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룸에 살고 싶다. 이왕이면 카리브해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가 좋겠다. 여기라면 지붕 없이도 하늘의 구름
과 별빛을 이불 삼아 잠든다 해도 행복하겠지 싶다. 마야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집이 얼마나 대단한 전망을 갖
고 있었는지 알고 살았을까. 지금으로 치면 오션 프론트 뷰 스위트룸에 버금가는 대단한 클래스인데 말이다. 
마야인 다음으로 새롭게 툴룸을 차지한 주인은 뜨겁게 달구어진 돌덩이 위에서 몸을 지지는...

칸쿤은 멕시코가 아니야. 단순하게 표현하면 멕시코에 있는 미국? 그렇게 생각하면 돼. 정말 미국의 휴양지에 
살고 있는 것처럼 나는 불편한 게 하나도 없어. 호텔 존의 사람들은 영어도 잘하는 데다가 웬만한 곳에서는 달
러까지 쓸 수 있거든.” 꽤 오래전 칸쿤에서 호텔리어로 몇 년째 살고 있는 독일인 친구에게 멕시코에서 살만하
냐고 물었을 때 들었던 말이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나쳤는데, 직접 칸쿤에 가보고 나니...

멕시코 칸쿤이라고? 너는 전생에 도대체 어떤 좋은 일을 한 거니? 세상에나 신혼여행도 아닌데 칸쿤이라니!” 
주변 사람들에게 칸쿤행을 알렸을 때의 반응은 보통 이랬다. 칸쿤은 누구에게나 욕망인 듯했다. 그런데 부러워
서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도 이내 “쯧쯧, 어쩌나 남자 없는 신혼여행을 가는 구만...”이라며 혀끝을 차기 시작
했다. 글쎄,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칸쿤은 곧 신혼여행이요.’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더라...

망망대해를 건너 몇 번의 비행을 통해 멕시코로 날아가 마주한 칸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환상적인 카리브해의 물빛을 오래도록 탐했다. 그리고 칸쿤 너머까지 욕심을 냈다. 유카탄 반도를
동서남북으로 가로질러 마야 유적을 탐험하고, 뒷골목을 산책하며 리얼한 멕시칸 무드에 빠져도 보고,
언더월드로 통하는 싱크홀에서 수영하며 꿈에서나 상상했던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했다...

부산외대에는 ‘외성 해외문화 체험단’이라고 하는 체험 활동이 있다. 방학기간 동안 4인1팀이 되어 다양한 주
제를 가지고 해외탐방을 가는 활동이다. 모두가 갖고 있는 선입견을 바꾸기 위한 팀 슬로건을 걸고 이를 실현
하기 위해 선택한 나라가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섭씨 45도를 넘나드는 기온과 끝이 보이지 않는 잿빛 사막만이 넓게 펼쳐져 있던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Alexandria.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이집트는 아랍식 숫자를 사용하는데, 아라비아 숫
자를 사용하는 우리의 것과 모양새가 달라서 자칫 방심했다가는 사기당하기 십상이었다. 가까스로 흥정을 마
치고, 택시를 타고 사드 자그로울 광장으로 이동하는데 멀리서 푸른 지중해가 보이기 시작했다...

기자에겐 60대 부모님이 계신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작년 한해 여행잡지에서 일하는 본인보다 부모님이
더 자주 여행을 다니셨다는 사실이다. 이젠 대중매체에서도 중‧노년의 여행을 많이 이야기하면서 더 이상 자
유로운 해외여행은 2‧30대만의 소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해외여행이 지금처럼 젊음의 키워드이기 이전에 대
학시절을 거치고, 외환위기 중에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돈벌이와 일에...

6개월 전, 30도를 넘나드는 더위의 중심에서 겨울을 그리워했었다. 앉아만 있어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던 땀
에 곤란했던 적이 어디 반년 전 한 번뿐이었을까. 짧은 가을을 지나 드디어 겨울이 왔다.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
라는 말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쓰는 건지 싶다. 그토록 기다리던 겨울의 찬 공기가 온몸을 움츠러들게 하고 뚱
뚱한 패딩점퍼 없이는 도통 밖을 나갈 수 없으니 이제는 메이크업이 지워질 정도로 흐르던 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