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rol, A gem-like city in the Alps

알프스가 품은 보석 같은 도시, 티롤

보석보다 찬란한 땅, 티롤 주다. 오스트리아 서쪽, 위로는 독일과 아래엔 이탈리아와 접해있는 도시. 스와로브스키의 화려함으로 빗장을 열고 인스부르크로 들어서니 2,657개의 금박으로 뒤덮인 황금지붕과 마주했다.

지붕에서 올려다 보이는 노르트케테 산은 인스부르크 여정의 또 다른 보석이다. 영화 <007 스펙터>의 스페셜 스폿 ‘007 엘리먼츠’와 액티비티 천국 ‘에어리어 47’은 티롤 주의 오늘을 담아낸 특별한 즐거움이었다.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이두용 트래블 인플루언서 취재협조 오스트리아관광청, 터키항공

낮에도 빛나는 별빛 박물관

티롤주 의 첫 여정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월드(Swarovski Crystal Worlds). 오스트리아의 국민 브랜드라 할 수 있는 스와로브스키의 창사 100주년을 기념하며 1995년에 문을 연 명소다. 사실 유명한 유리 가공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입구에 들어서면서 자연에 넓게 펼쳐진 시설의 위용에 압도당했다. 이곳 출신 아티스트 앙드레 헬러(André Heller)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크리스탈 월드는 말 그대로 스와로브스키에 의한 스와로브스키를 위한 공간이었다.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아주는 건 큰 입을 벌리고 끊임없이 물을 쏟아내고 있는 대형 조형물이다. 인스부르크의 전설 속 수호자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월드의 첫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입에서 뿜어낸 물은 작은 호수를 만들며 원을 그린다. 입장객은 자연스레 수호자의 얼굴과 마주하고 호수를 돌아 시설 내부로 들어서게 된다. 마음은 이미 뺏긴 뒤다. 내부는 어두웠다. 하지만 어둡지만은 않다.

작은 조명을 받은 크리스털 작품이 빛을 사방으로 반사시켜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시설 안에는 총 17개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단순히 보석과 액세서리의 경계를 넘어 철학과 이성, 이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우리나라 작가인 이불(Lee Bul)을 비롯해 일본, 미국, 유럽 등 시대를 대변하는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크리스털 설치미술은 보는 시선과 판단하는 기준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설 밖으로 나오면 놀랍게도 또 다른 크리스탈 월드가 펼쳐진다. 2015년 5월 설치 미술가 앤디 카오(Andy Cao)와 자비에 페로(Xavier Perrot)가 60만 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로 만든 ‘크리스탈 구름’이 머리 위에 떠 있다. 수많은 크리스털이 뭉친 구름이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어울려 아름답다. 크리스털은 고유의 한 면만 빛에 반사되기 때문에 사진으로 찍으면 실제보다 아름답지 않아 아쉬웠다. 넓은 야외 한편에는 크리스털을 기반으로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타워도 마련돼 있어 온 가족이 방문해도 모두가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비밀이지만 사실 타워에 들어가서 내가 더 즐겁게 뛰어놀았다.

인스부르크의 어제와 오늘

인스부르크에 들어서니 잘츠부르크와는 묘하게 다른 느낌이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1429년에 이미 티롤(Tirol)의 주도가 되었고, 1490년대에 막시밀리안 1세(Maximilian I)의 황실이 옮겨오면서 유럽의 정치·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오랜 영광을 해친 건 근대에 들어서다. 1938년 나치(NAZI)에 합병되면서, 1943년부터 1945년까지 수많은 폭격으로 도시 전체가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다행히 중세의 건물과 조형물이 여럿 남아 있어 과거의 영광을 엿볼 수 있다.

인스부르크의 보석은 단연 구시가지에 있는 황금지붕(Golden Roof)이다. 이 건물은 최초 1420년 프리드리히 4세가 티롤 영주의 궁전으로 지었다. 지금의 모습이 된 건 막시밀리안 1세 때다. 그는 2,657개의 도금 동판으로 지붕을 덮어 1500년에 황금지붕 발코니를 완성시켰다. 그는 건물 앞 광장에서 열리는 행사를 관람하기 위해 이 발코니를 지었다고 한다. 건물 벽면에는 황제와 두 황비를 비롯해 궁중 광대, 무용가 등의 모습과 문장이 부조로 새겨있다.

