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서 가장 큰 축제인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시기에 그 곳을 방문한 나는 '옥토버페스트 기간인데 숙소를 구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를 안고 뮌헨 중앙역에 도착했다. 저녁 9시 경이었는데 그곳에는 취기로 들뜬 젊은이들 서넛이 모여 노래를 부르며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축제 때문에 중앙역은 오고가는 사람들로 인해 무척이나 분주했다. 축제가 크긴 큰 모양이었다. 방이 남는 민박집이 없어 바닥에서라도 자야겠다 간청해 가까스로 숙소를 잡았다.
다음날 민박집에서 같이 머문 일행과 저녁 8시경 도착한 축제의 현장은 변두리 유흥지처럼 허름하고 별 볼일 없어보였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니 비어텐트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밴드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추며 흥겹게 즐기고 있었다. 다들 기분 좋게 취해서 의자에 올라가 몸을 흔들며 노래 를 따라 불렀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텐트 안의 자리를 구하기 어려워밖에 마련된 곳에 가가스로 자리를 잡았다. 어떻게 주문해야할지 몰라 메뉴 판만 만지고 있으니 옆에 있던 독일인이 우리가 보는 메뉴판은 안주만 나와 있는 것이라고 귀띔해주었다. 그들에게 "우리도 사람들이 들고 있는 커다란 잔을 든 맥주를 마시려고 한다" 고 말하니 "그건 그냥 지나가는 종업원 불러서 주문하면 된다" 며우리가 주문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렇게 친해지게 된 우리는 같이 독일어로 "프로스트(건배)"도 하고, 한국어로 "건배"를 외치기도 했다. 또 뒤에 앉은 젊은 외국인들과 서로 자기나라 말을 가르쳐주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텐트 안쪽에서 들리는 음악소리, 함성소리에 끌려 텐트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운이 좋았던지 밴드 근처 쪽에 자리가 있어 금방 앉을 수 있었다. 우리는 밴드에 맞춰 아는 노래가 나오면 같이부르며 박수를 치기도 하고 젊은 여자들이 무대에 올라가 지휘봉을 들고 춤을 추며 지휘하는 모습도 재밌게 지켜보았다. 또 근처에 있던 외국인들과 같이 사진도 찍고 1000cc나 되는 맥주를 통째로 들고 홀짝거렸다.
맥주는 우리나라에서 마시는 생맥주보다 훨씬 순해서 '물마시듯 마시는 것이 맥주' 라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느낀 것은 축제에 참가한 사람 중 어느 누구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거나 술에 취해 분위기를 망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가 적당히 마시고 약간의 취기로 흥겹게 즐기는것이 옥토버페트스의 진정한 재미인 것 같다. 뮌헨을 떠나면서 나는 우리나라에도 모두가 흥겹게 놀 수 있으면서 같은 일행이 아니더라고 같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