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way :: Oslo

Oslo’s Glorious History and Art

찬란한 역사와 예술이 숨쉬는 오슬로
그 누가 이 도시를 삭막하다 하는가. 오슬로에 있는 동안 화려한 역사와 예술은 불현듯 내 곁으로 다가왔고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한 대가로 한 방울의 눈물을 받아갔다. 이 찬란한 세상을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 아까워 글과 사진으로 전하려 한다.
글 김수현 기자 사진 강건호 취재협조 노르웨이관광청 www.visitnorway.com 02-777-5943, 한진관광 www.kaltour.com

유럽에 가면 유명 갤러리만큼은 반드시 들리곤 한다. 예술에 문외한이지만 책에서 봤던 그림이나 조각상을 실제로 볼 때 머리끝이 쭈뼛 서고 온몸에 전율이 스치는 게 좋아서다. 여기서 말하는 유럽은 서유럽과 남유럽. 그러나 예술 열풍은 북유럽에도 몰아쳤다. 딱딱한 회색빛의 도시일 거라 생각했던 오슬로는 밝았다.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해서만이 아니다. 겨울의 모진 바람 속에도 예술의 꽃은 만개했다. 예술도시로 언급되는 많은 곳 중 오슬로가 빠져서는 안 될 이유 중 하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화려한 문화가 한몫을 한다. 이곳 사람들에게 미술을 포함한 모든 예술적 활동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고개를 좌우로 둘러만 보아도 예술에 통달한 착각마저 들 정도로 오슬로는 아름다움과 떨어트려서는 생각할 수 없는, 생각해서는 안 될 도시다.

노르웨이가 품은 세계적인 예술가들

노르웨이 출신 예술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역시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 노르웨이 안에서도 국민 화가로 칭송되기에 그의 초상은 노르웨이 화폐의 최고액권인 1,000크로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작인 <절규>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이유는 아마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경험했을 보편적인 감정을 묘사했기 때문이 아닐까. 표정이나 배경에서 일상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담겨있다는 것은 사진으로 접했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테다. 뭉크는 오랜 기간 공황발작을 일으켰고 이는 자화상을 비롯해 작품 속 인물 얼굴에 원초적인 두려움으로 나타났다.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그의 작품세계가 절규 하나로 굳혀지기도 했지만, 사실 뭉크는 자신의 체험을 포함한 인간의 감정,
삶과 죽음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면밀히 파헤친 천재적인 표현주의 화가였다.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 또 다른 인물이 있다.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드Gustav Vigeland. 그는 목수였던 아버지에게 재능을 물려받아 어렸을 적부터 조각에 두각을 나타냈다. 오슬로 시는 비겔란드의 작품을 주목했고 예술 활동을 지원해 그의 이름을 딴 비겔란드 조각공원Vigeland Sculpture Park을 만들었다. 정작 당사자는 전체가 완성되기 4년 전 세상을 등져 현재의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조각공원이 속한 프로그네르 공원Frogner Park은 입구에서부터 비겔란드의 색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121명이 뒤엉켜 탑을 형성한 모놀리텐Monolittan만큼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다리 건너에 있는 둥근 분수다. 뿜어내는 물은 악을 씻어 내는 의미를 지니며 분수를 둘러싼 조각들은 시계방향으로 일생의 순환을 나타낸다.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아이를 키우며 삶과 부딪치고, 죽음을 거부하다 끝내 사라지는 인간의 삶.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라
다시 처음의 갓난아기로 이어져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장중한 느낌을 주는 조각상이 대부분이지만 갖가지 재미난 행사와 편안하게 산책하는 이들로 하여금 공원 전체는 기분 좋은 활기로 차있다.

