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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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몰디브] 도시분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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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FIELD] 한번쯤 로빈슨 크루소처럼, ‘몰디브’

Maldives 한번쯤 로빈슨 크루소처럼, ‘몰디브’

차라리 컴퓨터 그래픽이라면 믿을 법한 맑은 바닷물과 순결한 백사장의 경계에서 희고 고운 모래가 발목을 감싸며 발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간다. 맨발로 거닐며,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몰디브의 소네바 푸시 리조트는 CNN이 뽑은 최고의 비치 리조트로 손꼽힌다. 아고다가 뽑은 ‘아시아 친환경 리조트 TOP 10’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내가 향한 몰디브의 소네바 푸시를 한 마디로 하면 나만 알고 싶은 천국이랄까. 모기 빼고!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정기영 트래블인플루언서

’소네바 푸시 리조트 바이 식스센스’

소네바 푸시는 어떤 면에서 어린 시절 탐험가의 기질이 있던 소년과 소녀의 꿈에 더욱 어울리는 휴양지이다. 우선, 그동안 발을 포박했던 신발부터 벗고 들어가야 한다. 소네바 푸시 리조트는 ‘노 뉴스&노 슈즈(no news & no shoes)’를 원칙으로 한다. 리조트로 들어가는 보트에 오르면 버틀러(집사)가 신발을 회수해서 신발주머니에 넣어 여며준다. 맨발로 다녀도 좋을 만큼 부드러운 길이지만, 직사광선에 달궈져 숯 위를 거니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신발은 편한 대로 신고 다녀도 무방하다. 보기 드물게 친환경적인 소네바 푸시 리조트는 ‘로빈슨 크루소의 휴식처’라는 별명이 붙는다. 도마뱀과 닭과 토끼가 뛰어다니고, 텃밭에서 신선한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는 지극히 자연친화적인 섬이다. 상어포획 금지 캠페인, 나무심기 운동, 풍력 터빈 사용으로 탄소 절감 프로그램만 봐도 그렇다. 데이비드 베컴, 고든 램지, 마돈나, 리브 타일러, 케이트 윈슬렛 등 누구나 알만한 세계적인 샐러브리티들이 반한 휴가지이다.

소네바 푸시는 바아 환초(Baa Atoll)의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구역에 있는 쿤푸나두에 위치해 있다. 몰디브 구역을 나누는 것은 ‘아톨(Atol)’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고리 모양의 산호초다. 말레공항에서 국내선이나 수상 비행기를 타고 30분 거리에 있다. 소네바 푸시에서 있는 것 보다 없는 것을 찾는 게 빠를지 모른다. 바로 물 위에 떠 있는 ‘워터빌라’가 없지만,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지상낙원의 거의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다!

총 아홉 종류의 전 객실이 비치빌라로 이뤄져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물론 울창한 정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고급 리조트이다. 나무들이 울창한 그늘 속 오솔길을 산책할 때는 두 발만으로 대지를 느껴봄 직하다. 바다와 연결된 섬이지만 일껏 자란 거대한 나무와 식물이 우거진 오솔길로 모든 빌라에 제공되는 자전거를 달리면, ‘그린’의 장막 속에서 삼림욕을 하며 바다의 ‘블루’를 잠시 잊어버린다. 소네바 푸시에서 묵는 며칠이 그만 아쉬워진다. 시간이 더 허락된다면 이 길을 좀 더 탐험할 수 있었을 텐데!

샌드 뱅크 PARTY

바다 위에 어딘가로 떠나갈 듯 표연하게 떠 있는 순백의 섬이 보인다. 작은 섬 주변은 얕은 수심 때문에 물빛이 한층 투명해 보인다. "저기가 어딘가요?"라고 물으며 기대에 찬 어조로 제티에서 바라보이는 작은 섬을 가리켰다. "샌드뱅크에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모래섬이자, 무인도이다. 소네바 푸시 리조트의 '숨은 진주'는 바로 '샌드 뱅크'이다.

샌드 뱅크 파티를 위해 늦은 오후에 배가 출항했다. 5분 정도면 닿는 가까운 거리다. 사람의 발자국이라곤 하나 없는 모래섬을 거닐자 부드러운 촉감이 발가락을 감싼다. 4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니, 섬 하나를 독차지한 더없는 충만감과 바다 냄새처럼 비릿한 단절감이 교차한다. 오후 내내 탐험가처럼 체력을 소모한데다, 셰프가 준비해놓은 바비큐와 산더미 같은 음식을 보니 절로 시장기가 돈다. 무인도 위의 단 하나의 테이블에 앉아서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본다. 바다의 한 가운데에서 큰 건물 하나 없이 사위가 탁 트인 바다 위의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은 장관이다.

