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발행구분
[2006년 12월호] 대륙분류 : [남아메리카] 국가분류 : [과테말라] 도시분류 : [산타 카타리나]
기사제목
[EPISODE] 담배가 아니라 여유가 약이다
|
과테말라에서의 트레킹 첫째 날. 3일간의 트레킹이 지옥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산타 카타리나(Santa Catarina)에 도착하니 이제는 일어날 수조차 없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20분간은 아무 것도 안하고 쉬었던 것 같다. 발 여기저기에 물집이 잡혀 발을 땅에 대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트레킹을 하기에 난 너무 늙은 것일까. 설악산을 휘어잡던 '대장' 은 어디가고 나약한 늙은이만 남았단 말인가. 자신을 책망할수록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생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그래, 담배! 그동안 운동도 할 만큼 해 왔다고 생각해 온 내게 담배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내일 아침에는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겠다. 반나절만 금연해도 확실히 다른 걸 느낄 수 있으리라. 그나저나 내일은 과연 일어날 수나 있을까.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피곤한데 지역 파티에 가자는 저 친구들은 대체 어디서 힘이 난담.
|
|
|
| 트레킹 둘째 날. 결국 어젯밤에는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파티에 가서 춤을 추었다. 그토록 아팠던 발이 술 마시고 노는 데는 어찌나 협조적이던지. 하지만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하자 다시 어제의 내 몸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오늘도 내가 꼴찌. 지쳐가는 숨소리를 들으면서 잠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사람, 새, 나무, 이 모든 것이 다 내 곁에 있었다. 저런 풍경이 언제 이렇게 가까이 와 있었지? 고개만 들면 전혀 다른 세상이 있는데 그걸 잊고 땅만 쳐다보고 걸어 왔으니, 걷는 게 왜 고통이 아니었겠는가. 그것을 깨닫고부터 트레킹이 힘들지만은 않았다. 물론 10시간이 넘는 강행군의 연속이었지만 내가 지루함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자연이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나는 이것 하나만은 잊지 않고 산다. 잠시만 고개를 들면 온 세상이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것. 지옥과 천당은 내가 고개를 듦과 동시에 바뀐다는 것. |
| |
|
김수연_서울시 성북구 돈암1동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