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der's Essay ::Indonesia

술룽, �맘�, 붕수의 인도네시아 여행기

인도네시아와 인도를 같은 나라로 헷갈릴 정도로, 그리고 발리가 인도네시아의 섬인지도 몰랐던 내가 지금은 수라바야에 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지원하는 다르마시스와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수라바야에 위치한 크리스틴 페트라 대학교에서 1년 동안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이곳에 온지는 2개월가량 정도. 수라바야는 관광객들이 오는 관광도시는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수라바야는 “인도네시아답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지역이다.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신은실

 

신은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수라바야에 위치한 크리스틴 페트라 대학교로 1년간 유학을 온 학생으로 인도네시아의 매력에 푹 빠져 인도네시아의 전문 트래블러가 되고 있다. 

“그래, 이번에 7박8일로 족자카르타, 스마랑, 까리문자와를 가는 거야!”

떠난다는 마음에 설레어 그날로 바로 인도마켓에 들러 기차표를 예매했다. 블로그 후기에서 가장 좋은 좌석이 안전하다는 말에 VIP석을 끊었다. 수라바야에서 족자카르타까지 가는 기차를 예매하고 나니 마음이 벌써부터 들뜬다. 그리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상에서는 시험 준비를 하는 대학생이다. 그렇게 시험당일은 다가오고 우리는 2시간 남짓 되는 시험을 치르고 동시에 큰 함성을 지르며 자유를 만끽 했다. “와!! 이제 떠난다!!” 한국에서는 이미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한참 된 나인데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가 이런 느낌을 받으니 몸 안에서 젊음의 전율이 찌릿찌릿 울려 퍼진다. 

밤부밤부 게스트하우스 -> 따만사리-> 짠디 쁘람바난

족자카르타에 도착하는 순간, 수라바야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아기자기한 마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현대의 문명이 느껴지는 동시에 옛것들이 함께 잘 보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곳곳에 보이는 핑크택시도 눈에 띄었다.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택시기사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기분 나빠할 것도 그들을 무시할 필요도 없다, 나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면 된다. “sudah" 이 한마디면 오케이로 already라는 뜻이다, 처음 숙소에 도착했을 때 그 공간의 따뜻한 느낌에 스텝의 꾸밈없는 친절에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가 묵었던 곳은 밤부밤부 게스트하우스였는데 그 곳은 말 그대로 대나무로 지어져 게스트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매우 따뜻해 보였다. 

또한 아침식사는 여러 메뉴가 있는데 바나나 초코 팬케익과 커피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도미토리 4인실을 신청하였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우리 셋만이 있어서 우리 셋이 한방을 모두 이용했다. 체크인을 하고 숙소와 가장 가까운 물의궁전이라 불리는 “따만사리”로 향했다. 처음 “따만사리”를 보았을 때 그 오묘하고 웅장한 느낌에 매료되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과거에 이것을 지었을 사람들, 이곳을 이용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찼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과거의 사람들과 내가 함께 공존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렇게 우리는 “따만사리”를 나와 우리가 두 번째 찾은 곳은 “짠디 쁘람바난”이다. 

마사지-> 보로부르드 사원 -> 말리오보로 거리  

우리의 일정은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수정이 되었다. 아침형인간인 나는 동생들보다 일찍 일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들에게 정보들을 물어보고 그날 일정을 준비했다. 여기서 우리의 여행기의 제목이 왜 술룽, 등아, 붕수인지 알려주겠다. 술룽-첫째, 등아-둘째, 붕수-막내라는 뜻의 인도네시아어이다. 

항상 첫째인 나는 여행정보와 돈 관리를 맡아했고, 술룽은 언니들 중간에서 분위기를 조율했으며 둘째는 일정의 디테일한 부분을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갔다. 우리는 첫째 날의 피곤을 달래기 위해 아침식사를 부지런히 하고 마사지를 받기위해 시내로 향했다. 그곳에서 한국에서의 마사지가격의 반 정도 되는 가격으로 2시간가량 마사지를 받고 느지막이 점심식사를 하고 그 유명하다는 보로부르드 사원으로 향했다. 

그곳의 선라이즈가 그렇게도 멋지다며 많은 투어회사에서는 그 시간에 맞추어 여행상품을 내 놓았다. 하지만 우리의 시간과는 맞지 않는걸. 원래 사원을 들렀다가 하늘그네를 타러 가기로 했었는데 사원에서의 그 놀랍고 경이로운 모습에 반해 시간가는 지 모르고 그곳에 머물러 우리는 자연적으로 선셋까지 보고 오게 되었다. 

한마디로 그 곳은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현지인의 입장료와 외국인의 입장료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학생증을 가져가면 어느 정도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찾은 말리오보로거리는 우리나라의 재래시장 같은 느낌이었다. 이곳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음식들이 많았는데 피곤했던 지라 우리는 저녁식사만 간단하게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에 족자에 가게 되면 꼭 많은 음식들을 시도 해 보리라고 마음먹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족자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라왕새우->kampung pelangi->올드타운

족자에서 스마랑으로 가려고 이동수단을 게스트하우스 스텝과 상의 해 보았다. 그 결과, 스텝이 추천 해 준 미니버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 정류장은 숙소와도 매우 가까웠으며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무엇보다 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미니버스로 이동을 하여 도착한 스마랑 백팩커 하우스에서는 너무 친절하신 사장님과 스텝들이 맞아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여행지도 꼼꼼히 알려주시며 그 곳에 꼭 가보라고 알려주셨다. 스마랑은 비즈니스맨들이 왠지 많을 것 같은 느낌의 높은 빌딩들과 현대적인 감각의 건물들 그리고 도로가 매우 깨끗했다. 그런 도심 안에 우뚝 서있는 “라왕새우”는 내가 마치 동화책 속 안에 들어있다는 착각이 들게끔 해 주었다. 

