park HoheTuaern

호에 타우에른 국립공원

다행히 아침의 날씨는 맑고 쾌청하다. 호에 타우에른 국립공원National Park HoheTuaern 내에 있는 크리믈러 폭포Krimml Waterfalls로 향하는 1시간 여 동안의 차창 밖은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었다. 가이드를 맡은 훤칠하게 잘생긴 크리스티앙의 호에 타우에른에 대한 예찬론을 듣다 보니 그가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짜릿한 알프스의 산악 환경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호에 타우에른 국립공원이다.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거대한 폭포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으며 짙은 숲 사이로 트레킹을 할 수도 있고 또한 몸을 치유하는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다. 

2006년부터 호에 타우에른 국립공원은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 의해 국제적 보호 지역으로 인정받아 옐로스톤, 요세미티, 그랜드캐니언 등과 함께 위대한 국립공원의 대열에 합류했다. 호에 타우에른 국립공원의 면적은 1,85평방킬로미터로 알프스 최대 국립공원. 해발 약 1,000미터에서부터 그로스글로크너 정상인 3,798미터까지 펼쳐져 있다. 

3,000미터 이상의 고봉들과 빙하,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냇물, 폭포, 산간 호수, 고원 목장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호에 타우에른은 ‘높은 산에 있는 길’이라는 뜻으로, 잘츠부르크주salzburgerland, 케른텐주Kärnten, 티롤Tirol주에 걸쳐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호에 타우에른 산맥 중앙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국립공원인 탓에 인공 시설 설치가 철저하게 금지되며 오스트리아 전체 식물 종류 중 3분 1이상이 분포 되어 있어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Krimml Waterfalls

크리믈러 폭포

가이드인 크리스티앙의 설명을 듣다 보니 어느 새 크리믈러 폭포로 진입하기 위한 입구에 다 달았다. 매표소에 티켓을 구입한 후 길게 뻗은 전나무 숲 사이로 몇 분을 걸어 올라가니 귀를 때리는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마치 안개처럼 물보라가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한다. 폭포에 다다르기 전에 시원한 천연 미스트를 먼저 맞기 시작한다. 전 세계 출장을 다니면서 많은 폭포를 봤지만 크리믈러 폭포의 위용은 가히 손에 꼽을 만했다. 

아니나 다를까, 크리믈러 폭포는 유럽에서 가장 높고,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폭포이자 3단계로 낙하하는 폭포라고 한다. 상단은 140미터, 중간은 100미터, 하단은 140미터이며, 폭포의 가장 높은 지점은 해발 1,470미터이다. 6월과 7월의 용적 유량은 20,000m³/h(시간당 약 5.28백만 갤런)이며 2월에는 500m³/h(약 0.13 백만 갤런)이라고. 초당 평균 5.6m³(56,000리터)가 계곡으로 떨어지니 그 폭포의 규모가 어떠한 지 알 수 있겠다. 

상단에서부터 커브를 급히 돌며 내려와 가속이 붙으며 거세게 내리 붓는 폭포의 힘 때문에 바위들이 매우 날카롭다. 이렇게 힘찬 폭포를 본 적이 있던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속에 담겨 있던 모든 잡념들이 다 씻기는 듯하다. 가까이 다가설 때마다 토닥거리는 듯이 폭포수가 온 몸을 적시지만 더 가까이 갈수록 편안함을 느낀다. 폭포 아래로 깊이 5미터로 다이빙을 해 수영을 하고 싶을 정도로 시원하고 상쾌했다. 

이 폭포수는 청정수라 마실 수 있다고 하여 마침 갈증이 나 한껏 마셨더니 세상없는 꿀맛이었다. 폭포수를 따라 위로 올라가기로 했다. 폭포의 중간, 상단을 들르면서 변하는 폭포의 위용을 느꼈다. 오르는 길이 무척 힘들었지만, 상단 꼭대기에 올라 또 한 번의 폭포수를 마시니 피로가 싸악 가신다. 이제는 왔던 길로 그대로 갈 것인지, 아니면 반대편 로컬 산책로로 내려갈 것인지 선택해야 할 시간. 아무래도 왔던 길을 그대로 가는 것 보다는 더 힘들어도 로컬 산책로가 어떤지 궁금하다. 