비겔란드가 공원을 만들기 이전에는 유명 인사의 조각상을 제작해왔다. 그가 만든 것 중에는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Henrik Ibsen의 흉상도 있다. 헨리크 입센은 현대극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이 분야에서 역사상 아주 중요한 인물로 꼽힌다.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작품이 많이 공연될 정도니 그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터, 지금까지도 전 세계 공연장과 오슬로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비엔날레 ‘입센 페스티벌’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인형의 집>은 여성의 활동이 제약을 받았던 당시 상영되지 못할 정도로 반발을 샀지만 페미니즘을 잘 표현한 사실주의 현대극으로 사랑받는다. 그는 28년간 유럽을 여행하며 당대의 사회적 이슈가 무엇인지를 파악했고 이를 여러 작품에 녹여냈다.

1 비겔란드 조각공원의 전경. 바로 뒤편에는 모놀리텐이 자리하고 있다. 
2 3 오슬로 국립미술관에는 다양한 예술작품이 있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역시 뭉크의 작품들로 따로 별관에 모여있다. 내부에서는 
     사진촬영을 할 수 없다. 
4 다른 도시에 비해 넓어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 오슬로 시청사 안의 벽화. 이 벽화만 잘 들여다봐도 노르웨이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기 수월해진다.
6 칼 요한 거리의 노천카페는 언제나 만석. 
7 길에서 연주하는 아티스트 역시 예술가 중 한사람이 아닐는지.

이외에도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드Edvard Grieg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위대한 예술가들이 있었기에 노르웨이 그리고 오슬로는 유럽의 예술 중심지 중 한 곳으로 당당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예술의 도시라 불러주오

오슬로에서는 예술 감상을 위해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천천히 걷는 것으로 예술가들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들을 마주할 수 있으므로. 뭉크의 작품은 뭉크 미술관Munch Museum과 국립미술관Oslo National Gallery에서 감상이 가능한데, 4연작 중 우리에게 익숙한 템페라 버전의 <절규>는 국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미술품, 조각품 전시장인 국립미술관에서는 르누아르, 세잔느, 마네 등 이름만 들어도 무릎을 탁 칠 예술가들의 작품과 함께 신인, 오슬로 아티스트들의 기획전을 개최하므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필수코스라 해도 손색없다. 입센 박물관Ibsen Museum도 눈여겨볼 만한데, 그가 11년간 살았던 생가를 개조해 만든 곳으로 입센이 사용했던 물건과 작품 원집, 무대에서 사용된 소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에서 나와 바닥에 새겨진 입센 작품의 글귀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칼 요한 거리Karl Johans Gate에 다다른다. 오슬로의 메인
거리답게 쭉 뻗은 길목마다 하나씩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건물, 동상이 곳곳에 숨어있다. 칼 요한 거리의 건물들은 19세기에 건축된 것이 대다수. 이곳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그랜드호텔Grand Hotel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1874년 오픈 이후 이제껏 지나온 시간이 느껴지는 인테리어가 그대로 남아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숙박하는 공식적인 호텔로 예술작품을 비롯해 곳곳에 디테일한 장식들이 넘쳐나 단지 잠을 자기 위한 호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1층에 있는 그랜드카페Grand Cafe는 많은 예술가들이 영감을 떠올린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곳을 매일같이 방문했던 사람은 입센. 메뉴판의 앞에는 입센의 글이 적혀있고, 심지어 그의 이름을 딴 메뉴가 있을 정도로 그와 깊은 인연이 있는 레스토랑이다.

오슬로 시청사Oslo City Hall야말로 단순히 시의 업무를 보는 기관이라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바깥부터 노르웨이의 신화, 전설 그리고 역사와 같은 상징적인 것들로 가득하니 말이다. 내부는 밖에서 본 것 이상으로 화려했으며 특히 1층 중앙의 프레스코 벽화는 깊은 컬러로 모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매년 12월에 개최되는 노벨 평화상 시상식 등 공식적인 행사가 있는 날을 제외하고 오슬로 시청사는 언제든, 누구에게나 오슬로와 노르웨이의 문화를 알 기회를 제공한다.

