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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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핀란드]     도시분류 : [헬싱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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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헬싱키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헬싱키 공원Helsinki

헬싱키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나는 워커홀릭이다. 처음에는 일이 좋아서 했고,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그것은 나의 모든 생활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일이 아니면 다른 것에서는 어떠한 성취감이나 기쁨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리고 일을 하지 않을 때엔 큰 불안감에 휩싸이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었다. 그렇게 일개미로 전락하고 있던 어느 날, 나는 나를 과감하게 놓아주기로 했다. 

여태까지 삶과 나를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했던 일과의 “안녕”을 선포했다. 그리고 그 후로 미친 듯이 여행을 다녔다. 그때 당시 여행만이 일로인해 비어버린 공허한 내 마음을 채워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공원 음악파티지금도 나는 시간을 내서 여행을 다닌다. 나의 여행의 규칙이 있다면 “일과 반대되게 하라.” 이다. 일은 항상 어떠한 목표를 두고 그 목표를 중심으로 계획을 구성해서 실천 해 나갔다. 하지만 나에게 여행은 일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계획하지 않는다.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그저 시간과 함께 움직였다. 

비가 오면 그냥 맞기도 하고 그저 공원벤치에 앉아 친구들과 웃고 떠들기도 하고. 그 공간이 지하철 안의 벤치가 되었든 공원 옆의 아이스크림 가게 앞이 되었든 나는 모든 공간과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그 순간, 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휴가는 헬싱키로 떠나기로 했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우리나라에서 헬싱키까지는 직항노선이 있다. 

멀지만 가까운 나라. 나는 헬싱키로 떠난다. 그 곳에 나는 친구가 있다. 이번 여행은 친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그 친구를 따라다니려고 생각했다. 그렇게 비행기는 하늘을 날았다. 이번 여행은 내 생애 최초로 혼자서 비행기를 탄 날이다. 항상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다녔는데 이번엔 아니다. 헬싱키에 도착하기 전까지 나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 하는 일이었다. 처음 이라는 단어는 항상 설렘이 가득한 것 같다. 

약간의 긴장감도 섞여있으면서 그 긴장감에 몸이 간질간질 장난스럽다. 새벽부터 들떠서 한참 미리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의 북적이는 풍경,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의 에너지는 언제나 나에게 신선한 기운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나는 공항이 좋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비가 왔지만 그것은 일말의 문제조차 되지 않았다.

예쁜 카페에서 바라본 풍경출발 전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서 휴가를 간다는 것은 한가로운 일상 속에서 시간을 내는 것보다 조금은 더 달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너무 바쁠 때는, 그 여행이 일의 연속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이번 여행의 처음은 그랬다. 나는 여행 전날 오후 10시까지 일을 해야만 했다. 빡빡한 스케줄에 도무지 숨을 쉴 수조차 없게끔 일로 스케줄을 꽉꽉 채워 놨다. 

흡사 다시 워커홀릭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인천에서 헬싱키까지 9시간이면 비행기로 편안하게 갈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않았다. 열심히 일하고 비행기에서 숙면을 취하려고 했던 나의 달콤한 휴식에 대한 상상도 있었다.

로컬 푸드마켓도착

드디어 헬싱키 공항에 도착.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헬싱키는 경유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서야 생각이 났다. 탑승수속을 하려고 할 때, 직원이 헬싱키까지만 가시는 것 맞죠? 라고 재차 확인 했던 이유가 이러한 이유때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포함 해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입국 심사대 앞에서 대기 하고 있다. 썰렁한 입국 심사대에서 아주 형식적이고 간단한 질문과 답변을 한 후, 심사를 마치고 나왔다. 블로그에서 알려 준 대로 편의점을 찾아 유심칩을 구입했다. 저렴한 가격에 무제한 4G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헬싱키에서는 기차든, 배든 항구를 통해 많은 나라들을 쉽고 편리하게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헬싱키 공항의 첫인상은 아주 아담하고 정겨운 느낌이었다. 처음이고, 혼자 도착 했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다. 친구가 공항에 픽업을 나와 택시를 타고 친구가 사는 지역인 ‘칼리오’로 향했다. 

도착하기 전 구글맵으로 위치를 파악 해 놓은 상태였는데 9시간 만에 그 곳에 도착하니 왠지 모를 신기함과 경이로움이랄까. 세상 참 좁다. 라는 생각을 하며 갑자기 억수같이 오는 비조차 우리는 즐기며 그렇게 칼리오에 도착했다.

헬싱키역내 친구

내 친구는 한국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이다. 그 친구는 자유분방한 성격에 홍대를 아주 좋아하는 친구였다. 내가 헬싱키에 가기 전, 사전조사를 한 것이라고는 핀란드의 문화와 칼럼 몇 개가 전부였다. 모든 여행 일정은 거의 친구와 헬싱키 안을 다니며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다. ‘칼리오’는 예전에 예술가들이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힙스터 스타일이 살아있는 곳. 그 친구가 칼리오에 산다고 했을 때 나는 이미 그 지역에 대한 정보를 칼럼을 통해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 친구와 정말 어울리는 동네의 분위기. 꾸밈없는 건물에 인위적이고 과장되지 않은 동네 느낌이 왠지 모르게 정겨웠다. 음악과 자연과 사람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칼리오’

그들은 왜 브런치를 먹을까?

토종 한국인인 나는 삼시세끼를 꼭 챙겨 먹어야 했는데 헬싱키의 생활에 익숙해 질 무렵, 처음에는 한국에서처럼 오전 6시면 떠지던 눈이 오후 12시 정도에 떠지면서 커피와 함께 브런치를 먹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졌다. 

