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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의 물가는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의 나라들보다 훨씬 비싸다. 우리 입장에선 쉽게 지갑을 열어젖히기가 쉽지 않다는 뜻. 그래서인지 타이베이의 쇼핑가와 밤거리는 밤이 깊도록 문을 닫는 법이 없고 쇼윈도는 더욱 화려하다. 그런 성실함과 화려함이 관광지에서의 낯설음과 결합해야만 우린 유혹에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타이베이 쇼핑가의 그런 유혹은 꽤나 매혹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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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주제에 맞춰 방향을 잡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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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베이 곳곳에는 비슷한 물품을 파는 상점들이 모여 있는 전문상점가가 많이 있다. 그러니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에 따라 우선 ‘타깃’부터 정한 다음 발걸음을 옮겨야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다. 체력이 있어야 흥정도 잘 할 수 있는 법이다. 대부분의 정식 숍과 백화점에서는 정찰제를 시행하므로 물건값을 흥정할 일은 거의 없지만 야시장이나 소규모 상점에서는 충분히 값을 깎을 여지가 있다. 타이베이에서 최신 패션 브랜드 위주로 쇼핑을 하려면 중샤오둥루(忠孝東路) 주변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시내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지하철(MRT) 노선과 함께 뻗은 이 도로의 동쪽에 타이베이에서 가장 큰 쇼핑가가 밀집해 있고 그 중심에는 도시의 랜드마크인 101빌딩이 자리한다. 컴퓨터와 전자제품 강국인 타이완에서 전자제품 쇼핑도 빼놓을 수 없다. 광화차오는 우리나라의 용산처럼 큰 상가 안이 전부 컴퓨터와 전자제품 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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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로 가득한 곳이다. 세계 노트북의 절반과 최고 수준의 컴퓨터 메인보드를 생산하는 나라답게 질 좋은 제품들을 마음껏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다. 중국인들의 커뮤니티 하면 떠오르는 야시장은 타이베이에 한두 군데가 아니다. 중국 요리 재료를 찾는다면 도심 북서쪽의 디화제를, 값싼 액세서리와 기념품을 사려면 북쪽의 스린을, 한약재에 관심이 있다면 서쪽의 화시제를, 그리고 생활용품과 먹거리를 찾는다면 동북쪽의 러우허제를 찾으면 된다.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쇼핑 명소들이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으니 알뜰한 쇼핑을 위한 현명한 동선을 짜는 것을 잊지 말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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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독특한 명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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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를 펼치면 도심 거의 한가운데에 위치하는 징화청(京?城)에서 이번 ‘쇼핑 순례’를 시작했다. 타이베이 시내에는 대형 백화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서 구성 품목만 놓고 볼 때 징화청은 그다지 특별한 장소는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타이베이 최고의 백화점이었지만 101빌딩이 완공되고 난 다음부터는 그 위세가 한풀 꺾였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다. 도시 상권에서 차지하는 이 백화점의 위세가 어떻든 간에, 관광객들이 한번쯤 호기심어린 발걸음을 이곳으로 향하도록 만드는 것은 백화점의 독특한 외관이다. 백화점 건물은 거의 완전한 구(球) 모양을 하고 있어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제국군의 초대형 이동 기지인 데스 스타(Death Star)를 닮아서 마치 우주에서 착륙한 비행체 같은 느낌도 준다. 지금이라도 붕 떠올라 하늘로 날아가 다스베이더를 태우고 돌아올 것만 같다. 2002년에는 이것을 축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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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으로 치장해 ‘세계 최대의 축구공’으로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백화점은 11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실제로 공 모양 건물을 감싸고 있는 네모난 건물에 대부분의 숍들이 자리하고 공 모양 건물은 주로 에스컬레이터를 비롯한 이동 통로로 디자인되어 있다. 이 백화점은 공격적이고 파격적인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한때 24시간 영업까지 시도했을 정도로 손님의 자유로운 쇼핑을 생각하는 마음(?)이 극진하다. 