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남인도에 자리한 방가국이라는 나라에는 여행을 즐기는 공주가 살았다. 당시 이웃나라였던 마가다국으로 새로운 여행을 떠난 그녀가 여러 상인들과 함께 라라국 쯤에 이르렀을 때, 많은 사자들로부터 습격을 받는다.

함께 있던 상인들은 모두 사자들에게 죽임을 당했지만 유일하게 공주만이 한 사자에게 잡혀간다. 사자는 공주를 어여삐 보고 잘 보살펴주기 위해 산에서 구한 열매와 고기 등을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둘은 정이 들어 결혼을 했고, 슬하에 1남 1녀의 쌍둥이를 두었다. 아들은 싱하바후, 딸은 싱하시바리라 이름 지었는데 쌍둥이 중 싱하바후는 인간의 외모로 태어났어도 성질이 사자와 같이 난폭하고 한손으로 맹수도 때려잡을 수 있을 만큼 힘도 장사였다.

어리던 쌍둥이도 어느덧 스무 살 어른이 되어 지혜가 생기자 싱하바후는 사자인 아버지와 인간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신들이 어떻게 태어난 것인지 의아해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는 하는 수 없이 과거에 있던 일들을 말해주었고, 이를 들은 아들은 인간과 사자는 길이 다르니 이제 이곳을 떠나 마을로 내려가 사람답게 살아보자 한다. 그리고 얼마 후 사자가 사냥을 나간 사이 어머니와 쌍둥이 동생을 데리고 마을로 도망을 내려온다.

세 가족은 자신들의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갔지만 산 속에 홀로 남은 사자는 떠나간 아내와 자식을 그리워했다. 그 그리움이 도를 지나치자 사자는 이내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하기 시작한다. 사자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져 마을 주민들이 더 이상 혼자 길거리를 다닐 수조차 없게 되자 소식을 전해들은 왕은 자신의 불찰로 마을이 위험에 처했다 여기고 사자를 물리치기 위한 병사들을 모았다. 이들을 모두 이끌고 사자를 찾아 산속으로 들어갔지만 그의 용맹함 앞은 무엇으로도 제압되지 않았다.

결국 왕은 이 사자를 물리치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는 선언을 나라에 퍼뜨렸다. 이를 전해들은 싱하바후는 칼을 들고 아버지인 사자를 찿아 길을 떠난다. 어머니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가는 길에 왕에게 내가 사자를 죽이고 오겠노라는 뜻을 전하고 사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사자를 죽이는 일이 모든 사람들에겐 불가능이었지만 싱하바후에게 만큼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들 싱하바후를 발견하자 사자는 어떤 저항도 없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무릎 꿇은 사자 앞에 선 싱하바후는 그를 칼로 찔러 죽였다. 바로 마을로 돌아와 이를 왕에게 알리자 왕은 단숨에 사자를 저승으로 보낸 그의 능력이 놀라워 그 비결을 물었다. 그의 집요한 질문에 달리 방도를 찾지 못하고 사자와 자신이 부자사이라는 사실까지 고백해버린 싱하바후의 이야기에 왕은 당황하고 만다. 아무리 용맹한 청년이래도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자를 벌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마을의 문제를 해결한 것을 감안해 멀리 다른 나라로 추방하는 것으로 형을 줄였다.

그를 실은 배는 이리저리 표류하다 인도양의 어떤 섬에서 멈추었고 싱하바후는 그 섬에 미리 살고 있던 야차들과의 싸움에서 당당히 이겨 섬의 왕이 된다. 이 섬이 바로 지금의 스리랑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