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웃고 우는 오늘날,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여행지가 대세다. 그렇다면 LA다. 영화와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이 도시는 발길 닿는 곳마다 포토스폿이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어반 라이트Urban Light’. LA카운티 미술관(LACMA)의 앞마당에 놓여있는 작품이다. 설치미술가인 크리스 버든이 LA를 밝히던 등을 모아서 예술로 탈바꿈시켰다.

뛰어난 수준의 미술품으로 호평받지만 정작 대중들에게 어필하게 된 건 사진이 잘 나와서다. SNS에서는 LA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대인기를 끈다. 정작 미술관보다 이곳에서 사진 놀이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었다는 진담 같은 농담이 나올 정도. 그러니 LA를 방문하게 된다면 당장 이곳으로 달려가 보심이 어떨지. 셔터 몇 번으로 평생 가는 프로필 사진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글과 사진 임성훈 기자

Reason to love, LA

사랑하세요, 로스앤젤레스

눈을 감아도 오래도록 잔상이 떠돈다. 특별한 여운이다. 여정 내내 재미와 에너지를 느꼈다. 감성이 도시 곳곳을 지배하고 창의적인 영혼들이 예술혼을 발산하는 곳. 세련, 셀럽, 힙스터, 이 도시를 위해 탄생한 말인듯하다.로스앤젤레스, 사랑할 수밖에 없다.

글과 사진 임성훈 기자 취재협조 로스앤젤레스 관광청Kr.discoverlosangeles.com

"LA는 그래피티 천지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멋진 벽화, 또 벽화. 이 도시에 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아트 디스트릭트에서 만나는 벽화들은 저마다 스웩이 넘친다. 강렬한 색감과 섬세한 묘사의 수준도 비교 불가다"

Los Angeles _ Venice

오! 멋진 베니스 So cool! Venice

베니스의 분위기, 시종일관 유쾌하다. LA의 화창한 햇살이 이곳에서 더욱 풍성해진다. 보헤미안의 자유와 활기를 기반으로 셀럽들이 사랑하는 공간이 도도하게 조화를 이루는 이곳. 베니스가 좋은 이유를 꼽으라면 백만 가지는 될 것 같다. 베니스라는 이름에 동명의 이탈리아 도시를 떠올렸다면 맞다. 바로 그 베니스를 모티브로 탄생했다.

이 동네를 얘기할 때 '애보키니Abbot Kinney'라는 인물을 빼놓을 수 없다.19세기와 20세기를 걸쳐 살았던 미국의 백만장자이자 개발업자다. 세계를 다니던 능숙한 여행자이기도 했다. 여행을 통해 자신만의 각별한 여행지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애보 키니에겐 특히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그랬다.

'베니스 오브 아메리카Venice of America'를 꿈꾸고 실행에 옮겼다. 이탈리아의 '그곳'처럼 운하를 파고 곤돌라를 들였다. 광장과 모든 건축물은 베네치아 르네상스 양식으로 짓고 꾸몄다.1905년 '미국의 베니스'가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잘된 모방도 오리지널의 아우라를 넘을 수 없는 법. 베네치아에서 엿볼 수 있는 진하고 그윽한 분위기를 연상한다면 틀렸다.

베네치아가 에스프레소라면 베니스는 스타벅스다. 그렇다고 베니스를 낮춰볼 수 없는 한방이 있다. 힙하고 쿨 한 분위기, 시대적 감각으로는 LA의 베니스가 비교 우위다. 눈과 귀를 열고 잠시만 걸어보자. 최고로 신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베니스 해변 Venice Beach

들썩들썩, 흥청거리는 풍경. 자유분방한 영혼들이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60년대 이 동네에 들어온 보헤미안과 히피문화의 산물이다. 남녀노소, 국적 불문,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녹아든다. 전동킥보드, 스케이트보드, 자전거가 나란히 해변을 질주하고, 운동하는 사람들과 멀뚱히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같은 앵글에 담기는 곳.

다양한 목적, 다채로운 이유로 이 해변을 찾은 사람들이 연출하는 장면의 연속은보고만 있어도 그저 즐겁다. "크레이지 피플이 가득해요. 역동적이고 발랄하며 맹랑하죠. 너무 에너지가 넘쳐서 때로는 산만하고 정신이 없어요. 하지만 그게 바로 베니스 해변의 매력이지요" 지역 가이드인 마이크의 말이다.

