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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5년 05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아일랜드] 도시분류 : [더블린]
기사제목
[ESSAY] 묵은 껍질을 깨고 진정한 나를 찾은 여행, 더블린
| 더블린으로의 여행은 내게 있어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이십 여 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하나의 의식이었다. 동시에 어떻게 살아야 정말 살아가는 것이라는 꺠달음을 얻은 여행이기도 했다. 단 며칠간의 여행 한 번으로 감히 벌써 철이 들었다고는 말할 수는 없겠지만, 더블린으로의 여행은 내가 자아를 찾기 위해 스스로 치러 낸 성인식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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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표지로 처음 만난 더블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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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
| 나는 어린시절 유난히도 시끄러운 사춘기를 보냈다. 그런 나를 바로 |
| 잡아주기 위해 나의 부모님은 이것저것 많은 것을 시도하셨고, 그 중 |
| 의 하나가 넓은 세상을 보고 오라며 유럽행 왕복티켓을 끊어주신 것 |
| 이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내게 유럽 배낭여행은 하나의 파 |
| 격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누나 책상 위에 놓여져 있던 뚜르드몽드 |
| 흑백 표지-더블린의 관광버스를 찍은 사진이었다. 가 눈에 들어온 것 |
| 은, 갑작스러운 유럽여행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흑 |
| 백 표지만 보고 그것이 유럽이라는 사실을 한 눈에 알아본 것도 여행 |
| 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잡지를 펼쳐보니 |
| 그 안에는 내가 한 달 남짓 돌아다니며 구경한 세상과 흡사하기도 하 |
| 고 다르기도 한 또 하나의 세상인 아일랜드의 더블린이 펼쳐져 있었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어 |
| 느새 나는 나도 모르게 아일랜드라면 영국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나라인데 영국까지 가서 왜 아일랜드로 |
| 건너가볼 생각은 못한 걸까, 하고 한탄을 하고 있었다. 그 때 결심하게 되었다. 내 다음 목적지는, 언제 |
| 가 될지 모르지만 아일랜드가 될 것이고, 꼭 내 힘으로 돈을 모아서 가리라고. |
| 더블린으로 떠났던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한 일이었다. 가리라 마음먹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꼬박 1년이 |
| 걸렸는데, 그 1년이라는 준비기간 만큼 흥분되고 즐거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 때부터 조금씩, 목 |
| 표를 향해 정진하며 살아가는 즐거움을 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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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색을 거쳐 본격적인 도시탐험 시작! |
| 런던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더블린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밤이었다. 그 첫날밤은 아담한 호텔 방에서 |
|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안개가 자욱했다. 까짓, 급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무작 |
| 정 그 안개 속을 헤맸다. 그 날 하루만큼은 그렇게 하고 싶었다. 뭐랄까, 그것은 누군가를 처음 만나 탐 |
| 색하는 것과 같은 과정이었다. 되도록 버스를 이용하는 대신 다리품을 팔면서 손에 든 지도 한 장에 의 |
| 지해서 더블린을 탐색했다. 혹자는 작은 도시 한 번 둘러보는데 탐색까지 할 게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 |
| 만, 나로서는 이 여행의 시작이 혼자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도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니 이왕이 |
| 면 제대로 하고 싶었다. |
| 그 다음날부터는 관광 셔틀버스를 타고 더블린에서 유명하다는 명소를 차례로 둘러보았다. 더블린은 |
| 유럽인 사이에서 유명한 관광도시답게 관광지를 돌아보는 셔틀버스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흠이 |
| 있다면 나처럼 영어가 짧은 사람으로서는 운전기사의 유쾌한 설명을 다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다는 점. |
| 하지만 그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관광지 설명이야 가이드북에 전부 나와 있는 것이고, 그들의 친 |
| 절함은 비단 언어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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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작가들을 배출한 정통 문학도시 |
| 더블린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수많은 천재급 작가들을 낳은 문학의 도시라는 점이다. 오스카 와일 |
| 드, 조나단 스위프트, 제임스 조이스, 조지 버나드 쇼, 프랭크 오코너, 새뮤얼 베킷 등이 모두 더블린 출 |
| 신이거나 이곳을 토대로 해서 작품 활동을 했던 작가들이라니 이곳이 아니면 어디가 문학도시겠는가. |
| 부끄러운 예기인데, 사실 나는 이들 작가에 대해서 아는 사실이 별로 없다. 작가들의 이름은 많이 들어 |
| 봤지만, 그들의 작품 중 읽어본 것이라곤 달랑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가 전부고 그나마 그 |
