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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아이슬란드] 도시분류 : []
기사제목
[ESSAY] 오로라, 끝내 지워내지 못한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ICELAND 오로라, 끝내 지워내지 못한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결혼을 앞두고,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가장 먼저 준비했던 건 바로 신혼여행이었다. 그중 아이슬란드는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유명한 여행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물론 다른 이웃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볼 수 있다고는 들었다. 하지만, TV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의 영향이 컸던 것일까?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보면서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 보기’라는 꿈을 키워왔던 나는 프로그램 출연자들처럼 그곳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오나래 오나래 인천시 남동구
아이슬란드로 떠나게 된 우리 그래서 지금의 남편에게 결혼 이야기가 오가고, 신혼 여행지를 정할 때 "우리의 신혼여행은 무조건 아이슬란드야! 나는 오로라를 꼭 봐야 하니까"라는 이야기를 했다. 아마 남편으로선 황당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신혼여행지는 전적으로 나의 의견이 반영되었고, 이해심이 많은 지금의 남편은 내가 여행이라면 죽고 못 산다는 걸 알고 체념했는지, 여행은 네가 알아서 정하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슬란드 신혼여행을 일사천리로 준비하게 되었다. 남편이 들으면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내겐 결혼 준비가 여행을 중심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단 결혼 날짜를 정할 때부터 오로라를 보기 좋다고 하는 시기인 11월부터 2월 사이 중으로 고려했다. 그러나 해를 넘기긴 싫었다. 그래서 시기상 가장 빠른 달인 11월로 날짜를 생각했다. 11월 중에서도 겨울과 가까운 마지막 주말로 결혼 날짜를 결정 했다.시기, 마음가짐 등등 오로라를 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끝났다. 이제 우리에게는 옛말에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 라는 오로라를 아이슬란드에 가서 보는 일만 남았다.
우리는 가족들과 지인들의 축복 속에 무사히 결혼식을 올렸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쳐 아이슬란드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2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남편과 함께 오랫동안 꿈꿔왔던 아이슬란드에 도착했다. 살짝 눈이 내려있는 풍경을 보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했다. 이제 내일이면 오로라를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고대했던 버킷리스트가 이루어지겠다는 생각에 버스를 타고 레이캬비크 시내로 가는 내내 두근두근 설렜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하고 첫 날은 자유일정이었다. 우리가 레이캬비크의 시내를 도착했을 땐 일찍 해가 지는 극야가 시작된 이곳에는 이미 어둠이 내려 앉아 있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처음 마주한 이곳의 거리를 조금 구경하고 한국에서 미처 챙겨오지 못했던 필요한 물품들을 근처 마트에서 샀다. 드디어 체크인하고 들어갔던 숙소는 생각보다 아늑해서 좋았다. 다음날 있을 첫 투어 일정에 좋은 컨디션으로 참여하기 위해 우리 부부는 일찍 잠을 청했고, 다음날 오로라를 보기 전 골든 서클투어를 신청했던 우리는 관광버스를 타고 돌아다녔다.
골든 서클투어는 레이캬비크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그리 멀지 않은 유명관광지 세 군데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시간에 따라서 투어가이드님이 임의로 일정을 변경하기도 하신다고 하던데 우리는 싱벨리어 국립공원을 가장 먼저 갔다. 이곳은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 판이 만나는 부분이 있으며 매년 2cm씩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소복하게 쌓인 눈과 만나 그곳은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룬 곳이었다. 어디가 끝인지 모를 광활한 자연의 모습에 남편과 나는 한동안 넋을 잃고 말없이 서로 그 풍경만 바라보았다. 좀 더 걸어보고 싶은 마음에 옆길로 조금 내려갔었지만, 시간관계상 더 많이 내려가지 못했고 "다음번에 꼭 다시 오자"라는 약속을 남긴 채 다시 관광버스로 돌아왔다. 그리고 두 번째로 들른 곳은 게이시르 간헐천 이었다. 이미 TV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에서 나와 출연진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곳으로 기억하는 내겐 꽤 기대가 컸던 곳 중 하나였다. 멀리서부터 썩은 달걀 냄새 같은 유황 냄새와 하얗게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나를 반겨주었다.
바로 그때, 펑 하고 굉음을 내며 엄청난 높이로 분출한 간헐천. 순식간에 일어났던 일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직접 본 그 광경에 너무 놀라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동영상으로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꺼내 들고 있었는데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그런 나와 달리 남편은 침착하게 잘 담아냈다. 시간이 없다며, 내가 파일로 보내줄 테니 그만 가자고 하는 남편에게 나는 한 번만 더 보자고 몇 번을 졸라서 보고 또 봤다. 이상하게 몇 번을 봐도 지겹지가 않았고 신기하기만 했다. 가는 발걸음 내내 돌아서서 보고 또 보다가 겨우 그곳을 빠져나왔다.
