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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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호]     대륙분류 : [남태평양]     국가분류 : [프렌치폴리네시아]     도시분류 : [모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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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모레아, 지상 위 펼쳐진 파라다이스

Moorea, Where the Happiness Starts타히티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모레아

한국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섬은 두말할 나위 없이 보라보라다. 여행객이 가장 가고 싶어 섬도 당연히 보라보라. 다음으로 나오는 이름이 모레아Moorea다. 현지인들의 시선은 좀 다르다. “보라보라가 예쁜 바다와 리조트 두 가지 이미지로 대표된다면, 모레아는 진짜 자연을 즐기고 놀 수 있는 곳이죠.” 

“모레아의 모든 것은 오로지 섬만이 가지고 있는 매혹을 강조한다. 우리는 그런 곳을 ‘파라다이스’라 부른다”보라보라가 가장 아름다운 물빛을 자랑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정작 로컬에게 그들이 즐겨 찾는 곳이나 좋아하는 곳을 물어볼 때면 모레아가 먼저 등장한다. 모레아의 산과 바다는 동화처럼 아름답다. 농장에는 달콤한 파인애플이 자라고, 바다에는 난생처음 보는 산호와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섬. 그 풍경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안온함을 주는지 이제는 안다.

모레아는 보라보라에 비해 리조트 가격이 저렴하다.모레아는 타히티에서 17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가는 법은 간단하다. 파페에테 항구에서 고속정으로 40분이면 천연 라군으로 둘러싸인 모레아에 도착한다. 모레아의 라군을 즐기기 가장 좋은 시기는 4월부터 10월이다. 조용한 수면과 따뜻한 바람은 섬 전체를 놀이터로 만든다. 여행자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스노클링, 제트스키, 카누, 다이빙 등의 해양 액티비티를 즐긴다. 

액티비티 체험 가격도 타히티 물가를 고려했을 때 비싸지 않은 편. 그래서 모레아는 타히티 섬에 사는 사람들의 최고의 주말 여행지다. 평일에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대자연이 선물한 축복을 누리는 타히티섬 주민들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알찬 일주일을 보내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라군에서 블랙팁 샤크와 스노쿨링을 즐기는 사람들. 모레아의 환상적인 바다를 만나다

모레아는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섬 중에서도 라군이 아름다운 섬으로 손꼽힌다. 이곳까지 와서 바다를 뒤로하고 갈 수는 없는 노릇. 모레아로 가기 위해 이른 아침 파페에테 항구로 향했다. 모레아로 가는 테레바우Terevau 안에는 관광객도 있었지만, 튜브와 작은 배낭 든 현지인도 많았다. 이들 대다수는 바다를 즐기러 간다. 

나 역시 가장 하고 싶던 것은 한나절 동안 맑은 바다를 만나는 보트 투어였다. 모레아에 오기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를 주목했다. 오늘 모레아의 날씨는 흐리고, 비가 올 것이며 바람도 많이 불 예정. 배는 오는 길 내내 바람과 파도로 심하게 흔들렸다. 이곳의 날씨 예측은 꽤 정확하구나, 기적을 기대한 나머지 아쉬움이 가득했다. 

보트 투어는 모레아의 천연 라군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런 마음을 모르는 듯 가이드는 항구 앞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오늘 투어는 잘 마무리될 수 있을까?” 그는 오지 않는 손님을 애타게 부르다 내 쪽을 쳐다보고 다정하게 웃었다. “그건 너의 기분에 따라 달렸지. 모레아의 하늘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바뀌니까. 넌 곧 이 섬의 마법 같은 풍경을 만나게 될 거야.” 

오전 10시, 50명을 태운 배는 오푸노후 만Oponohu Bay의 선착장을 출발했다. 배가 북쪽 해안을 따라 움직이는 동안 가이드가 시키는 모레아의 명소와 해안가에 자리한 값비싼 리조트들을 소개했다. 배는 금세 스노클링 포인트에 도착한다. 하늘이 도운 걸까. 배가 멈춘 순간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회색빛 구름이 걷혔다. 불과 1시간 전과 전혀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식사시간 이후에는 음악 공연, 코코넛 깨트리기, 파레올 입기 등의 볼거리가 기다린다.바다는 지금까지 본 어떤 곳보다 에메랄드빛에 가깝고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난다. 맑아진 날씨에 배 안에 있던 관광객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카메라를 꺼내고, 곧장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옷을 갈아입는다. 저 멀리 오버워터 방갈로에 묵는 사람들은 비가 그친 것을 보고는 선베드 위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휴양지를 떠올릴 때 어렴풋이나마 그려보던 상상 속 장면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가이드의 말처럼 우리는 모레아가 보여준 마법 같은 날씨 앞에서 금세 행복해졌다. 라군에 도착한 뒤엔 자유롭게 수영할 시간이 주어졌다. 

보트 투어의 가이드 시키 씨. 그 덕분에 모레아 여행이 더욱 즐거웠다.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작은 상어와 가오리와 함께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이곳에서 스노클링은 아주 일상적이에요. 잠수만 하면 지상에서 볼 수 없는 신비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죠.” 가이드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정같이 맑은 바다로 몸을 던졌다. 

