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nt Thomas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카리브의 대표 미도(美島)

너무나 흔하게 사용되는 표현 중 하나지만, 세인트 토마스(Saint Thomas)는 ‘카리브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존재다. 흔한 표현이라 식상한 느낌이 들어서 그렇지, 사실 진주로 표현되는 건 엄청난 찬사다. 진주라는 보석 한 개가 탄생되기 위해 거치는 과정과 소요 되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과연 무엇이 세인트 토마스 섬에게 그런 찬사를 부여했을까. 지금부터 그 이유를 찾아 함께 탐험 길을 나서보자.

글과 사진 ·전준호 기자

 

코랄월드에는 바다 속 4미터 깊이로 들어가 바다세상을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해저 전망대가 있다

 

기항지에 새벽에 들어가 저녁에 다시 나오는 크루즈 여행의 특성상, 밤새 검은 밤바다를 달리던 배가 세인트 토마스(Saint Thomas)에 닻을 내린 시각은 이번에도 역시 이른 새벽이었다. 일찌감치 눈이 떠져 아침식사를 하고 나갈 채비를 완료했는데도 시간이 남아, 투어데스크에서 얻은 세인트 토마스에 관한 자료를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약 50여 개의 산호섬으로 구성된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U.S. Virgin Island)인 이곳은 18세기까지 카리브해를 주름잡던 해적의 본거지였고 현재는 카리브 크루즈에서 빠지지 않는 기항지로, 그리고 카리브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의 하나로 꼽힌다. 또한 세계에서 쇼핑하기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하여 쇼핑을 원하는 관광객들을 맞이하느라 바쁘기로도 유명하단다.

코랄월드에는 바다 속 4미터 깊이로 들어가 바다세상을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해저 전망대가 있다

 

잠수함도, 잠수복도 없이 바다 속을 들여다본다! 

배에서 내린 곳은 세인트 토마스의 중심도시인 샬롯 아말리(CharlotteAmalie)다. 투어 예약이 되어 있거나 관광객을 잡을 목적으로 선박 앞에 줄지어 서 있는 택시들을 뒤로 하고 일단 차가 다니는 길가로 나가보았다. 한 아주머니가 커다란 나무그늘 아래서 지나가는 차를 상대로 신문을 팔고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녀에게 이것저것 물어본 결과 세인트 토마스에서 가장 먼저 가볼 곳으로 낙찰된 곳은 코키비치(Coki Beach)에 위치한 ‘코랄월드(Coral World)’. 이 곳은 세인트 토마스가 받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잘 살린 공원이라는 점에서 참 특별한 곳이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처음으로 들르게 되는 곳은 바다

한가운데 마련된 수족관인 해저 전망대(Undersea Observatory)이다. 지하 4미터까지 내려갈 수 있는 이 안에서 사람들은 바다 속 세상을 가감 없이 그대로 구경할 수 있는데, 이렇게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

드레이크 시트에서 전망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모습

 

해저 트레킹 프로그램에 참여해 바다 속을 직접 걸어볼 수도 있다. 특수 장비를 쓰고 10여 분 정도 해저를 걷는 해저 트레킹은 스노클링과는 또 다른 매력이 넘치는 레포츠로, 줄을 잡고 걷게 되어 있어 수영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해저 전망대를 나오면 거북이 풀과 이구아나 길을 지나 식물원인 마린 가든(Marine Gardens)에 이르고, 다시 그곳을 지나면 이 섬의 자연을 그대로 옮겨 조성한 트로피칼 트레일(Tropical Nature Trail)을 따라 산책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산책로의 끝에는 야외 바가 있어 목을 축이고 잠시 앉아서 쉬어 가기 좋다. 코랄월드는 이와 같은 경로를 따라 천천히 둘러보면 40~50분 정도가 걸리고, 해저 트레킹을 안 할 경우 30분 정도면 전부 돌아보기에 충분한 크기다. 세인트 토마스 섬의 특징을 잘 살려 만들어진 테마파크인 코랄월드의 주인공은 역시 해저 전망대. 몸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도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바다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건 별 것 아닌 듯 하면서도 커다란 유혹임에 틀림없으니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해변이 있는 섬,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몇 개나 있는 섬, 그 옛날 해적이 장악했던 전설의 보물섬, 그렇게 카리브해의 ‘진주’ 같은 존재…