다시 재정비하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역시 안내대로 가파르고 정비되지 않은 산길이라 내려가는 길이 어렵기는 하다. 힘들게 내려오는 중에도 각양각색의 나무와 새소리, 동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데다 이 길이 무려 4천 년이나 됐다니 발에 힘이 잔뜩 들어가기 시작한다. 30여분을 내려오니 호에 타우에른 헬스 센터가 보인다. 

이곳은 크리믈러 폭포에서 나오는 신선한 미스트를 기반으로 폐가 약한 환자들을 치유하는 곳으로 미리 예약을 하면 방수 담요와 함께 폭포 아래에 준비된 편안한 의자에 몸을 맡기고 휴식을 취하면 된다. 이 프로그램의 모든 과정을 전문 의사가 맡아 돌보고 있으며 한번 방문하면 2주 후에 다시 방문해 경과를 보게 된다고 한다. 

워낙 폐에 좋다는 소문이 나서 사우디에서도 올 정도로 인기가 많으며 예약이 많이 밀려있는 상태라고 한다. 연간 40 만 명이 방문하는 오스트리아에서의 가장 많이 방문하는 10대 명소 중 하나인 크리믈러 폭포는 그야말로 병든 사람을 치유하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폭포는 4월 말에서 10월 말까지 개방되며 날씨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다고 하니 방문하려는 사람들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Großglockner High Alpine Road

그로스글로크너 알파인 산악 도로Großglockner High Alpine Road

한껏 청정 미스트를 온 몸에 받으며 건강해 진 느낌으로 호텔로 돌아와 점심 식사를 한 후 미테르실 주변을 가볍게 산책했다. 이윽고 우리를 픽업할 차량이 도착했고 그로스글로코너 알파인 산악 도로로 향했다. 이제는 멋진 고산도로와 야생동물을 만날 시간이다. 산악도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36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게이트를 빠져 나온 후 고산도로로 진입했다. 이곳이 바로 길이 48킬로미터의 파노라마 길을 따라 해발 3,000미터가 넘는 30개의 산봉우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구불구불 도로를 따라 오르는 동안 알프스의 대자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런 경치를 즐기기 위해서는 아주 천천히 안전운전을 하면서 운행해야 한다. 

5월초에서 10월초까지만 오픈을 하지만 날씨가 급격히 안 좋아질 때도 폐쇄하기도 한다고. 멋지게 차려 입은 오토바이 라이더들의 성지라고 하더니만 역시나 줄지어 둔탁한 오토바이 엔진음을 자랑하며 라이딩 하는 모습이 쉽게 보인다. 지난 2016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 된 고산도로로 총 140종이 넘는 알프스의 식물이 자라나고 있으며, 호에 타우에른에서도 가장 큰 마멋marmot들이 서식하는 곳이라니 차를 세우고 내려 천천히 경치도 구경하면서 오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야생동물들을 아주 가까이에 관찰할 수 있으며 아이벡스ibex라는 야생 염소도 볼 수 있는데 유럽 알프스 산악 지역에 서식하는 멸종 위기의 야생 염소란다. 오스트리아에서 멸종하자 1960년 여름에 3마리를 이 지역에 자연 방사하였다고. 점심식사를 위해 들른 곳이 바로 만카이빌트Mankei Wirt 산장이다.

그로스글로크너 도로 내 해발 2,262m에 위치한 만카이빌트Mankeiwirt는 하숙은 물론 간단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장소로 최대 17명까지 숙박이 가능하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가 바로 주인인 헬벨트 하스링거Herbert Haslinger 씨가 키우는 마멋 ‘모르피’ 때문이다. 이 마멋은 헬벨트 하스링거 씨가 죽어가는 새끼 마멋을 구조해 직접 자신의 손으로 키우면서부터 정이 들었고 둘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친근한 사이가 돼버렸다고. 마멋이라는 동물이 여간 해서는 길들이기 어려운 동물이라는데 그래서 둘의 만남은 큰 화제가 되었다. 

