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 H E C O V E R

캐나다 남동쪽 온타리오의 토론토와 워털루 그리고 나이아가라를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지나칠 정도로 전통을 소중하게 지켜오고 있다는 점이다. 최고의 와인이 될 준비를 마친 포도향 가득한 길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평범한 미소 너머로 요동치는 격렬한 대자연의 호연지기도 느낄 수 있었다. 온타리오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특별한 삶을 영위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무척 매력적이다.

글과 사진 김성래 트래블 인플루언서

ONTARIO
온타리오에서 마주친 과거와 미래

대한민국 면적의 100배에 달하는 거대한 땅을 품은 나라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그 광활한 땅 남동쪽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다. 포도 향 가득한 길을 지나치며 고집스러우리만큼 소중하게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 온화하게 미소 짓는 사람들 너머에 세상 그 어느 곳보다 격렬하게 요동치는 대자연을 만날 수도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온타리오다.

CoverStory_Ontario_Toronto People
Friendly Cities and People, Toronto

토론토, 친절한 도시와 상냥한 사람들

정신없이 바쁘게만 흘러가는 시간.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고층 건물들과 어딘지 무신경하고 무뚝뚝한 사람들. 흔히 대도시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함께 연상되는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적어도 내가 보고 느낀 토론토에서만큼은 이 말이 딱 반만 맞는 표현이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온타리오 호수 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토론토는 캐나다에서 둘 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거대한 도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고층 빌딩 숲 사이로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빌딩들이 들어서며 하늘의 선을 새롭게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숲 아래 흐르는 시간 속을 사는 캐나다 사람들은 낯선 이방인들을 향해 상냥한 인사와 밝은 웃음을 선사하며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물론 무작정 크기만 한 도시는 아니다. 토론토는 여행자들이 여행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을 부족함 없이 충족 시켜주는 도시이기도 하다. 몇 군데의 로컬마켓을 통해 현지인들의 생활상을 바로 옆에서 엿볼 수도 있고, 캐나다는 물론 북미에서도 가장 큰 규모로 꼽히는 박물관과 미술관에 가서 멀게는 공룡이 살던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 십 만에 달하는 다양한 분야의 역사,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그 뿐 아니다. 페리에 올라 10분만시내 밖으로 멀어지면 보석처럼 반짝이는 토론토 시내의 야경을 바라보며 로맨틱한 저녁을 보낼 수도 있다. 이렇듯 다채로운 색깔로 무장한 토론토는 활기 넘치고 매력적인 도시다.

세인트로렌스 마켓 St Lawrence Market

세인트로렌스 마켓은 토론토 구시가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매우 좋다. 유니온 스테이션을 나와 천천히 걷다 보면 마주 치게 되는 로컬마켓으로 규모로만 따져도 최고로 손꼽을 수 있는 파머스 마켓 가운데 하나다. 과거 시청사로 사용되었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세인트로렌스 마켓은 무려 200년이 훌쩍 넘는 긴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저 그런 로컬 마켓일거라고 얕잡아볼 수 없는 이유다. 남, 북쪽 두 곳의 마켓으로 구분 되어 있고 백여 개가 훌쩍 넘는 매장을 통해 치즈, 과일은 물론 생선이나 육류, 와인, 향신료에 이르기까지 정말 없는 것 빼곤 다 찾아볼 수 있다. 단순히 식재료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를 놓치면 긴 대기 줄이 생길만큼 현지인이나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레스토랑도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현지인들의 생활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 시장인 만큼 꼭 한 번쯤 들러 볼만 한 가치가 있다.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 Distillery District

세인트로렌스 마켓에서 불과 10분 정도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는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토론토, 혹은 캐나다에서 가장 핫한 장소 가운데 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는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가 바로 그 곳이다. 정상급 디자이너부티크, 평범함을 거부하는 카페와 다양한 공연장 및 갤러리가 즐비한 곳으로 가장 큰 장점은 보행자 전용 거리라는 사실이다.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거리 내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한가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디스틸러리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라는 이름은 원래 구더햄(Gooderham & Worts)이 1932년 설립해 운영했던 위스키 증류소(Distillery)에서 비롯한 이름이다

2003년 재건하여 오픈한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는 20년이 안 되는 시간동안 오늘날 캐나다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문화와 예술 복합지구로 우뚝 섰다. 캐나다의 국가 역사 유산으로도 지정된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의 건물 외부는 빅토리아시대의 산업시설로서 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놀라운 건 다음 순간이다. 빛바랜 붉은 벽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펼쳐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내부를 만나면서부터 이다. 시대를 뛰어 넘는 옛 것과 새 것의 조화야말로 이 공간이 보여 주는 가장 극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까사 로마 Casa Loma

토론토시내 중심가에 독특한 이름의 건물이 하나 있다. 까사로마(Casa Loma). 물론 이탈리아 로마를 뜻하는 단어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까사로마는 스페인어로 ‘언덕위의 집’이라는 뜻이다. 토론토에서 짧은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 두 번 고민하지 않고 까사로마를 찾았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토론토시내 한복판에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100여 년 전 의성이 있다는 사실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까사로마는 헨리 펠라트라는 캐나다 기업가에 의해 1914년에 건축되었다. 약 350만 달러를 들여세운 까사로마는 붉은색 지붕아래, 총 7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건축물이다. 티켓 창구를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맞은편에 있는 정원 같은 공간이다. 아지랑이너머 저 만치에 CN 타워를 비롯한 토론토 시내의 빌딩 숲이 눈에 들어온다.

실내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눈길이가는 공간은 흡사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넓은 서재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서 수백 권이 가득 꽂혀있는 공간을 지나면 이번엔 마치 실내 정원 같은 공간이 나타났다. 장소마다 아름다운 샹들리에와 가구가 늘어서 있다. 100개에 가까운 방이 있다고 한다. 한층 한층 올라가다 보면 시내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탑도 나타난다. 커다란 통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 따사롭다.

 

*더 자세한 내용은 뚜르드몽드 2019년 11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