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에서 태어나 살고 죽다

하늘과 땅, 군더더기 없이 딱 둘로 나뉜 드넓은 초원에서 새벽의 공기를 머금은 축축한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을 만났다. 행여 발걸음과 카메라 셔터 소리로 그들의 아침 식사를 방해할까 조심스럽게 다가가 앉는데,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오토바이 한 대가 나타났다. 청바지를 입고 벙거지 모자를 쓴 몽골족 몰이꾼은 이내 급커브를 돌아 말과 함께 사라졌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서야 진짜 모습을 드러낸 초원은 몽환적이었다. 중국의 땅이지만 몽골의 빛을 발하고 있는 내몽골의 이야기다. 

“500킬로미터 떨어진 거리는 옆집에 놀러 가는 것이다.” 시원스레 터지지 않는 에어컨에 땀이 삐질삐질 흐르는, 고르지 않은 아스팔트 길 위로 덜덜거리는 버스를 타고 초원에서 숙소로, 또 사막에서 숙소로 향하는 엄청난 이동시간에 툴툴대는 이들에게 현지인이 건넨 말이다. 내몽골은 ‘큰’ 땅이었다. 자다가 눈을 떠도 초원, 책을 읽다 고개를 들어봐도 초원이었으니 말이다. 하늘과 땅이 딱 반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감동 받게 만든 내몽골의 초원과 사막 사이의 행복한 여정을 전한다. 
내몽골은 이름에서부터 헷갈린다. 몽골인가, 아닌가? 내몽골은 중국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몽골은 독립적인 국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내몽골은 중국북부 국경지대에 있는 성(省)급 몽골족 자치구다. 몽골이 때로 외몽골이라 불리는 것도 바로 내몽골이 있어서다. 그렇다고 둘을 아주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내몽골이 청나라 이전까지 몽골의 땅이었으며 지금은 러시아, 몽골과 4,220킬로미터에 이르는 땅과 맞닿아 있으니 자연과 풍경도 당연히 몽골, 사는 사람도 역시 몽골족이다. 내몽골이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도 바로 그 이름, 몽골 때문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몽골을 떠올리게 하는 내몽골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초원이다. 중국 국토의 12퍼센트(남한의 크기를 뛰어넘는 엄청난 면적이다.)를 차지하는 대지 대부분이 천연목초지로 되어 있으니 내몽골의 초원을 감히 ‘광활한, 드넓은, 거대한’ 따위의 단어 하나로 표현하는 것은 덧없는 일일 테다. 초원은 북부 국경지대에 가까워질수록 더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자랑하지만, 꽤 발달한 도시인 후허하오터 부근에만 해도 시라무런 초원, 후이텅시러 초원, 거건타라 초원 등 3개의 초원이 있다. 후허하오터에서 138킬로미터, 버스로 3시간을 달리자 거건타라 초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하늘과 풀밖에 없는 초원에는 수십 마리의 말들이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진부한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 ‘초원에서 태어나, 초원에서 살다, 초원에서 죽는다.’라는 몽골족의 일생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윽하고 지나간다.
탁 트인 초원에 서면 자연만이 주는 그 대단한 울림에 가슴이 울렁거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슬퍼지기도 한다. 오래전에는 뭉게구름 가득한 하늘과 눈이 시리도록 푸른 초원을 자랑했을 텐데 지금은 마치 스트레스에 탈모를 겪는 사람처럼 땅이 군데군데 패이고, 풀들은 푸석푸석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최근 후허하오터 지역의 년 강수량은 200씨씨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곳곳에서 계획적으로 심은 나무숲과 밭들을 볼 수 있을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다시 바다처럼 넘실대는 푸릇한 초원을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된다. 하지만, 놀라지 마라. 지금의 초원이 별로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니. 내몽골의 초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늘도 땅도 빌딩숲에 가려진 도시에 사는 우리가 버젓한 땅 위에, 그리고 하늘 아래 살고 있음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초원이지 않은가.