황금지붕에서 골목으로 100m 거리에 호프부르크 왕궁(Hofburg Imperial Palace)이 있다. 비엔나에 있는 동명의 왕궁과는 규모와 시설이 크게 차이 난다. 하지만 막시밀리안 1세와 마리아 테레지아 황비가 집정한 중요한 장소로 알려진다. 왕가의 무도회가 열렸던 연회 홀과 다이닝 룸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연회 홀에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초상화와 막내딸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다만 사진 촬영은 불가다. 아쉬웠다.

 구시가지를 벗어나 외곽에 있는 베르이젤 스키 점프 타워(Bergisel Olympic Ski Jump Tower)로 향했다. 이곳은 1925년 건축가 호르스트 파세르가 스키 점프 경기장으로 디자인했다. 현재의 모습은 2002년에 바뀐 것인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하기도 한 영국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하고 만들었다. 현재의 외관으로 바뀌고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에 선정되기도 했다.

90m 길이와 50m 높이의 규모로, U자 형태의 측면도로 만들어진 점프 구역과 두 개의 엘리베이터로 바로 연결되는 수직의 콘크리트 타워, 카페테리아로 나뉜다.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전망은 여느 산 정상의 전망대보다 대단했다. 덕분에 이곳은 1964년과 1976년 동계올림픽에 이용됐고, 2012년 주니어 동계올림픽 장소로도 쓰였다.

도심에서 20분, 노르트케테 산

인스부르크 구시가지에서 골목 사이사이로 보이는 만년설. 베르이젤 스키 점프 타워에서 마주하고 있던 높은 산이 바로 노르트케테(Nordkette)다. 놀라운 건 도심에서 2,000m 산 정상까지 20여 분이면 오를 수 있다는 것. 바로 훙어부르크반(Hungerburgbahn)과 노르트케텐바넨(Nordkettenbahnen)을 이용하면 가능하다. 먼저 이용할 훙어부르크반의 기하학적인 정류장 또한 베르이젤 스키 점프타워를 디자인한 자하 하디드가 만들었다.

훙어부르크반을 타면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며 세 정거장을 간 뒤 해발 1,905m의 제그루베(Seegrube) 역에서 한 번 내린다. 이곳은 노르트케테의 노른자로 불리는데 고산에 오르지 않는 사람들의 휴식처이자 고산을 다녀온 사람들과 만나는 모임 장소다. 고산병으로 더 높이 오르지 못한다고 해도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인스부르크 풍경도 사실적이고 훌륭하다.

제그루베에서 노르트케텐바넨으로 갈아타면 케이블카는 공중에 떠서 산을 타고 오른다. 제법 스릴이 있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도시를 뒤로하고 하늘을 가로지르는데 총 20여 분만 지나면 산 중턱 종착역인 하펠레카르(Hafelekar)에 도착한다. 이곳은 오스트리아 최대 자연공원인 알펜파크 카벤델의 관문으로 오스트리아 알프스를 360도로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긴 설명보단 실제 케이블카에서 내렸을 때의 감동 하나로 충분하다. 제그루베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시의 풍경과는 거리감 공간감이 비교가 안 된다. 비현실적인 느낌이 강해서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이 든다. 15분 정도만 더 걸어 올라가면 2,334m 최정상 하펠카르슈피체(Hafelekarspitze)에 다다르는데 꼭대기엔 십자가가 있다. 이곳 말고도 오스트리아의 고봉 정상엔 십자가가 놓여있다고 한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노르트케테 산 트레킹은 적은 수고를 들여 큰 기쁨을 얻는 여정이었다. 노르트케테 산을 오르내리며 만난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은 사람의 여유. 마음의 때까지 씻기는 기분이 들었다.