현재는 밤 10시 30분(주말)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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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거리 시먼띵과 101빌딩 주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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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라마 엔터테인먼트 파크에서 남서쪽으로 4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시먼띵(西門町)은 ‘타이베이의 명동’이라 불리는 곳이다. 일본의 식민 지배 시절에 유흥가로 개발된 시먼띵은 2차대전 이후 젊음과 패션의 거리로 변모했다. 거리에서 한 10여 분만 서 있어 보면 이곳의 분위기가 어떤지 대충 감이 온다. ‘여유 있는 사모님들’이 많이 보였던 징화청과 ‘조신한 학생들’이 영화를 보러 오던 미라마 엔터테인먼트 파크와 달리, 시먼띵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머리를 염색하고 오토바이에 탄 남녀와 교복을 ‘삐딱하게’ 입은 학생들이다. 우루루 몰려다니며,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입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십대들이 골목 여기저기서 어깨를 스친다. 알록달록한 색을 입은 건물들의 뒷골목에는 그래피티가 가득하고 길가에는 메이커를 알 수 없는, 그러나 값싸면서 최신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의류와 신발 숍이 늘어서 있다. 문신 가게들이 많이 몰려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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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도 특징이다. 가장 유명한 ‘케빈(Kevin)’이라는 타투숍 앞에는 무시무시한(?) 무늬를 입힌 나체 마네킹들이 서 있다. 시먼띵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간단한 먹거리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타이완이 원조인 버블티(20~40 타이완달러)는 가게마다 수많은 종류를 주문할 수 있고 소시지, 어묵, 야채, 꼬치 튀김이 15~45 타이완달러 정도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가게는 ‘아중미엔시엔(河宗?線)’이라 불리는 국수집. 가는 면과 육수에 곱창을 얹어 나오는 국수를 받아들고 기호에 따라 고추와 마늘양념을 듬뿍 넣으면 우리 입에도 딱 맞는 요깃거리가 된다.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아예 없어도 이집은 항상 줄이 늘어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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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밤의 끝은 야시장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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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들도 하나둘 ‘굿바이 송’을 틀기 시작할 때도 활기를 잃지 않는 곳이 타이베이의 야시장이다. 타이베이의 대표적 관광지 중에 하나가 되었을 만큼 야시장의 독특한 분위기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도시를 대표하는 두 야시장인 스린 야시장과 화시지에 야시장 대신 러우허제 야시장으로 발걸음을 한 이유는 하나. 바로 101빌딩 주변에서 멀지 않기 때문이었다. 시내를 동서남북으로 가로지르며 하루 종일 쇼핑을 하고도 체력이 남아도는 강골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어지간하면 마지막 코스는 몸에 무리가 덜 가는 곳으로 잡는 것이 좋다. 손에 쇼핑백을 가득 들고, 야시장에서 간식까지 먹고 나면 거동이 한층 불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시내의 어지간한 야시장들은 상당히 정비가 잘 되어 있어 굳이 멀리 있는 야시장을 찾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기도 했다. 물론 각 야시장을 대표하는 상품들을 꼭 구매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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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싶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101빌딩에서 북서쪽으로 2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러우허제 야시장은 길이 약 600여 미터의 시장 골목을 갖고 있다. 두 갈래로 평행하게 달리는 골목길 좌우에는 음식점, 신발가게, 음반가게, 화장품가게, 옷가게 등이 빼곡하게 있고, 두 길의 사이에는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없는 게 없다는 표현은 바로 여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을 만큼 야시장엔 정말로 없는 게 없다. 야시장 투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먹거리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오리 머리와 혓바닥에서부터 냄새에 적응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처오또우푸(추두부, 두부를 발효시킨 것), 팥빙수, 소라, 인도차, 사탕수수주스, 심지어 한류 붐을 탄 떡볶이와 김치찌개까지 찾을 수 있다. 하루 종일 눈이 즐거웠던 - 하지만 다리와 신용카드가 고통스러웠던 - 도심의 쇼핑 투어를 균형 있게 마무리하려면, 왁자지껄한 테이블 구석에 앉아 다리를 쉬며 저 든든한 간식들로 속을 달래 보는 건 어떨까. 화려한 쇼핑이 끝나면 배고픔이 금새 찾아옴을, 우린 그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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