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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은 멀기도 멀었다. 아침 7시에 관광공사 앞에 모여 출발했지만, 통영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오가 훌쩍 지나있었다. 중간에 잠깐 휴게실에 들렀던 시간을 제외하면 꼬박 5시간이 걸리는 거리. 그렇게 찾아간 남쪽 끝의 바닷가 마을 통영에는 프랑스 남부의 태양을 닮은 맑고 투명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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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 그림 그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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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5일 중 250일 이상은 맑은 날이 계속되는 통영은 국내 최초의 일조량을 자랑하는 곳이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화창한 날씨 때문에 최고의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는 LA처럼, 통영은 영화 촬영지로도 이름이 높다. 그중에서도 야트막한 언덕 위의 흰 등대가 인상적인 소매물도 지역은 다수의 영화와 CF에 등장했던 명소다. 해안선이 아름다워 동양의 나폴리라고도 불리는 통영은 시원한 바닷바람이 마주 불어와 금세 열기를 식혀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양 스포츠도 즐길 수 있어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는 천혜의 휴양지이기도 하다. 통영은 예부터 선박을 수리하는 기술자들이 많고 소규모 조선업이 발전해 근처에서 손꼽히는 부유한 마을이었다. 또 조선시대 통제영이 설치되어 12공방을 두면서 갓, 누비, 나전칠기 등을 수선하는 장인 및 예술인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통영 출신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작곡가 윤이상, 시인 유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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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 극작가 유치진, 소설까 박경리 등이 있다.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에서는 서희의 친척 오빠 병수가 훗날 통영에서 목공예 장인으로 일하는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유치진 선생은 1938년 '조광' 7월호에 실린 글에서 '좌우에 섬을 끼고 섬과 섬 사이로 비누질(재봉질)하듯 타고 다니는 배는 그림 그것이다' , '한 2, 3년 전에 어느 신문사에서 조선팔경을 뽑는데 통영근해가 조선팔경의 하나로 뽑힌 것을 나는 기억한다. 통영 근해의 풍광이 조선팔경의 하나로 뽑힌 것만은 당연한 일이다. 아니다. 당연하기보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라며 통영을 극찬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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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한 간식을 향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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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꿀 맛 같은 '굴 영양밥'을 먹은 것이었다. 급한 허기를 달랜 후 통영 청소년 수련관에 들렀다. 앞으로 4시간동안 있을 해상체험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였다. 해상체험을 할 곳은 바나나보트, 제트 스키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 시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곳이었다. 키를 훌쩍 넘는 기다란 노를 하나씩 들고 대형 고무보트에 올라 배운 대로 노를 저어본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목적지는 바다 건너의 호국 성지 한산도 제승당. 네 척의 배를 이끈 모터보트는 단숨에 바다 한 가운데에 도착해 생명줄 같던 로프를 풀었다. 망망대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수영으로 뭍까지 가기는 힘든 지점. 때문에 목표 지점까지 가려면 별 수 없이 노를 저어야 했다. 다른 배에 부딪히거나 노를 젓는 박자가 맞지 않는 등 우왕좌왕하던 사람들은 곧 '하나, 둘!' 구령을 외치며 점차 한 방향으로 정확하게 노를 저어 가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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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시작하자 가속도가 붙었다. 노를 젓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노를 저어도 목표 지점까지의 거리는 쉽게 줄지 않았다. 바다에서의 거리 감각이 육지에서의 그것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난국을 타개할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그것은 바로 상품! 그것도 지친 사람들의 목을 축일 샴페인과 음료수, 달콤한 초콜릿 등 간식이 가득 들어간 상품을 거는 것이다! 베테랑인 주최 측 한국해양소년단에서는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해온 간식이 가득 들어있는 스티로폼 박스를 뭍 근처에 띄웠다. 달콤한 상품을 눈앞에 두고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노를 저었다. 어깨죽지의 뻐근함 따위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모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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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칸, 작은 박스 안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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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첫 번째 목적지인 삼우당 문익점 선생의 생가가 있는 경남 산청군의 목면시배유지를 향해 출발했다. 이곳은 문익점 선생이 유배지였던 운남성 교주국(지금의 베트남)에서 돌아올 때 붓두껍에 숨겨온 10알의 목화씨를 처음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곳이다. 처음에는 10알중 단 1알만이 싹을 틔웠지만 재배량이 늘어나다가 조선시대 중기에 이르러서야 물레, 베틀 등의 기계를 사용해 솜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목면시배유지의 전시관 뒤편에는 작은 목화밭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순 사이에 직접 목화를 심어볼 수 있으며, 9월 말부터 10월까지는 눈송이처럼 흰 목화가 물결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목화밭을 둘러보던 아이가 목화를 따도 되는지 묻자 아빠는 "그럼 네가 그걸로 솜 만들어야 한다"고 짓궂게 응수한다. 그러자 꽃을 따려고 성급하게 내밀었던 손이 쑥 들어간다. 다음에 들른 곳은 전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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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 마을인 남사 예담촌이었다. 이곳에서는 최씨고가와 이씨고가 등 100년에서 200년 전에 만들어진 전통 한옥과 예스러운 돌담길(마을의 지명인 예담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을 둘러본 후 염색 체험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개화나무 잎을 4시간 이상 고아내어 진한 갈색이 도는 물에 흰 손수건과 옷감을 넣고 한참을 주무르다 찬 물에 헹궈내기를 몇 차례 반복해야 제대로 색이 나온다고 한다. 뜨거운 불가에 서서 염색을 하려니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척척 잘도 해낸다. "잘한다" 칭찬하니 해맑게 웃으며 "학교에서 청소할 때 걸레 빨아서 쉬워요"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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