코타키나발루의 석양을 보기 전이었다면, 아마 저 모습에 더없이 경탄했으리라. 맨 처음 서빙된 신선한 스타터와 샐러드를 먹으며 벌써부터 포만감이 느껴진다. 메인 디쉬로 달큰한 양념이 촉촉하게 밴 양고기 바비큐를 맛보니, 배가 불러도 포크와 나이프를 든 손을 멈출 수 없다. 해가 모습을 감추자, 어둠 속에서 바닷바람과 군데군데 밝혀 놓은 은은한 조명만이 우리가 외딴 섬에 와 있음을 어렴풋이 알려준다.

파티답게도, 악단이 전통음악을 연주하고 남자 댄서들이 흥겨운 춤사위를 선보인다. 우리들만의 흥겨운 시간은 만찬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잠투정을 하던 아기는 엄마 품에서 스르르 잠이 들어, 바닷바람 아래 곤하게 잠이 들었다. 태양이 지고 별들의 세상이 펼쳐진다. 적도의 하늘은 놀랍게도 고개를 아플 정도로 젖혀 하늘을 바라보지 않더라도 바로 양옆으로 별밭이 펼쳐진다. 풀문 아래 로맨틱한 정찬을 즐기는 이 시간이 환상적이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이거 비싸지 않아?” 소곤소곤 찬물을 끼얹는 신랑의 말만 빼고 말이다.

로빈슨 크루소의 고립

‘피크닉 바구니와 태양 아래서 하루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십시오’라는 문구에 마음이 팔렸다. 앙드레 지드는 책 한 권을 읽고 덮었을 때, 이미 그 전의 자신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 삶이나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것을 경험하고 나면, 이미 그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보석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며 감탄하면서도, 도무지 처음 에메랄드 바다를 본 순간의 기분이 되진 않는다.

로빈슨 크루소를 표방하는 리조트이기 때문일까. 우리는 정말 모래섬에 낙오되는 위기를 한 차례 겪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가족만의 단출한 모래섬 소풍과 일출 때 목을 축이는 음료와 과일, 빵으로 조촐하게 차려진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선 해가 점점 더 뜨겁게 발열하며 직사광선이 모래밭을 데우며 내리꽂히는 동안 우리를 내려주고 간 보트가 약속시간이 한 시간 지나서야 돌아왔다. 약속시간이 1시간 넘는 동안 강태공처럼 시간을 낚을 배짱은 없었다. 보트를 타고서 리조트에 들어서는 순간 눈물이 핑 돌며 기진맥진해버리고 말았다. 로빈슨 크루소를 체험하려다가 정말 로빈슨 크루소가 될 뻔 하다니!

풀문의 밤

적도의 밤하늘은 놀랍다. 고개를 옆으로 돌렸을 뿐인데,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린 것처럼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다. 꺾어질 듯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지 않더라도 단지 옆을 바라봐도 그곳에 별이 있다. 별천지 아래 아이는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다.

우리 주위에는 총총한 별들이 마치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양떼처럼 고분고분하게 그들의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씩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곤 했습니다. 저 숱한 별들 가운데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알퐁스 도데 <별> 中)

소네바 푸시 리조트의 또 다른 매력은 별과 달을 관측할 수 있는 천문대가 있다는 점이다. 마침 보름달을 볼 수 있는 시기에 방문해 천문대로 향하는 발걸음이 설렜다. 알고 있었다.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한 황홀한 은하 사진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쯤은 국내 천문대 여행에서 여실히 깨달았다.

다만, 자꾸만 별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어찌할 수 없는 인력 같은 것이 발길을 천문대로 이끌리고 마는 것이다. 천문대의 돔이 열려 있고 천체망원경이 열린 틈을 향해 길게 뻗어 있다. 망원경을 들여다보니 한 달 중 가장 찬란한 시기의 달이 빛을 발하고 있다. 지구에서는 절대 관측할 수 없는 달의 뒷면은 어떤 모습일까. 풀리지 않는 우주의 신비처럼 은밀히 숨어 있다. 운이 좋으면 토성의 고리를 관측할 수 있다고 한다.

석양 속 돌핀크루즈

“준준준~”

애교 섞인 콧소리를 한껏 섞어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라티프의 목소리가 들린다. 돌핀크루즈 선박이 도착해서 버기를 타고 빌라로 픽업을 하러 온 것이다. 동글동글한 머리카락부터 둥근 코, 둥근 살집까지 전체적 인상이 둥글둥글하다. 돌핀크루즈에 올라타는데, 어쩐 일인지 이번에도 우리 가족만 투어를 신청했음을 직감했다. 웰컴 샴페인과 핑거푸드가 자리에 준비되어 있다.