말 타고, 씨름하고, 활 쏘는 몽골남자들
내몽골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초원이지만, 클라이맥스는 초원 위에서 펼쳐지는 몽골족 남자들의 축제인 나다무(那?慕)다. 마침 거건타라 초원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었으니 남은 한해의 운수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다무는 날씨가 가장 좋고, 초원도 가장 푸르다는 여름에 열리는 몽골족의 대표적인 전통축제다. 내몽골 자치구 14개 도시에서 열리는데, 그중 거건타라 초원에서 열리는 축제의 규모가 가장 크다. 나다무는 몽골어로 ‘오락’이라는 뜻인데, 축제는 몽골족 남자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말타기, 활쏘기, 씨름을 겨루는 대회와 각종 전통공연으로 이루어진다. 보통 남자아이들은 4살 때부터 말을 타기 시작하는데, 칭기스칸 역시 4살부터 말 타기를 시작했고, 8살에는 말타기, 활쏘기, 씨름에 모두 능숙했다고 한다. 혼자서는 말 위에 오르지도 못할 정도로 여리고 작은 아이들이 어른들 못지않게 말을 능숙하게 다루며 초원을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그들에게 기마민족 몽골족의 피가 흐르는 게 분명한가 보다.
축제에서 사람들을 가장 흥분시키는 것은 ‘버흐’라고 부르는 몽골씨름이다. 얼핏 보면 우리나라 씨름과 비슷하지만, 손이나 무릎 이외에도 팔꿈치, 어깨 등만 닿아도 지는 것이 규칙이다. 또한, 반바지에 샅바를 두르는 것 대신 어깨에는 상대방이 잡을 수 있는 ‘죠덕’이라는 조끼를 입고, 코가 뾰족한 장화인 ‘구탈’을 신는데 그것보다 유명메이커의 바지를 입은 것에 자꾸 눈길이 간다. 손에 침을 탁탁 뱉어가며 상대방을 넘어뜨리려 애를 쓰는 모습이 씨름보다는 마치 소싸움과 그 모양이 닮았다. 승부는 몇 초 내에 쉽게 판가름 나기도 하고, 수십 분이 걸리기도 한다. 이긴 선수는 계속해서 새로운 선수와 대결을 이어가는 방식이니 1등을 차지하는 선수는 정말 대단한 체력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승자에게는 물질적인 보상 대신 영웅이라는 칭호가 붙여지는데, 승패가 결정된 후에 1등에 쏟아지는 카메라 세례와 여자들의 그윽한 시선을 보고 있자니 굳이 따로 상을 주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뭔지 알 것 같다. 

그냥 사막은 없다
아름다운 초원이 점점 사막화되는 것이 매우 안타깝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몽골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사막이다. 어월둬스시 고원 북부에 있는 쿠부치 사막은 중국 7대 사막 중 하나로 특히 사막 동쪽의 샹사완은 개발이 잘되어 있어 그 어떤 곳보다 사막여행을 편리하게 할 수 있다. 마치 테마파크처럼 말이다. 과거에는 길을 잃고 죽는다 하여 들어가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었던 사막이 이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으니 어찌 피식 웃지 않을 수 있을까. 샹사완을 찾은 사람 중에 “사막이 사막 그대로여야 하지, 왜 이렇게 손을 댔어?”라고 투덜대던 사람들도 사막을 떠날 때는 모두 흡족해하는 모양이니 샹사완 사막 여행이 참으로 편리하긴 한가보다.
사막을 가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했던 협곡에는 리프트가 설치되었고, 사막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갔던 그 길 위에는 유람을 위한 낙타와 배의 형태로 개조한 대형트럭, 모래 썰매, 열차, 지프차, ATV 등이 여행자의 발을 대신하고 있다. 심지어 사막 한가운데는 몽골족의 전통공연을 위한 대형돔도 건설되는 중이다. 모래 위의 초호화 호텔도 곧 완공될 예정이라니 사막이 어느 정도까지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샹사완 사막을 체험하는 완벽한 코스
들어가면 죽는다던 사막은 이제 재밌어 죽는다는 사막이 되었다. 사구가 가장 높은 곳은 100미터, 그 모래가 아래로 떨어질 때 나는 ‘윙윙’ 거리는 소리가 마치 노랫소리처럼 들리는 샹사완에는 보통의 사막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체험이 완벽한 코스로 준비되어 있다. 