식사를 위해 주문한 후 기다리고 있다 보니 신호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하스링거 씨도 주방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매번 나올 수는 없고 시간을 정해서 손님들을 위해 모르피와 함께 나와 사진촬영을 함께 해주고는 한다고. 소문대로 모르피는 하스링거 씨의 목과 어깨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산장 옆에는 마멋을 위한 간이 놀이터도 준비돼있다.

그로스글로크너에서 빙하를 만나다

만카이빌트에서 나와 해발 3,798미터로 그야말로 오스트리아 최고봉인 그로스글로크너로 향했다. 1년 내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아름다움과 여간 해서는 오르기 힘든 험준함으로 잘 알려진 그로스글로크너로 향하는 동안 해발 3,000미터 이상의 기막힌 절경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이곳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 바로 카이저 프란츠 요제프 회헤(Kaiser Franz Josefs Hohe). 1856년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아름다웠다는 엘리자베스 황비와 함께 방문하여 등산을 하면서 그로스글로코너의 절경에 감탄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이 황제의 이름을 따 명명하게 된다. 차를 주차한 후 언덕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 웅장한 그로스글로크너의 절경을 여유 있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언덕길 주변에서 야생 마멋과 아이벡스를 볼 수 있다는데 역시나 강력한 망원렌즈를 장착한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들을 촬영하기 위해 몰려 있었다. 당근을 좋아하는 마멋에게 당근을 주니 처음에는 의심이 많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더니 점점 가까이 다가와 당근을 입에 문다. 

그때 머리를 잠깐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었다. 까슬까슬한 털의 감촉을 느끼니 알프스의 야생동물과 친해진 듯하다. 언덕 중간에는 멋지게 생긴 빌헬름 스와로브스키(Wilhelm Swarovski)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들어가면 주얼리로 유명한 스와로브스키의 오랜 광학기술이 축적된 고성능 망원경으로 그로스글로크너를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오후 4시면 문을 닫으니 시간을 잘 맞춰 가야 할 듯. 일행은 시간을 넘겨서 도착하는 바람에 주변 전경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언덕 위로 그 보기 힘들다는 아이벡스 몇 마리가 여유 있게 앉아 명상을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알프스의 자연을 보고 자라서 그런가, 여유와 배포가 남달라 보인다. 

시간이 늦어 광학 망원경으로 파스테르체 빙하를 초 근접으로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빙하는 거의 녹아 버리고 그 흔적만 남아 있는 파스테르체 빙하를 보고 있자니 지구온난화의 폐해가 정말 심각함을 느낀다. 이제 마지막 여정으로 호수, 빙하, 산을 모두 볼 수 있는 첼암제Zell am See로 이동한다.

Travel Tip

National Park Summer Card

국립공원 썸머 카드는 무려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약 60여 개의 혜택이 주어진다. 이 지역에서 투숙을 하는 사람들에게 숙박일수에 따라 무료로 제공되는 이 썸머카드는 케이블카, 레저 및 스포츠 시설, 명소, 박물관 등 무료로 이용 또는 할인이 가능하며, 버스와 같은 교통편도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그로스글로크너 알파인 도로의 1일 티켓도 포함 되어있다. 썸머 카드와 관련된 파트너사는 호에 타우에른국립공원 공식사이트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로스글로크너 알파인 산악 도로

운영 시간 : 5월초~5월 31일은 오전 6시~오후 8시까지, 6월 1일~8월 31일까지는 오전 5시~오후 9시 30분까지, 9월 1일~11월 초까지는 오전 6시~오후 7시 30분까지 운영한다. 날씨에 따라 운영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당일 도로 사정과 날씨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니 방문 하기 전에 꼭 웹 사이트(https://www.grossglockner.at/gg/en/index)를 꼭 확인해야 한다. 

