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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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캄보디아]     도시분류 : [앙크로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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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캄보디아의 숨겨진 보석들을 찾아서

바욘사원

피로 물들어버린 땅킬링필드 

킬링필드에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폴 포트는 정권을 획득하자 자신들을 환영하는 국민들을 도시에서 쫒아냈다. 전국 각지 농촌으로 강제 이주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뒤처지는 사람들은 군인들에 의해 살해당하기도 했다. 킬링필드에서 죽어 간 대다수의 사람들은 결백했다. 그들은 정치인, 의사, 교사, 변호사 등의 지식인들이었다. 새로운 국가 건설의 기반을 닦고 힘을 보태야할 사람들이었지만, 폴 포트는 이들이 정권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는 집단이라고 보고 학살했다. 심지어 손이 곱거나, 안경을 쓴 사람도 지식인으로 몰아서 죽였다고 한다. 

죽은 사람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걸어놓은 팔찌

지식인들을 죽이는 것으로 참극은 끝나지 않았다. 잡혀 들어간 사람들의 가족, 아이들까지도 무참히 살해했다. 킬링필드 내부에는 아이들을 죽이던 고목이 있었는데, 혼령을 기리기 위해 나무 주변에는 사탕이 뿌려져 있었다. 중앙에 있는 위령탑은 폴 포트의 잔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위령탑 내부에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희생자들의 유골들이 모셔져 있었다. 유골들을 자세히 보면 쇠꼬챙이로 뚫려 있거나, 칼에 맞아 금간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아이들을 죽였던 장소인 칠드런 트리

킬링필드에는 아직도 회수되지 못한 유골들이 발견된다고 한다. 분명 프놈펜 에만 킬링필드가 존재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킬링필드가 있을 것이며,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 중 신원이 확보되지 않은 사람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도대체 그들이 만들려고 했던 이상사회가 무엇이었을까. 그 어떠한 이념과 이상도 개인의 존엄을 해쳐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유골이 회수되고, 다시는 이와 같은 참극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킬링필드 위령탑 외관

비명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극비수용소. S21 

킬링필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뚜얼슬랭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S21을 방문했다. 크메르 정권당시 S21이라고 칭해진 이곳은 의심되는 사람들을 고문하고 감금하는 수용소다. 본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학교건물 이었는데, S21로 칭해지면서 웃음소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고 고통만 가득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극비수용소기에 수감된 사람들은 고문을 당해도 비명을 지를 수 없었으며, 규칙을 어길 경우 추가적인 고문을 받았다고 한다. 수감자들은 여러 명이 함께 발에 쇠고랑을 차고 불편한 생활을 했다. 한 명이 일어나려면 같은 쇠고랑을 차고 있는 사람이 모두 일어나야만 했다.

수감자들의 인격은 철저하게 무시되었는데 그들에게는 죄수복조차 없었다. 발가벗은 채로 수감되었고 간수들이 수감자들의 신체를 보면서 던지는 수치스러운 농담을 견뎌내야 했다. 고문은 수감자들이 거짓 조서를 인정하고 스스로 작성 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물고문, 전기채벌, 손톱 뽑기 등 잔혹한 행위들이 반복되었다. 억울하게 끌려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심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CIA 혹은 러시아 정보원이라고 자백서를 썼다고 한다. 사람들이 갇혀서 고문을 당했을 방들을 돌아보는데, 약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피 비린 내가 나는 듯 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고통 받고 죽어 갔을까. 

바푸온사원 꼭대기에 세워진 조형물

잊힌 제국앙코르 톰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목적은 대부분 앙코르와트이다. 하지만 앙코르 유적에서 앙코르와트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앙코르와트를 지나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앙코르 톰을 만날 수 있다. 앙코르 톰 은 앙코르와트 면적의 약 5배에 달한다. 성벽을 둘러싼 해자는 한 변의 길이가 무려 3킬로미터에 달하며 폭은 113미터에 이른다. 해자에는 물이 거의 다 빠졌지만 여전히 그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승리의 문 주위로 둘러진 높은 성벽의 위엄은 앙코르와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앙코르의 수도를 점령하고 있던 참파를 몰아내고 즉위한 자야바르만 7세의 당당함과 다시는 정복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승리의 문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면 바욘 사원, 바푸온 사원, 파미언 아까, 왕실 테라스, 코끼리 테라스 등 수 많은 건축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온다. 