카나페(작은 정어리, 치즈를 얹은 크래커 또는 빵)를 곁들인 샴페인 두어 잔 때문인지 바다 냄새 때문인지 취기가 얼른 돈다. 동그란 만두처럼 빚은 몰디브 전통 음식인 마스로쉬(Masroshi)는 참치가 들어 있어 하나만 먹어도 든든하다. 석양을 배경으로 돌고래 무리가 장난스레 까불며 하늘로 솟구친다. 우리가 타고 있는 배가 마치 자신들의 일행이라도 되는 양 위화감 없이 배에 따라붙기도 하고, 언제 거기까지 갔는지 수평선에서 뛰놀기도 하며 우리의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사진출처_www.soneva.com/soneva-fushi

바다거북을 만난 바다 속

바다거북도 만날 수 있다. 실은, 만타가오리 프로그램을 신청했지만 만타가오리 시즌 전이라서 바다거북을 보러 가는 일정으로 수정하게 됐다. 몰디브의 바다거북을 만나러 보트를 타고 바다를 항해했다. 원거리에서 보긴 했지만 한낮에 가장 높은 곳에서 바다 속까지 깊고 강하게 내리쬐는 빛무리를 따라 하강하는 바다거북의 모습은 절경이었다. 리조트 내의 바라바라 바(Bar)도 스노클링 명소이다.

차디찬 물속에 들어가니, 구명조끼를 걸치고 있는데도 겁이 덜컥 났다. 조금만 수영해서 나아가니, 얼마나 깊을지 모를 리프가 한길 낭떠러지로 펼쳐져 더 이상 나아갈 엄두는 내지 못했다. 뭍에서 바다에서 무리지어 수영하는 아기상어들을 보며 귀여움에 발길을 떼지 못했는데, 물속에서는 그 자그마한 아기상어의 등지느러미에 살짝 겁이 나서 뒷걸음질을 했다. 그러다간 좀 더 가까이 와주길 바라게 됐지만, 아기상어는 이내 꽁무니를 감추었다.

몰디브 라나마리 신화

몰디브는 현지어로 ‘꽃의 섬’이라는 의미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인도양의 꽃’ 이라 이름 붙였던 인도양 한가운데의 1,192개의 섬들이 바로 몰디브 공화국이다. Maldives의 복수 표현은 이들 섬의 독립성과 유대감이 서려 있다. 스리랑카 남서쪽에 위치해 있다. 몰디브는 이슬람 국가로 술이나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지만, 리조트 안에서는 허용된다. 치외법권이랄까. 오늘날 몰디브인들은 12세기부터 수니파 이슬람을 국가 종교로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해서 라나마리(rannamaari) 전설이 전해진다. 라나마리는 몰디브 해역에 살던 바다 괴물인데 보름달이 뜰 때마다 16세의 처녀를 바치게 했다.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모로코 학자인 아불 바라카트는 소녀로 변장을 하고 코란을 읽으면서 밤새도록 지냈다. 바라카트가 코란을 암송하는 것을 듣고, 라나마리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아라비아 해로 떠났다고 한다. 그 이후로 몰디브 국가 전체가 이슬람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미식가라면 반드시

소네바푸시는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주의 리조트이다. 그중에서 흥미를 끈 건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잘 갖춰져 있단 점이다. 고급 채식 레스토랑 ‘Shades of Green’ 얘기다. 채식 레스토랑이 아니라도 소네바푸시는 미식의 천국과 다름없었다. 미슐랭 쉐프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하여 페스티벌을 열기도 하고, 스시 메뉴며 미식가라면 몰디브에서 빼놓지 말고 한번쯤 들를 만한 곳이다. ‘Fresh in the Garden’ 등 이름만 들어도 신선함을 들이켜는 것 같은 소네바 푸시의 식당에는 자연에서 가져온 신선한 식재료가 테이블에 오른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다종다양한 허브와 채소를 기르는 텃밭 옆에 위치해 있다.

주변에서 갓 뽑은 신선한 재료로 준비된 최고급 요리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채식 레스토랑에서 식사 전에 정원 투어가 시작됐다. 샐러리, 로즈마리, 바질, 박하, 민트, 레몬그라스, 파슬리, 타마린드, 오이 등 허브, 과일, 채소에 대해 배우고서 시장기를 달래줄 따끈한 단호박 스프를 맛보며 저녁식사가 준비되길 기다렸다.

소네바 푸쉬의 모든 식사가 그랬지만, 코스요리는 유유자적하게 이어졌다. 망고스틴 콤부차와 자두, 비트 뿌리 식초 파우더, 시소 잎을 곁들인 상큼한 클렌징 요리부터 입맛을 돋우었다. 그 중에서도 비프스테이크 못지않은 식감과 풍미가 있었던 머쉬룸 스테이크의 맛은 잊지 못하리라!