산장과 레스토랑이 즐비하며 농가와 가게들, 오토바이 이용자들을 위한 바이커 포인트도 있다. 매표소에서는 한국어 안내 책자도 받아 볼 수 있다.

티켓 가격 : Day Ticket 승용차 기준 36유로, 오토바이 26유로, 30일짜리, 시즌 티켓도 있다.

Zell am See

호수, 빙하, 산의 보고 ‘첼암제-카프룬’

그로스글로크너에서 출발해 첼암제 시내로 진입했다. 호수, 빙하, 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라더니 우아한 호수가 제일 먼저 반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할슈타트로 몰리고는 하는데 첼암제야 말로 한국 관광객 입장에서는 덜 긁은 복권이랄까? 

할슈타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관광객 수로 좀 더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며 할슈타트 이상의 알프스의 빼어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다채로운 곳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채 1만 명도 되지 않는 조용한 호수 마을인 첼암제. 그러나 내가 방문한 날은 아랍인들의 꿈의 휴양지답게 휴가를 즐기러 온 아랍 사람들이 많은지 호수 주변에 인파들이 많이 몰려있었다.

거친 모래와 무더운 갈증에 지친 그들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곳인가 보다. 한 여름에도 눈을 볼 수 있는 곳이라 제 태어난 곳에선 불가능한 한 여름의 썰매를 즐기러 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걸어서 한 두 시간이면 충분히 다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도시이지만, 잘츠부르크의 최고봉이라고 알려진 해발 3029미터의 ‘Top of Salzburg’를 품은 맥박이 펄펄 뛰는 뜨거운 도시이다. 

첼암제-카프룬은 잘츠부르크에서 한 시간 거리이고 잘츠부르크 공항에서는 약 8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약 30분 정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해발 3,000미터 정상으로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가 이 첼암제에서 출생했다고. 첼암제는 800여 개의 숙박시설이 있어 여행자들의 다양한 숙박시설을 선택하기에 용이하다.

Kitzsteinhorn ‘OP OF SALZBURG‘

키츠슈타인호른

어둠이 채 걷히기 전에 눈이 떠진다. 제일 먼저 커튼을 열어보니 다행히 날씨는 맑을 듯하다. 오늘은 케이블카를 타고 키츠슈타인호른Kitzsteinhorn의 정상으로 오를 예정이다. 호수 주변을 가볍게 조깅한 후 호텔로 돌아와 조식을 한 후 해발 3,029미터로 오를 옷차림을 한 후 준비된 차량에 몸을 실었다. 첼암제가 유명한 이유가 바로 잘츠부르커란트의 최고점이며 전문 산악인이 아니어도 케이블카를 이용해 일년 내내 산 정상에 올라 알프스의 대 자연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번의 케이블카를 탄 후 빙하Glacier 정상으로 올라섰다. 가장 기대했던 것이 바로 잘츠부르커란트 지역에서 가장 높은 파노라마 전망대인 ‘Top of Salzburg’였다. 탁 트인 알프스의 전경을 마주하고 있는 이 전망대로 들어서니 사람들이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도 없는데 포즈를 취하며 서있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Top of Salzburg’ 3029미터의 표식 앞에 마음껏 빠짐없이 단체사진을 찍으라며 건너편에 카메라가 자동으로 사진 촬영을 해준다. 찍은 사진은 해당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다. 먼저, 옆에 있는 검은 버튼을 누르고 표식 앞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면 끝! 역시 사진 상태도 전문 사진가가 촬영해준 것처럼 멋지게 나온다.

안쪽으로 다시 들어가 CINEMA 3000으로 들어서니 키츠슈타인호른의 멋진 대 자연이 8미터 크기의 대형스크린을 통해 10분 동안 상영해준다.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으니 이 비디오를 먼저 보는 것도 큰 지역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신비로운 조명이 비치는 반원형의 암벽 천장 아래의 통로에는 타우에른 크리스탈이나 타우에른 금, 알프스의 생성 등을 소개하는 국립공원 갤러리가 우리를 맞이한다. 