골든 써클투어의 마지막은 아이슬란드에서 유명한 폭포인 굴포스였다. 참고로 아이슬란드어로 풀어보면, 포스는 폭포를 말하고, 굴은 황금을 뜻하여 굴포스는 황금 폭포라는 말이다. 버스에서 내려 굴포스를 가까이 보기 위해 걸어가는데 먼발치에서 보였던 이전에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의 출연자들이 걸었던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뛰어갔다. 폭포를 본 순간, 왜 굴포스를 굴포스라고 지칭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렇게 웅장한 폭포는 내 인생에서 처음 마주했다. 겨울이라 폭포에 중간 중간 눈이 덮여 있었고, 얼어있기도 했는데 얼음장 같았던 폭포수에 눈이라는 이불이 살포시 덮여있는 느낌이었고, 그 느낌은 마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보는 것 같았다. 차가우면서도 따뜻했던 그런 느낌이랄까. 남편과 나는 처음 보는 이 대자연의 풍경을 둘이서 함께 봤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봤을 때 굴포스에 오기 전 날씨가 맑고 화창하면 폭포에 비치는 무지개도 볼 수 있다고 들었다. 날씨가 맑아서 혹시나 무지개가 있지 않을까 싶어 두 눈을 크게 뜨고, 무지개를 찾았는데 멀리서 폭포 뒤에 감춰져 있던 무지개를 만났다. 꼭 보물찾기에서 보물을 찾은 것처럼 우리 앞에 나타난 선명했던 무지개 모습에 나는 아이처럼 신이 났고, 남편에게 무지개를 발견했다고 이야기했다. 무지개가 꼭 이제 결혼으로서 함께 시작하는 우리의 첫 앞날에 항상 행운이 깃들 것이라는 상징과도 같아서 그 무지개를 본 순간 기분이 좋았다. 이 운이 저녁까지 이어지길 바라며 우리는 오로라투어도 기대했다.
골든 서클투어가 끝이 나고, 남편과 나는 숙소로 돌아와서 간단히 저녁을 챙겨먹었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저녁, 우리는 오로라를 보기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출발하고 한시간정도 달렸던 관광버스가 오로라를 보기 위한 적당한 위치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려 오로라가 나타나길 두 손 모아 기다렸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 기다렸던 그곳은 흙바닥에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고요함이 감돌았다. 공기는 차가웠다. 우리는 가만히 앉거나 서서 기다리는 것 말고는 오로라가 나타나게 하도록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오로라는 신비한 현상이고, 또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 건지,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의 인내가 필요했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행여나 예민한 오로라가 우리의 행동 하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봐 노심초사하여 행동도 조심 또 조심했다. 그러나 우리의 간절한 바람이 전해지지 않았던 건지 오로라는 끝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행여나 오로라를 볼 수 있지 않냐는 희망에 기대어 한밤중에 몇 번씩 일어나서 숙소 창문을 기웃거리며 오로라가 나오는지 확인하곤 했다. 또한, 오로라를 못 본 것에 대해 아쉬움을 연거푸 다른 일정 중에도 토로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도 계속 오로라투어를 알아봤고 예약을 시도했다. 그러나 우리가 오로라투어를 했던 그 다음날부터 급격히 악화한 날씨 때문에 예약했던 오로라투어는 취소되었다.
"아무래도 이번 기회엔 볼 수 없는 건가봐"라고 아쉬움이 섞인 목소리로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결국 우리 부부는 이번 아이슬란드여행에선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우리 부부와 오로라는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에 오로라가 나타나지 못 했던 건 ‘다음에 또 아이슬란드를 찾아오라고, 그러면 다음엔 꼭 나타날 거라고 우리 부부에게 메시지를 보낸 건 아닐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오로라야, 다음에 아이슬란드에 또 놀러갈 게! 그땐 꼭 우리부부에게 나타나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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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땅을 밟은 우리
아이슬란드 관광의 꽃과도 같은 골든서클투어
이제 곧 간헐천이 나오는 건가 싶어서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자연현상을 보기 위해 남편을 끌고 무작정 뛰어갔다. The Great Geysir는 요즘 활동이 멈춰서 잘 분출되지 않아 보기 힘들고, 근래에는 The Great Geysir에서 100ｍ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의 스트로쿠로가 잘 분출된다고 했다. 어쩐지 그곳 주변으로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있었고, 우리도 한자리 차지하면서 간헐천이 분출되길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슬란드에서 받은 선물, 굴포스의 무지개
우리와 인연이 아니었던 아이슬란드 오로라
투어일정상 무한정 기다릴 수 없었던 우린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했고, 버스에 탑승했다. 아이슬란드를 왔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오로라였는데 손도 못쓰고 터덜터덜 돌아서야 했던 우리는 실망감이 너무 컸다. 우리 부부는 오로라를 못 봤던 게 너무 아쉬웠다. 그날 밤부터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밤이 되면 쉽사리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 우리와 같은 한국인 다른 신혼부부들을 만났다. 그들과 우리는 하나같이 첫 번째 인사가 “혹시 오로라 보셨나요” 였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다들 한결같았다. “우리도 보지 못했어요” 신기하게도 물어봤던 사람마다 모두 못 봤다는 게 안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만 못 본 게 아니구나 라는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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