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시, 파리

아침을 먹고 일치감치 몽마르뜨 언덕에 갔다. 조금 올라가니 샤끄레 꾀르 성당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가 보였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무릎을 꿇고 기도드리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기도 대신 10프랑을 넣

고 예수님 모습이 새겨진 기념주화를 뽑았다.

성당을 나와 천천히 몽마르뜨를 둘러보는데, 그곳은 역시 명성대로 참 예쁜 구석이 많은 거리였다. 샤끄

레 꾀르 성당의 흰색과 도시 전체를 감도는 붉고 푸른빛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어 독특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몽마르뜨에서 내려와 외곽에 있는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향했다. 역에서 내려 조금 걸으니 저

만치에 넓은 건물이 보였다. 좀 멀리서도 잘 보일만큼 규모가 컸다. 정문까지 가는데 가로수가 운치 있

는 길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궁정건물을 지나가면 엄청난 정원이 펼쳐져 있다. 예전엔 이게 다 늪이었

다니...그 당시에 부르봉 왕가의 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날이 저물어 에펠탑으로 갔다. 파리는 야경이 진짜라는 말이 백 번 맞다. 밤이 되니 에펠탑은 주황빛 치

장을 하고 센느강은 파리의 황홀한 야경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그 명성 그대로, 루브르박물관

박물관은 세계 최대라는 명성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 만큼 대단한 곳이었다. 나는 책에 나와 있는 대로

가지 않고 그냥 발길 닿는 곳부터 가 그리스 조각상부터 보았다. 엄청난 크기에 정교하게 다듬어진 조각

상들이 신기했다. 그 옛날 이름도 알 수 없는 한 조각가가 만지고 또 만진 것이라고 생각하니 오랜 세월

이 한꺼번에 밀려와 가슴이 덜컹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밀로의 비너스를 실제로 보았을 때의 감동이

란! 왜 밀로의 비너스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그 후 이집트 시대의 벽화나 토기들을 보고 르네상스 시대의 신화를 모티브로 한 그림들, 싸모트리

키의 니케상, 모나리자, 나폴레옹 3세의 방 등을 감상했다.

파리를 떠나며

명품에 집착하고 다른 문화를 경시하면서 지나치게 도도한 면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파리는 분명 매력

있는 도시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직 떠지지도 않은 눈으로 클래식 기타를 치고 수동 카메라 한 대로

하루 종일 세상과 대화하며 남에게는 관심도, 애정도 별로 없는 동생 녀석과 정말 닮은 곳이었다. 독일

과 프랑스 두 나라는 서로 닮진 않았지만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마치 우리 형제처럼. (김의범 경북 포항시 오천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