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유럽’이라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수식어는 남미 고유의 색을 찾아 나선 여행자에게 정말이지 재미없
게 들린다. 남미 배낭여행의 세 번째 도시가 아니라 서른 번째 정도로 미뤄두고 싶다. 물론 한 번 보면 넋을 잃
고 두 번 보면 머릿속에서 따라 추고 자꾸 보면 나도 모르게 몸을 움직이게 하는 탱고를 몰랐을 때 하는 소리
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산다고 모두 탱고를 추는 건 아니지만, 거리를 걷다 보면 감미로운 선율에...

사람들은 뉴욕을 꿈의 도시라고 부른다. 어떤 사람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을 찾고, 어떤 사람들은 꿈을 찾
기 위해 뉴욕을 찾는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세계 각지의 서로 다른 사람들이 뉴욕을 찾아가겠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건 그 모두는 마음속에 뜨거운 불씨 하나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슴이 뜨겁다 못해 활활 타
오르는 나와 대학 선배들은 배낭을 들쳐 메고 우리의 불씨에 기름을 쏟아 부어줄 그 무언가를 찾아 ...

“국 먹고 갈까?” 위니펙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영어 리스닝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
은 가끔씩 이상한 단어들을 내뱉는다. ‘국’도 바로 그중 하나다. 불어날 몸매 따위는 겁내지 않는 아이스크림
과 초콜릿 시럽, 블루베리 소스, 생크림, 바나나, 땅콩, 체리 등 여러 토핑을 겹쳐 올린 칼로리 폭탄 덩어리. 정
확한 스펠링은 국Goog. 허무하게도 이 단어에 의미는 없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누가 이름 붙였는지...

더 폭스는 위니펙의 심장부, 아시니보인 리버Assiniboine river와 레드 리버Red rivers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54에이커 규모의 도심 오아시스다. 지금의 자리는 예부터 원주민, 유럽 모피상, 버펄로 사냥꾼, 스코틀랜드 정
착민, 철도 개척자들이 모였던 전통적인 만남의 장소로 지금도 역시 위니펙 시민들에게 같은 역할을 최고로 수
행하고 있다. 오래된 철도 창고 안은 시크한 쇼핑공간으로 탈바꿈해 퍼블릭 마켓이 들어서 있으며,..

쿵쿵쿵.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새벽 6시. 지금 나는 900킬로그램짜리 시커먼 바이슨Bison과 코앞에서 대치중
이다. 한 놈이 아니다. 어림잡아 스무 마리가 넘는다. 킁킁킁. 녀석들이 콧구멍으로 내뿜는 콧바람의 습기가 
내 살결에 내려앉는다. 비릿한 털 냄새가 티셔츠 안에 스며들어 바이슨과 내가 한 몸이 될 지경이다. “덩치는 
저렇게 산만해도 시속 50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는 민첩한 놈들이라오. 여차하면 차에 올라탈 수 있게...

흐읍-. 숨을 들여 마시다가 호흡을 잠깐 멈추고 말았다. 일부러가 아니라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서 숨이 
저절로 막혔다. 시선이 머무는 곳 전부, 360도 파노라마 뷰 모두다 시각적으로 나를 공격했다. 아주 자극적인 
방식으로. 핑크에 가까운 주홍빛 돌기둥들이 땅위로 삐죽빼죽 솟아오른 모습은 마치 외계인들이 UFO를 타고 
날아와 치토스 과자를 지구를 향해 마구 던져놓은 것처럼 기이한 형색이었다...

공원의 방문자센터 앞은 정신없이 북적댔다. 걸음마를 시작한 지조차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어린 아이를 대동
한 가족부터 젊은 커플과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운동화의 끈을 질끈 동여매고, 급수대에 줄을 서서 물병
을 가득 채우고, 얼굴이며 어깨까지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르느라 난리였다. 너도나도 손에 쥐고 있는 전혀 예
쁘지 않은 투박한 나무 지팡이가 ‘우리 지금 제대로 걸으러 갑니다.’의 순간을 더 멋스럽고...

나 처럼 늙으면 세상을 다 안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사업 때문에 젊은 시절부터 이 나라 저 나라 많이 돌아다녔
어요. 모르는 게 없다고 살아온 80년의 인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여기 서서 보니 내가 아직도 모르는 것들
이 많이 남아있었네요. 그동안 어디서도 본적 없었던,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기이하고도 멋진 장면들과 마주했
죠. 그래서 기분이 묘해요. 겸손해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많은 걸 몰랐던 젊음으로 돌아간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