| 것도 어릴 적에 읽은 것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은 많다. 특히 오스카 와일 |
| 드는 유난히 관심이 가는 인물이라 더블린으로 떠나기 전에 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와일드'를 어렵게 |
| 구해서 보기도 했다. |
| 더블린에는 그들 작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몇군데 있는데, 일단 나는 학구적인 방법으로 접근 |
| 하기 위해 북쪽 파넬 스퀘어에 있는 더블린 작가 박물관을 찾았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작은 건물의 크기 |
| 에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안에 들어가 구경하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만약 박물관이 크고 화려했다면 거 |
| 부감이 먼저 들었을 거라고 여겨졌다. 이 박물관은 아담한 2층짜리 건물에 19세기의 유명한 아일랜드와 |
| 더블린 출신 작가들의 자료로 충실하게 채워놓았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면서, 한국에 돌아가 |
| 면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시작으로 그들의 작품을 일 년에 한 권씩이라도 차근차근 읽어 |
|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작품을 읽고 나서 작가에 대한 이해를 높인 다음에 다시 그 박물관을 |
| 찾는다면 얻어지는 것도 훨씬 많아지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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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블리너의 화려한 나이트 라이프 속으로 |
| 내가 맥주 한 잔을 하기 위해 템플 바를 찾은 것은 더블린에 도착한 후 4일이 지나서였다. 그 동안은 사 |
| 치적응도 안되었고, 긴 비행으로 인한 여독이 풀리지 않아 해가 지면 잠을 자기에 바빴던 것이다. |
| 가장 유명하다는 술집인 더 템플 바로 돌아가 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원한 흑맥주를 마시며 흥겨운 |
| 아이리시 멜로디에 맞춰 고객을 까딱까딱하고 있으니, 옆에 앉아 술을 마시던 사람둘이 말을 걸어왔다. |
| 딱딱한 아일랜드 억양이라 일상적인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반 이상을 못 알아들었지만, 낯선 이방인에게 |
| 호의를 보이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내친 김에 그 사람들과 함께 바를 나와 2차 |
| 의 자리를 가졌다. 두 사람이 이끄는 대로 가보니 그 곳은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술집 중 가장 전통 깊 |
| 은 술집이라 했다. 그들은 동양인 남자가 자기네 민족의 음악에 박자를 맞춰 즐기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 |
| 이었다면서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 이유를 말했다. 막 알아가기 시작한 곳이었지만, 나는 이미 그 때, 아 |
| 니 그 전에 여행을 준비하던때, 아니 그보다도 더 전에 잡지에서 사진을 본 그 순간부터 이미 더블린이 |
| 라는 도시와 사랑에 빠졌다. 영국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개성이 강하고 또한 자부심이 넘치며 분명 우리 |
| 와 비슷한 면도 많이 가지고 있는 그 곳, 그리고 그 곳 사람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 부 |
| 주의로 인해 그 두 사람의 연락처는 잃어 버렸지만, 그들의 진심만큼은 절대 잊지 않고 있다. 만약 다음 |
| 에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때에는 내가 술 한 잔씩 대접하며 미리 연습한 근사한 아이리시 억양 |
| 으로 인사를 해줄 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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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움 가득 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
| 내가 더블린에 머물었던 기간은 총 2주였다. 그 기간 동안 나는 더블린에서 일반 관광객이 볼 수 있는 것 |
| 이상의 것들을 보고, 즐겼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더블린의 풍경이 바로 앞에 있는 듯 펼쳐진다. 사실 도 |
| 시의 크기를 고려하면 2주라는 체류기간은 상당히 긴 것이었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
| 내내 뭔가 허전하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물론 난생 처음 혼자서 계획하고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
| 않고 뭔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이 먼저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하고 아쉬운 기분을 버릴 수 없 |
| 었던 것은 아마도,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서 나와 비슷한 점을 발견하 |
| 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면서 느꼈던 이끌림과 호기심을 쉽게 떨쳐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
| 그게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스스로 철이 조금 들었다고 여겨졌을 때 했던 그 소중한 경험은 아쉬움이 컸 |
| 던 덕에 결국 어학연수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제 몇 개월만 더 있으면 다시 그 곳으로 떠나게 된다. 비록 |
| 이번에는 나 혼자만의 힘으로 가는 것이 아니지만, 그 대신 훨씬 더 값진 공부와 경험을 하고 돌아오리 |
| 라고 다짐해 본다. 지난 번 여행이 진정한 나 자신을 찾은 여행이었다면, 이번에는 성숙한 나를 만들기 |
| 위한 과정이 될 것이리라. (한형민 서울 강남두 대치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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