그리고 우리는 아침 5시정도까지 뜬 눈으로 지새우며 그 시간에 여러 친구들과 어울리고 공원의 파티에 가고 길을 걷고 한가한 시간들을 보낸다. 오후 11시쯤이면 조금씩 석양이 지기 시작한다. 그 석양을 보며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수돗물도 그야말로 몸을 청정하게 가꾸는 원천인 듯싶다. 거기에 레몬즙까지 짜서 물과 함께 마시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교회 안사우나

핀란드인 들에게 사우나는 생활의 일부분이다. 과거, 사우나는 그들에게 생활의 많은 면에서 영향을 주었다. 음식을 보관하기도 하고 그 곳에서 생활하기도하고 심지어 아이를 낳기도 했었다. 내 친구의 아파트 지하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우나 시설이 비치되어 있었다. 각 호실마다 배정되는 요일과 시간이 있어 그 시간에 맞추어 사우나를 이용하면 된다. 

처음엔 누가 번거롭게 시간을 맞추어서 꼬박꼬박 사우나를 할까? 라고 생각했지만 우리의 시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서 다시 한 번 핀란드인의 사우나 사랑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뜨겁게 달궈진 돌에 물을 뿌리면 한 번에 땀이 쏟아질 정도로 훅훅하다. 그렇게 사우나를 마치고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는데 그 이후의 느낌은 일주일간에 쌓아놓은 여행 체증을 모두 다 씻은 듯한 느낌이랄까?

햇빛을 사랑하는 사람들

유럽에 오기 전, 나는 유럽에 대한 로망이 하나 있었다. 사진들을 보면 모두 레스토랑의 야외 테라스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식사를 한다. 그 모습이 어찌나 여유롭고 멋져보이던지. 막상 와서 보니, 이들이 왜 그렇게 햇빛을 사랑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곳의 날씨는 변덕이 심해 갑자기 비가 오고 흐려지다가 다시 날씨가 좋아지기를 반복했다. 

하루는 날씨가 너무 좋아 수영복을 챙겨 바닷가에 가려고 밖을 나섰지만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오는 바람에 해수욕 일정을 뒤로 미뤘다. 그래서 이 곳 사람들은 잠깐 햇빛이 얼굴을 보였을 때를 놓치지 않고 밖에 나와 햇빛을 즐기는 것이다. 나 역시도 자연스럽게 햇빛을 찾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그 멋진 유러피언이 되어있었다. 하핫.

자전거 도로깔리오의 밤, 그리고 사람들

처음 내가 헬싱키에 도착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휴가 갔나? 일하고 있는 중인가? 였다. 한산한 길거리에서 나는 여유로움과 한적함 , 그리고 그 느린 시간을 최대한 느낄 수 있었다. 친구의 추천을 받아 깔리오의 클럽에 갔다. 그 곳은 점심에는 레스토랑으로 밤에는 클럽으로 변화하는 곳이었는데 조금씩 어둑어둑해지자 사람들이 조금씩 그곳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 곳에는 디제이가 있었고 바가 있었다. 날마다 음악의 콘셉트가 달라지는데 그 날은 내가 좋아하는 힙합이 주류를 이루어서 더욱더 흥이 났다. 안에서는 음악과 댄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즐비했고, 바로 밖의 테이블에서는 서로 그룹별로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클럽이 오전 2시경이면 문을 닫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야외 테이블로 나왔는데 사람들이 도무지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대화를 한다. 나도 그 무리에 끼어서 악수하고 통성명을 하며 인사를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거의 한 시간 정도를 그 자리에서 더 머물게 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이 많았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름을 아주 명확하고 자세하게 물어본다는 것이었다. 

어떤 친구는 나의 이름 스펠링까지 물어보며 이름을 외웠다. 그 모습이 왠지 너무 고마웠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렇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성명을 하고 명함만을 돌리기 바쁘지 않은가. 

어떤 모임에 갔다가 돌아오면 내 손에는 명함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거기서 내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몇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 아니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 에 대한 물음에 정확히 답하게 된다.

헬싱키 골목길관광과 여행

헬싱키 볼거리, 헬싱키 맛집, 헬싱키 관광지를 인터넷에 검색 해 보면 누구나가 알법한 관광명소들이 줄지어 얼굴을 나타낸다. 헬싱키에 머물며 친구가 좋아하는 곳들을 자주 갔는데 그래도 이곳에 왔으니 관광명소는 봐야하지 않냐며 유명한 관광지에 들렀다. 그 곳에는 역시나 관광을 목적으로 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우리는 그 곳에서 관광인의 한명이 되어 새로운 시선으로 그 장소를 보았다. 

암석교회에서는 연주시간에 맞추어 연주를 들으며 성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유명한 교회에서는 안으로 들어가 그 곳의 오랜 시간에 감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 정말 기억에 남는 것은 친구와 함께 갔던 로컬 푸드마켓, 아침 일찍 혼자 가서 시나몬롤과 커피를 샀던 동네 빵집, 친구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칼리오의 어느 바,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먹으려 들어갔던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친구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 핀란드 친구들에게 한국음식을 해 주고 싶어 아시아마켓 이곳저곳에서 재료를 구입해 한국음식을 해주었던 기억, 트램을 타고 지하철을 타고 이곳저곳을 누볐던 기억들이 내 가슴에 더욱 진하게 남아있다. 

한국에 돌아와 핀란드 책 몇 권을 꺼내들었다. 다시금 여행의 느낌을 조금씩 되새김질하기 위함이었다. 책을 읽던 중, 호프집 안에 양조장이 설치되어있는 맛집 소개를 보고 친구에게 그 곳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 자신이 그 곳을 가 보았지만 그 친구에게 평점은 별로였다. 하긴, 그 곳이 좋았다면 내 친구는 분명 나를 그 곳으로 데리고 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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