버기를 타고 빌라로 돌아가는 길에도 내내 머쉬룸 스테이크의 맛이 뛰어남을 격찬했다. 채식주의자, 알레르기가 있는 손님을 위한 식사 옵션이 놀랍다. 밧줄 다리를 가로 질러 가면 키다리 나무로 둘러싸인 ‘Fresh in the Garden’이 나온다. 초록빛의 애피타이저를 먹고, 관자요리와 양고기 스테이크를 즐기다보면 입안을 즐겁게 해주던 아쉬움을 수제 아이스크림 디저트로 달랜다.

아침 식사는 뷔페식으로 수입 치즈, 달걀, 수제 잼, 신선한 과일, 치킨카레, 빵, 과일주스 등으로 시작된다. 아침 뷔페에서 맛볼 수 있는 스리랑카 전통 음식인 에그 호퍼(Egg hopper)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도 일품이다. 조식을 먹으며 상쾌한 모히또 한잔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키즈클럽 ‘DEN’

두돌 안 된 아이를 동반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소네바푸시 내에 키즈클럽 덴(DEN)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몰디브 최대 규모가 아니라 세계 어느 리조트에도 이 정도 규모의 키즈클럽은 찾기 힘들 것 같았다. 스노클링 등 익스커션을 나갈 동안 아이는 키즈존의 베이비시터(유료 서비스)에게 맡길 수 있었다.

인상 좋아 보이는 베이비시터인 사드나에게 아이를 맡겼지만, 키즈존에는 여러 직원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안심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유아풀부터 키즈풀과 물놀이 시설이 있기 때문에 바다에 나가지 않는 시간은 아이와 유아풀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놀 거리가 다양하고 직원 여러 명이 상주하고 있으니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는 마음에 안심이 되었다.

최고급 풀빌라 ‘빌라 11’

소네바 푸시의 빌라는 객실에서 몇 발자국 걸어 나가면 투명하게 빛나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고운 백사장이 넓게 펼쳐진다. 수풀 속에 자리한 객실은 둘만의 비밀스러운 시간을 꿈꾸는 허니무너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다다다~’ 이 소리는 바로 내가 묵은 빌라에서 뛰어다닌 소리이다. 올림픽구장만큼 넓은 프라이빗 빌라가 배정되어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이번에 우리가 묵은 빌라는 1박에 한화 2,000만원이 넘는 9베드룸의 빌라 ‘Villa 11’이었다. 빌라에 들어서자마자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진다. 전용 수영장이 두 개가 있었고, 전용 헬스장까지 갖춘 고급 독채빌라다. 모히또 한잔하며 프라이빗풀에 있는 선베드에 누워 여유를 누리고 싶었으나 우리의 일정이 빽빽했고, 몰디브의 직사광선은 대낮의 일광욕은 허락하지 않았다.

해거름이 되어서야 선베드에 겨우 누워볼 수 있었다. 산새 소리도 아닌, 과일박쥐가 소리를 내며 하늘을 나는 모습이 이채롭다. 며칠 간격으로 다른 리조트로 몰디브 여행을 간 친척도 박쥐들이 날아다니더라니 박쥐들도 동굴 속에만 사는 건 아니구나. 독채 빌라 내에 바로 워터슬라이드가 있다! 무작정 신이 나서 미끄럼틀을 타는 순간 즉시 후회했다.

불에 덴 듯 엉덩이가 뜨거워 일어서다가 뒤로 넘어지는 해프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을 몇 번 뿌린 후 겨우 미끄럼틀을 탈 수 있었다. 이 섬의 메인 레스토랑인 아웃오브더블루(Out of the blue)에도 바다로 바로 뛰어들 수 있는 슬라이드가 있다. 투숙객들의 엉덩이는 소중하니까. 담장 없이 우거진 수풀이 프라이버시를 온전히 보호해준다. 음향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저녁에는 음악을 틀어놓고 여유를 즐겼다.

야외에 샤워시설이 있지만, 쏴- 시원한 물줄기 아래 나무 내음을 비누 삼아서 나체로 샤워하는 게 부끄러운 건 하루였다. 자연주의(?) 샤워 모습을 훔쳐 볼만한 이라곤 하늘을 날아다니는 박쥐와 도마뱀 정도이다. 순수한 몸으로 돌아가 자연과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충만한 시간이기도 하다. 바닷가에는 투명한 게들이 소리 없이 아우성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소라 안에 쏙 숨어버린다. 프라이빗 해변을 거닐다보면 이쁜 빗살무늬가 죽 늘어선 것을 볼 수 있는데 다 이 놈들이 만드는 거다. 애석하게도 ‘인도양의 진주’인 몰디브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저지대 국가로 언제 종적을 감출지 모르는 섬이다. 아이가 씩씩하게 자라면, 너무 늦기 전에 소네바 푸시(비치빌라)와 같은 계열의 소네바자니(워터빌라)의 워터슬라이드를 신나게 타는 여행할 날을 몰디브의 별밤을 보며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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