해변의 중심은 오션 프론트 워크Ocean Front Walk. 멀리 산타 모니카 해변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4Km의 산책로다. 이 길을 따라서 거리 공연가와 예술가들이 다양한 재주를 뽐내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여행자들은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즐거워한다. 수많은 숍과 카페, 음식점들도 저마다 알록달록한 색깔로 개성을 뽐낸다.

타투숍이나 피어싱숍처럼 섬세한 감각을 뽐내거나, 독특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자랑하는 기념품도 많아 꼼꼼한 눈길을 보내다 보면 시간에 쫓기고 만다. 하늘을 붕붕 날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면 틀림없이 베니스 비치 스케이트 플라자Venice Beach Skate Park다. 발과 하나가 된 듯 어린아이들까지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스케이트보드를 다루고 현란하게 점프하는 곳. 위험해 보이는 굴곡과 경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난도 높은 장소가 반갑다는 듯 더욱더 힘차게 스케이트보드를 내달린다. 박수가 절로 나오는 멋진 묘기가 쉴새없이 펼쳐져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야외헬스장인 머슬비치 베니스 Muscle Beach Venice 또한 해변의 명소다. 우람한 근육질 배우였던 아놀드 슈왈제네거Arnold Schwarzenegge가 이곳에서 운동했다는 얘기를 전설처럼 회자한다.

지금도 제2, 제3의 아놀드를 꿈꾸며 울퉁불퉁한 몸을 단련하는 모습은 같은 남자가 봐도 특별하다. 멋진 근육의 소유자를 발견했다면 기꺼이 사진 촬영을 요청해 볼 것. 거대한 체구와 달리 수줍은 미소로 응해 주는 모습, 반전매력이다.

그래피티도 빼놓을 수 없는 베니스비치의 볼거리다. 건물의 벽, 담장, 조형물, 철제 쓰레기통 등 해변 전체가거대한 그림판이다. 심지어 해변의 야자수들도 색색의 그림 옷을 입고 이 동네의 명물로 꼽히며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오래된 그래피티는 또 다른 그래피티 작가의 스프레이 페인트와 만나며 새롭게 거듭난다.

마침 현란한 손길로 작업을 하고 있던 작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그래피티를 그리는가'. '좋아하니까. 재미있으니까'. '우문'에 돌아오는 간결한 '현답'.세상에는 이렇게나 많은 자유 영혼들이 존재하고, 이렇게도 다양한 방법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애보키니 블러바드 Abbot Kinney Boulevard

애보키니 거리는 베니스의 심장부에 있다. 정확히는 베니스 블러바드Venice Boulevard에서 퍼시픽 애비뉴Pacific Avenue에 이르는 구간을 말한다. 이 동네, 트렌디 세터들이 사랑한다. 거리를 걷다보면 패션피플 천지다. 개성은 기본, 깔끔함과 미니멀 함을 장착한 가게들은 세련과 빈티지의 경계를 아슬아슬 넘나든다.

그 대부분이 편집숍으로 가격은 세다. 여기에 갤러리와 지역에서 소문난 커피숍, 레스토랑들이 LA의 멋쟁이들을 불러 모은다. 곳곳마다 불쑥 시선을 사로잡는 그래피티도 애보키니 블러바드를 찾아 나서야 하는 이유.

동네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하나같이 감각적이고 엣지 있다. 해외 매체들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멋진 거리'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그래서 당연하다. 애보키니의 분위기를 설명할 때 우리의 가로수 길을 예로 든다.LA의 가로수 길이라는 표현과 함께. 그런데 이곳, 정말 가로수가 많다. 야자수가 도로 양편으로 빼곡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은 낯설만큼 인상적이다.

가로수길이라고 부르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한다.

"베니스 비치 스케이트 플라자를 질주하는 보더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스케이트보드를 다루고 현란한 점프를 선보인다. 박수가 절로 나오는 멋진 묘기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애보키니 Abbot Kinney

쿨하고 힙 하다면 바로 이 동네! LA의 가로수 길로 불리는 애보키니에서의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