1. 사막 여행은 깊은 협곡 위에 설치된 아슬아슬한 리프트를 타는 것으로 시작된다.
2. 신발 속에 모래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빨강, 노랑, 파랑의 헝겊신발을 신는다.
3. 얼굴을 마스크와 얇은 천으로 덮어 모래바람으로부터 철저히 봉쇄한다.  
4. 코뚜레를 꿰어 하나로 연결된 쌍봉낙타를 타고 사막을 천천히 유람한다.
5. 낙타에서 내려 사막 위 선로를 따라 달리는 붉은색 열차를 타고 달린다.
6. 모래 언덕에 올라 물과 모래로만 만든 모래성을 구경한다. 
7. 배의 형태로 개조한 대형트럭을 타고 사막의 입구로 돌아온다.
8. 부드러운 슬라이딩과 짜릿한 속도를 자랑하는 모래 썰매를 타고 내려온다. (손바닥화상의 위험이 있으니 장갑은 필수)  
   
<내몽골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1) 몽골 VS 몽고?
몽골인가, 몽고인가? 중국은 주변국 중 한 번도 지배하지 못한 강한 몽골족을 비하해 어리석을 몽(蒙), 옛 고(古)를 사용해 몽고라고 불렀다. 하지만, 몽골은 ‘몽’이라는 부족이 중심이 되어 세운 국가, 즉 ‘세상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 앞으로는 몽고가 아니라 몽골로, 또 내몽골이라 부르는 것이 좋겠다.   
2) 내몽골에는 누가 사나?
내몽골 2,400만의 인구 중 몽골족은 400만 정도다. 나머지는 한족이 대부분으로 회족, 만족, 다우르족 등 소수민족이 함께 살고 있다. 중국인들은 우스갯소리로 몽골족은 ‘돈 쓰는 것, 먹는 것, 노는 것’ 3가지를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실제로도 손님을 집으로 초대해 양을 통째로 구워낸 통양구이를 내어 놓고, 술을 많이 대접할 만큼 통이 크고, 성격도 호탕하다. 보통 손님을 환영하는 의미로 은잔에 술을 따라 줄 때에는 네 번째 손가락을 술에 담갔다가 하늘에 세 번, 땅에 세 번 튕기고 마지막으로 다시 담갔다가 자신의 이마에 댄 후 마셔야 한다. 술을 잘 못 마시더라도 거절하는 것은 내몽골에서 큰 결례이므로 여행자라고 해도 입술에 살짝 대는 것이 좋다.  
3) 몽골족의 전통집 게르
내몽골의 전형적인 풍경은 푸른 초원에 하얀 집, 게르(Ger)다. 게르는 나무, 양털, 펠트 등으로 만든 몽골족 전통의 천막집으로 나무로 만든 뼈대, 하늘을 향해 난 둥근 천장, 서가래, 문틀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조립과 해체가 간단해 수레에 싣고 이동하기 편리하다. 게르 안에 불단이나 화로가 있기도 하지만, 여행자들이 볼 수 있는 것은 단순한 방 형태가 대부분이다. 초원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게르 천막촌이 형성되어 있어 숙박체험이 가능하니 하룻밤 묶어 보는 것이 좋다. 러시아어로 유르트, 중국어로 빠오라고 부른다. 
4) 몽골족은 무엇을 먹고 사나?