몇 년 전 동남아 여행에서 ‘상어와 수영하기’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큰 수족관에 거대 상어가 있고, 나는 케이지에 들어가 유리 너머로 다가오는 상어의 콧등을 공포에 질린 채 지켜봐야 했다. 다행히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블랙 팁 샤크는 몸집이 큰 물고기와 같다. 온순하고 겁이 많아 가까이 가면 어느새 먼 곳까지 달아나다, 

다시 돌아와 발등을 스치고 지나간다. 상어와 산호를 구경하며 스노클링을 하는 동안 가이드가 가오리 한 마리를 잡았다. 가오리의 콧등에 입을 맞춘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투어에는 뷔페 점심도 포함돼 있다. 한편에서 고기를 굽는 동안 가이드는 폴리네시안 스타일로 파레오Pareo를 입는 법과 타히티식 참치 샐러드 요리인 프와송 크루Poissant Cru를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함께 투어를 한 사람들이 직접 참여해 더 흥미롭다. 식사가 끝나면 그다지 할 일이 없다. 

인터넷이 되지 않는 작은 섬에서 3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먹고 마시는 것뿐이다. 불필요한 메시지와 메일 알림,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상의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 오직 맥주 맛에만 집중했던 시간. 모레아의 모든 것은 오로지 섬만이 가지고 있는 매혹을 강조한다. 우리는 그런 곳을 ‘파라다이스’라 부른다.

벨베데레 전망대에서 바라본 로투이산. 아래로 펼쳐진 초원이 <러브 어페어>의 배경지라고. 

바다와 산이 공존하는 섬

이틀 뒤, 다시 모레아를 찾았다. 현지인이 모레아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인기 있는 액티비티를 꼽을 때 늘 마운틴 사파리가 입에 오르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수영복과 원피스 대신 긴 바지와 튼튼한 운동화와 함께 사륜구동 차 뒷좌석에 올랐다. 알베르트 사파리Albert Safari의 투어는 반나절 동안 모레아의 비밀스러운 내륙을 탐험한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매직 마운틴. 모레아의 환상적인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뷰포인트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니 현지인들이 모여 사는 파페토아이Papetoai 지역과 산호가 만들어 낸 신비로운 바다색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갱은 모레아를 ‘고성 같은 섬’이라 했다. 그의 말처럼 라군은 성벽처럼 섬을 감싸고 있었고, 수백만 년 전 해저 화산 분화와 융기로 만들어진 산들은 하늘을 향해 치솟은 성처럼 보였다.

사파리 투어로 방문하는 로투이 파인애플 플랜테이션.다음 코스는 로투이Rotui 산맥에 자리한 파인애플 농장이다. 섬의 주요 산업은 1등이 관광, 2등이 파인애플 농장이다. “파인애플 수작업으로 진행합니다. 수확 시즌은 따로 없지만 뿌리가 나온 후 18개월을 기다리면 가장 품질 좋은 파인애플을 얻을 수 있어요.” 가이드 말에 따르면 이곳의 파인애플은 당도가 높아 주스를 만들 때 100퍼센트 파인애플 원액만을 이용한다. 

설탕이나 기타 첨가물은 필요하지 않다. 그는 가장 맛있는 파인애플 주스를 마시고 싶다면 무조건 로투이산에서 만든 것을 사라는 팁도 덧붙였다. 오푸노후의 계곡에 들어선 차는 이끼가 잔뜩 낀 돌담 앞에서 멈췄다. 사람이 닿지 않고 적막하기까지 한 숲길이 관광지가 된 것은 마라에Marae 때문이다.

마라에는 유럽의 선교사들이 오기 전, 폴리네시아인들의 중요한 종교 장소로 사용됐다. 마치 건물을 올리다 만, 버려진 공터처럼 보여도 마라에의 종교적, 역사적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그만큼 고고학자들은 초기 폴리네시아의 마라에를 복구하고 발견하는 것을 중요한 일로 여긴다. 나무들 사이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마라에서부터 산책로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걸어서 10분 남짓. 그 사이 오후의 햇살은 어느새 어깨에 내려앉아 마음의 위안이 되어 준다. 참고로 프렌치 폴리네시아에는 약 550여개의 마라에가 있다. 그중 가장 신성시 여겨지는 것은 라이아테아Raiatea섬의 타푸타푸아테아 마라에Taputapuatea Marae다. 

역사에는 이곳이 이웃 섬들의 왕이 모여 중요한 의식이나 협상을 한 장소로 기록돼 있다. 타푸타푸아테아 마라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7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사파리 투어의 마지막에는 파인애플로 만든 음료를 살 수 있는 기념품점을 방문한다. 사파리 투어의 하이라이트이자 마지막 목적지는 로투이산이 보이는 벨베데레 전망대Belvedere Lookout다. 이곳에 오르면 오푸노후만과 쿡스 베이Cook’ Bay 만이 산을 가운데 두고 대칭으로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러브 어페어> 아시죠? 그 영화 속 배경이 바로 이 아래쪽에 있어요.” 가이드가 산 아래를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은 가이드의 말이 끝나자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영화를 모르는 이들을 위해 내용을 살짝 덧붙인다. 비행기 엔진 이상으로 낯선 곳에 불시착한 남자와 여자. 그들은 타히티에서 꿈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둘에겐 각자의 연인이 있다.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과 초록의 잎사귀가 눈에 들어온다.뉴욕에서 재회를 약속한 두사람은 훗날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고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로맨스 영화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1932년에 동명의 영화로 처음 개봉한 이후 세 번이나 리메이크됐다. 사실 이 영화에서 모레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1994년작, 즉 세 번째 리메이크 영화 속에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아네트 베닝이 초원 위를 걷는 장면이 나온다. 

현재 초원 위는 파인애플 농장이 들어섰지만, 여행자의 눈에 이곳은 여전히 낭만적인 장소로 비춰진다. 나는 아네트 베닝이 이곳의 초원을 걷는 것을 좋아했는지, 전망대에 올라 두 개의 만을 바라보았는지 궁금하다. 또한 친절한 모레아 사람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었는지, 깨끗한 에메랄드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을 좋아했는지도 궁금하다. 나는 그녀가 그랬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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