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유학 시절에 겪은 일이다. 산책을 좋아하는 나는 익숙한 길도 좋아하지만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그래서 왠지 더 많은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길을 따라 걷는 것을 즐긴다. 영국의 유명한 궁전 중 하나인 햄튼 코트 팰리스에 가게된 것도 평소 산책을 즐겨하던 습관과 모르는 길이 나오면 꼭 가 봐야 하는 성격 때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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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도 학교 근처 공원에 산책을 가는 길이었는데 담으로 둘러싸인 채 굳게 닫혀 있던 햄튼 코트 팰리 |
| 스의 철문이 웬일인지 활짝 열려 있었다. 문 앞에는 들어오지 마시오'라는 사인이 있었지만 문을 지키는 |
| 사람도 없고 슬쩍 들여다보니 조깅하는 젊은 사람들이 보이기에 일단은 모르는 척하고 들어가 봤다. 그 |
| 런데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작은 호수, 짙은 녹음을 드리운 울창한 나무들을 지나 발 |
| 밑으로 폭신폭신하게 깔린 잔디를 밟으며 걷느라 힘든 줄 몰랐지만 몇 십 분이 지나자 힘들어지기 시작 |
| 했다. 문이 보여서 달려가 보면 다 잠겨 있고,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고 해서 울상을 짓고 있는 |
| 데 그 때 저 앞으로 굉장한 저택이 보였다. 함부로 들어왔다고 잡혀 가더라도 여기서 내내 헤매는 것보 |
| 단 낫겠다 싶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저 멀리 쌍두마차를 탄 사람들이 오고 있 |
| 는게 아닌가! 순간 '왕족이나 귀족이 아닐까', '괜히 남의 영지에 들어왔다가 내쫓기는 건 아닐까' 온갖 |
| 생각이 다 들었고, 마차가 다가올수록 가슴은 방망이질 쳤다. 사람들이 윤곽이 보일만큼 가까워지자 오 |
| 히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짐짓 여유를 가장했다. 하지만 마차는 별 일 없이 |
| 내 옆을 스쳐지나갔다. 혼자 떨고 있었던 것이 민망할 정도였다. 겨우 저택 담장에 도착해 식은땀을 닦 |
| 으며 저택 쪽으로 난 쪽문을 슬쩍 밀어보니 문이 열렸다. 거기에는 정원이 있었는데, 정원에는 귀족이라 |
| 기보다는 '평민'에 가까운 사람들이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작은 분수대 위로 한 무리의 어린이들이 |
| 물놀이를 하고 있고 누워서 책을 읽거나 도시락을 먹는 가족들의 모습도 보였다. 갑자기 이상한 나라에 |
| 들어 온 엘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
| 그런데 저 멀리 그렇게 찾아 헤매던 대문이 보였다. '이렇게 복잡하니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겠지, 다행 |
| 이다' 싶어 신나게 뛰어나가는데 문 옆의 팻말에는 '햄튼 코트 팰리스:입장료 5파운드'라고 쓰여 있었다. |
| 갑자기 이해가 안 가던 상황이 깔끔하게 정리가 됐다. 나는 햄튼 코트 팰리스에 공짜로 들어온 것이다! |
| 또, 저택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관광객이었던 것이다! 나는 졸지에 돈도 안 내고 구경한 관광객이 되 |
| 어 버려 나가는 문을 지키고 서 있던 경비병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조심스레 나오긴 했지만, 멋진 저 |
| 택에 숨어든 것 같은 스릴 때문에 더욱 즐거웠던 여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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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_서울시 도봉구 쌍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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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아, 우린 연예인 아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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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서 보낸 신혼 첫날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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