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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달 동안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서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대부분 유스호스텔에서 머물렀다. 많은 사설 유스호스텔이 남녀 구분 없이 방을 배정하는데,익숙해지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고 불펴한 느낌이 없지는 않았다. 특히, 룸메이트 들이 술을 많이 마시고 들어와 방안이 온통 알코올 냄새로 진동을 한다든가 제대로 씻지 않아서 견디기 힘든 냄새가 난다든가 밤새 코를 심하게 곤다거나 하면, 빠듯한 예산 때문에 1인실로 못 가는 내 자신을 원망하기 일쑤였다. 베를린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스호스텔 6인실에 머물 게 된 나는 한 아저씨와 방을 같이 쓰게 되었다. 남자와 단 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불안한데, 그 아저씨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다가 깜짝 놀라 버리고 만 것이다. 온 상반신을 청룡무늬 문신을 한 것. 조직 폭력배? 왠지 겁이 나기 시작했다. 더구나 우연히 옷가방을 여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가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무기처럼 보이는 각종 금속 연장들이었고, 이것을 발견한 나는 '살인까지?'라는 생각에 잠 한숨 못자고 밤새도록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특별한 사건 없이 무사히 아침을 맞이했다. 물론, 나도 다른 룸메이트에게 특별한 기억을 선사하기도 했다. 한번은 여름 내내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걸어 다니느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기에 유스호스텔에 들어와서는 하얀 석고 팩을 사다가 얼굴 전체에 펴 바른 적이 있다. 그리고는 방 한 쪽 구석의침대에 누워 있다가 나도 모르게 어느새 스르륵 잠이 들어 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비명소리가들려 깨어보니 두 명의 여자가 내 앞에 서서 잔뜩 놀란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오해는 풀렸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여행중에는 정말 예기치 못한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기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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