1 2 시청사 내, 외부는 모두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3 4 비겔란드가 분수를 감싼 동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삶이었을까 죽음이었을까. 
5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그랜드 호텔에서 묵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리고 수상 축하 파티도 바로 이곳의 연회장에서 열린다. 
6 입센 박물관에서부터 칼 요한 거리까지 이어진 그의 흔적. 
7 거리의 악사들을 보며 든 생각. 세상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넘쳐난다는 것. 
8 하드 록 카페는 오슬로에도 있었다.

변화, 그리고 진화

시청사를 지나 아케르 브뤼게aker Brygge 지역에 가면 이전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번쩍번쩍한 새 건물을 중심으로 현재 오슬로에서 핫한 장소들이 모여있는데, 칼 요한 거리가 과거의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었다면 이곳에서는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오슬로의 오늘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도시에 가득 퍼져있는 예술도 뒤처지지 않고 트렌드에 맞춰 자라나고 있는 중이다. 아스트룹 피언리 현대미술관Astrup Fearnley
Museum of Modern Art은 아케르 브뤼게의 디자인을 대표하는 공간. 얼마 전 새로 지은 건물의 세련된 외관은 이탈리아의 저명한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를 맡았으며 내부는 미술관의 소장품 외 데미안 허스트와 같은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해 다각도로 발전하는 현대 미술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내부 전시실 외에도 야외 공원에서는 바다를 낀 아름다운 풍경과 조각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대형 미술관뿐만이 아니다. 예술가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시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기에 주변 어디에서나 예술 작품을 만나게 된다. 개인 소유의 작은 갤러리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작품활동에 몰두하고 덕분에 이곳에 방문하는 모든 이들은 더욱
쉽게 예술에 다가갈 수 있다. 단지 다른 지역의 갤러리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확실히 현대미술에 가까운 작품과 작업실이 많다는 것.

온갖 새로운 것들로 가득한 아케르 브뤼게 지역은 1982년까지 조선과 엔지니어 산업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이 지역에 관심을 가진 부동산과
건설업자들 눈에 띄어 오래된 공장 건물은 철거되었고 몇몇의 일터는 쇼핑센터와 레스토랑 등으로 탈바꿈했다. 수년 동안 이루어진 재개발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은 1998년 이후. 오늘날에는 고급 주택과 문화시설, 인테리어샵이 들어서 사람들의 발길이 모이는 곳이 되었다. 같은 오슬로라 하기에는 확연히 다른, 특히나 알록달록 색을 입은 신식 건물들을 보며 과연 무슨 용도인지 궁금했었더랬다. 저렇게 잘
꾸며놓았으니 분명 디자인실이나 호텔일 거라 확신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예쁜 건물의 대부분은 아파트라는 사실. 정답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이 지역의 모든 것은 세련됐다. 항구를 따라 줄지어 있는 의자는 아케르 브뤼게를 지날 때마다 바다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거나 사색에 잠기는 이들로 가득했다. 예술이라는 카테고리 하나로 과거를 상상하고 미래를 꿈꾸게 하는 오슬로. 이 멋진 예술의 유혹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도시는 오늘도 진화 중이다.

1 아케르 브뤼게 지역의 요트 선착장. 유난히 고급스러운 요트들이 많다. 
2 바닷가 근처라 해가 지면 날씨가 선선하다. 이날은 특히 더 쌀쌀해 얇은 패딩을 걸친 사람도 많았다. 
3 공장이나 엔지니어링 시설이었다는 과거를 찾아보기 힘든 세련된 건물. 
4 7 아스트룹 피언리 현대미술관은 이름에 걸맞게 컨템포러리 아트 작품이 대다수다.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 공원까지도 예술은 이어진다.
 5 두꺼운 나무를 잘라 만든 의자. 이 지역에서는 특이한 설치물을 종종 볼 수 있다.
 6 아케르 브뤼게 안에서 가장 최근에 오픈한 더 티프 호텔. 외관만 봐도 디자인 호텔이라는 것이 느껴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