몽골족의 음식은 쉽지 않다. 우리 입맛에 맞는 것도 있지만 양고기처럼 비위에 맞지 않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전통음식은 ‘하얀 음식’과 ‘빨간 음식’으로 분류된다. 가축의 젖을 짜서 만든 수태차, 젖을 끓여 생긴 거품으로 만든 어름, 젖을 발효시켜 만든 요구르트 타락, 밀가루에 소금을 넣어 튀긴 보르초크 등이 하얀음식, 양을 통째로 구운 통양구이, 양고기와 야채를 갈아 만든 만두 보쯔, 우리 칼국수와 닮은 고릴테 셜 등이 빨간음식이다. 
5) 몽골족의 전통의상
말을 타고, 활을 쏘는 유목민의 복장은 실용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통의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문화재 해설사나 전통공연을 하는 무희들에게서나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4계절 의복인 ‘델’은 우리나라의 두루마기처럼 생겼다. 그 위에 ‘부스’라는 허리띠를 매는데, 허리띠는 몸을 따뜻하게 할 뿐만 아니라 말을 탈 때 격렬한 요동으로 인한 내장의 손상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고탈’은 앞코가 위로 솟은 장화다. 뾰족한 부분은 땅이 패이지 않고, 말을 탈 때 안장에 발을 걸어 쉽게 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가죽과 천으로 만들며, 겨울에는 털실로 짠 양말을 신어 혹독한 추위를 이겨낸다. ‘말라가이’ 는 모자처럼 생긴 머리에 쓰는 장식이다. 남자들은 다른 민족과 몽골족을 구분하는 상징인 붉은색 술로 장식한 끝이 뾰족한 모자를 쓴다. 여자들은 결혼을 하면 헤어스타일을 바꾸는데 금, 은, 진주, 터키석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머리장식을 한다. 

* Information
1) Airline&Transport
내몽골은 베이징을 경유해서 가야한다. 베이징 공항에서 내몽골의 수도 후허하오터로 가는 비행기가 하루 4~6편이 있다. 7, 8월 여름 성수기 기간에는 대한항공이 인천에서 후허하오터까지 직항 운행하며 비행시간은 약 2시간 30분 정도다. 베이징에서 야간열차를 타면 쾌속기준으로 밤 9시에 출발하면 오전 8시 후허하오터 역에 도착한다.
2) Accommodation
내몽골 초원에는 여행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게르 천막촌이 곳곳에 형성되어 있다. 유목민이 사는 전통 그대로의 게르부터 침대, 냉장고, 화장실, 에어컨, 부엌 등의 현대식 시설까지 갖춰진 게르까지 다양하다. 나다무 축제가 열리는 거건타라 초원 부근에 대형식당, 기념품 가게, 식료품점이 들어서 있는 대형 게르 숙박시설이 있다.    
문의 거건타라초원 관광센터(格根塔拉草原旅游中心) +86 0474-544-8000
3) Activity
나다무는 몽골족의 대표적인 여름축제로 내몽골 자치구의 14개 도시에서 열린다. 경마, 씨름, 활쏘기 등 몽골족의 전통 운동경기가 펼쳐진다. 개최시기는 7월 중순에서 8월 사이로 정확한 날짜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4) Food
몽골족은 전통적으로 초원의 유목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먹는다. 양과 말의 젖으로 만든 차, 치즈, 요구르트 등과 그들의 고기로 만든 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내몽골의 음식은 중국식과 몽골식이 어우러져있으며 양고기로 만든 수육, 구이, 순대, 만두 등은 매끼마다 빠지지 않고 올라온다. 
5) Visa
내몽골은 중국비자를 받아야 입국할 수 있다. 단수 관광 비자에는 30일, 90일, 180일 등이 있다. 개인 신청이 불가능하며 여행사를 통해서 신청하면 된다.
6) Weather
7월 평균기온이 18~24도 정도로 여름은 온난하지만 기간이 짧다. 1월의 평균기온은 남서부 영하 10도, 북동부 영하 26도에 다다르며 한랭기인 겨울은 5~8개월 동안 지속된다.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여름에도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