그런데 겉보기에 멋진 “라왕새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처음엔 기차역으로 지어졌지만 식민 지배를 받으며 이곳은 감옥으로 사용이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인도네시아에서는 이 건물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물도 제작이 되어져 있고 건물에 들어갔을 때 왠지 모를 으스스한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올드타운으로 이동해 둘러보니 그곳은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올드타운은 관광지로서 아직은 크게 상업화가 되어 있지 않은 듯 했지만 외려 그 모습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인도네시아에 이러한 서구문명의 건물이 있다는 것조차 과거 역사를 다시금 떠오르게 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곳을 거의 다 둘러보았을 때쯤 다시 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백팩커에 돌아와 동생들이 배가 고프다며 “고 푸드”를 이용해 피자를 배달시켰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배달문화가 있는데 “고젝”이라는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그렇게 저녁시간을 백팩커에서 여유롭게 보내고 있을 때 늦은 저녁 주인어머니께서 우리 방에 와서 어떤 여행자 한명이 있는데 그 사람도 우리처럼 까리문자와로 가기위해 즈빠라로 내일 출발할 것이라고 한다. 가능하다면 함께 차를 타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신다. 두말하면 잔소리! 당연히 된다!! 밤늦게 백팩커에 도착한 그 친구의 이름은 벤. 

그렇게 벤과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처음 우리의 계획은 스마랑의 항구에서 바로 까리문자와로 가는 것이었는데 배편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즈빠라로 가야했지만 배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버스를 이용하면 제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 같다는 주인어머니의 이야기에 그랩카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스마랑에서 즈빠라까지 이동거리가 꽤 되는지라 차비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 희소식인가! 왠지 이번여행은 우리를 돕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날씨도 사람들도. 모두가. 

즈빠라에서 까리문자와로 이동하기 

동이 트기 전, 새벽 일찍 즈빠라로 향하기 위해서 준비했다. 새벽 일찍인 시간이지만 주인어머니께서도 우리를 배웅해 주시기 위해 일찍 아침을 맞으셨다. 우리는 그렇게 작별인사를 하고 새로운 여행길에 들어섰다. 즈빠라로 가는 내내 우리는 뭐가 신났는지 피곤한지도 모르고 즐겁게 이야기를 하며 갔다. 

가는 중에 창밖에서는 들판 너머로 해가 뜨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즈빠라 항구에 일찍 도착해서 슬로우보트에 올랐다. 슬로우보트는 5시간남짓걸린다. 에어컨이 없고 큰 배이기 때문에 느리게 이동한다. 말로 듣기에는 슬로우보트가 힘들 것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긴 시간동안 그 안에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알게 되기 때문에 더 좋았던 것 같다. 

배 안에서 나는 크리스토퍼를 만났다. 크리스토퍼는 대학졸업 후, 취업 전에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를 여행 중이었고 지금은 까리문자와, 발리 여행을 계획 중인 친구였다. 그 친구의 첫 인상은 바닥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쯤으로 생각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즉흥적이던 여행 루트 탓에 배를 타러 오느라 한숨도 못 잤다고 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까리문자와에 입성. 서로 각자의 일정과 숙소가 있던 지라 벤과 크리스토퍼와는 그 곳에서 작별을 했다. 심심하면 각자 서로 연락하자고 말을 하고는 빠이빠이. 숙소픽업서비스를 미리 신청해놓아서 숙소에서 우리를 픽업하러 왔고 우리는 그렇게 숙소에 도착했다. 힘들게 도착한지라 우리는 각자 자유일정을 갖고 쉬기로 했다. 

나는 가까운 곳의 비치를 물어보았고 걸어서 10분 거리의 비치를 나에게 알려주었다. 숙소에 살고 있는 아이“스렌띠”가 내가 걱정이 됐는지 길을 나선 나를 따라왔던 것이다. 역시나 나는 그 곳을 지나쳐 다른 곳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도움을 받아 해변으로 갔고 그 곳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놀았다. 그녀의 나이는 16살. 하지만 사려 깊은 마음은 언니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하루였다. 

2시간의 Fast Boat, 그리고 8시간의 버스 기행기

아침.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있었던 그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아쉬웠다. 미스닌과 스렌티와 인사를 하고 우리는 항구로 돌아왔다. 항구 쪽에 존 아저씨네에 들러 크리스티안과 존 아저씨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전 날, 존 아저씨네 단골 여행객도 편하게 커피를 마시며 그 곳에 있었다. 

우리는 짧은 인사를 마지막으로 그렇게 헤어졌다.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도 있다는 것. 이 짧은 기간 동안 수많은 만남들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의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즈빠라로 향하여 갈 때는 패스트보트를 타고 이동했다. 두 시간 동안 에어컨바람과 함께 영화를 보며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슬로우보트에서의 그 정취가 조금은 그리웠다. 더워서 화물칸 쪽으로 가서 누워 자는 사람들, 바닥에 마음대로 앉아 자는 사람들, 기타 치는 사람들. 그렇게 도착한 즈빠라에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8시간이 걸리는 교통시간 안에는 한 번의 휴게실 들리는 곳이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인생이 만들어진다는 말. 

생각지도 않았던 즐거움이 많았던 여행. 처음 여행계획을 세울 때까지만 해도 조금은 막막했었다. 그래도 믿음직스러운 두 동생이 있었기에 가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간 여행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인연들을 만나 또 다른 하루를 살게 되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너무 계획을 세워도 계획처럼 되지 않는 세상. 사람과 사람이 이어져 만들어 나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7박 8일간의 짧은 여행기간이었지만 내 가슴속에는 오래토록 이 시간이 영원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