 

드레이크 시트에서 내려다본 세인트 마틴과 바다의 모습

 

최고의 풍경이 보이는 포인트를 찾아라 

낯선 지역을 여행하면서, 도시가 한 눈에 쏙 들어오는 전망대를 지나칠 수는 없다. 스카이라인 드라이브를 따라 올라가면 이르는 정상의 전망대에서는 미국지리학회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개의 해변’중 하나로 뽑힌 마겐즈 베이(Magens Bay)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이 전망대에 오르기 전에 사람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들르게 되는 드레이크 시트(Drake’s Seat)는 16세기 영국 함대의 사령관으로 영웅으로 추앙받던 드레이크가 적군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찾았던 일종의 전초기지로, 맞은편 크루즈쉽이 정박해있는 곳 일대가 한 눈에 들어와 시원한 전망을 자랑한다. 또한 카리브해를 주름잡던 해적의 본거지답게 유명한 해적 블랙비어드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블랙비어드 캐슬(Blackbeard Castle)도 세인트 토마스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빠지지 않는다.

메인 스트리트의 쇼핑가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면세쇼핑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에서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사실 세인트 토마스에서 ‘블랙비어드(Blackbeard)’를 빼놓을 수는 없다. 블랙비어드의 본명은 에드워드 티치(Edward Teach)로, 그는 해적의 황금시대라 불리던 17세기에 가장 악명을 떨치던 해적이었다. 그처럼 한 시대를 풍미(?)하며 악명을 떨쳤던 만큼 수많은 해적질을 통해 보물을 획득한 그가 이곳 세인트 토마스에 보물을 숨겨놓았다고 해서, 이 섬에서는 그 보물을 찾기 위한 탐사가 이루어졌었다고 한다. 한편 시간이 허락된다면 세인트 존이나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쪽으로 관광을 다녀오거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노클링 포인트인 벅 아일랜드에서 스노클링을 즐겨보는 것도 세인트 토마스에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혹은 서브마린 잠수함을 타고 바다 속 탐험을 해보는 것도 해볼만하겠다. 이러한 관광들의 경우는 크루즈에서 옵션투어로 준비가 되어 있으니, 참여하고 싶다면 배에서 내리기 전에 꼼꼼하게 살펴보고 미리 예약해두도록.

 

메인 스트리트의 쇼핑가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면세쇼핑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면세쇼핑의 천국을 거닐다 

세인트 토마스는 그야 말로 쇼핑의 천국이다. 면세지역인데다가, 그 면세품이 세계에서 가장 싸기까지 하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래서 그런지 세인트 토마스에서는 유난히 쇼핑를 많이 만날 수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 메인 스트리트(Main St.)이다. 온갖 명품 브랜드의 화장품, 보석, 시계, 옷, 패션소품과 장식소품 등이 한 가득이어서, 그냥 지나치면서 하는 윈도쇼핑만으로도 마음이 즐겁다. 쇼핑 후에는 근처에 들어서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쉬어가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사실 아무리 세계 최고의 풍경을 구경한들 그 풍경을 본 그대로 기억하는 것은 사진 한 장일뿐이다. 여행에 있어 정작 중요한 것은 어디어디를 보고 왔다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가 일수도 있다는 뜻이다. 

 

요트 마리나에 있는 작은 보트들의 모습이 정겹다

 

그러니 지도에 나와 있는 관광지마다 전부 돌아보려고 욕심을 내는 것보다는, 보이는 낯선 것들을 느긋한 마음가짐으로 최대한 느끼고 내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훨씬 생산적이고 현명한 일일 것이다. 세인트 토마스에서 일정을 마치고 배로 돌아가는 길, 양팔이 무거웠다.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사람들 틈에 섞여 쇼핑가를 구경하다 보니 저렴한 가격표가 붙은 물건들에 욕심이 생겼던 모양이다. 비록 주머니는 가벼워졌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몸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채 신비한 바다 속 구경을 했고,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에 꼽히는 해변에도 다녀왔으며, 거기에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면세지역에서 쇼핑까지 신나게 했으니 더 이상 바랄게 뭐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