다이내믹한 알프스 명소

남부 알프스의 속살 격인 외츠탈(Ötztaler Alpen).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가 등을 마주한 이곳에 티롤 주의 액티비티 천국인 ‘에어리어 47(Area 47)’이 있다. 이곳은 2만㎡ 에 달하는 드넓은 대자연에서 연중 내내 집라인과 계곡 래프팅, 웨이크보드, 캐녀닝 등 35가지 다양한 워터,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섰는데 사방 위아래로 안전장비를 착용한 채 집라인과 줄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찔하지만 재미있어 보인다.

안쪽에는 넓은 야외 워터파크가 있다. 다양한 워터슬라이드와 점프대, 블로빙 등이 마련돼 있어 곳곳에서 웃음과 함께 물로 뛰어드는 모습이 보였다. 마음 같아선 겉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함께 물러 뛰어들고 싶었다. 시설 안쪽 깊숙한 곳에는 인공호수가 조성돼 있다. 이곳에는 호수 위로 연결된 밧줄을 잡고 호수를 돌며 웨이크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호수 밖으로는 텐트를 쳐놓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대자연에서의 신선놀음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숙소로 향하는 길 외츠탈의 유일한 자연 수영장 피버그 호수와 높이 159m로 티롤 주에서 가장 높은 슈투이벤 폭포에 들렀다. 고요한 호수와 강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폭포에서 티롤의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음날 낮 기온이 36도를 웃돌았다. 그늘에 있어도 땀이 흘렀다.

세계적인 시리즈 영화 <007 스펙터>를 촬영했던 장소에 조성한 007 엘리먼츠

하지만 이곳은 알프스의 도시, 해발 3,050m 높이에 있는 ‘007 엘리먼츠(007 ELEMENTS)’로 향했다. 지난해 7월 새로이 문을 연 이곳은 세계적인 시리즈 영화 <007 스펙터>를 촬영했던 장소에 조성한 체험 시설이다. 단순한 촬영지나 세트장이 아니라 영화 <007 스펙터> 처음과 끝을 재조명하며 촬영과 특수효과, 소품과 장비에 이르는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시설로 들어서면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와 함께 영화의 명장면이 등장한다. 순식간 내가 멈춰 선 곳이 영화관이 된 기분이다.

그리고 각 방을 지날 때마다 서로 다른 자극과 효과로 오감을 통해 007을 경험하게 한다. 이곳에 방문하면 3,050m 산봉우리에 1,300㎡ 규모의 시설을 만든 것에 한번 놀라고, 신체의 모든 기관을 자극하며 영화를 경험하게 하는 현대 기술에 한 번 또 놀란다.

정말 놀랄 ‘노’자가 여기에 있다. 건물 안에는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가 탔던 비행기가, 건물 밖에는 만년설을 질주하던 지프 차량이 전시돼 있다. 007을 제외하고도 정말 아름다운 알프스 풍경인데 영화가 더해지니 걸음마다 스토리가 남다른 느낌이다. 가족이나 영화광인 지인과 함께 꼭 다시 오겠다고 마음으로 다짐했다.

아쿠아 돔(Aqua Dome) 리조트

숙소에 들어서면서 유일하게 탄성을 지른 곳이다. 알프스 천혜자연이 품은 명당에 아쿠아 돔 리조트가 있었다. 이곳은 스파의 나라 오스트리아를 대변이라도 하듯 온천으로 유명하다. 웅장한 알프스산맥을 올려다보며 야외에서 스파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탕 종류도 다양하다. 5만㎡ 대지에 독창적인 유리 구조 건축물로 조성되어 있고, 주변은 온통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머무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스 큐 레스토랑(ice Q Restaurant)

이 레스토랑은 <007 스펙터>에서 매들린 스완 박사(Dr. Madeleine Swann)가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호플러 클리닉’으로 나온다. 007 엘리먼츠 바로 아래에 위치해있어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비경과 함께 영화 속 풍경을 즐기며 식사할 수 있다. 이곳엔 지역 특산 메뉴와 함께 영화 속 제임스 본드 특유의 ‘젓지 않고 흔든(shaken, not stirred)’ 마티니를 마실 수 있다. 음식과 음료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풍경이 지나치도록 훌륭해서 음식 맛이 별로였어도 만족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