바욘사원의 4면상

온화한 미소의 바욘 4면상 

앙코르 톰 정중앙에 위치한 바욘 사원은 그야말로 걸작이었다. 바욘 사원은 멀리서 언뜻 보면 돌산처럼 보지만, 다가가면 정교하게 조각된 온화한 미소 를 접할 수 있다. 총 54개의 탑이 세워져있으며, 탑의 4면에는 얼굴이 조각되어 있다. 216개의 얼굴은 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슬픈 얼굴, 행복한 얼굴, 눈을 감고 있는 얼굴, 눈을 뜨고 있는 얼굴 총 4가지의 종류를 발견할 수 있다. 

슬픈 얼굴은 1177년 참파에게 4년 동안 지배당한 것을 의미하고, 행복한 얼굴은 1181년 참파에게 승리한 것을 의미하며, 눈을 감고 있는 얼굴은 명상을, 눈을 뜨고 있는 얼굴은 세상을 굽어본 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또한 탑에 새겨진 얼굴은 크메르인 형상의 부처를 조각한 것이라고 하는데, 일각에서는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라는 학설도 제기되고 있다. 

바푸온사원으로 들어가는 참배로

급경사의 계단을 오르면 펼쳐지는 절경바푸온 사원 

바푸온 사원은 무려 50년간의 복원 과정을 거친 건축물이다. 피라미드 형태의 건축물로 꼭대기에는 마치 영국의 스톤헨지를 연상시키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입구로 이어지는 길다란 참배로는 마치 신전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고, 저절로 마음이 정화되었다. 사원의 꼭대기에 올라가려면 72도 경사의 계단을 기어오르다시피 해야 했다. 

바푸온사원 위에서 내려다 본 전경

급경사의 계단 때문에 오르길 포기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급경사의 계단 오르기는 고역이었지만,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전경은 앙코르와트 바칸에서 내려다본 풍경을 잊게끔 했다. 참배 로를 따라 걸을 때는 존재조차 몰랐던 왕실 목욕탕이 보고, 탁 트여있는 왕실 광장의 푸르름은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니악뽀안

숨겨진 명소니악 뽀안 

니악 뽀안은 가이드북에서도 자세한 설명이 없었고, 평점도 1점으로 낮은 곳이었다. 앙코르 톰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기도 했기에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이미 발은 니악 뽀안을 향하고 있었다. 중앙 탑을 휘감고 있는 두 마리의 뱀에서 유래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곳은 자야바르만 7세가 의학적인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연못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면 병이 치유된다고 믿었다. 

사원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의미를 떠나서 니악 뽀안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사원으로 들어가는 나무다리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법한 절경을 선사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들과 수면 위로 솟아난 식물들은, 투명한 연못에 투되어 완벽한 데칼 코마니를 이루고 있었다. 

니악뽀안 사원에서 나오는 길

글을 마치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겪는 가장 큰 실수는 가이드북의 평점을 쫓아다니다 그저 그런 여행을 하고 만다는 것이다. 여행 후 귀국을 하고 나면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으며 여행에 대한 감상과 기억은 바로 소멸된다. 본인이 원하는 곳을 찾아가고 기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유명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이라는 저서에서 “안내책자가 어느 유적지를 찬양한다는 것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권위 있는 평가에 부응할만한 태도를 보이라고 압력을 넣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안내책자가 찬양하는 유적지들만 찾아다니는 여행에 대한 경고다.

호어스트 에버스의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에서 ‘바깥세상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 따윈 무시해 버려. 그건 모두 악마의 장난에 불과해. 진실은 자네 안에 있어. 자네 안에서 답을 찾아. 그리고 자네 혼에게 원한 자유를 안겨 주라구!’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맹목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 아무리 유명하고 멋있는 곳이라 할지라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곳이 아니라면 좋은 여행지가 아닌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유명 여행지를 찾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여행객이 많아지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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