이곳에서는 호에 타우에른 국립공원과 오스트리아의 최고봉들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체험 할 수 있다. 뭔가 직접 해볼 수 있는 것이 아쉽다. 그 때 눈에 띈 것이 바로 아이스 아레나ICE ARENA. 한 여름에도 눈썰매를 탈 수 있는 곳이라니. 아랍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다. 썰매를 갖고 올라와 아이들처럼 눈썰매장을 질주하며 내려 왔다. 

정상에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멋진 조망을 뒤로 하고 파스타, 햄버거 또는 오스트리아 전통음식을 먹을 수 있다. 식사를 한 후 전망대 정상의 빙하 위 50미터 위치에 있는 63도의 경사의 아슬아슬한 슬로프가 보인다. 이는 ‘Black Mamba’ 라는 슬로프로 프로들조차도 목숨을 걸고 도전해야 할 정도로 최고 난이도를 자랑한다. 

이 슬로프를 이용을 원하는 사람의 경우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주는 수신기를 소지해야만 한다고. 키츠슈타인호른은 10월부터 겨울 스포츠를 위한 최적의 조건이 갖춰지며 7월초까지 스키 슬로프가 운영된다고 한다. 3,0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라 고산병에 시달릴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숨가쁜 증세가 보이질 않는다. 

예전 비슷한 고도의 페루의 쿠스코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네발로 기어야 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고도에는 공기의 질도 한 몫을 하는가 보다. 상쾌한 정신으로 다시 3번의 케이블카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Zell am See Magic lake show

첼암제 매직 분수 쇼

첼암제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 후 잊지 말아야 할 특별한 공연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바로 5월부터 10월까지(2018년의 경우 5월 15일부터 10월 14일까지 운영 예정) 매주 3번 화요일, 목요일, 일요일 첼암제 엘리자베스 공원에서 펼쳐지는 첼암제 매직 분수 쇼가 바로 그것. 

이 쇼는 20분 동안 진행되는데 쇼의 주제는 요일 별로 다르며, 매일 진행되는 일반 워터쇼의 경우 오수 1시부터 5시까지 정각에 진행된다. 5월~8월까지는 매일 저녁 10시, 9월~10월까지는 매일 저녁 9시에 다음과 같은 주제로 공연이 펼쳐진다고. 화요일은‘Happiness’, 목요일은 ‘Rock Legent’, 일요일은 ‘Majestic Waters’ 인데 마침 오늘이 화요일이니 ‘Happiness’라는 주제로 공연이 펼쳐진다. 

아쉽게도 또 비가 내리는 통에 우산을 들고 봐야 했지만 어차피 호수에서 펼쳐지는 분수 쇼라 크게 상관이 없다. 다양한 분수들이 쏘아 올리고 하늘에 분수가 쏘아 올린 수막이 형성되면 그것이 상영관의 스크린 역할을 하며 레이저가 만들어 낸 실제 첼암제의 명소들이 상영된다. 첼암제의 마지막 밤을 멋진 Happiness라는 주제로 마무리 하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할까? 기회가 된다면 산악전거는 물론 트레킹 등 호에 타우에른 국립공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생각이다. 대 자연 속에서 짜릿한 즐거움과 건강도 찾을 수 있는 곳이 그리 흔치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Travel Tip

Zell am See Summer Card

사진-첼암제 카프룬 카드

첼암제에서는 역시 막강한 혜택을 갖고 있는 썸머카드를 숙박객들을 대상으로, 숙박일수에 따라 제공하고 있다. 첼암제에 위치한 대부분의 숙소에서 숙박객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별도로 구매 할 수가 없다. 이 카드로 첼암제 보트투어, 키츠슈타인호른 케이블카, 박물관, 크림러 폭포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간 : 5월 15일- 10월 1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